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 麗人行(려인행: 미인들)
- 杜甫(두보)
麗人行: 미인들을 노래함. 題下에 ‘天寶 13년(754) 楊國忠은 虢國婦人(楊貴妃의 언니)과 이웃에 살며
수시로 왕래하고 있었다. 혹 나란히 앉아 立朝 할때에도 장막을 치지 않아 길거리 사람들이
눈을 가려야 할 지경이었다. 杜甫는 그래서 [麗人行]을 지었다’고 注를 달고 있다.
三月三日天氣新(삼월삼일천기신)하나,
삼월 삼짇 날씨 봄기운 새로우니,
三月三日: 음력 3월3일은 삼짇날.
곧 上巳節이라 하여, 물가에 나가 놀이를 하며 災厄을 씻어 버리는 습관이 있었다.
天氣新: 날씨가 봄기운이 새롭다. 날씨가 淸新하다.
長安水邊多麗人(장안수변다려인)이라.
장안의 물가에는 놀러 나온 미인 많네.
態濃意遠淑且眞(태농의원숙차진)하고,
용태는 색깔 짙고 뜻은 속세에서 멀리 떨어져 훌륭하고 참되며,
態濃意遠: 態는 容態. 外貌와 態度. 濃은 짙은 것. 색깔이나 행동 등이 분명하고 자신 있게 보이는 것.
意는 뜻. 생각. 遠은 俗世의 일이나 보통 사람들의 일에서 超然하여 멀리 있는 것.
따라서 이 구절은 貴族들이 의젓하고 존귀하게 보이는 것을 형용한 말임.
淑且眞: 훌륭하고 참되다. 淑. 眞은 옛부터 여자들의 미덕으로 알려졌음.
肌理細膩骨肉勻(기리세니골육균)이라.
살결은 곱고 매끄러우며 뼈와 살 균형 잡혔네.
肌理: 살결.
細膩: 곱고 매끄러운 것.
勻: 가지런하다. 고르다. 균형이 잡히다.
繡羅衣裳照暮春(수라의상조모춘)하니,
수놓은 비단옷 늦봄 경치에 비추이는데,
蹙金孔雀銀麒麟(축금공작은기린)이라.
금실로 공작 수놓고 은실로 기린 수놓았네.
蹙金孔雀: 축금은 금실을 대어 주름이 잡히게 수를 놓는 것. 따라서 금실로 공작 무늬의 수를 놓는 것.
頭上何所有(두상하소유)오?
머리 위엔 무엇이 있는가?
翠爲㔩葉垂鬢脣(취위압엽수빈순)이라.
비취 깃으로 나무 잎새 장식 만들어 귀밑머리 끝에 드리웠네.
翠爲㔩葉: 압엽은 나무 잎새 머리 장식. 따라서 비취새 깃으로 나무 잎새 머리장식을 만드는 것.
垂鬢脣: 귀밑머리 끝에 드리우다.
背後何所見(배후하소견)고?
등 뒤에 무엇이 보이는가?
珠壓腰衱穩稱身(주압요겁온칭신)이라.
구슬들이 허리 옷자락 누르고 있어 몸매와 잘 어울리네.
腰衱: 허리의 옷자락.
穩稱身: 안정되게 몸매에 어울리다. 옷이나 장식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몸매도 아름다움을 뜻함.
就中雲幕椒房親(취중운막초방친)은,
이들 중에서도 구름 같은 장막 속의 황후의 육친은,
椒房親: 황후(여기서는 양귀비)의 육친들.
椒房은 황후의 거처. 황후의 거실 벽은 흙에 山椒를 개어 발랐기 때문에 이런 호칭이 생겼음.
賜名大國虢與秦(사명대국괵여진)이라.
큰 나라 명호를 하사받아 虢國(괵국)婦人, 秦國婦人으로 불리는 분들이네.
虢與秦: 虢國부인(양귀비의 셋째 언니)과 秦國부인(여덟째 언니). 이 밖에 큰언니는 韓國부인에 봉해졌다.
紫駞之峯出翠釜(자타지봉출취부)요,
자주 빛 낙타의 등 봉우리 고기 요리가 비취빛 솥에서 나오고,
紫駞之峯: 자주색 털빛 낙타의 등 봉우리.
여기서는 낙타의 등 봉우리 고기로 만든 요리.
낙타의 등 봉우리 고기는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駞는 駝로도 씀.
翠釜: 비취색 솥. 비취빛 나는 아름다운 솥.
水精之盤行素鱗(수정지반행소린)이라.
수정 쟁반에는 흰 물고기 요리가 담기어 있네.
水精之盤: 수정 쟁반. 素鱗: 흰 비늘. 흰 비늘이 달린 깨끗한 생선.
犀箸厭飫久未下(서저염어구미하)하고,
외뿔소 뿔로 만든 젓가락은 음식에 싫증이 나 오래도록 손대어지지 않고,
犀箸: 외뿔소 뿔로 만든 젓가락.
