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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사람
 
 
 
카페 게시글
소설. 수필. 고전 스크랩 해운대 야경 / 이시은
풀꽃 추천 0 조회 104 17.06.20 05:21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해운대 야경

                                                                                                           이시은

환상적인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달맞이 고개 쪽에서 바라보는 해운대의 밤 풍경은 너무도 아름답다. 해운대 해수욕장이 불빛 속에 모습을 드러내고, 마린시티의 마천루들이 하늘을 향해 불을 밝히고 치솟았으며, 그 뒤를 이어 동백섬 너머 광안대교가 화려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저 황홀함에 젖어 넋을 놓고 바라다보았다. 여기가 해운대 였던가! 낮 풍경과는 또 다른 해운대의 모습이다. 푸른 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모래밭을 쓸고 가는 풍광을 만끽하는 낮과는 달리, 불빛으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밤 풍경을 바라보며 즐겨 본다. 낮과 밤의 양면이 이토록 다르게 다가 올 수 있음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처녀시절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자주 찾곤 하던 해운대 였다. 예전부터 해운대는 우리나라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여름이면 수많은 해수욕객으로 붐볐으며, 부산을 찾는 사람이면 첫 번째로 찾곤 하는 곳 이였다. 많은 세월이 흐르고 변화가 있었지만, 내게는 예전 모습들이 깊게 자리하고 있는 터라, 해운대의 모습은 동백섬과 솔숲이 이어지는 해변에 조선비치 호텔이 덩그렇게 자리하고 있는 모습으로 더욱 각인되어 있었다.

 

해운대의 밤은 마린시티의 야경을 빼놓을 수가 없다. 마린시티를 조망하기 좋은 동백섬 주차장 쪽으로 자리 잡은 더베이 101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천루들에서 뿜어내는 불빛이 밤바다에 불야성을 이룬다. 물결에 투영되는 모습은 또 다른 신비함이 묻어난다.

 

넓은 노천까폐에서 시원한 생맥주를 앞에 놓고 마린시티의 야경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저마다 즐거움에 목소리의 옥타브가 높다. 사람구경도 한몫을 한다. 사람들이 제각각이 듯이 내가 타인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흥들도 가지각색이다. 나는 그들을 탐색하고 즐기지만, 나 또한 그들의 탐색 대상이 되어 주고 있다. 그래서 낮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주고받고 사는 것인가 보다.

 

기억속의 시간들은 멈추어 있으나 세월을 타고 변화한 모습들은 엄청난 것이었다. 동백섬 입구로 진입하는 빈터가 즐비하던 이곳이 이토록 변해 있는 것이다. 천지가 개벽을 했다는 말이 이럴 때 꼭 맞는 말일 것 같다. 해운대 해수욕장 부근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80층짜리 아파트가 있으며, 이 일대에 50층 이상의 아파트 90여개 중 30페센터가 있다고 하니 짐작이 갈 듯 하다.

 

해운대는 아름답고 잘 가꿔진 세계 유명 해안도시 휴양지 중 하나이다. 해운대구는 고급 호텔, 쇼핑몰, 레스토랑, 휴양, 문화, 의료시설 등 생활 인프라도 최상급으로 갖추고 있다. 또한 치안 면에서도 해외 어느 휴양지 보다 앞선다고 한다. 이러한 해운대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이곳이 나의 이십대의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고, 가끔이라도 다녀 갈 수 있는 곳이라 행복하다.

 

내게 아름다운 추억들이 간직된 곳이라 그 모습 그대로 반겨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겠지만, 변해버린 모습일지언정 좋은 모습으로 변했으니 그 또한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바닷바람이 옷깃을 흔들며 이십대의 내 모습을 데려다 놓는다. 이곳의 풍광이 변한 것 만큼이나 변해 있는 내 모습을 본다. 해운대의 변화된 풍광은 아름답게 빛나지만, 세월의 자국만 고스란히 앉은 나의 모습이다. 그때 나를 만나던 사람이 지금의 나를 바라본다면 어떤 느낌을 줄 수 있을까. 나름대로 열심히 산다고 살아 왔건만, 숨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그 세월이 결코 녹녹지가 않았으며, 풋풋하고 아름다웠던 모습을 덮을 만큼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일 것이다.

언제나 미진한 느낌으로 살아왔다. 더 잘 해보려고 노력하고 살았지만 그것이 나의 한계라는 것을 인정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최후의 보류였다.

 

마린시티에 자리하고 있는 숙소로 향했다. 해운대의 밤은 점점 깊어가고, 누군가가 바라보고 있을 마린시티의 창가에 또 하나의 불을 밝히며, 새로운 해운대의 풍광을 차곡차곡 가슴에 품어 안는다.

 

 

 

 

한국문학신문 ‘이시은 의 여유로운 일상’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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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7.06.20 06:40

    첫댓글 해운대야경은 정말 멋지죠...
    달맞이 고개나 청사포가 주는 멋은 정말 잊기 힘들죠……

  • 작성자 17.06.22 13:34

    달맞이 고개에서 바라보는 해운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 17.06.20 15:41

    웨스틴 조선, 커피샾에서의 비치 조망도 좋습니다.ㅎㅎㅎ

  • 작성자 17.06.22 13:41

    제가 처녀시절 자주가던 곳이지요.
    그 시절 해운대에서 그 곳을 가장 좋아했던 이유는 포물선으로 그려지는 백사장과 부서지는 파도의 새하얀 포말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망망한 바다.....

    '오랜 친구'라는 제목의 수필 속의 해운대였는데 이번엔 야경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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