불황기에 부자들이 고급주택으로 간 까닭은
글 : (주)RE멤버스
고종완 대표이사
최근 부동산 시장의 핫 이슈중 하나는 고급주택 내지 고가주택의 남다른 분양과열이다.
보증금 25억원, 월임대료 430만원짜리 “한남더힐” 고가 임대아파트가 지난 2월 평균 4.3대1(최고 51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순위내 청약이 마감됐다. 금호건설은 불황속에 때아닌 대어를 낚은 셈이다.
이러한 청약과열은 용산과 판교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용산 효창파크푸르지오는 최고 19.6대 1, 판교 푸르지오-그랑블은 최고 51대 1이라는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짓고 있는 고급, 고가, 대형주택도 관심이 뜨겁기는 마찬가지이다.
LIG 건영이 성북동에 분양중인 초고급 단독주택 “게이트힐스” (12가구)는 미국 대표적인 건축가 조엘 센더스가 디자인한 것으로
타운하우스를 능가하는 초호화시설, 보안장치로 전화문의가 쇄도중이다.
롯데건설이 분양중인 평창동 “롯데캐슬 로잔”(112가구)도
테마정원, 전용창고, 골프연습장, 휘트니스센터 등 호텔급부대시설로 관심이 높다.
지방대도시도 고급주택인기는 치솟고 있다. 3.3㎡당 최고 4천만 원이 넘는 분양가로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주상복합아파트에 청약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미분양이 넘쳤던 대표적 고급주거단지인 반포 자이 아파트도 미국교포를 대상으로 판촉에 들어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는 등 해외교포 마켓팅 전략도 뜨겁다.
환율효과로 가격매력이 부각된 탓도 있으나 국외 부자들이 국내 고급주택의 새로운 쇼퍼로 자리잡은 게 분명하다.
불황속 초라한 실적을 걱정했던 건설사 입장에선 기대 밖 화려한 성적표에 입이 그저 함지박이다.
기존의 강남권 고급주택도 불황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년간 대표적 부촌인 도곡동 타워팰리스 집값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올초 고환율을 틈탄 해외 교포들의 적극 매수세로 가격회복속도가 빨랐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국내 최고가주택인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5차(273.6m2)를 95억원에, 삼성동 현대 아이파크 웨스트윙동(146m2)을 32억원에 각각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입목적이나 구체적 배경은 정확히 알려진바 없으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런 현상은 한마디로 시장의 대이변 혹은 부자들의 반란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불경기에 역세권 소형주택이나 도심권 오피스텔등 소위, 작고 가벼운 부동산이 뜨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기침체상황에서 고급주택, 고가주택, 대형주택의 열풍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동산학의 과학적 이론을 빌어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자세히 풀어 본다.
첫째, 사상최악의 불황속에서도 고급, 고가주택수요가 여전한 이유는
주택기능과 주거트렌드가 확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역사를 보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불 이하인 때 주택의 주기능은 “숙식공간”에 그쳤으나 2만불을 넘어서면 주택은 “복합문화 오락공간”으로 탈바꿈 된다.
과거의 주택이 잠자고 밥먹는 단순하고 저급한 주거기능에 충실한 반면,
현재의 주택은 문화와 오락기능이 중추를 이룬다는 뜻이다.
특히, 부자들에게 문화와 오락기능이 생략된 주택의 가치란 삶의 질 차원에서 보면 무의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한남더힐의 스파, 수영장, 휘트니스, 사우나, 스튜디오, 스크린골프장, 시니어룸, 파티룸, 게스트룸,멀티룸, 독서실 등 최첨단 교육, 문화, 건강관련 커뮤니티시설이 새로운 주거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둘째, 주택이란 재화는 본래 소비재, 투자재 성격뿐만아니라 심리재, 신분재, 문화재, 정보재등 여러가지 복합재화의 특징을 지닌다. 그런데 경제성장, 소득증가로 선진국화 될수록 소비재, 투자재등 소위, 경제재적 특성보다는 심리재, 신분재, 정보문화재등 非경제재적인 인 사회심리적 신분재적 주택의 특징이 더욱 부각된다.
다시말해 고소득층, 거액자산가들에게 주택은 자산증식의 대상, 즉, 투자상품이라기보다는 자기자신을 외부에 표출하는 “신분의 상징”으로서의 주택재화의 역할성이 더욱 커진다는 얘기다.
실례로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폴등 체면을 중시하는 동양 국가는 물론이고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양국가도 직업과 함께 주택은 개인의 성공과 富의 상징성이 매우 크다.
미국의 이름난 기업가, 금융인과 헐리우드의 유명배우들을 보라. 큰돈을 벌었다 하면 유행처럼 세계 중심지, 관광휴양지의 별장, 대저택을 무차별 매입하고 대중들은 이를 부러워 하면서 살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이들이 투자가치만을 겨냥하여 천문학적 거금을 들여 고급주택, 대저택을 매수했다고 단정하긴 힘들다.
