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님바람 (1958)
고명기 작사 한복남 작곡 황정자 노래
1.
꽃바구니 대굴대굴 금잔디에 굴려 놓고
풀피리를 불러 봐도 시원치는 않더라
나는 몰라 웬일인지 정녕코 나는 몰라
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품에 스며 오네
2.
삼단같이 치렁치렁 동백기름 검은 머리
천리춘색 봄바람에 속타는 줄 모르니
꿈도 많고 한도 많은 열여덟 봄아가씨
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품에 스며 오네
3.
아즈랑이 가물가물 낮꿈 꾸는 한나절에
칠보단장 꾸민 얼굴 어느 뉘게 보이리
안절부절 못하고서 뒷문만 들락날락
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품에 스며 오네
노래를 이토록 멋들어지고도 시원스럽게 하는 가수가 있었단 말인가!
우리 흘러간 추억의 가수들의 노래를 찾아 들으면서
매번 절로 나오는 탄성을 내 어찌할 수가 없다.
황정자(1927-1969)는 서울 출생으로 8살 때부터 순회극단을 따라다니며
무대에서 막간가수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한다.
그러니까 벌써 노래에 타고난 소질이 있었던 것이다.
님의 나이 14세에 조명암 작사 이봉룡 작곡의 '살랑춘풍'을 부른 것이 데뷰곡이라 한다.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악보도 잘 모르면서 언문 좀 아는 걸 가지고
종잇장에 가사를 적어 노래를 연습하였다고 하는데
놀랍게도 몇번만에 금방 숙달하며 주위를 놀라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선가 황정자는 벌써 어려서부터 천재가수로 알려졌다고 한다.
노래를 이해하고 감정을 조절하면서
저 빼어난 음성으로 멋들어지게 노래를 불러대는 솜씨가 가히 천하 일품인 것이다.
황정자는 해방과 6.25를 거치며 주로 50년대에 왕성한 활동을 한다.
54년에 나온 '노래가락 차차차'는 "노세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하면서
온 세상을 요란스럽게 하였고,
56년에 부른 님의 '오동동타령'은
"오동추야 달이밝아 오동동이냐 동동주 술타령이 오동동이냐...."
하는 야인초(野人草)님의 낭만과 시정어린 노랫말을 감쪽같이 살려내면서
삽시간에 전국 방방곡곡을 '오동동 오동동'으로 들뜨게 한다.
지금 이 노래 '봄바람 임바람'은 58년에 나오는데
님의 멋진 가창력을 세상에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것이었고,
59년에 부른 '처녀뱃사공'은
노래의 애닯은 사연과 함께 민족의 애환이 담겨 흐르는 민족의 노래로 널리 불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원한 가수가 사생활 면에서는 그리 행복하지는 못하게 살다가 일찍 타계한 것으로
나오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