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말까지 현존하는 게오르그 바젤리츠 작가(1938~)전이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에서 개최되었다. 독일 출신 신표현주의 현대미술가로 현 베를린대학 교수이다. 그는 똑바로 서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뒤집어, 거꾸로 본 인간을 똑바로 서서 그린 작가로 유명하다.
갤러리가 자리한 건물인 포트힐(Fort Hill)은 2011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사이건축사무소 설계이다. 건축물은 도로면에 접한 면과 건물 뒷편의 대지의 높이 차이가 10m이다. 다시 말해 언덕에 위치하여 건물 앞과 뒤의 높이가 다르다. 이에 건물 사이사이에 층계를 만들어, 본래 땅 모양과 어우러지게 설계했다는 특징이 있다.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는 동 건물 2층에 자리한다. 1층은 스테이크하우스이다.
바젤리츠의 신작 12회화 및 12드로잉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언뜻 보면 사람의 형태를 그린 다음 캔버스를 뒤집어 전시한 듯 보이는데, 아니다. 임의로 거꾸로 그린 것이다. 위의 첫번째 사진, 건물 외관의 뾰족한 모서리 부분의 내부 모습이 아래 사진이다.
바젤리츠의 <가르니 호텔>연작으로, 작가가 2021년 봄과 여름에 작업한 것으로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해석하고 싶기도 하다. 사실상 유럽의 유서깊은 갤러리인 "타데우스 로팍"이 서울 분관을 열고 선보이는 첫 전시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화가의 작품을 들여온 것 같기도 하다.
게오르그 바젤리츠는 동독출신이다. 1938년 작센주 도이치바젤리츠에서 태어났고, 이름은 한스 게오르그 케른이이었다. 동독의 조형예술학교에 들어갔지만 사회 미성숙이라고 평가받았다. 히틀러 시대에 많은 추상작가를 포함한 모더니즘 작가들이 퇴폐 예술가로 낙인찍힌 이유와 유사하다.
그는 동독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1957년 서독으로 넘어가 공부를 계속했고, 그의 고향인 '바젤리츠'을 예명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서독에서도 문제가 되었다. 당시 동독과 서독은 그 이념에 따라 전자는 계몽적인 성격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후자는 자유를 표방한 '서정적 추상주의'가 대세였는 바, 바젤리츠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그림은 아니었지만 대세였던 추상이 아닌 구상화를 그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동독과 서독, 양쪽에서 이단으로 몰리면서 1969년부터 급기야 거꾸로 된 형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바젤리츠 왈, "회화는 회화 그 자체로 존재해야 한다."라고 했다. '예술을 위한 예술'이 떠오르는 말이다. 뒤집힌 그림은 곧 고정관념의 전환을 의미할 것이다.
아래는 2021년 그린 드로잉이다. 본 전시는 뒤집힌 인간 형상이 주제인 듯해 보인다. 색상은 다르지만 거꾸로 뒤집힌 인간들의 다양한 형상들이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입장했을 때의 커다란 홀은 아래 사진의 긴 복도를 따라 다른 공간으로 이어진다. 거꾸로 된 인간의 모습의 작품에서 이번에는 옆으로 누운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작품 타이틀이 <Schwarze mit Melone>(2021)이다. 영어를 넘어서 이제 독일어를 그대로 적어놓았다. 관객이 알아서 판단하고 감상해라 인가보다^^
갤러리의 두번째 홀로 들어간다.
2021년 신작 <Go in and out>이다. "들어오고 나가고"라는 뜻으로 보이는데, 사람이 거꾸로 매달려 있고, 흰 줄 4개가 다리 안 쪽에 있기도 하고, 다리 바깥 쪽에 있기도 하다. 안에 있는지 바깥에 있는지 경계가 모호하다. 부유하는 인간이 느껴지기도 하고, 힘든 세상을 위태롭게 매달려 사는 인간 군상 같기도 하다.
거꾸로 인간은 유사한 형태인데, 색상이 칠해져 있다. 머리카락 색깔, 입술 색깔, 그리고 반려동물 같은 뭔가를 안고 있는 형상이다. 줄 하나에 위태롭게 거꾸로 매달려 있어도 할 건 다 한다. 위태롭게 이 세상을 살면서도 우리는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한다. 그날그날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 그것이 실존주의리라~
인간만 거꾸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동물도 거꾸로 표현했다. 현대예술은 기법, 즉 테크닉이나 기술적인 레벨업이 아니다. 요즘은 홍익대 회화과도 실기를 보지 않는다. 대신 현대철학을 공부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아, 참신한 사고, 조금 다른 어떤 것이 중요하다. 바젤리츠처럼 기성세대에 편승하지 않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런 바젤리츠라 80살이 넘었으니, 그도 이제 옛날 사람이긴 하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건물을 돌아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건축상을 탔다고 하니 왠지 봐야할 듯하다^^
한 층 올라가 보니, 공사가 한창이다. 벽이 뚫려 있는데, 이것도 작품이라고 하면 작품이 되겠지 한다. 현대예술은 그것을 예술작품이라 불러주기만 하면 작품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타테우스 로팍 갤러리로 들어와 한 쪽에 있는 도서들을 들쳐보기 시작했다.
독일어로 되어 있어 이해를 할 수는 없었지만, 그림을 보니 표현주의 작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Pope I>(1951)과 당대 예술을 뒤집어 엎은 개념미술 창시자로 알려진 마르셀 뒤샹의 작품 사진이 보인다.
아래 왼쪽의 작품 사진이 게오르그 바젤리츠가 '거꾸로 된 인간' 작품 시리즈를 만들기 이전에 그린 작품이다. 구상도 아니고 추상도 아니고, 그래서 동독에서도 서독에서도 환영받지 못했었다.
The sculpture 'Volk Ding Zero - Volk Think Zero' by German artist Georg Baselitz is on display at the exhibition 'Koenigsklasse II' (lit. king's class) of the Pinakothek der Moderne art museumat Herrenchiemsee Palace, in Herrenchiemsee, Germany, 10 July 2014. The exhibition opens on 12 July and will run until 28 Septembe
바젤리츠는 조각가로도 활동했다. 아래 작품의 이름은 <Volk Ding Zero>이다. 단어를 찾아봤다. Volk는 민중 혹은 국민이고, Ding은 think이다. 직역하면 "People think zero, 민중은 생각이 없다" 이다.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5분 정도 걸어내려오면 유엔빌리지길에 필갤러리가 있다. 이곳에서 김성진 작가의 <Mindfulness>가 2021년 12월 29일까지 열렸다.
갤러리에 입장하면 온통 여자 입술투성이다. 극사실주의처럼 세밀하고 디테일하게 묘사된 클로즈업 입술이다. 작가 노트에 따르면, "이번 전시를 통해 편견과 선입견, 위선과 거짓 등 스스로의 의지와 무관하며 의도 없이 낯선 공간이나 외부 상황에 노출된 내 자신이 그런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르게 보여지는 상황을 연출하고 공감하려 했다" 고 한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보여지는 것들...
해가 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한 15~20여분 이후 갤러리를 나오니 벌써 하늘이 까매진다.
걸어서 한강진 역 부근의 육교를 지난다. 남산타워와 광고판들이 보인다.
육교의 한 켠은 공사가 한창이다. 완성된 것과 공사중은 차이가 크다. 과정이 중요하다 하는데, 어떻게 과정을 돋보이게 할까 그것이 관건이다. 2022년에는 바젤리츠 처럼 관점을 바꾸어 관습의 전환을 꾀하는 과정들이 충만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