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엔 아들이 학교에서 일박이일로 체험학습을 나갔기에 혼자 헬스클럽에서 운동.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전신에 걸쳐 기구를 잡아보고 레그레이즈를 108개 하는 것으로 땀을 좀 낸 뒤 런닝 없이 마무리.
화요일 오후엔 말리녀석 중성화 수술을 시켜줬는데 그 후속조치들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런 와중에 공연도 보러 가야되고 헬스클럽도 갔다와야 되기에 마음만 바뻐요.
학교행사에서 돌아와 귀가한 아들을 데리고 체육회관으로 가서 '시간이 없으니 여기서 저기까지 기구들을 순차적으로 좌~악 잡아봐라!' 고 시켜놓고 얼른 트레드밀로 올라가 런닝을 시작.
11.1Km/h로 시작해 매 1Km를 달린 뒤 속도를 단계적으로 올려 최종 15.1Km/h까지 이르게 한 뒤 쿨링다운으로 마무리. 총29분간 6Km런닝.
[11.1->12.1->13.2->14.3->15.1->11.0]
그런데 채30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집중해서 런닝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니 아들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그 사이 웨이트를 하는둥 마는둥 흉내만 내다가 탈의실과 샤워장으로 내뺀 것.
그렇게도 운동을 하기가 싫을까?
도저히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
난 그 나이 때 가슴속에 응어리진 뭔가를 토해내려고 악착같이 몸을 부리는 뭔가를 했었는데...
자기몸 챙기는 것 조차도 아빠가 일일이 따라다니며 지시하고 잔소리를 해야 되는 상황이니...이것 참!
예전 같으면 한대 후려치거나 험한 소리가 나왔겠지만 그것도 다 부질없는 짓이고...웃으며 심각하게 말한다.
고객님 그 새 운동을 다 마치셨어요?
그렇게 빨리 운동을 마치셔서 깜~짝 놀라셨죠?
저희도 적쟎히 당황했어요!
하지만 고객님 안심하세요!
오늘 못한 운동은 반드시 내일 그 댓가가 돌아옵니다.
결국에 몸이 제 기능을 발휘 할 때까지 절대로 멈추지 않고 쌓아갈테니 지금 편하고 오래 고생 하시려거든 계속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요!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와 집사람과 함께 완주군청으로 달려가 장영형님이 작곡하고 감독한 국악뮤지컬 선녀와나무꾼을 감상.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수도없이 읽었고 보고 들었던 가장 흔한 옛날이야기를 국악 뮤지컬로 만들어 공연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공연을 관람하면서 그 어느 무대에서보다 감동을 많이 받았다.
특히 지역민 중에서 출연자를 선발해 무대에 올린 것인데 주요 배역을 맡은 전문 공연자의 능숙한 기량과 함께 색다른 감동을 주었고 막판에는 놀랍게도 군수가 직접 카메오로 나와 공연을 함께 했으니...
이십 수년전 창작극회에서 방디기전을 함께 했던 오진욱씨가 연출을 맡았으니 유감독의 뛰어난 창작능력과 조화가 최고였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출연자들도 초등학생에서 군수까지, 관객들 또한 할머니 할아버지에서 기어다니는 꼬마들까지로 모든 계층이 다 어우러지는 마당이 되어 만들어낸 멋진 공연이었다.
바쁘게 여러가지를 치뤄낸 것은 좋은데 밤 늦도록 저녁을 먹지 못해 엄청나게 배가 고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보쌈하고 굴을 한봉지 사다가 저녁을 곁들여 먹으며 술을 한잔도 안했는데도 괜히 취하는 기분이 든다.
역전마라톤이 끝난 날부터 내리 사흘간 마셨던 여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