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송이송이 탱탱한 너
정 셰프가 조리한 소금구이(오른쪽)와 송이덮밥.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이른 추석이 지나고 이제 정말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각종 열매가 익어 1년 중 가장 풍성하게 먹을거리를 접할 수 있는 계절이 가을이지만, 그 중에서도 다양한 버섯종류를 섭취할 수 있는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송이버섯을 비롯해 능이버섯, 싸리버섯,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등 각종 버섯이 제철을 맞아서 더없이 좋은 때입니다.
버섯류는 피를 맑게 하고 주로 심장과 신장, 소화기 등에 작용해 몸의 불필요한 수분을 없애줍니다. 또 부종이나 배뇨장애 등의 증상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불면증이나 불안장애 등에도 활용되는 등 가을철 우울증으로 괴로운 분에게 유용한 식재료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버섯의 왕'이라 불리는 송이버섯은 버섯 중에서도 항암효과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꼽힙니다. 송이버섯 내 글루칸-베타글루큰, 알파-글루칸 성분이 체내 면역력을 높여 바이러스 침입과 알레르기 반응을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변비 개선과 장 건강에 좋으며 소화장애에도 효능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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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부산 내 일식당 '모모야마'의 정지용 셰프가 송이버섯을 손질하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송이버섯은 죽은 나무에 기생해 자라는 다른 버섯과 달리 20~60년 된 살아있는 소나무 잔뿌리에서만 기생해 자라면서 소나무와 영양분을 공유하며 무리지어 자생하거나 한 개씩 자랍니다. 그래서 특유의 솔잎향은 강한 '중독성'을 불러일으킵니다. 8월 말에서 10월 초까지 추석을 전후로 채취되며, 처음에는 공 모양으로 피어오르다가 점차 갓이 펴지면서 더 큰 송이버섯이 된답니다. 땅 속에서 1년에 15㎝ 가량 자라고 우리나라에서는 태백산과 소백산을 중심으로 자생합니다. 중국이나 일본 북한 캐나다 등지에서도 자랍니다. 온도는 물론 습도, 토양 등에 민감하고 인공재배가 힘들어 대부분 자연산이라는 점도 으뜸으로 손꼽히는 이유죠. 옛 우리 선인들도 송이버섯 사랑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송이는 독이 없고 솔 기운을 받아 버섯 중 제일이다'고 칭찬했습니다. 생육신 김시습은 '빛과 맛이 아름답고, 먹자마자 이가 시원한 것을 깨달았다'며 예찬론을 폈습니다.
부산 중구 부평동에서 30년간 송이버섯음식점과 도매점을 운영해온 김갑임 대표는 "송이버섯을 육고기와 함께 조리하면 육고기의 기름이 확 펴지지 않고 동글동글하게 뭉쳐서 기름이 체내에 잘 흡수되지 않게 한다. 이 정도로 송이버섯의 성분과 효능이 뛰어나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몸에 좋은 송이버섯은 가격이 비싸 선뜻 사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전국 최대 송이 생산지인 경북 영덕과 봉화 울진 등에서 '대풍'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가격 부담이 적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름철에는 잦은 비 덕분에 습도가 충분했고, 출하 시기에 기온도 낮게 형성된 덕분이랍니다. 해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당 60만 원에 이르던 송이버섯 가격이 현재 ㎏당 40만 원대로 낮아졌습니다. 2등급이나 등급외 상품은 ㎏당 1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제철을 맞은 송이버섯 등 버섯류를 더욱 맛있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 소나무향 솔솔, 코끝 호사
버섯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받는 식재료이다. 여러 요리에 주재료 또는 부재료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그중에서도 송이는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그냥 먹거나 살짝 구워서 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송이버섯을 좀 더 다양하고 새로운 맛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송이버섯을 유달리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요리방식을 부산 롯데호텔 내 일식당 '모모야마'의 정지용 셰프로부터 들어봤다. 이 호텔은 제철을 맞아 각 레스토랑에서 '자연송이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소금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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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구이 |
자연산 송이버섯을 가장 제대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요리법이다. 고기와도 잘 어울려 집에서는 물론 캠핌장에 가서 해 먹어도 좋다. 일반적으로 향을 충분히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에 생으로 먹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좋지만 왠지 서걱서걱 씹히는 식감이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소금구이를 해서 먹으면 쫄깃한 식감에다 버섯즙이 입 안에 가득 배이면서 송이버섯 특유의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다.
