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614) - 제주일주 WALK 기행록(3)
- 깊은 숲과 넓은 평야지대를 걸어서(대정 신평 – 낙천리 31km)
3월 28일(수), 쾌청하고 바람 솔솔 불어 좋은 날씨다. 아침에 사흘간 묵은 서귀포청소년수련원을 짐 챙겨 떠난다. 우리 방은 세 명이 투숙, 러시아 대표 블라디미르 씨 및 일본의 다카하시 씨와 함께 친숙한 시간을 가졌다. 버스에 오르기 전 기념촬영, 7시 20분에 출발장소인 대정 신평보건소로 향하였다. 시오자와(일본인) 씨의 선도로 체조를 하고 안순애, 안정애 자매가 선창하는 ‘GO, GO, Let’s GO’를 연호한 후 힘찬 발걸음으로 셋째 날 걷기를 시작하였다.
잠시 걸어서 들어선 곳은 무릉곶자왈숲길, 숲이 울창하여 도중에 길을 잃기 쉬운 오솔길이 한 시간 넘게 이어진다. 숲에서 나오니 무릉 마을, 동네 지나니 넓은 들이다. 오전 10시경 들판 가운데 있는 평지 교회에서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든다. 오늘의 간식은 보리빵, 첫날은 찰떡에 둘째 날은 콜라비 등 간식 품목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교회 입구에서 살핀 성경 말씀이 격려가 된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매사에 감사하십시오.’
이어지는 들판에 마늘을 비롯하여 각종 채소류가 무성하게 자라는 모습이 풍요롭다. 옆에서 걷는 재일동포가 일본농촌과 비슷하다며 농민들이 부자라고 말한다. ‘농자 천하지대본’이 살아난 느낌, 공동체 모두가 두루 잘 살면 좋으리라.
채소류가 잘 자란 들녘의 휴식처에서
11시 지나 들판에 우뚝 솟은 오름에 접어든다. 높지 않은 산길, 5분여 올라가는 숨결이 가쁘다. 이곳저곳에서 신음소리, 정상에 올라 주변을 조망한 후 내려오는 발걸음이 금방 가뿐하다. 다시 들길, 30여분 걸으니 시원한 바닷가에 이른다. 잘 다듬어진 바닷길을 잠시 걸으니 점심장소, 신도2리 어촌계식당이다. 메뉴는 생선구이와 돼지고기를 곁들인 한정식, 음식이 정갈하고 값도 경제적이다. 이날 오전까지 걷고 떠나는 안정애 씨가 점심을 대접, 그 마음이 고맙다.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니 열심히 일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
1시 10분, 오후 걷기에 나선다. 30여분 걸어서 이른 곳은 수월봉, 세계적인 화산연구의 교과서로 알려진 명소다. 5분여 힘겹게 올라가니 관광버스로 이곳을 찾은 이들이 여러 무리다. 전망대에서 아름다운 주변경관을 조망한 후 수성화산의 분출로 생긴 암벽의 해안 길로 내려선다. 해안 길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산길, 하루에 세 번째 오르는 발걸음이 무겁다. 끙끙대며 정상에 오르면 고생은 잠시, 차귀도를 비롯한 일품의 경관을 바라보노라니 다시 힘이 난다.
화산연구의 교과서로 알려진 수월봉에서 바라본 경관
오후 3시 반, 바닷길 벗어나니 제주시 현경면 용수마을이다. 어느새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행정구역이 바뀌었다. 용수마을에 김대건신부표착기념관(용수성지)이 있다. 곁에서 걷는 재일동포의 질문, 저 건물은 교회인가 성당인가? 한국최초의 신부 김대건이 표류 중 제주도에 오른 것을 기념하는 성지라고 설명해주었다. 10년 전에 가족과 함께 찾은 기억을 살려서.
용수마을 편의점에서 간식 팀이 아이스케이크를 사서 하나씩 돌려준다. 열심히 걷느라 열이 오른 탓인지 꿀맛이다. 마을 길 벗어나 오솔 길을 한참 걸으니 목적지인 낙천의자공원에 이른다.(동네입구에 아홉굿마을이라 적혀 있다.) 그 뜻은 인터넷에서 살피시라. 도착시간은 어제에 이어 오후 5시 35분, 걸은 거리는 31km. 몸 풀기를 한 후 전용버스에 올라 숙소가 있는 제주시로 향하였다. 한 시간 여 만에 찾은 곳은 저녁식사장소, 메뉴는 한정식이다. 맥주로 목을 축인 후 먹는 밥이 맛있다. 잘 걷고 잘 먹는 것은 건강한 증거, 내일도 새로운 날이어라.
걷기 후 함께한 저녁식탁
첫댓글 하늘과 바닷빛...그리고 팀의 블루블루가 잘 어울립니다.
제주 밤바다도 안녕하신가요?
ㅋ하루하루가 멋진인생 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