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보람, 그 아름다웠던 추억들>
김영동
- 다섯 번째 이야기
- 제목 : 선생님, 천사가 못되었어요
지금부터 약 40여년 전 B삼육초등학'에서 있었던 일이다.
삼육초등학교는 미션 스쿨이라 정규 교과외 성경괴목을 주당 1~2시간 필수로 가르친다. 요즈음엔 전국 10개의 삼육초등학교에 교목 목사님이 계셔서 성경과목을 직접 가르치지만 그때 당시엔 사정이 여의치 못하여 담임교사가 직접 성경과목을 가르쳤다 교사는 모두 재림교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3학년을 담임해서 성경수업을 하는 어느 날이었다 그날 가르친 내용은 창세기 32장에 나오는 '천사와 씨름한 야곱'이다. 야곱이 형 에서를 속인 죄로 멀리 외삼촌 댁에서 오랜 세월동안 살다가 이제 그의 식솔들을 이끌고 형에게 드릴 많은 예물을 준비하여 고향으로 돌아가는 중 형 에서의 군대가 쳐들어 온다는 소리를 듣고 불안하여 떨고 있는데 얍복강가 나루에 이르렀을 때 한 천사가 나타난다
야곱은 그를 붙들고 "당신이 내게 축복하지 않으면 결코 당신을 놓지 않겠나이다" 하면서 그를 놓지 않았다.
그 천사와 밤새도록 씨름한 편이다. 그런데 천사가 하늘로 올라가야 하는데 야곱이 놓지 않으니 천사는 할 수 없이 야곱의 환도뼈를 쳐서 놓게하고 "네가 씨름에서 이겼다. 오늘부터 네 이름을 아곱이라 하지말고 '이스라엘' 이라 하라" 라고 하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그런 내용을 가르쳤다.
갑자기 맨앞에 앉은 얼굴이 곱상하고 총명한 K군이 눈물을 글썽이면서 "선생님 천사가 못되었어요(못땠어요?). 천사가 나빠요 반칙했어요"하지 않는가.
순간 나는 당황하고 이 일을 어쩌나 천사를 두고 못되었다, 나쁘다, 반칙했다고 했으니 이것 참 난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잠시 후 난 그에게 "그래 천사가 어떻하겠느냐? 천사는 하늘로 올라 가야 하는데 야곱이 붙들고 놓지 않으니 그럴 수 밖에"
그 녀석이 생긋 웃으면서
"선생님 환도뼈를 안 쳐도 놓게하는 방법이 있어요."
"어떤 방법?"
"그건 아주 간단해요. 천사가 '호호호' 하면서 야곱을 간질이면 야곱이 긴지러워서 붙들었던 팔을 놓게 되요."
그 순간 교실 안엔 폭소가 터졌다. 깔깔거리고 야단났다. 나도 웃음이 나왔다. 한참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동화세계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인데 이게 교실 안 현장에서 일어났으니 말이다!
잠시후 나도 웃음을 감추고 " 얘, 너 참 기발한 아이디어다. 어떻게 그렇게 생각했는데?" 하면서 그 장면을 실지로 교실에서 실험해 보기로 했다. 그 녀석을 앞으로 나오게 했다. 이제 역할분담하는 것이다.
그 녀석은 야곱이 되고 나는 천사 역할을 한다. 그 녀석은 손가락을 꽉 끼고 내 허리를 강하게 붙잡는다. 조금 후에 내가 '호호호' 하면서 그 녀석 몸을 간질이기 시착했다.
아~, 그런뎨 그 녀석이 나의 간질음에 못 견디어 꽉 잡았던 손을 '헤헤헤' 하면서 놓고 말있다. 그랬더니 교실에는 웃음소리, 박수소리가 떠나갈 듯 했다. 와~, 그 녀석의 아이디어가 아주 적중했다.
왜 천사가 '간질이기' 용법을 사용하지 않았을까?ㅎㅎㅎ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왜 천사가 이 간단한 방법을 쓰지 않고 환도뼈를 쳤는지 알 수 없다. 그 대답을 하늘나라에 가서 그 천사를 만나서 질문하고 대답을 들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어린이 여러분! 그 대답 모두 듣고 싶죠? 그러면 우리 모두 하늘나라에 가야되요. 이 일에 함께 할 사람 손들어 봐요." 40여명의 학생이 일제히 손을 들었다. 양손 든 아이들도 있었다.
나는 은퇴한지 12여년이 되었지만 아직 내 역할은 끝나지 않았다. 그때 약속한 그 아이들을 데리고 야곱의 환도뼈를 친 그 천사를 만나서 질문과 직접 대답을 듣게하는 것까지가 나의 교사의 마지막 역할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ㅎ
이이들은 무궁무진한 이이디어와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녔다. 교사는 그들의 잠재력과 가능성믈 최대한 개발해 주어야 한다. 이이들은 우리의 꿈이요, 희망이요, 미래이다.
'사랑은 교사의 생명이요, 연구는 교사의 영양이며, 열심은 가장 좋은 교수 방법이다' (나의 교사 좌우명)
K 군은 당시엔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소식에 의하면 일본에서 사업을 한다고 한다 그 친구도 참 보고싶다. 이제 머지않는 그날 하늘나라에서 K군을 비롯하여 40여 명을 데리고 그 천사를 만날 것을 오늘도 기대하며 기도한다.
2024.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