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다. 오랜만에 가족·친지들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신체적 고통은 물론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함께 찾아오는 명절증후군은 절대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명절증후군은 주로 명절이 불러오는 부담감과 피로 탓에 발생한다. 두통과 위장장애, 허리통증, 어깨결림, 우울감 등을 동반한다. 과거에는 주로 주부에게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미취업 청년, 혼기 찬 미혼남녀 등으로 대상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명절 스트레스에는 ‘쉼’이 가장 좋은 약이다. <머니위크>는 지하철을 타고 찾아갈 만한 서울의 명소를 소개한다. 특히 다양한 이유로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쉴 수 있을 만한 곳을 직접 찾아봤다.
◆취준생·칠포세대, 하루만이라도 일탈하라
- 이태원역·홍대입구역
올해도 어김없이 어르신들의 취업과 결혼 얘기에 온종일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 20대 중반~30대 초반의 남녀라면 6호선을 타고 이태원에 갈 것을 추천한다. 설 연휴기간 지하철은 종착역 기준 오전 2시까지 운행하니 제사를 마치고도 충분히 이동할 수 있다.
이태원역 2번 출구로 나와 해밀턴호텔 뒷골목으로 들어서면 수많은 맛집과 펍(Pub)이 펼쳐진다.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덕분에 평소 접하기 힘든 외국음식점과 술집이 많기로 유명하다.
다소 늦은 시간에 이태원을 찾는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른 시간에 문을 닫는 옷가게 등과 달리 연중무휴로 24시간 문을 여는 음식점과 술집이 많아 먹고 마시고 즐기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태원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클럽이다. 힙합, 하우스, 일렉 등 자신의 음악 취향에 맞춰 끌리는 곳을 찾으면 되는데 주로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2번 출구에서 KEB하나은행 이태원지점 사이 도롯가에 클럽이 많이 밀집돼 있다. 이용료는 1만~2만5000원이다.
주머니가 조금 가벼운 청춘들이라면 2호선 홍대입구역으로 발길을 돌리길 추천한다. 9번 출구에서부터 홍익대학교 정문으로 이어지는 골목골목마다 맛집과 멋집으로 가득하다.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니 만큼 이태원보다 물가가 낮다.
◆신혼부부, 다시 연애 때의 추억을 되살려라
- 안국역
결혼 후 처음으로 친정과 시댁을 오가는 신혼부부라면 열에 아홉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신을 차리기 힘들 것이다. 문제는 사소한 일로 다툼이 벌어져 큰 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점.
이럴 땐 잠시 짬을 내 둘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연애 시절을 추억하며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속절없이 왜각대각하던 마음도 누그러질 것이다. 이들에게는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에서 감사원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북촌한옥마을이 안성맞춤이다.
먼저 재동초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서울교육박물관 방향으로 약 250m 거리에 있는 북촌화동관광안내소에서 북촌한옥마을 8경 지도를 받는다. 그다음 한복을 대여(최저 1만3000원, 최대 5만원)해 입고 고즈넉한 한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이후 데이트 코스는 ▲북촌한옥마을에서 삼청동 카페골목으로 옮겨 식사를 하고 경복궁에 가거나 ▲창덕궁에서 인사동 쌈지길을 들른 후 인근에서 식사를 하는 등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두 코스가 비슷하지만 인사동을 선택하면 조금 더 걸어서 청계천을 볼 수 있는 점이 다르다.
청계천은 낮보다 밤이 훨씬 좋다. 야경에 취해 걷다 보면 어느새 ‘인생샷’(인생을 통틀어 제일 잘나온 사진)을 얻기 위해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청계천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가족, 복합문화공간에서 모두 즐겁게
- 영등포역·여의도역·신도림역
아이와 함께라면 부부만의 오붓한 데이트는 사치다. 최대한 동선을 줄이고 한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 1호선 영등포역 지하상가 5번 출구와 연결된 영등포 타임스퀘어는 즐길거리, 볼거리, 먹을거리를 한번에 충족할 수 있는 곳이다.
층별로 영업시간이 달라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 백화점은 오전 10시30분부터 저녁 8시까지, 교보문고는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이마트는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영화관은 오전 8시부터 익일 오전 3시까지 문을 연다.
또한 5호선과 9호선이 지나는 여의도역이 가깝다면 IFC몰을 이용하면 된다. 영업시간은 패션잡화나 영풍문고, 식당가가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밤 10시까지 영업한다.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전문점의 영업시간은 기본적으로 같지만 유동적이며 영화관도 마찬가지다.
1·2호선이 지나는 신도림역에는 디큐브시티가 있다. 이곳에는 어린이의 대통령 뽀로로를 테마로 한 ‘뽀로로파크’가 있다. 이용요금은 2시간 기준 어른 6000원, 어린이 1만6000원이다. 초과요금은 10분당 어른 5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뽀로로라운지가 있는 코엑스는 삼성역(2호선), 봉은사(9호선)와 연결돼 있다. 라운지 이용가격은 어린이 주중 1만2000원(주말 1만4000원), 성인 8000원, 초과요금 10분당 1000원이다. 아울러 어린이 뮤지컬과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볼 수 있는 뮤지컬도 공연 중이다.
|
부암동 주택가에 들어선 이색 가게. /사진=머니위크 DB |
◆중년부부, 열심히 일한 당신, 님과 함께 떠나라
- 경복궁역·종로5가역·서울숲역
명절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사실 부모세대일 것이다. 귀경길 정체에 시달릴 아버지와 명절음식에 밀려드는 설거지를 감당해야 할 우리네 어머니들이다. 올해 설에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시간을 주고 다시 삶의 터전으로 돌아갈 원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어떨까.
번잡스러운 곳을 피하고 싶은 중년부부에겐 부암동이 제격이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100m가량 걸으면 1020번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이 나온다. 이 버스를 타고 부암동주민센터에서 내리면 된다.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은 부암동은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다. 굽이굽이 좁은 골목길을 거닐다 마주한 가게들은 저마다 독특한 분위기로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인근에 서울미술관이 있어 전시회를 관람할 수도 있다.
설 연휴기간 정상운영하며 3개의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관람료는 일반 9000원, 대학생 7000원, 학생 5000원, 어린이(3~7세) 3000원이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다. 흥선대원군의 별장이던 석파정도 이곳의 자랑거리다.
마약김밥, 빈대떡, 육회 등 3대 먹거리와 사람들이 내뿜는 정겨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광장시장도 최적의 장소다. 종로5가역(1호선)에서 도보로 약 4분 거리밖에 되지 않고 배를 채운 후에는 인근 청계천을 산책하며 야경을 즐기길 권한다.
뚝섬역 8번 출구에서 걸어서 약 10분, 분당선 서울숲역 3번 출구에서 걸어서 약 3분 거리인 서울숲도 추천할 만한 장소다. 이곳은 꽃사슴과 고라니 등 동물이 방사돼 먹이를 줄 수 있는 생태숲과 나비정원이 있는 곤충식물원 등이 있다. 이곳의 이용료는 모두 무료다.
성동규 기자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