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ui9cLwNXpxc?si=szo6mv7PLVVgivNY
윤민수.신용재 / 인연 (원곡.이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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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첩홍도
김 길녀
겹겹히 쌓은 붉은 문장
열흘은 길다
딱 ,
사흘만
내 남자로 머물다 가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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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길녀 (1964~2021) 시인의 시 ' 만첩홍도'는
같은 이름의 '작은 시詩앗 채송화' 동인지 만첩홍도의 표제 시다.
.......
주일 미사를 마치고 성당 모퉁이를 지나다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유월 첫 일요일 그 파란 하늘을 감아도는 짙은 장미의 향기는 무심한 발걸음을 잡아 끌었다.
붉게 뚝뚝 사람이 떨어지고 떨어진 자리마다
아픔이 배어 온다.
향기 속에서 배시시 웃고 있는 사람이 떠오른다.
꽃 ! 아니 세상의 온갖 식물이라면, 식물도감에 실려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친구 꽤듯이 알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계절마다 피고 지는 온갖 꽃과 이파리들이 시들고 낙엽이 되어질 때 까지 종종거리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
언젠가 한 밤중에 일과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버려진 화환 가운데 좋아하는 꽃들을 한아름이나 뽑아왔던 황당한 일들도 있었다
어느 신장개업 집 앞자리에 버티고 섰던 화환이었겠으나 여기저기 꽃병에 물병에 담아
집안을 장식하였다.
해처럼 환하게 잘 웃던 사람.
장미나 백합 보다는 산이나 들에서 사태나 듯 피어나는 꽃들을 좋아하던 사람.
꽃 박람회를 다녀오고 ' 아니야 , 사람 손길로 다듬어 꾸며진 꽃들은 진짜 꽃이 아니야 ' 하던
그에게 강원도 깊은 산 사시사철 피우는 야생화를 보여주지 못함이 아쉽기만 하다
딱 ,
사흘만
내 남자로 머물다 가시라 .
살다보면 자주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이미 머무는 곳에 있지 않은 사람.
오늘 詩 '만첩홍도 '를 읽다가 시인의 삶이 몇 해전 멈춰지고 말았다는 것을 알았다.
만나고 헤어지고 하지만 다시 만날 수 없는 것을 알고 있다면 지금 이 시간 내 곁에 있는 많은 이들을 더 사랑하며 살아야 할 것같다 .
오늘도 쓸데없이 긴 글로 어설프게 나의 심정을 적어 보았다.
시인이 떠나기 전 예감이나 한듯이 써놓은 詩 한 편으로 부끄러운 심사를 가리워야겠다 .
" 딱 ,
사흘만
그대의 꿈으로 머물다 가리다"
수목장 산책
여자는 유언으로 부고 알림
장례식 없이 주목나무와 함께
사계를 느끼고 싶어 했다
여자의 바람대로 생의 가장
긴 시간을 함께한 세 사람
조용하게 여자와 작별식을 갖었다
일 년에 한 번 그날이 오면
여자가 애정했던 고요,
아꼈던 찻잔에 담아
하루는 맑게 쉬었다 가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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