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언론소비자주권행동(언소주)의 사설 탐정입니다.
오늘 우리가 해부해 볼 타깃은 2026년 8월 21일 자 조선일보 사설, [與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입니다. 제목부터 아주 비장하죠? 거대 여당이 헌법 수호자인 갸륵한 대법원장을 핍박하고 있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기득권 언론이 ‘헌법’과 ‘양심’이라는 단어를 소리 높여 외칠 때는 항상 의심해 봐야 합니다. 그 화려한 포장지 속에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저와 함께 합리적으로 추론해 보시죠.
1. 현상과 본질: '약자 코스프레' 뒤에 숨은 기득권 수호 프레임
조선일보가 보여주는 껍데기(Fact)는 이렇습니다.
“대법원장이 청와대 눈치를 보지 않고 양심에 따라 서면 제청을 했는데, 여당이 노발대발하며 대법원장을 허수아비로 만들려 한다.”
하지만 이 기사가 진정으로 유도하려는 본질적 프레임(Intent)은 무엇일까요? 바로 ‘민주당 정부 =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는 반헌법적 독재 세력’이라는 낙인찍기입니다.
조선일보는 대법원장이 ‘관례’를 깨고 일방적으로 서면 제청을 던진 행위를 ‘헌법에 따른 양심적 결단’으로 둔갑시켰습니다. 반면,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행정부 수반과 사법부 수장이 사전에 의견을 조율해 온 오랜 관행을 ‘허수아비 노릇’으로 전락시켰죠. 목적은 뻔합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특히 보수 성향이 짙은 대법원)가 선출된 권력(대통령)의 민주적 통제를 거부하는 것을 정당화해 주기 위함입니다.
2. 논리적 허점 타격: 이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조선일보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헛웃음이 나오는 대목이 있습니다.
첫째, "마음에 안 들면 대통령이 임명 거부권을 쓰면 된다"는 논리입니다.
이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을, 대통령에게 임명권을, 국회에 동의권을 준 것은 기관끼리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우라는 뜻이 아닙니다. 상호 견제하되 타협하라는 뜻이죠.
사전 조율이라는 관례는 헌법적 위기(대법관 공백 사태 등)를 막기 위한 정치적 지혜였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협의도 없이 서면 하나 덜렁 던져놓고 "마음에 안 들면 거부하든가!"라고 하는 게 정말 '양심적 제청'입니까? 이건 제청이 아니라 '최후통첩'이자 '폭탄 던지기'입니다. 그래 놓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조선일보는 내일 당장 "대통령이 사법부를 마비시킨다!"라고 사설을 쓸 게 불을 보듯 뻔합니다.
둘째, 사법부 내부의 '이해 충돌' 핑계입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의 배우자가 헌법재판관이라 이해 충돌 소지가 있어 대법원장이 쳐냈다고 변호합니다. 합리적으로 추론해 보자면,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법관들이 모인 곳에서 부부 법관이 각기 다른 헌법기관(대법원과 헌재)에 있다고 해서 판결이 오염됩니까? 만약 그렇다면 그간 수많은 법조인 가족들의 카르텔은 왜 묵인해 왔습니까? 이는 개혁 성향의, 혹은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대법관 진입을 막기 위한 아주 궁색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3. 역사·사회적 맥락: 맥락을 봐야 합니다
우리는 이 사안의 맥락을 봐야 합니다. 사법부 독립이라는 말은 참으로 아름답지만, 역사적으로 이 단어가 어떻게 오염되어 왔는지 기억하십니까?
과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태를 떠올려 보십시오. 당시 대법원은 상고법원 도입이라는 조직의 이기적인 이익을 위해 청와대와 재판 결과를 놓고 뒷거래를 했습니다. 그때 조선일보는 사법부의 독립을 이토록 뜨겁게 외쳤습니까? 오히려 보수 정권과 사법부의 끈끈한 '사전 조율'을 당연한 국정 운영의 일부로 포장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시민들의 열망을 안은 개혁 정부가 들어서자 갑자기 없던 결벽증이 생긴 모양입니다. 대법원장이 선출된 권력과의 소통을 끊고 독단적으로 후보를 밀어붙이는 것이 '법치주의'의 수호로 둔갑했습니다.
탐정의 결론
결국 이 사설은 대법원장을 수호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사법부라는 견고한 기득권의 성에 민주적 통제라는 햇빛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대법원장이라는 방패를 세워두고 여론전을 펼치는 '기득권 카르텔의 방어 논리'일 뿐입니다.
대법관은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리입니다. 그렇기에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국회가 그 임명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도록 헌법이 설계해 둔 것입니다. 대법원장의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 만들어준 제한적 권한이지, 선출직 권력을 향해 마음대로 휘두르라고 준 무소불위의 칼이 아닙니다.
시민 여러분, 언론이 '관례'를 '적폐'로 부르다가, 갑자기 어떤 '관례의 파괴'를 '영웅적 결단'으로 찬양할 때를 주의 깊게 보셔야 합니다. 그 모순된 틈새에 바로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진짜 권력'이 숨어 있으니까요. 언소주 사설 탐정은 내일도 수상한 기사의 행간을 들고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