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시작(정월)은 자월(子月)인가? 인월(寅月)인가?
2023년은 계묘(癸卯)년이고 2024년은 갑진(甲辰)년이다.
이렇게 육십갑자로써 그해의 이름을 부르고 매길 때는 그 시점, 즉 기점이 있게 마련이다.
이를 ‘새해의 처음·첫머리’로서 세수(歲首)라고 하는데 정월(正月)이라고 한다. 사주명리학의 간지력(干支曆)에서 한 해가 시작하는 첫달이 되는 것이다.
기원전 104년 중국의 한무제(漢武帝)가 태초력(太初曆)으로 역법을 바꾸기 전까지는 새해의 첫달이 통일되지 않고 왔다갔다 했다.
그래서 하(夏)나라 때는 음력 1월(寅월), 상은(商殷)나라 때는 12월(丑월), 춘추전국시대인 주(周)나라 때는 동짓달인 11월(子월), 진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한 후에는 10월(亥월)을 한 해의 시점, 즉 정월 세수로 삼았다.
시대 | 세수(歲首) | 비고 |
하(夏) | 寅 | B.C. 2000~1600 |
은(殷) | 丑 | B.C. 1600~1050 |
주(周) | 子 | B.C. 1050~221 |
진(秦) | 亥 | B.C. 221~207 |
한(漢)~ | 寅 | B.C. 104(태초력), 사주명리학 탄생 시작 |
그러다가 한무제 원봉(元封) 7년(B.C.104)에 이르러 태초력(太初曆)으로 역법을 고쳐 바꾸면서 하나라 역법에 따라 인월을 정월로 삼았다.
태초력에서는 동지와 춘분의 정확한 중간 지점인 입춘을 한 해의 시작인 정월로 다시 개혁하였던 것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사주명리학에 적용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입춘을 한 해의 시작인 세수(歲首)로 삼은 주요한 배경에는 천문학적 의미보다는 새로운 생명이 시작하는 계절인 봄이 인월(寅月)의 입춘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하였던 것이다.
물론 자(子)에서 하늘이 열린다는 천개어자(天開於子)의 이치에 따라 천도(天道)의 운행은 자(子)에서 시작되므로 마땅히 한 해의 운행도 동지(冬至)가 있는 자월(子月)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법(曆法)의 제정·시행보다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순서의 오행상생론(五行相生論)이 먼저 확고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 점에서 바로 우리는 사주명리학의 성립 역사에서 가장 먼저 손꼽아야 하는 책으로 바로 중국 전국시대의 『관자(管子)』라는 책을 결코 빼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걸 알기 위해서는 먼저 ‘관자’라는 인물에 대해서 알아봐야 한다.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고사성어를 잘 알고 계시죠?
관포지교는 친구 사이의 두터운 우정을 비유하는 말인데,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재상인 관중(管仲)과 그의 친구 포숙아(鮑叔牙)의 우정이 매우 두터웠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 고사성어에 나오는 관중이란 인물이 바로 관자이다.
『관자(管子)』라는 책은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사상가·정치가인 관중(管仲:?~BC 645)이 지은 것으로 되어 있으나, 그 내용으로 보아 제나라의 국민적 영웅으로 칭송되던, 어질고 현명한 재상인 관중, 즉 관자의 업적을 중심으로 하여 후대의 사람들이 썼고, 전국시대에서 한대(漢代)에 걸쳐서 성립된 것으로 여겨진다.
전국시대의 『관자(管子)』 이전까지는 오행의 순서가 지금의 ‘목화토금수’처럼 정립된 것이 아니었고, 사람마다 문헌마다 부르는 오행의 순서는 일관성이 없었다. 예를 들면 ‘수화목금토’나 ‘금목수화토’와 같이 불렀다.
이렇게 두서가 없었던 오행의 순서가 상생 관계에 따른 지금의 오행 순서인 ‘목(봄)→화(여름)→토(환절기)→금(가을)→수(겨울)’로 확정된 것은 전국시대의 『관자』에서부터였다.
이렇게 전국시대의 『관자』에서 정립된 춘하추동 사계절·사시(四時)와 목화토금수 오행 사상은 후대의 『여씨춘추(呂氏春秋)』·『황제내경(黃帝內經)』·『회남자(淮南子)』·『춘추번로(春秋繁露)』 등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전하였다.
그리하여 우주만물과 삼라만상·자연은 ‘출생―성장―조화―수확―저장’한다는 생명의 순환적 의미가 담긴 ‘생장화수장(生長化收藏)’의 이치에 따라 해석되었다.
이에 따라 목(木)을 의미하는 봄[春]이 천시(天時)가 드러나는 계절의 맨 앞에 놓이게 되었고, 절기상 봄이 들어서는 입춘(立春)을 한 해의 시작점인 정월 세수(歲首)로 삼게 되었던 것이다(오행상생과 입춘 정월).
그러므로 2023년 계묘년은 24절기상 입춘(立春)인 2월 4일부터 시작되었고, 입추(立秋)인 8월 8일부터 계묘년의 후반기가 시작된 것이다. 2024년 갑진년을 비롯하여 다른 간지년들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본 내용의 출처】
* 김만태·신동현, 「명리학에서 시간(時間)에 관한 논점 고찰: 자시(子時)를 중심으로」, 『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 59,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2014.
* 김만태, 「사시(四時)·월령(月令)의 명리학적 수용에 관한 고찰」, 『한국학』 37(3), 한국학중앙연구원, 2014.
* 김만태, 「간지기년(干支紀年)의 형성과정과 세수(歲首)·역원(曆元) 문제」, 『한국학』 38(3), 한국학중앙연구원, 2015.
글 ; 김만태 교수
첫댓글 고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