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리스크 호텔 방에서 가위에 눌렸다 거울이 없는 좁은 객실엔 낡은 싱글 침대가 둘, 침대에 눕자 튀어나온 스프링들이 물 밖으로 던져진 물고기가 되어 필사적으로 파닥였다 안내인은 배수 시설이 없는 욕실 바닥에 관하여 몇 번이나 주의를 주었다 나는 밤새 물속에 잠긴 신발이 되어 언제 이 물을 다 걸어서 어항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나 생각했다
아이러니야 부동항 앞에서 얼어붙다니 저 바다는 배수 시설이 없어 채우기만 하고 쏟아낼 데가 없는 삶 같은 거
강제이주가 시작되었던 라즈돌리노예역 앞 벤치에 앉아 맨발을 주무르던 걸인과 눈이 마주쳤다 너희들이 온 곳을 알고 있다 갈 곳도 안다는 듯 동요가 없는 눈, 팔십 년 전에도 저 자리에서 우리를 주시하던 바로 그 눈이다 그때 나는 푸른 비늘을 가진 소년이었다 울컥함이 오려 할 때 비린 바람 냄새를 먼저 보내오듯 소금기를 앞세운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여기서부터 40일을 짐승인 채로 화물차에 실려가야 한다 살아서 혹은 죽어서 알 수 없는 곳에 하역되리라
해빙기의 얼음 속 박제된 전생을 보다니 그런데 이상하지 저 바다는 채우기만 하는데 넘친 적도 없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