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오스본(1948년생, 본명 John Osborune)은 블랙 사바스의 리드 보컬이었다. 그는 1979년에 그룹을 탈퇴한 이유를 1980년 9월 영국 런던의 캐피털 라디오에서 방송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데뷔 앨범 전체를 방송하며 DJ와 마주앉은 그는 1시간에 걸쳐 블랙 사바스를 떠난 후의 생활과 새로운 음악인생에 대해 설명했다. 블랙 사바스 시절 오지 오스본은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할 수 없었다고 판단하고 앨범 <Never say die>의 프로모션 투어로 미국을 순회할 때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오지 오스본이 새로운 모습으로 팬들 앞에 나타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Lee Kerslake(드럼)는 유라이어 힙Uriah Heep을 떠나 쉽게 오지 오스본 곁으로 와 주었고, 레인보우를 뛰쳐나와 여러 밴드의 가입 요청을 뿌리치고 참여한 Bob Daisley(베이스)도 오지 오스본의 음악관에 공감해 주었다. 드라마틱하고 정열적인 로큰롤을 연주하고 싶었던 오지 오스본에게 자신의 이름을 딴 밴드를 결성해 만들어낸 1980년 1집 앨범<Blizzard of Ozz>는 그야말로 꿈의 실현과 같았다. 그런데 팀의 호칭에서 약간의 혼란이 있었다. 1981년 자료에 따르면, 세 가지로 구분되었다. 첫째는 'Ozzy Osbourne의 Blizzard of Ozz' 그룹, 둘째는 이름을 뺀 'Blizzard of Ozz', 셋째는 이름만을 부른 'Ozzy Osbourne'. 일본에서 보내온 자료에는 'Blizzard of Ozz'로 밝혀져 있다. 하지만 이들의 두 번째 앨범에서 기타를 제외한 베이스와 드럼 주자가 교체됐고 'Blizzard of Ozz'라는 단어가 빠진 것으로 보아 결국 이 팀의 이름은 앨범의 주인공인 'Ozzy Osbourne'으로 불려야 한다는 결론에 닿는다.
앨범 B면의 첫 곡 'Mr. Crowley'와 세 번째 곡 'Revelation'에서 멜로디 라인을 로크 주법으로 접근한 기타 연주가 귀에 쏙 들어온다. 바로 랜디 로즈Randy Rhoads의 솜씨다. 그는 밴드 Quiet Riot에 재적했던 인물인데 오지 오스본이 발견해낸 것. 마이클 쉥커나 리치 블랙모어의 기타 사운드와 유사한 듯하지만 좀더 멜로디와 팝적 감각이 살아 있다. 록발라드의 전설이 된 'Goodbye to romance' 등 모든 곡이 지금도 명곡으로 통하는 이 앨범은 헤비메탈을 대표하는 전설이 되었다. Lee Kerslake, Bob Daisley, Ozzy Osbourne, Randy Rhoads 같은 쟁쟁한 이름들 외에도 레인보우를 떠난 키보드의 Don Airey의 특별한 이름도 보인다.
이 앨범은 1980년 3월 22일부터 4월 19일까지 약 한달에 걸쳐 녹음을 완료했다. 오지 오스본은 그해 8월 24일 영국의 레딩 페스티벌의 출연자로 선정됐지만 연습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대신 컴백을 선언하기 위한 대대적인 순회공연에 들어갔다. 'The wild man returns!'라는 이름으로 펼친 16회의 공연은 영국 각지에서 전회 입장권이 매진되는 사태를 일으켰다. 또 화제를 모은 순회공연과 함께 앨범 발매에 앞서 발매된 싱글 'Crazy train'이 가세하면서 데뷔 앨범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자극받았다.
데뷔 앨범은 발매되자 순식간에 영국 톱 10에 올라 장기간 머물렀다. 한 달 정도 휴식을 취한 오지 오스본은 이례적으로 다시 순회공연에 나서 팬심 속으로 스며들었다. 소속 레코드 JET에서는 급히 'Mr. Crowley'와 'Suicide solution'을 라이브 싱글로 발표하기도 했다. 1980년 말인 당시에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블랙 사바스와 오지 오스본이 각각 순회공연 중이었는데 양쪽 팬들이 앵콜 곡으로 'Paranoid'를 원하자 두 그룹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 불꽃 튀는 대결을 벌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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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과 지미 헥드릭스를 원점으로 하는 헤비메탈/하드록의 시작 이후 딥 퍼플과 레드 제플린 등의 화려한 인기와 달리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는 활동이나 인기 측면에서 다소 불운한 그룹에 속한다. 데뷔곡 'Hush'를 히트시킨 뒤 네 번째 앨범 <In Rock> 앨범을 발표한 1970년부터 1976년 해산까지 수많은 명곡을 남긴 딥 퍼플이나, 1968년 충격적인 데뷔와 함께 항상 록계를 이끌었던 레드 제플린과 비교하면, 블랙 사바스는 <Paranoid>(1970), <Iron Man>(1972) 정도로 한정된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Changes'와 'She's gone'은 국내 히트곡).
이는 이들의 음악이 마니아적 속성이 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블랙 사바스를 따르는 열광적인 팬들이 있지만 결국 블랙 사바스는 오버그라운드로 부상할 수 없었다. 이름처럼 음울한 이미지와 함께 헤비메탈 언더그라운드의 제왕으로 만족해야 했다.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온 블랙 사바스는 해산 상태에서 과거 레인보우의 보컬 로니 제임스 디오를 맞으며 경이적인 변신을 통해 기적적인 회생을 한다. 딥 퍼플도 레드 제플린도 사라진 헤비메탈/하드록 무대에서 블랙 사바스가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래주었지만 한편에서는 이를 기뻐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로니 제임스 디오를 거부하는 무리들이었다. 이들은 '블랙 사바스=오지 오스본'이라는 의식을 지켜온, 블랙 사바스 데뷔 이래의 골수 팬들이다. 이런 와중에 블랙 사바스를 떠났던 오지 오스본이 노래하기 어려운 곡들만 들고 팬들 앞에 과감히 나타난 것이었다.
오지 오스본은 백색의 의상을 즐겨 입었다. 'Blizzard'는 '눈보라'라는 뜻이다. 워싱턴과 뉴욕 같은 미국 동북부를 기습하는 기상 이변을 주제로 미국 작가 조지 스톤이 쓴 작품의 제목도 똑같다. 오지 오스본은 아마도 이 소설의 눈보라처럼 록 음악계에 'Snow shower'를 일으키고 싶었던 모양이다. 눈은 더러움을 모른다. 깨끗한 눈 속의 '록 샤워'에 흠뻑 젖어들게 했던 오지 오스본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