▷조리법
일단 송이버섯의 뿌리 부분을 돌아가면서 세로로 도려내준다. 뿌리에 흙이 가장 많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버섯 전체를 흐르는 물이나 젖은 종이행주로 닦아 세척한다. 닦는 방식으로 세척할 때는 위에서 아래쪽으로 닦아주면 더욱 깔끔하게 씻을 수 있다. 이제 버섯을 잘라줘야 하는데, 칼로 전체를 자르는 것보다 손으로 찢는 것이 송이버섯의 향을 오래 살리는 방법이다. 버섯의 갓 부분을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낸 뒤 쓱쓱 손으로 찢어준다. 숯에 구워주면 가장 좋지만 집에서 숯을 피우기는 어렵다. 그래서 사용하는 것이 호일. 자른 버섯을 호일로 싼 뒤 가스렌지 불에 올려두거나 프라이팬에 올려 살짝 익히면 된다. 그릇에 낼 때 옆에 소금을 함께 내어 약간 찍어 먹는다.
▷TIP
-송이버섯을 불에 익힐 때는 살짝 열을 가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호일을 벗겼을 때 즙이 살짝 배어나와 마치 버섯에 땀이 난 것처럼 느껴지면 완성된 것이다.
◇송이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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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덮밥 |
송이버섯은 비싸지만, 구이로만 먹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식사로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간단한 것 중 하나가 덮밥이다. 간편한 조리법도 그렇지만 짧은 조리시간으로 송이버섯의 향을 비교적 많이 느낄 수 있다.
▷조리법
재료 : 송이버섯 50g, 우엉 5g, 표고버섯 5g, 은행 3개, 양파 5g, 실파 5g, 참나물 3g, 계란 1개, 덮밥소스(고이구찌간장 1큰술, 가쯔오다시 3큰술, 맛술 1큰술, 설탕 약간·큰 국자 정도의 양으로 75cc)
표고버섯과 양파, 우엉, 참나물은 먹기 좋은 크기로 채를 썰어둔다. 씻어둔 송이버섯은 세로 길이를 살려 길이대로 잘라 주되 구이할 때보다 얇게 썰어준다. 실파는 4㎝ 크기로 자르고, 은행은 3등분 해둔다. 손질해둔 재료들을 작은 프라이팬에 순서대로 차곡차곡 올린 뒤 만들어놓은 덥밥 소스를 붓고 불에 익힌다. 재료들이 약간 익고 소스가 배였다는 느낌이 들 때 실파를 올리고 계란을 풀어넣는다. 그런 다음 약간 끓기 시작하면 불을 꺼준다. 그리고 그릇에 밥 한 공기 정도의 양을 담은 뒤 익힌 재료를 올린다.
▷TIP
-팬에 남아있는 국물은 한 숟가락 정도만 그릇에 부어 촉촉하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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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버섯을 세척할 때는 흙이 많이 묻어있는 뿌리 부분을 신경써서 씻어주는 것이 좋다(위쪽). 송이버섯을 닦을 때는 젖은 종이타월을 이용해 위에서 아래로 닦아준다. |
★송이 고르는 법
- 굵고 짧고 단단한 기둥
-버섯대가 굵고 짧으면서 살이 탱탱한 게 좋다. 기둥을 만졌을 때 단단하다는 느낌이 들어야 1등급이다. 또 버섯의 갓이 다 피기 전으로, 전체적인 모양이 원형을 띠고 있는 것이 낫다. 표고버섯의 갓처럼 다 피어버리면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송이 보관법
- 씻지 말고 신문지·한지에 하나씩 포장
-일단 공기를 차단해 습도를 유지시킨다. 송이를 씻지 말고 하나씩 신문지나 한지에 포장한다. 그런 다음 랩이나 비닐을 씌워 진공포장한 뒤 영하 30도 이상의 급냉실에 보관해둔다. 요리할 때는 포장한 상태로 물에 담가 녹인다. 그리고 꺼낸 후 10분 안에 요리해야 송이의 색상과 향을 유지할 수 있다.
