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소감 몇 년 전에 「콩세알」이라는 어린이 문학 연구회 연수회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만나러 겁도 없이 경남 진주로 내려갔습니다. 아마도 그때부터 어린이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봅니다. 거기서 만난 여러 동시인들, 동화작가들, 지망생들을 보면서 어린이 문학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만난 종득이형, 참 고맙습니다. 이번에 낸 동시집 「쫀드기 쌤 찐드기 쌤」읽으면서 느꼈습니다. 글과 삶이 일치하는구나, 가벼운 말재주가 아니라 진심으로 쓴 동시구나, 하고 말입니다. 저도 그런 동시집을 묶을 수 있을까 걱정스럽지만, 형처럼 좋은 멘토가 있으니 조금은 희망이 보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된 박윤규 선생님의 동심론에도 감사해야겠습니다. 동심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면서부터 사물의 목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나무의자도 그렇게 왔습니다. 사실 제가 쓴 게 아니라 나무의자가 하는 얘기를 받아 적은 것뿐입니다. 영어보다는 사물의 언어를 더 열심히 배워야겠습니다. 기댈 언덕이 되어주는 포항문학과 푸른시 동인, 뽑아주신 심사위원님에게도 엎드려 감사의 절을 올립니다. 제가 보낸 동화를 일일이 다 읽고 따뜻한 소감을 보내주신 유영진 선배님, 장편의 약속은 꼭 지키겠습니다. 이제는 담임보다 시를 더 잘 쓰는 상옥분교 여섯 시인들, 올 한 해 너희와 함께할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남을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꼭 되어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당선 소식을 듣고 나보다 더 기뻐하시던 부모님과 장모님,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에게 간절한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쓰고 버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1977년 경북 포항 출생 ▷대구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2007년 진주신문 가을 문예 시 당선 ▷2007년 해양문학상 동시 당선 ▷2008년 월간 어린이동산 중편동화 당선 ▷포항 죽장초교 상옥분교장 교사
◆심사평 동심과 시의 특질을 아우르는 작품
응모된 작품을 정독하고 남은 것은 문현식 씨의 ‘눈 내린 아침’ 외, 김경숙 씨의 ‘아빠 발 닦기’ 외, 최미애 씨의 ‘실뜨기’ 외 김현욱 씨의 ‘중심’ 외 작품이었다. 먼저 문현식 씨의 ‘눈 내린 아침’은 소품으로 군더더기 없는 명징한 이미지가 인상적이었으나 그 이미지를 보다 창의적으로 형상화하는 데는 미흡하였다. 김경숙 씨의 ‘아빠 발 닦기’는 삶에 밀착된 체험적 소재를 사실감 있게 형상화하였다. 또한 그 속에 담긴 가족 간의 정겨운 교감도 공감이 갔다. 그러나 체험이 곧 좋은 동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아빠 발 닦기’는 형상화에는 무리가 없으나 발상과 표현에서 기존의 이미지를 뛰어 넘지 못해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남은 2편인 최미애 씨의 ‘실뜨기’와 김현욱 씨의 ‘중심’은 제 각각 장·단점이 있었다. 최미애 씨의 ‘실뜨기’는 동시의 근간인 동심에 밀착되어 있고, 놀이 하는 모습을 내적 운율에 실어 구체화한 점은 돋보였으나, ‘실뜨기’ 및 다른 작품에서 정제되지 못한 시어의 활용과 이미지의 압축에 문제점이 드러났다. 당선의 영예를 차지한 김현욱 씨의 ‘중심’은 소재를 보는 시각과 발상이 새롭다. 김현욱 씨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의 익숙함에서 일탈하여 독특하고 개성적인 이미지를 얻었다. 나아가 이러한 이미지를 짜임새 있는 구조로 참신하게 형상화 하였다. 흠이라면 동심의 내재화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당선작으로 결정하는데 큰 걸림돌은 되지 않았다. 오늘날의 동시가 한결 가벼워지고 언어적 유희에 경도되고 있는 시점에서 동심과 시의 특질을 아우르는 품격 있는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김현욱 씨의 ‘중심’은 기존의 동시 단에 시사를 주는 하나의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당선을 축하하며 정진을 빈다. 하 청 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