한편, 부자들은 끼리끼리 응집하는 페쇄적인 조직문화가 강하다.
고급정보교류의 필요성과 신분과시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특정지역에 집촌화 하는 경향성이 뚜렷하다. 예컨대, 의사, 변호사, 연예인 마을과 동호인 주택단지 등이 그것이다.
셋째, 소득의 양극화가 주거수요의 양극화를 동시에 심화 시킨다는 점이다.
경기침체시에는 경제성장률감소로 총생산량과 소득감소를 불러 오지만 모든 국민들의 소득이 평균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즉, 중산층의 붕괴로 신빈곤층도 늘지만 신부유층도 동시에 증가한다.
불황기에 새로운 자본과 부를 축적한 신부유층의 경우 경기와 무관하게 고급주택에 대한 교체, 이전수요는 되레 증가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주택소유 동기에 대한 일반인의 편견, 고정관념을 하나 지적하고자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산층은 주택을 매입할 경우 당연히 자산가치와 주거가치라는 양면성을 고려한다.
하지만 돈에 목마르지 않은 고소득, 거액자산계층은 삶의 질 차원에서 자산가치보다는 주거가치를 우선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중산층의 관점에서 획일적 잣대로 진정한 부자들의 주거목적이나 기준을 획정하는 일은 무리다.
한마디로 자산 및 소득정도에 따라 주택구입목적과 선택기준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넷째, 금리인하, 세금감면, 전매제한조치 완화 등 MB신정부 들어 10번이 넘는 부동산 규제완화조치가 부자들의 투자심리를 호전시킨 측면이 있다. 특히, 양도세중과, 종부세부담 경감 조치는 부동산 거래 및 보유시의 비용감소는 물론 새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게 사실이다.
여기에다 계속된 금리인하조치와 불확실성 증가는 다른 투자대안의 기회를 감소시키고 안전자산위주로 포트폴리오조정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난해 말 자산가치 급락이라는 경험을 통해 고수익, 고위험의 주식 등 금융자산보다는 금, 부동산등 실물투자가 자산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여기에다 불을 당긴 것이 500조가 넘는 시중부동자금 규모증가와 실질적 대출금리인하이다. 최근들어 50억 ~ 100억대 거액자산가들이 강남권, 도심권, 역세권의 금리보다 다소 높은 임대수익형 건물매수에 무차별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2007년초이후 지난 2년간 2006년말 기준 최고가 대비 집값이 30~40%정도 빠지면서 강남권을 비롯한 대형아파트의 거품이 상당히 제거되었다는 인식도 고급, 고가주택에 대한 일부 투자수요를 부추기는 動因이 됐다.
다섯째, 그밖에도 용산, 판교, 성북이라는 지역의 입지가치가 부각되고 앞으로 이들 부촌지역에 이만한 가격과 시설을 갖춘 고급주거단지의 추가 공급이 쉽지 않을 거란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지금은 디플레 우려와 지가하락등으로 집값 거품이 빠지고 건설사도 폭리를 취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경기회복시 지가상승- 원가상승- 자산가치상승으로 장기적인 투자가치도 고려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원화 가치하락(고환율)현상도 기축통화인 달러로 환산할 경우 국내 주택가격의 실질적인 가격하락으로 인식돼 해외 투자수요를 흡인했다고 볼수 있다.
물론 발표된 분양과열 수치의 이면에는 시공사, 분양대행 회사의 고도의 리치마켓팅 전략이 숨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요컨대, 불황 속 고급주택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나름 충분하며 앞서 언급한 복합적 요인이 한꺼번에 작용한 결과의 산물이라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불황기속 고급주택의 인기 몰이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앞서 설명한 여러가지 내용을 근거로 추론해 보면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고급주택의수요가 증가하는 요인으로 지적한 주거기능 및 주거트렌드의 변화, 소득양극화, 정부의 규제정책완화, 감세및 금리인하, 환율변동과 유동성증가, 주택의 신분재적 특성, 입지적 가치의 중시경향 등은 주택수요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뜻한다.
즉, 일과성 재료가 아닌 장기적 추세 혹은 패러다임의 변화로 해석된다는 얘기다. 불황기이기 때문에 고급주택수요가 증가한다는 단순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따라서, 미래의 주거문화, 주택재화의 특징, 금리등 금융여건, 정책기조, 소득양극화요인등을 종합감안할 경우 입지적 가치가 높은 특정지역의 교육, 문화, 정보, 신분재적 상징성을 보유한 고급주택에 대한 수요는 경기호, 불황과 무관하게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10년정도의 미래 주택시장을 예측해 보면, 경제성장 및 소득구조, 인구사회통계의 변화, 주거트렌드 등에 따라 소형저가주택과 대형고가주택시장으로 급속히 이원화,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침체가 장기화 될 경우 고급주택수요증가는 일시적 현상이라거나 소형주택만 유망하다는 생각은 부동산학의 과학적 분석과는 거리가 있는 고정관념이고 편견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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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