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에게 그냥 간편하게 사다드릴 것의 하나가 종합 비타민 한 통일 겁니다. 하도 방송이나 신문에서 비타민이 좋다고 떠드는데다 가격도 별로 부담없고 들고 가기도 편하긴 한데, 비타민은 정말 몸에 좋은 걸까요?
물론 비타민이 우리에게 주는 좋은 작용도 많습니다. 직접 암을 고쳐준다거나 불치병을 치료해 준다거나 하는 극단적인 순기능은 못해도 병에 걸리기 전에 적절히 인체의 대사기능과 영양 균형상태를 조화롭게 유지시켜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아주 좋은 보조효소로서의 기능을 합니다. 비타민은 분명 적이 아닌 우리 편 맞습니다.
비타민이란 쉽게 말하면 공장의 컨베이어시스템에서 일하는 작업공(효소)을 도와 원료도 적절하게 갖다 주고, 생산된 제품이 컨베이어 벨트 위에 쌓여 원활한 소통을 방해하지 않도록 치워주는 따위의 보조 작업공(시다) 역할이랄까 또는 수술실에서 의사를 돕는 간호사 정도의 역할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사람은 식물처럼 광합성 작용을 하지 못해 무언가 먹어 열량을 얻어야 계속 살아갈 수 있는데, 이 과정을 우리는 신체대사라 부릅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어야 일도 하고 돌아다닐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이 과정에서 몸속의 세포가 산소와 결합되어 비참한 산화과정을 거쳐 조금씩 세포의 노화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과식을 할수록 일찍 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너무 욕심 부려서 이삼인분 먹는 것보단 일인분에도 덜 미치게 적절히 욕심 버리고 먹는 게 장수하는 지름길임이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겁니다. 사람이 음식물을 먹어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활성 산소(free radical, 자유기라고도 합니다)라는 것이 만들어지는데, 이 놈은 몸속으로 침입하는 세균을 없애버리는 일부 좋은 작용도 하지만 대부분 정상 세포를 못 살게 굴면서 사람을 아프게도 하고 때로는 암 같은 치명적인 병에 걸리기 쉬운 상태로 만들어 의사들과 장의사들 수입을 늘려주는 일을 합니다.
즉 이 놈들이 태어나면 사람 몸은 알게 모르게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렇게 이루어지는 몸안의 산화 스트레스는 과학적으로 보면 ‘정상세포의 불안정한 분자인 활성산소가 체내에 있는 산소화합물과 반응해서 세포와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학교에 적응 못하고 가출한 한두 명의 문제학생들이 모범생 자녀들까지 물들여 타락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재래식으로 농사 짓는 분들이 힘들다는 이유로 밥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위장이 일시적으로 늘어나고 이 늘어난 위장은 심장으로 올라가는 핏줄과 위장 뒤쪽의 허리뼈에까지 스트레스를 주어 장수에 해로우니까 밥먹는 양을 늘리는 것보단 현미밥과 유기농산물 등을 통해 신체내의 에너지 흐름(대사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훨씬 현명합니다.
남들보다 곱빼기로 먹고, 간식을 하루 종일 먹으면서도 위장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은 대부분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지는 대사성 질병(가장 대표적인 병은 당뇨병)에 걸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들보다 잘 먹는다고 자랑할 일은 분명 아니지요. 자동차도 오래 되면 기름을 더 많이 먹듯 사람 몸도 그 신체대사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남보다 많은 양을 먹어야 겨우 남들만큼 달릴 수 있게 되니까 적당하게 또는 남들보다 적게 먹고 더 활력있게 사는 게 분명 더 경제적이고 건강하고 신명나는 삶일 겁니다.
그래서 옛날 어른들은 이렇게 식탐(食貪)을 경계하는 삶의 지혜가 녹아 있는 농사짓는 일을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이라 하여 으뜸으로 여긴 것 같습니다.
최 승 (미국 LA 거주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