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댓글. 오랜만에 읽는 송수권 시인의 시는 여전히, 절절합니다. 30년도 넘은 시가 아직도 식지 않고 뜨뜻합니다. 나도 시인처럼,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둡니다. 돌로 눌러 죽이듯 간신히 억눌러 멈춘 정정(淨淨)한 눈물 끝에 검은 강이 일어나고, 그 강물 깊이 가라앉았던 죽은 누이의 말들이 반짝이는 돌로 살아 돌아올 것 같은 가을입니다. 젊어서 죽은 누이와 늙어서 죽은 할매와 일찍이 떠난 죽은 아비와 산천에 죽은 짐승과 살아생전 제자리에 고스란히 죽어있는 나무와 바닥부터 서서히 죽어가는 강물과 그 곁에서 죽은 풀들과……. 이 땅의 모든 죽은 것들이 가을산 그림자처럼 어른어른 살아 돌아올 것 같은 가을입니다. 지나간 것들이 모두 다 내 핏줄처럼 뜨거워, 그들의 눈썹 두어 낱이 기러기처럼 떼 지어 날아가는 그런 날들입니다. 지리산이나 섬진강, 동진강이나 금강하구라도 풀풀 다녀와야 할 것 같은 속수무책의 가을날이라, 그런 말씀입니다.
첫댓글 .
오랜만에 읽는 송수권 시인의 시는 여전히, 절절합니다. 30년도 넘은 시가 아직도 식지 않고 뜨뜻합니다. 나도 시인처럼,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둡니다. 돌로 눌러 죽이듯 간신히 억눌러 멈춘 정정(淨淨)한 눈물 끝에 검은 강이 일어나고, 그 강물 깊이 가라앉았던 죽은 누이의 말들이 반짝이는 돌로 살아 돌아올 것 같은 가을입니다. 젊어서 죽은 누이와 늙어서 죽은 할매와 일찍이 떠난 죽은 아비와 산천에 죽은 짐승과 살아생전 제자리에 고스란히 죽어있는 나무와 바닥부터 서서히 죽어가는 강물과 그 곁에서 죽은 풀들과……. 이 땅의 모든 죽은 것들이 가을산 그림자처럼 어른어른 살아 돌아올 것 같은 가을입니다. 지나간 것들이 모두 다 내 핏줄처럼 뜨거워, 그들의 눈썹 두어 낱이 기러기처럼 떼 지어 날아가는 그런 날들입니다. 지리산이나 섬진강, 동진강이나 금강하구라도 풀풀 다녀와야 할 것 같은 속수무책의 가을날이라, 그런 말씀입니다.
- 최현주 <사진으로 시를 읽다 -20>에서
가을비가
내리는 날에도 더위는
아직 물러니지 않지만
왠지
가을비를 맞으니
마음이 차분해집니다.ㅎ
창문과 앞문을 열어놓으니
비 내음이 섞인 바람이 스미고
빗소리까지 건너오는
토요일 아침
오랫만에
에어컨을 켜지 않고도
선선하니 이라 좋을 수가... 있나요...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최현주의 <사진으로 시를 읽다 - 21>을 읽으니(날짜에 맞추어 읽고 있습니다...)
글도 사진도
빗소리와 비 내음처럼 상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