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지으려면 수 많은 전쟁(?)을 각오해야만 한다. 가뭄과의 전쟁에서부터 잡초와의 전쟁, 야생동물과의 전쟁, 표고버섯 재배시 달팽이와의 전쟁, 병충해와의 전쟁, 더위와의 전쟁... 수 많은 전쟁을 거쳐야 비로소 좋은 농작물이 우리들 입으로 들어 온다.
벌치기, 양봉을 하려해도 전쟁을 치러야 한다. 말벌과의 전쟁이다.
꿀벌의 천적을 꼽으라면 날아다니는 벌을 잡아먹는 참새를 비롯한 조류, 벌통 앞에 진을 치고 앉아서 넙죽넙죽 긴 혀로 벌을 잡는 개구리나 두꺼비, 거미와 잠자리, 사마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래도 꿀벌에게 가장 무서운 녀석은 말벌이다.
말벌은 양봉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골칫거리이다. 말벌들은 꿀벌들을 애벌레 기르는 사료로 쓰기도 하고, 체액을 빨아 먹기도 하며, 그냥 무턱대고 도륙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사는 토종말벌로는 장수말벌, 꼬마장수말벌, 황말벌, 땅벌, 등검은말벌 등이 있다. 이 중 심각한 피해를 주는 녀석은 장수말벌과 동남아나 중국 남부 원산인 외래종 등검은말벌 두 종류이다.
보통 말벌은 꿀이나 꽃가루 채집에 정신이 팔린 꿀벌을 물고 간다. 장수말벌과 등검은말벌은 양봉장을 직접 습격하여 꿀벌을 공격한다.
그러니 피해가 크다. 장수말벌은 벌통 앞에 앉아서 꿀벌을 마구잡이로 물어 죽인다. 한 시간에 3만 마리가 사는 벌통을 박살내기도 한다.
등검은말벌은 벌통 앞에 날아와 정지비행을 하다가 꿀벌 한마리를 잽싸게 낚아채어 자기 집으로 물고 날아간다. 이 놈들은 자기 집과 벌통을 오가면서 하루에 한 마리당 5~6마리의 벌을 물고 간다. 마리당 피해는 크지 않으나 워낙 마릿수가 많아 전체 피해는 적지 않다.
정말 덥다. 아침에 농막으로 출근해서 이웃집과 나의 봉장에서 말벌 포획해서 농약 묻혀 날려 보냈다. 6월에 캐지 않고 남겨 둔 감자도 마져 캤다. 마눌님이 준비해 준 잣을 갈아 넣은 콩물로 콩국수 만들어 막걸리 한잔 곁들여 점심했다.
이 더위에도 구르메 장수들은 페달을 밟는다. 도장군은 누에호수를 돌고, 동해의 샘장군은 잔차로 현장 순찰이다. 황장군은 화성벌 달려 정남을 돌아 온다. 하장군도 역삼 사무실로 달리고, 태장군도 군자, 신답, 전농 등 동네 순찰이다.
호장군은 핸펀 바꿔서 카메라가 좋아진 도장군에게 워터마크 등을 표시하라고 꼬신다. 도장군, "난 그거 싫어유~" 단칼에 거절하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