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답고, 형은 형답고, 아우는 아우답고, 남편은 남편답고, 아내는 아내다워야 집안의 도가 바르게 되리니, 집안이 바르게 되면 천하가 안정될 것이다(가인괘 단전).
소강절선생의 황극경세로 보면, 2014년부터 2043년까지의 30년은 둔괘(䷂)운에 해당하고, 그중에서도 2023년은 가인괘(䷤)운에 해당한다고 한다. 두 괘를 종합해서 보면 2023년은 둔지가인(둔괘가 변해서 가인괘가 되었다)의 운세가 된다.
먼저 2043년까지 30년의 운세를 관할한다는 둔괘를 살펴보자. 둔괘는 만물이 처음 태어나서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서 어려워하는 괘이다. 아직 겨울의 추위가 세상을 에워싸고 있어서 봄이 되기 어렵고, 초목이 발아해서 땅을 뚫고 나오기 어려우며, 태아가 자라서 양수를 터뜨리며 태어나기 어렵다. 종합적으로 보면 만물이 처음 겪는 환경을 극복하려고 애쓰는 상이다.
그러니까 둔괘의 운이 지배하는 30년 동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삶의 제도(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등)를 만들어서 길러야 한다. 이 시기에 새로운 제도를 안착시켜야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다. 둔괘의 ‘屯(둔)’자를 파자하면 초목(屮=屮)이 땅(一)을 뚫고 나오는 상이 된다. 땅을 뚫고 나오려면 힘이 들겠지만, 일단 밖으로 나오면 세상의 아름다움을 다 누릴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바로 황극경세로 예측한 2014년부터 2043년까지의 30년 운세이다.
또 2023년의 운세인 가인괘는, 밖에서 바람(☴)을 타고 안으로 들어와서 집안을 환하게 밝히는(☲) 형세이다. 집안 사람들이 각자 자기 역할을 다해야 하는 운이니, 공자님께서 “아버지는 아버지 역할을 하고, 자식은 자식 역할을 다하며, 형은 형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아우는 아우로서의 역할을 다하며, 남편은 남편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아내는 아내로서의 역할을 다함으로써, 온 집안이 화평해진다”고 하신 것이다.
그러니까 둔괘의 30년 운이 가인괘 운세의 해를 맞아서, 새로운 환경 속에서 집안의 가풍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지금의 가족관계는 고구려시대와도 다르고, 조선시대와도 다르다. 아니 10년 전과도 확연히 다르다. 새시대 새물결에 맞는 가족목적, 질서, 관계성 등이 정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괘는 가인괘이지만, 가족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회사, 사회, 국가, 나아가 지구촌을 구성하는 모든 사람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해가 될 것이다.
둔지가인을 초씨역림에서 살펴보면, “높고 높은 북악에 / 하늘에서 귀한 손님이 오네. / 온화하고 어질며 정직한 사람이여! / 은덕을 널리 베풀고 / 보여주고 열어주기를 그치지 않으니 / 큰 복을 받을지어다”가 된다.
이런 사람은 하늘로부터 온 귀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이 우리 가족의 가장이었으면, 이런 사람이 우리 회사의 사장이었으면, 이런 사람이 우리나라를 다스리는 대통령이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런데 그렇게 바라지 말고, “내가 그 사람이었으면” 하는 가정을 해보자. 우리 모두가 새해의 주인공이 되어서, 내 자리의 주인공노릇을 하며 사회를 여는 중요한 선물이 되는 것이다.
내가 새해의 주인공이 되어서 “세상을 살리는 그 분”이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인괘에서 말한 “아버지는 아버지의 역할을 다하고, …,”를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제역할을 잘하나 못하나를 감시하지 말고, 내가 내 역할을 잘하나를 살피며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각자 자기 역할을 다하면 천하가 안정될 것이다’라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