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h'는 밤새 뒤척이며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월 1~2회정도 치르는 불면의 밤을 나와같은 침대에서 치를 줄이야.
정기적으로 뒤척이는 내가 신경쓰이는듯 괴로워 하는 것 같다.
2006.3.11 강남의 한 모텔
연인이 아닌 장년의 사나이 둘은 다음날 이루어질 제77회 2006 동아국제마라톤대회 참가를위해 하루를
묵고 있는중이다.
지난 10월 춘천마라톤 대회이후 약5개월이 지난 뒤다.
악몽같은 레이스후 다시도전하는 42.195km
그 이유는 도전하는 짜릿함
그 외는 설명할 수 가 없다.
나와 마라톤이라는 언어를 공유 하는 친구 네명의 이력을 공개하지 않을수없다.
첫째, 친구 " k" (풀코스 완주경력 4회)
그는 나를 마라톤에 입문하게 해 주었다.
놀라운 정신력의 사나이다.
간경화 판정을 받고 인터페론 치료를 거부 하고 생식을 하며 불치병을 물리친사나이
갑자기 뜻한바 있어 산속으로 들어가 고시 공부를 시작해 2년만에 1차시험을통과 하고 두어번후 과감히 포기한 사나이
(고시는 시작후 3~4년이 지나야 1차를 통과할 수준에 도달한다)
수술후 약10일 만에 연습없이 풀코스완주한 사나이(경험자의 경우 4~5개월은 연습해야 하는데...)
그는 무리로 인해 좌골 신경통이생겨 이번대회는 포기다.
아니면 마라톤과 영영 이별을 할지도 모른다.
둘째, 친구 " j " (풀코스 완주경력 1회)
공수 특전사 출신으로 부대내 마라톤선수출신
전역 전날까지 산중생활을 했단다.
등산으로 다져진 다부진 사나이
현재 공무원 으로 군복무시절의 이야기는 비밀이 많아서 함구중
가족이 함께 상경해 호텔에 묶고있다.
셋째, 친구" h " (풀코스 첫번째)
역시 공수 특전사 출신으로 군시절 지리산이 고향이란다.
고공침투가 전문으로 전시엔 원산 모 기지 침투 란다.
왕년에 운동깨나 해서 전국대회 입상까지 했다.
5시 30분 기상
밖을 나서니 칠흑같은 밤 꽃샘 추위가 매섭다.
간단히 식사를 한 후 출발지까지 지하철을 이용 했다.
안국역에서 하차하니 출전 선수들로 인산인해.
애써 태연한척 하지만 긴장의 빛들은 숨길수없다.
출발지인 광화문네거리 형형색색의 유니폼이 장관이다.
경쾌한 음악이 흐르는 행사장에서 우리둘은 힘찬 하이파이브를 하고 헤어졌다.
"무리하지말고 이상이 있으면 중도 포기하라."
-마라톤은 강한 정신력과 인내심을 요하는 운동이라서 무리가 오면 포기를 하지않아서 사고가 발생
한다. 어쩌면 골인 지점 까지 죽음과 여행을 한다고보면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현장의 아나운서가 멘트가 분위기를 북돋운다.
-2006서울 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7회 동아미라톤 대회, 24.356명 출전
잠시후 8시에 이곳 광화문을 출발하여 중심가를 돌아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 도착 합니다.
서울지방 현재기온 영하5도, 체감온도 영하10.8도 북서풍이 강하고 한파주의보가 발효중 입니다.
본 대회는 KBS, 일본, 중국, 유럽5개국에 생중계되고 있읍니다.
날씨나 현장 여건이 사고의 위험이 상당하니 몸에 이상이 느끼면 중도포기 하십시요.-
친구 ' h ' 가 걱정 스럽다.
아뿔싸 나중에 알았지만 오늘도 사망사고가 있었다.
남대문을 거쳐 을지로를 왕복하는 최초 5km 구간은 살을 도려내는 칼바람이 빌딩숲 사이로 불어온다.
청계천을 왕복하는 10km가 오늘의 하이라이트다.
복개된 청계천은 너무 인공적이라 실망했다.
다만 처녀 불알도 구할수 있다는 청계천의 생동감과 다양성은 한번쯤 다녀 오라고 권하고자 한다.
외국에도 자랑 할 수 있을것같다.
한국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함축 하는 것 같다.
종로거리를 대낯에 누구의 제지도 없이 달릴 수 있다는 뿌듯함이 발걸음을 가볍게한다.
25km이후 부터 5km마다 스트레칭 하기로 했다.
잠실대교를 건너기 직전은 35km지점으로 몸에 이상이 느껴진다.
잠실대교는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겨를도 없이 역풍에 강바람이 나의 전진을 방해한다.
석촌호수를 지나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 구간(38km~40km)은 이제까지 달려온 거리보다 길기만하다.
드디어 잠실올림픽 주경기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4시간벽을 돌파해야 하기때문에 힘을냈다.
칼 루이스가 달렸던 트랙을 힘차게 달렸다.
3시간 58분 58초
도착시 기온은 영하 3.2도, 체감온도 영하 8.6도
얼어붙은 몸을 감싸고 친구 ' h ' 와 약속한 장소에 한참을 기다려도 나타나질 않는다.
누가 응급 조치되었다는 불길한 소식도 들린다.
불한하다.
잠 한숨 못잔점, 연습이 충분치 못한점, 강풍에 강추위, 마라톤 첫 완주등 사고의 인자를 골고루 갖추었으니 이것참.
한참을 기다리고 전화를 하니 친구 ' h ' 의 반가운 목소리
(후일담인데 오늘 사고자와 함께 레이스 경쟁을 했고 스러지는 순간까지 목도를 했단다)
"살았냐"
"오 케이"
"완주 했냐"
"오 케이"
첫댓글 부럽네 그대의 고집스런 도전이...........
난도~~멋져~~몸짱 ! 한번 보고 싶으이...ㅎㅎ
대단하다 너무 무리하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