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글/황유진 그림 | 소야 | 2021년 12월 10일
<책소개>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김선영 시인의 세 번째 신작 동시집이다. 2008년 등단 이후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온 김선영 시인이 주변 사물을 다른 각도로 살피는 어린이의 시선으로 쓴 신작들을 모았다.
시집에는 총 60편의 동시가 담겨 있다. 1부에는 어린이들의 시선에 담기는 동물과 식물을 새롭게 보는 동시들이 담겨 있으며, 2부에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자라는 동심이, 3부에는 계절과 자연의 섭리를 바라보는 어린이의 모습이, 4부에는 우리 주위의 다양한 사물과 풍경들을 살피는 어린이의 모습이 각각 담겨 있다.
저자
김선영 시인은 전라남도 강진에서 태어났으며, 2008년 1월 《아동문예》문학상으로 등단하며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사무국장, 하남문인협회 부지부장, 한국동시문학회 회원, 아동문예작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시 창작과 함께 미디어 강사로서 일하고 있다. 펴낸 동시집으로는『바람 빠진 자전거』, 『주렁주렁 복주머니』가 있다.
그림
계명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프리랜서로 일러스트 작업을 하며, 어린이 책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린 책으로는 동시집 『일기장 유령』, 『바다로 간 공룡』, 『감잎 달고 나풀나풀』, 『잔소리 래퍼』, 『인증샷 시대』, 『보슬보슬 내리는 게 좋아』, 『나는 별이랑 산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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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어린이다운 글이어야 어린이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어른이 쓰는 어린이를 위한 글이라 할지라도 어린이다울 때 어린이가 공감할 수 있다. 그래서 아동문학가들은 어른임에도 아이다움을 담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김선영 시인의 신작 동시집 『토닥토닥 책 병원』에 담긴 동시들을 보면, 어린이다움에 대한 시인의 고민이 보인다. 어린이다움을 확보하려면, 시의 소재가 어린이들에게 생뚱맞지 않아야 하며, 어휘들이 어린이들이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어휘여야 한다. 또한 상상력과 시선이 어린이의 것이어야 한다. 어른들의 경험에 기대는 상상이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땅거미 / 저녁 거미/ 밤 거미 // 거미 보면 / 손님 온다는 데 // 저녁 말고 / 밤에 말고 / 낮에 오면 좋겠다 // 내가 좋아하는 웅이 / 찾아오면 더 좋겠다”
-‘거미’ 전문
거미라는 익숙한 곤충의 이름이 여기 저기 사용되는 것을 본 어린이의 시선이 지극히 개인적인 친구 이름으로 귀결되는 이 작품은 소재도, 어휘도, 시선도 지극히 어린이답다. 어려운 낱말 하나 없이, 거미, 땅, 밤, 손님, 저녁 그리고 웅이까지, 시인은 웅이를 좋아하는 어린 소녀다움으로 시를 썼다. 어린이들의 공감은 여기에서 발생한다.
도토리를 파는 가게 앞에서 쫄쫄 굶을 다람쥐와 청솔모를 걱정하고(도토리 팝니다), 새가 싼 똥이 예쁘다고 하는 할아버지를 신기해하고(할아버지 마음), 달콤한 홍시를 먹을 때 온가족이 ‘아-’ 하는 모양이 재밌기만 한(홍시) 어린이다움이 많은 시들에 담겨 있다.
쉬운 낱말들로 쉬운 동시를 구성해 내면서도 가볍지 않는 김선영 시인의 신작 동시들은 우리로 하여금 ‘어린이’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한다. 동심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머뭇거리게 하는 힘이 있다. 물론, 어린이들에게는 쉽게 공감되며 읽힐 수 있는 좋은 시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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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자세히 보면 보인다. 겉이 아니라 속이 보인다. 오래 보면 보인다.
지금이 아니라 어제와 내일이 보인다. 정성스럽게 보면 보인다.
김선영 시인은 자세히, 오래, 정성스럽게 본다.
그렇기에 달팽이 속에 있는 ‘나’를, 까치와 함께 하는 ‘나’를 만난다.
맛조개, 청개구리, 참새, 비둘기… 모두가 그러하다.
시인의 작품은 ‘숨은그림찾기’다.
독자들도 자세히, 오래, 정성스럽게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숨어 있는 기쁨들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다.
- 이도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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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김선영
빠른 길 위에
멈춘 시간처럼
느릿느릿
더듬이는 길게
두 눈은 동그랗게
꿈꾸며 간다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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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마음
김선영
비둘기 일곱 마리
나무 가지 위에서
날개 붙이기 착착착
매서운 겨울 바람
날카롭게 몰려와도
파고들어도 흔들리지 않아
너랑 나랑 우리들
마음만 단단히 붙어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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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문안 온 귤
김선영
- 어떠니?
많이 아파?
빨리 나아야지
아빠처럼
한미도
건네고 시퍼
봉지 속에서
노란 입을
들싹달싹
두 눈을
땡귤땡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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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번
김선영
오늘 밤은
초승달이 당번
늦은 밤 돌아오는
엄마를 위해
아파트 경비서는
울 할아버지처럼
가희네 지붕에 걸린
초승달
당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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