厭飫: 좋은 음식에 실증이 나 먹기 싫은 것.
鑾刀縷切空紛綸(란도루절공분륜)이라.
방울 달린 칼로 잘게 썰어 공연히 어지럽기만 하네.
鑾刀: 난새 우는 소리가 나는 방울이 달린 칼.
縷切: 잘게 써는 것. 紛綸: 어지러운 것. 번잡한 것.
黃門飛鞚不動塵(황문비공부동진)하고,
내시는 나는 듯 말 몰고 오는데 먼지도 일으키지 않고,
黃門: 중서에 속하던 환관의 관청 이름. 궁전 안의 황문에 있는 내시들.
飛鞚: 본시 공은 말굴레. 여기서는 나는 듯이 말을 모는 것.
御廚絡繹送八珍(어주락역송팔진)이라.
궁중의 부엌에선 연이어 갖가지 珍味 보내오네.
御廚: 궁중의 부엌. 궁중의 음식 만드는 것.
絡繹: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
八珍: 여덟 가지 진미. 갖가지 진귀한 음식.
簫鼓哀吟感鬼神(소고애음감귀신)하고,
퉁소 소리 북소리 슬피 울려 귀신들도 감동할 지경이고,
簫鼓哀吟: 퉁소와 북소리가 슬프게 나다. 여러 가지 악기가 애상을 띤 음악을 연주함을 뜻함.
賓從雜遝實要津(빈종잡답실요진)이라.
손님들과 從者들 어지러이 몰려 요소요소에 차있네.
賓從雜遝: 손님과 종자들이 많이 모인 것.
實要津: 요소요소에 차있다. 요진을 정치의 실력자로 보고,
정치적 실력자들이 모여 가득 차있다는 뜻으로 보아도 좋다.
後來鞍馬何逡巡(후래안마하준순)고?
뒤에 오는 말안장 위의 분은 어찌 천천히 움직이는가?
鞍馬: 안장이 놓인 말을 타는 것.
逡巡: 뒷걸음치듯 우물우물하는 것. 여기서는 여유 있게 천천히 행동하는 모양.
當軒下馬入錦茵(당헌하마입금인)이라.
장막 문 앞에 와 말을 내려 비단 방석 위로 들어가네.
當軒: 집 문 앞에 당도하는 것. 장막 앞에 당도하는 것.
錦茵: 비단 방석.
楊花雪落覆白蘋(양화설락복백빈)하니,
버들 솜 눈처럼 떨어져 흰 개구리밥 위에 덮히고,
楊花: 버들꽃. 여기서는 버들 솜.
白蘋: 흰 개구리 밥. 수초의 일종으로 잎이 물위에 떠 있음.
靑鳥飛去銜紅巾(청조비거함홍건)이라.
푸른 새 날아가는데 빨간 손수건 을 들고 있네.
靑鳥: 파랑새. 옛날 서왕모의 심부름 하던 새. 그러나 여기서는 물새의 일종으로 봄이 좋겠다.
銜紅巾: 빨간 손수건을 물다. 물새도 여자들의 빨간 손수건을 물고 갈만큼
물가에 화려한 치장을 한 부인들이 많이 나왔음을 형용한 말로 봄이 좋겠다.
炙手可熱勢絶倫(자수가열세절륜)하니,
손을 대면 뜨거워 데일만큼 권세 비길 데 없으니,
炙手可熱: 대면 손을 델만큼 뜨겁다. 잘못 건드리면 혼남을 뜻함.絶倫: 달리 비길 곳 없이 뛰어난 것.
愼莫近前丞相嗔(신막근전승상진)이라.
가까이 앞으로 가 승상께서 성내지 않으시도록 조심들 하게나.
丞相: 楊國忠을 가리킨다.
解說:
이 詩는 삼월 삼짇날 물가에 나와 노니는 貴族들의 화려한 놀이를 描寫한 詩이다. 語勢로 보아 귀족들의 화려함을 단순히 칭송한 게 아니라 諷刺의 뜻을 담고 있는 듯하다. 그러기에 中國 學者들은 흔히 이 詩는 楊國忠과 虢國부인의 不倫을 풍자한 것이라 풀이 하였다.
특히 ‘楊花雪落覆白蘋(양화설락복백빈), 靑鳥飛去銜紅巾(청조비거함홍건)’ 이란 말은 이들의 淫事를 직접 暗示하며 풍자한 것이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중국식의 지나친 해석이 아닐까 한다. 오히려 文面대로 詩를 읽을 때 더욱 좋은 詩임이 실감된다.
첫댓글 若水如雲人生事
물 같고 구름 같은 인생이라는 말이 새삼 실감이 갑니다.
古人도 가고 美人도 갔지만,
그래도 옛 事緣은 詩 속에 남아 傳하니,
그래서
人生은 짧고 藝術은 길다는 말이 共感이 가는 게지요.
아무쪼록 2025年 새해에는
素聲선생 더욱 健康하시고,
家內 두루 平安한 속에,
文運 旺盛하시기를 빌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