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旅通信 11
백 승 돈
< 追話數題 >
ABC를 등정하고 나서 下山路程도 신경을 많이 썼다. 산을 내려오다가 다리를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낭패를 본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계속 이어지는 계단길에서 턱이 높은 계단을 내려갈 땐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이 심해서 게걸음으로 천천 히 내려왔다.
히말라야 상공에는 가끔 해리콥터가 뜬다. 조난사고나 트래커가 크게 다쳐 응급 후송을 해야 할 경우, 그렇지 않더라도 전혀 걷지를 못하게 되면 부득이 헬기를 부른다고 한다. 한번 출동하는데 미화 1,500불 약 200만 원이 든다고 한다.
해 발 2,500m 고지대인 '도반' 이하에서는 말을 불러 환자를 싣고 내려오기도 하는데 그것도 삼십여만 원이라고 한다. 어쨌든 그런 불상사가 있어선 안 되겠기에 내려오는 발걸음이 더욱 조심스러웠다.
3일간의 일정으로 무사히 다 내려와 포카라 해리의 숙소로 돌아왔다. 해리는 "형님 이 ABC를 잘 다녀올 수 있을까" 속으로 걱정을 했다 고 실토를 한다. 자기가 알기로는 최고령자라고도 했다.
트래킹을 예상보다 일찍 마쳐 가이드 와의 계약 기간에서 이틀이 남았다. 그래서 하루는 포카라 시티 투어를 했다.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로 관광버스 타고 여러 관광지를 순회하는 방식이다. 요금은 800루피 인데 가이드 목까지 부담한다. 단 관광지마다 입장료도 만만치 않은데 나만 내고 가이드는 무슨 쯩을 내보이면 免費다.
버스에는 대다수가 인도에서 온 남녀노년 층인데 힌두어를 쓰는 그들은 네팔하고는 소통이 된다고 한다.
열 군데 쯤 관광지를 들렀는데 대략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마하데브 케이브는 지하 10층 쯤 내려가는 동굴이다. Davis Fall은 소규모 폭포인데 스위스 관광객 여인이 빠져 죽었다고 해서 악명이 났다.
마 핸드라 케이브는 암반이 깊게 파인 골짜구니인데 영겁의 세월을 느끼게 한다.
품 디코트 마하 데부는 힌두교 사원인데 거대 신상이 있고 지대가 높아 포카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눈 덮힌 히말라야 연봉도 조망할 수 있다.
빈드하이야 바니니 템플은 불교사찰이라는데 힌두교의 영향을 받아 우리의 절과는 다르다.
세티 리버는 이름이 강이지만 좁은 수로로 금류가 흐른다.
마 핸드라 케이브는 역시 동굴인데 우리 광명동굴의 손자급 정도다.
Bat Cave는 오늘 시티투어의 白眉다.
박쥐동굴이라고 이름이 붙었지만 무슨 박쥐가 있겠는가 했는데 웬걸 동굴 속으로 깊게 들어가니 천장에 박쥐떼가 바글 바글 붙어 있다. 비좁은 통로로 기어내려가고 또 기어 오르기도 하는데 발을 디딜 턱이 불안정 하고 높낮이 간격도 커서 가랑이를 크게 벌려야 한다. 통로가 좁아 운신하기도 어렵다.
가이드가 내게 갈 수 있겠냐고 자꾸 묻는다. 안 가면 여기서 살자는 말이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니 그냥 되 돌아 나가면 된다고 한다.
몸이 유연한 젊은 애들이나 하는 걸 알았는지
인도 노인들은 모두 포기하고 들어오지도 않았다.
순간 내가 고관절에 문제도 있는데 만약 '삐끗' 이라도 한다면 낭패라는 생각이 들었다.
되돌아 나왔지만 잘한 선택인듯 했다.
< 싸랑코트 트래킹 >
포카라 뒷동산 격인 싸랑 코트는 해발 1,900m 나 되어 동산이라고 하긴 덩치가 크지만 아름다운 산이다. 기존의 촌락이 있고. 산록에서 정상에 이르는 요소요소에는 호텔, 롯지, 레스토랑, 카페 등이 들어선 관광 명소가 되었다.
케이블 카도 있고 짚 라인과 페러글라이딩도 하고있다.
포카라가 이미 근 천미터 고지대이니 나는 천미터쯤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지만 케이블카 스테이션까지의 거리도 상당히 멀어 그 거리를 시내에서 걷는다는게 마음에 내키지 않는데 혜리가 오토바이로 거기 까지 데려다 주어서 상향 편도만 케이블카를 탔다. 요금은 1,060루피 다.
싸랑 코트는 참으로 매력 있는 지역이다. '배산 임수', 앞으로는 페와호수가 내려다보이고, 뒤로는 흰 눈이 덮힌 히말라야 연봉이 그림같이 둘러 쳐저 있다. 기후도 온난하여 녹음이 우거지고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도 활짝 피어 있다.
추위를 몹시 타는 나는 강원도 산속에서 엄동설 한을 나는 게 힘이 드니 그 기간 동안 이곳에 와서 휴양하며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네 곳곳에는 홈스테이 라는 표지판도 걸려 있는 걸로 봐서 그렇게 하는 이도 있는 듯하다. 물가 수준이 낮으니 제반 경비와 생활비도 한국에서 보다는 저렴할 것 같다.
싸랑코트 정겨운 산간 동네 길을 이리저리 걸으며 한가로운 여유와 행복감에 젖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