★송이버섯축제
- 경북 봉화·울진, 강원도 양양…송이와 사랑에 빠지세요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경북과 강원도 등 생산지에서는 송이버섯 축제가 대대적으로 열린다. 이들 축제에 참여해 송이버섯를 맛보고 각종 체험행사도 즐겨볼 만하다.
경북 봉화송이축제는 27일부터 30일까지 개최되며 송이채취 체험행사와 현지 구입 등이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봉화군청 송이축제 홈페이지(http://www.bonghwafestival.com/songi/)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달 1∼5일 강원도 양양군 남대천 일대에서는 양양송이축제가 펼쳐진다. '양양송이와 사랑愛 빠지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올해 축제는 외국인 송이채취 체험, 버섯채취, 송이보물찾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행사기간 접수자에 대해서는 관내 체험마을(황룡, 금풀애, 해담)과 연계해 마을펜션 숙박 예약 때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다음달 3~5일에는 경북 울진 왕피천 엑스포공원 일대에서 '2014 울진 금강송송이 축제'가 진행된다. 울진 금강송 군락지 탐방, 송이채취 체험, 송이 시식회(송이빵, 송이비빔밥, 송이국), 금강송송이 즉석 중매, 깜짝 세일 등이 이어진다.
# 한우 씹듯 쫄깃, 입안 호강
송이버섯 요리에서 한식을 빼놓 수 없다. '속리산 버섯집'(051-245-0464)의 김갑임 대표로부터 송이밥과 버섯전골 비법을 들어봤다.
◇송이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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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버섯집 김갑임 대표가 직접 만든 송이밥(왼쪽)과 버섯전골 상차림. |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 일본식 송이덮밥과 달리, 송이에 집중해 향과 맛을 높이면서도 식사 한 끼로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어 좋다. 밥을 지었는데도 송이가 퍼지거나 흐물흐물하지 않고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생송이와는 다른 향을 느낄 수 있다.
▷조리법
재료 : 쌀, 송이버섯, 능이버섯 조금, 참기름과 소금 약간, 양념장(잔파, 고추가루, 깨, 참기름)
밥을 짓는 것처럼 그대로 하면 된다. 압력밥솥이나 뚝배기 등에 쌀과 물을 붓고 송이버섯을 세로로 잘라 올린 뒤 능이버섯도 넣어준다. 송이밥을 먹을 때 양념장을 얹어 섞은 뒤 먹으면 된다.
▷TIP
-밥을 지을 때 소금과 참기름을 약간 넣어준다. 그러면 밥에 간이 배이면서 양념장을 넣지 않아도 간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능이버섯을 넣어주면 향과 맛이 배가 된다.
◇버섯전골
-여러 버섯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요리가 바로 전골이다. 간간한 국물맛과 함께 각 버섯의 쫄깃한 식감,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밥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우게 한다.
▷조리법
재료 : 표고버섯, 양송이버섯, 느타리버섯, 목이버섯, 새송이버섯, 감자, 파, 당면, 양파, 마늘, 쇠고기, 사골뼈육수, 고추가루, 고추장
전골냄비에 각종 버섯과 감자 등 준비된 재료를 담아준 뒤 불에 올린다. 한 번 끓고 나면 불을 낮추고 국간장으로 마지막 간을 한 뒤 먹으면 된다.
▷TIP
-일반 생수 대신에 사골뼈육수를 넣어주면 채소인 버섯이 부드럽게 익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