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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그룹처럼 ‘삼촌팬’이 생기고, 팬클럽 카페가 운영되며 자신의 이름을 붙인 골프 대회가 열리는 등 ‘연예인’ 버금가는 인기와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가 있다. 올해 스물한 살의 김자영이다. 그녀는 지난해 루키 시즌을 보내면서 우승은 없었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대상시상식에서 인기투표 2위에 올랐고, 또 협회가 발간한 매거진의 창간호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녀의 어떤 매력이 다양한 팬을 형성하고, 여자협회는 왜 ‘차세대’ 유망주로 지목했으며 미디어는 왜 ‘흥행 보증 수표’로 높이 평가하는지 3가지 특징을 통해 그녀의 가치를 알아봤다.
인터뷰 이향구 사진 고성진 의상&신발협찬 지컷, 샤틴, 나무하나, 제이니제인, 필립림 헤어메이크업 칼라빈BY서일주(02-515-5888)
김자영은 걸 그룹처럼 ‘삼촌팬’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유는 단아한 외모와 마른 체격, 이른바 운동선수 같지 않지만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선수처럼 보이지 않지만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쭉 운동을 해왔다.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는 서울시 배영 대표를 했던 주목받던 수영 선수였고 초등학교 6학년 때 어학 연수를 위해 갔었던 뉴질랜드에서 골프를 처음 접한 이후부터는 골프의 매력에 푹 빠져 ‘골퍼’가 됐다.
“뉴질랜드에서 취미로 시작한 골프였지만 점점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1년6개월 후 귀국했을 때는 이미 맨발 샷을 했던 박세리 프로가 많은 주니어 골퍼의 가슴에 롤 모델로 자리 잡고 있었고, 저도 본받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런데 앙큼한 생각이 될 수도 있지만 한번 박세리 프로를 넘고 싶다는 승부 본능이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골프 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포스트 박세리’라는 목표가 생겼지만 골프 입문 1년만에 80타대, 3년만에 언더파를 기록하는 등 뛰어난 자질을 발휘한 건 아니다. 그러나 서문여중 3학년 때인 2006년엔 첫 출전한 대회(그린배)에서 3위(4언더파)에 오르며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고 이듬해엔 명지대총장배에서 정교한 아이언 샷과 감각적인 숏게임으로 2위에 오르면서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박세리 프로가 성공했던 것은 정확한 아이언 샷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골프에 입문하면서 원하는 지점에 볼을 보내기 위한 정확성을 기르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미들 아이언 샷이 가장 자신 있었고 이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자신 없었던 것은 체력이었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기 보다는 주변에서 ‘말랐다’는 말을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클럽이 사람을 휘두르는 것 같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녀는 “골프에서 체력 문제는 내가 넘어야 할 산 이었다”면서 “한의사인 아버지(김남순 씨)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었고 몸에 좋은 한약은 모두 다 먹어봤다”고 했다.
“한약의 피가 흐르고 있어요(웃음). 아마 아버지의 도움이 없었으면 좋은 컨디션으로 골프 선수를 지금까지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아버지는 주치의기도 합니다. 부상당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시죠.”
그녀는 매일 밤 아버지와 허리와 어깨 스트레칭을 꾸준히 한다.
“아버지의 적극적인 후원에 보답하기 위해 식단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고기는 잘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였거든요. 이제는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하기 위해 삼계탕, 장어, 고기를 가리지 않습니다. 몸에 좋은 것은 다 잘 먹게 됐습니다.”
그녀의 다른 매력은 ‘승부 근성’이라고 할 수 있다. 코스에서는 오초아처럼 강한 승부욕을 비치는데 그건 수영 선수를 하면서 생긴 것이다.
“수영을 통해 승패의 쾌감, 근성과 자신, 자아성찰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같이 수영을 했던 남자아이를 이기고 싶은 마음에 집에서 연습 방법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 얻은 자신감이 자연스럽게 골프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승부욕은 그녀의 어머니(김희선 씨)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과 달리기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담임선생님을 이기려고 운동화 벗고, 모래바닥에서 전력 질주하던 모습이 아직도 어른거리네요. 결국 담임선생님을 이겼습니다.”
