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2권 8-8 8 즉경即景 보이는 경치 그대로 8 만청晚晴 늦게 개다
우후산용벽雨後山容碧 비온 뒤엔 산 모양이 푸르른데
운수제경유雲收霽景幽 구름 걷혀 갠 경치 그윽하여라.
초근충유어草根虫有語 풀 속에선 벌레들이 속살거리고
화저접생수花底蝶生愁 꽃 밑에선 나비 근심에 잠기누나.
로중송지곡露重松枝曲 이슬이 무거워서 솔가지 휘고
풍미목엽유風微木葉柔 바람 산들 불어 나뭇잎이 부드럽구나.
모자갱청절茅茨更淸絕 띳집 더욱 맑고도 깨끗한데
림외유명구林外有鳴鳩 수풀밖엔 구구거리는 비둘기 있네.
►만청晚晴 저녁 날씨가 맑다.
노년에 이룬 바가 있다. 노년 생활이 넉넉하다. 말년의 생활이 풍요롭다.
●만청晚晴 저물녘 날이 개어/혜심慧諶(1178-1234)
점개산색간무염點開山色看無厭 점점點點이 山 빛이 열리니 보아도 싫지가 않고
세출앵성청갱신洗出鶯聲聽更新 씻은 듯한 앵무새 울음소리 들을수록 더욱 새롭네.
다사만림특일제多謝晩霖特一霽 너무나 고맙게도 저물녘에 장마가 대번에 개니
착사자미위한인着些滋味慰閑人 뚜렷하고도 작은 재미가 한가로운 사람을 위로해 주는구나.
●만청晚晴/이상은李商隐(813-858)
심거부협성深居俯夹城 깊은 산속 오두막에서 성안을 내려다보니
춘거하유청春去夏猶清 봄은 이미 가버리고 여름이 왔구나
천의령유초天意怜幽草 빗물을 머금은 풀들은 하늘의 보살핌을 받고
인간중만청人间重晚晴 다시금 싱그러운 초저녁이 왔네
并添高阁迥并添高阁迥 높은 누각에 오르니 천지가 아득히 펼쳐지고
미주소창명微注小窗明 석양은 작은 창 너머로 비추인다
월조소간후越鸟巢干后 철새의 둥지는 말랐고
귀비체경경归飞体更轻 아기 새는 다 커서 북으로 돌아갈 채비 한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