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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 시인' 예향 서귀포 위상 드높여
오는 10월 서귀포문학제 시상, 상금 500만원
제2회 서귀포칠십리문학상 당선자 김효선 시인
한국문인협회 서귀포지부(지부장 정영자)와 서귀포칠십리문학상추진위원회(위원장 강영은)는 제2회 서귀포칠십리문학상으로 김효선 시인의 ‘하논의 시간’이 당선됐다고 밝혔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서귀포칠십리문학상은 예향 서귀포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한국문학의 뿌리로서 자부심을 드높이고자 지난해 제정됐다.
한국문인협회 서귀포지부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전국 문인협회를 비롯 150여개 문학동인지와 언론 매체를 통해 작품을 모집했으며, 그 결과 172편이 접수됐다.
모집 작품은 2019년 1월 1일부터 2023년 5월 31일까지 최근 5년 이내 전국에서 발행하는 문예지나 동인지 등을 통해 서귀포를 노래한 시와 시조 작품이 대상이었다.
각 작품은 두 차례의 예심과 본심을 거쳐 김효선 시인의 ‘하논의 시간’이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3일 서귀포문학제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상금은 500만원이 수여될 예정이다.
이번 문학상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문태준 시인은 “창작된 시편의 시적 안목, 감각의 새로움 등과 아울러 시적 화자가 서귀포라는 공간을 얼마나 경험적으로 표현했는지에 주안점을 뒀다”고 하면서 “당선작은 시적 인식을 견고하게 보여주는 수일(秀逸)한 작품으로 손색 없어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한편, 김효선 시인은 2004년 계간《리토피아》로 등단했고, 시집 《서른다섯 개의 삐걱거림》(문화체육관광부우수도서선정), 《오늘의 연애 내일의 날씨》, 《어느 악기의 고백》(2020년세종나눔도서선정), 《시골시인J》(합동시집), 《시와경계》문학상, 《서귀포문학작품상》등을 출간했다. 현재 제주대학교에도 출강중이다.
[당선작 감상]
하논*의 시간
김 효 선
넓은 이마를 가진 사람을 만났다
이마가 좁은 사람은 미끄러지기 좋은
기억은 통조림 같은 것
가라앉은 입술을 꺼내기 전에는
은밀한 둘레를 껴안는 의식을 치를 것
수많은 날들을 만나고 헤어졌지만
쉽게 물러지는 복숭아처럼
여전히 사랑은 경전에서 멀어진
이단
재미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누군가는 말했지만
거울은 재미없는 사람을 먼저 데려간다
웃는 나를 본다 울고 싶은데
사라졌던 계절이 이마 한가운데
자운영으로 그렇게 서로에게 몰려 있다
나는 좀 모자라서 발목을 빠뜨린다
입술을 꺼내어 기어이 덫을 놓는
죽어야 끝나는 관계는 어떤 목숨의 종교일까
물기를 훔친 꽃들은
마음이 없는 곳으로만 고개를 꺾는다
깻잎장아찌를 떼어 주거나 머리카락을 떼어 주는
사소함이 이마의 전부를 가릴 만큼
웅덩이에 고인 사랑, 하늘의 낯빛이 맑다
그래, 용서할게
*제주도 서귀포시 호근동에 위치한 한반도 최대의 마르형 분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