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바리톤 김태한의 우승법
김태훈 기자
입력 2023.06.04
‘천상의 목소리’로 불린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생전 체중이 160㎏까지 나갔다.
오페라 ‘라보엠’에서 가난한 예술가 청년 역을 맡았는데 육중한 체구 때문에 소품 의자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1853년 초연된 베르디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에서
여주인공 비올레타를 맡은 소프라노 패니 살비니 도나텔리도 체격이 풍만했다.
건장한 비올레타가 “폐결핵에 걸려 하루밖에 못 산다”고 하자 객석에서 폭소가 터졌다.
일러스트=이철원
▶대학 시절 음대생에게 성악가의 체구가 당당한 이유를 들은 적이 있다.
“몸이 커야 호흡이 길고 성량도 풍부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울림통이 커야 한다는 뜻이다.
체중을 줄였다가 후회한 사례도 여럿 있다.
선박왕 오나시스의 연인이었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는 100㎏ 넘던 체중을 30㎏ 넘게 감량한 뒤
“첫째 체중을 잃었고, 그다음엔 목소리를 잃었다”고 한탄했다.
▶22세의 바리톤 김태한이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정상에 서자
많은 사람이 서양인 못지않은 그의 체구를 주목했다.
소식을 전하는 뉴스에 ‘한국 남자 성악가가 세계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데’
‘파바로티나 도밍고 등은 호흡과 발성 체형이 우세해 따라잡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같은 댓글이 달렸다.
남자로선 한국은 물론 아시아 첫 사례니 그런 반응이 나올 법도 했다.
그간 이 대회 성악 부문 한국인 우승자는 소프라노 홍혜란과 황수미였다.
▶바리톤은 ‘낮은 음성’이란 뜻의 라틴어 ‘바리투스’에서 비롯됐다.
서양에선 남성이 선천적으로 물려받는 가장 흔한 음역이다.
김태한의 우승은 이런 불리한 조건을 부단한 연습으로 딛고 이룬 쾌거다.
하지만 성악계에선 ‘타고난 신체 조건은 더 이상 결정적 변수가 아니다’라고 한다.
체구보다는 성대 자체의 기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성대를 연마하고 여기에 근력까지 키우면 뱃심에 의지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높은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고 한다.
3대 테너 중 한 명인 호세 카레라스, 미남 성악가로 명성을 날린 프랑코 코렐리 등이 대표적이다.
목소리 못지않게 몸 맵시가 중요해진 미디어 시대가 부른 변화이기도 하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우리 청년들은 정상에 가기까지 과정 자체를 즐긴다.
김태한도 우승 후 “목표는 최선을 다해 무대를 즐기는 것이며 앞으로도 행복하게 음악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싸이가 부른 ‘챔피언’은 ‘진정 즐길 줄 아는 여러분이 이 나라의 챔피언입니다’로 시작한다.
즐기며 노래하고 성취하는 그에게 축하 박수를 보낸다.
관련 기사
바리톤 김태한, ‘세계 3대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대회 우승
김태훈 기자 문화부에서 책과 문학을 담당했으며 현재 논설위원실에서 문화 부문 논설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
100자평 11
강력통치
2023.06.04 20:49:35
김태한이 나중에 남자 조수미가 될 수 있으면 챔피언이 되는 것이지
그동안 세계 유명 콩쿨에서 입상하거나 우승한 성악도들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그 이후가 중요하다!!
세계 무대에서 어떤 활약을 했고 오랫동안 가수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지
콩쿨 입상은 이제 언론에서 지양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예술가의 생애는 길고 긴 마라톤이기 때문이다.
베토벤과 모차르트
2023.06.04 21:31:31
콩쿠르는 전문 음악인으로서의 출발점입니다. 다만 입상하지 못한 사람에 비해서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리하지요. 똑 같은 사람인데도 입상만 하면 세간의 대우가 달라집니다. 가령 요즘 가장 핫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경우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했는데 우승 이후라고 그 전보다 실력이 나아진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승 전후 임윤찬의 위상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습니다. 그게 바로 콩쿠르의 마법이지요. 다만 그렇다고 해서 평생 음악인으로서의 입지가 보장된 것은 아닙니다. 유명 콩쿠르에서 1등을 하고도 결국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김태한씨는 성공의 길을 가야지요. 어쨌거나 그 나이에 비추어보면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유리한 위치에서 출발하는 거니까요.
루키스벤
2023.06.04 23:40:57
굳이 토를 달자면, 바리톤(baritone)은 라틴어 낱말 바리투스에서 온 것이 아니라 희랍어 barys(무겁다) + tonos(소리)에서 온 것입니다. 바리투스는 아마 baritus를 가리키는 것 같은데 이는 1. 코끼리의 코울림소리 2. (게르만족이) 전쟁에서 지르는 소리를 뜻합니다.
둥이할머니
2023.06.05 08:22:10
댓글에서 언급한 분이 계셨지만 우승입상은 김태한군의 시작이라고 봅니다.선천적으로 타고나는것이 첫째이겠지만 지금부터는 갈고 닦아서 바리톤계의 조수미가 되기를 성원합니다.최고는 그냥 이루어지는것이 아니라 생각되는데 세계를 감통케하는 김태한 바리톤 성악가 기대합니다.
tulip
2023.06.05 08:05:30
마리아칼라스는 오나시스의 동거인이었을뿐입니다. 잘 살펴보시고 글을 쓰셔야 할 듯합니다.
태평천국
2023.06.05 08:05:03
김태훈의 몸매 사진이 들어가는게 어려웠나요?
소롯길
2023.06.05 06:26:23
ㅋㅋ 조수미란 가수는 들어봤지만 황수미란 가수는 들어본 적도 없다 ^^.
밥좀도
2023.06.05 05:52:45
일이든 취미든 즐길 때에 좋은 성과가 나온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란 말처럼.
오병이어
2023.06.04 23:22:06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인생이 가장 행복하다. 바리톤 김태한, 즐기며 노래하라!
강화텃밭
2023.06.05 20:53:41
바리톤 김태한은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고 동얀인으로 처음 벨기에 '퀸 에리자베스 콩쿠르' 정상에 올랐다. 앞으로 클라식을 하려면 세계 지망생들이 모두 한국으로 몰려와야 할 형편이다. 그는 우승 후 "목표는 최선을 다해 무대를 즐기는 것이다." 라고 소감을 피력하였다. 그렇다. '호지자불여 낙지자'(좋아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만 못하다)를 언급 안 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하여 '낙지자불여 운지자'를 덧붙이고 싶다.
강건너59
2023.06.05 15:15:31
황수미는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