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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학명
벼과 |
Sasa borealis |
조리는 곡식에 들어 있는 이물질을 걸러내는 기구다. 옛날에는 가을에 벼를 베어 수확하면 흙으로 된 마당에서 바로 이삭을 털어내어 방아로 찧었다. 으레 쌀에는 돌이 섞이기 마련이므로 밥 짓기에 앞서 조리로 쌀을 일어야 했다. 지금이야 벼 수확에서 마지막 쌀 찧기까지 모두 기계로 이루어지니 밥에 돌이 들어가는 일이 없지만, 옛 주부들은 조리로 쌀을 이는 기술도 중요한 능력평가 항목 중 하나였다. 귀한 손님이 식사 중에 돌이라도 씹으면 안주인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옛사람들의 필수 부엌기구인 조리를 만드는 재료로 쓰이는 ‘조리 대나무’가 조릿대다. 조리의 크기는 지름 15센티미터 전후의 삼각형이고, 긴 손잡이가 달려 있다. 조리는 물속에서 흔들면서 쌀을 이는 기구로 가볍고 물이 잘 빠져야 하므로 조리 만들기에는 조릿대가 안성맞춤이다.
우리의 전래 풍습에는 정월 초하룻날 1년을 쓸 조리를 한꺼번에 사서 실이나 엿 등을 담아 벽에 걸어두었다. 이는 조리로 쌀을 떠서 이듯이 복도 그렇게 뜨라는 의미로 복조리라 불렀다고 한다.1)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정월 초하루 첫새벽에는 복조리 장수가 ‘복조리 사려!’를 외치면서 골목을 누볐다. 먼저 사는 것이 복을 더 많이 가져온다고 여겨 새벽 일찍 구입하였으며, 복조리 값은 깎지 않았다.
조릿대는 전국 어디에서나 숲속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난쟁이 대나무다. 남쪽은 제주도에서부터 북한의 고산지대까지 추운 곳과 더운 곳을 가리지 않으며, 고도 1500미터에서도 큰 나무 아래에서 무리를 이루어 자란다.
조릿대는 뿌리줄기로 뻗어나가면서 거의 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땅 표면을 뒤덮기 때문에 급경사지에서는 땅을 보호하고 건조를 막아주는 유익한 기능도 있다. 그러나 자기들끼리만 자라면서 다른 식물이 들어올 틈새를 주지 않는, 오직 나 혼자만 잘 살겠다는 특성이 말썽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번 조릿대가 번식을 시작하면 온통 자기네들 세상으로 변한다. 예를 들어 한라산의 제주조릿대는 방목이 줄어들면서 너무 많이 번식하여, 수천 년을 같은 생활공간에서 살아오던 시로미나 구상나무 등 희귀식물의 자람 터를 나날이 침범해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조릿대는 대나무의 특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잎사귀 모양이 대나무와 거의 같고 늘푸른나무라는 것도 대나무와 마찬가지다. 다만 키가 1미터 남짓하고 굵기는 지름 3~6밀리미터 정도다. 꽃은 5~6년마다 한 번씩 핀다고 알려져 있으나 일정하지 않다. 꽃이 피고 나면 지상부는 죽어버린다. 줄기는 가늘고 유연성이 좋아 쉽게 휘고 비틀 수 있으므로 조릿대 줄기는 조리 만들기 이외에도 작은 상자나 키, 바구니 등 옛사람들의 각종 생활기구 재료로 널리 쓰였다. 근래에는 대나무 잎의 약리작용과 관련된 여러 연구가 성행하고 있으며, 민간에서는 암을 비롯한 난치병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조릿대 종류는 신이대, 제주조릿대, 섬조릿대, 갓대 등이 있으며 일본과 중국에도 비슷한 종류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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