골프, 특히 프로 무대 시작은 좋지 않았다. 루키였던 지난해 상반기, 미스 컷과 중·하위권을 맴도는 등 부진한 성적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녀는 스스로 ‘짤순이’라고 얘기하듯이 드라이버 샷 비거리(220~230야드)에는 강점을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숏 게임과 퍼팅엔 어느 정도 자신 있었는데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상금 랭킹 50위 안에 들어야 시드전을 보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절박한 상황이라 부담이 더 크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시드전은 한 번 기회를 놓치면 1년을 그냥 보낼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크죠. 그러다 보니 자신이 없었어요. 긴장을 많이 했고 기술적인 것보다는 예상 밖의 실수를 연발하게 됐죠.”
지난해 상반기는 그녀가 골프를 시작한 이후 최대의 위기이자 ‘슬럼프’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이 주목하는 선수와 플레이를 하면서 자부심과 또 자신감도 있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고 성적도 좋지 못해 처음으로 ‘소질이 없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수영을 하면서 큰 대회에서 긴장하지 않는 법과 경쟁을 즐길 줄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기대 이하였죠. 좌절하기도 했고 골프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녀는 그 때 ‘더 이상 못할 수도 없고, 이왕에 이렇게 된 것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지레 겁먹지 말고, 해보고 싶은 것 모두 다 해보자’라고 생각했다.
“긴장을 극복할 수 있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연습 라운드도 실전이라고 생각하고 일부러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떠올리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죠. 또 ‘오늘이 마지막 대회인 것처럼 다 해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배짱도 커지게 됐습니다. 퍼팅 실수를 하면 밤에 잠이 안 올 정도였지만,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서 더 넓고 크게 생각하려고 했습니다.”
그녀가 긴장을 어느 정도 극복하게 되자 성적도 좋아졌다. “넵스마스터피스에서 4위를 기록했어요. 자신이 생겼죠.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꾸준히 성적이 좋아졌고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게 되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볼이 잘 안 맞을 때에는 그냥 마음을 비우고 상황, 스코어, 컨디션을 인정하고 최선의 방법을 찾았습니다. 무리한 샷을 하지 않고 당일 컨디션과 상황을 인정했고, 대회 후에는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집중 연습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습니다.”
그녀에 대한 인기는 팬클럽 카페가 운영되고 ‘김자영배골프대회’가 나온 곳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녀는 언론과 팬 사이에서 ‘신비스러운’ 존재로 통했는데 그녀는 그런 평가를 어떻게 생각할까? 또 인기를 실감했을까?
“준비된 것도 하나도 없었고 모든 것이 새로워서 조심스러웠죠. 부끄러웠고, 관심 표현에 대해 소극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이 좀 부담스러웠구요. 제가 연예인도 아닌데…. 그런 점을 보고 ‘신비’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평소 잘 인사를 나누지 않던 선배님들이 더 신경 써서 챙겨주는 반면 경계하는 사람도 늘어났죠. 너무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녀는 지금 관심에 보답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많은 팬이 코스에서 따라 다니면서 챙겨주시는 모습에서 진심을 느꼈어요. 그것이 자신감과 멘탈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는 자주는 아니지만 팬과 함께 이벤트나 모임을 통해 소통하고 있습니다.”
자신감은 든든한 스폰서가 나타나면서 더욱 커졌다. 넵스마스터피스에서 4위를 하면서 넵스의 러브콜을 받았다.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좋게 봐주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기대처럼 여성스럽지 않고 터프해도 실망하시면 안돼요(웃음). 모든 관심에 보답하기 위해 좋은 성적과 실력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것에 우선 순위를 둘 겁니다. 지켜봐주세요.”
DID YOU KNOW?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서울시 수영 대표 선수로 활약했지만 6학년 때(2003년) 뉴질랜드 웬트워스에서 1년간 어학연수를 할 때 취미로 접한 골프에 푹 빠졌다. 한국으로 돌아와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프로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이후 그린국제배 3위(06년), 명지대 총장배 2위(07년)에 올랐고 08년엔 명지대총장배에서 우승하고, 단아하면서도 귀여운 외모와 실력으로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09년 드림투어를 거쳐 그해 11월에 1부투어 풀시드를 획득했고 지난해 루키 시즌을 보냈다.
첫댓글 재미있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