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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의 지름길(Meek’s Cutoff)
목차
1. 개요
2. 시놉시스
3. 영화 소개
4. 등장인물
5. 줄거리
6. 평가
7. 수상 및 후보 이력
8. 기타
1. 개요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2010년작 서부극 영화. 제67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미셸 윌리엄스, 브루스 그린우드, 윌 패튼, 조이 카잔, 폴 다노, 셜리 헨더슨 등이 출연했다.
2. 시놉시스
1845년 오리건, 마차를 끌고 서부로 이주하려는 세 가족은 험난한 길을 안내해 줄 가이드 ‘믹’을 고용한다.
믹은 알려지지 않은 자신만의 지름길로 세 가족을 이끈다.
그러나 그들은 메마른 사막 한가운데에 고립된다.
갈증과 굶주림으로 점점 지쳐가는 가족들은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불신만 늘어 간다.
3. 영화 소개
여성의 시선을 전면에 내세워 기존 서부영화의 장르적 관습을 모조리 깨뜨린 안티 서부극으로 67회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다. 서부의 황량한 이미지는 20세기 미국의 대표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뉴멕시코 그림들과 닮아 있으며, 낭만적으로 묘사되는 서부의 관습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4:3 화면비로 촬영되었다.
지름길을 장담하던 믹. 그러나 세 가족을 태운 마차는 메마른 고원 한가운데에 도달하고, 뜻하지 않게 생존경쟁에 돌입한 가족들 사이에는 불신이 싹트기 시작한다. 총격과 전투장면으로 점철된 기존의 남성 서부극에서 탈피, 여성의 존재를 전면에 내세운 신선한 현대적 서부극.
2011년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4. 등장인물
미셸 윌리엄스 - 에밀리 테테로 역
브루스 그린우드 - 스테판 믹 역
윌 패튼 - 솔로몬 테테로 역
조이 카잔 - 밀리 게이틀리 역
폴 다노 - 토마스 게이틀리 역
셜리 헨더슨 - 글로리 화이트 역
닐 허프 - 윌리엄 화이트 역
토미 넬슨 - 지미 화이트 역
로드 론듀스 - 인디언 역
5. 줄거리
쓰러진 나무에 토마스(폴 다노)가 새긴 단어는 ‘LOST’이다. 이것은 곧 그들이 길을 잃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토마스가 새긴 단어에는 ‘불신‘의 의미가 숨겨 있다. 토마스 무리는 스테판 믹(브루스 그린우드)의 안내에 따라 황야를 지나 젖과 꿀이 흐를 땅을 찾아 이동중이다. 그런데 며칠이면 도착할 거란 믹의 장담과는 달리 도무지 목적지는 보이지 않고 그들에겐 마실 물도 점점 떨어지게 된다. 그러면서 믹에 대한 불신이 점점 깊어지게 된다. [믹의 지름길]은 '믹의 지름길'에 대한 의심과 신뢰에 무게추를 던지는 작품이다. 황무지를 자기의 영역이라고 확신하는 믹을 따라 아무런 정보없이 이동해야 하는 이들이 '그'를 믿는 과정에서 불안감과 의심이 확장되면서 신뢰가 의심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러면서 무리에 있던 이들에게 이견이 생기게 되고 확실하지 않은 것을 쫓다가 허망함이 찾아오게 된다.
다시 말해 믹은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로 상징된다. 그는 과장된 무용담을 늘어 놓으며 무리의 위에 서려고 한다. 인디언을 무지하고 잔인한 이로 묘사하며 여자를 아래로 보는 말도 숨기지 않는다. 그와 정확히 대치되는 인물은 그를 불신하는 무리의 일원이 아니라 무리가 두려워했던 인디언의 존재다. 무리는 이동 중 인디언과 마주하게 된다. 인디언을 포획한 후 무리는 그를 살려둘 것인지 죽게 할 건지 갈등한다. 믹은 그의 잔인함을 말하며 반드시 죽여야 된다고 말하지만 솔로몬(윌 패튼)과 에밀리(미셸 윌리엄스)등은 살려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야말로 '물'(생명의 근원)이 있는 곳을 잘 알고 있을 거며 그곳에 본인들을 인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믹은 그들의 생각이 옳지 못하다는 것을 확신하며 재차 죽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내 다수의 말을 따른다. 믹이 반대하는 것은 이미 무리가 자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역으로 무리는 믹에 대한 믿음이 옅어지고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를 거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중심에 서는 인물이 에밀리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원주민에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그것은 한낱 동정의 마음에 그치지 않는다. 그에게 음식과 물을 나누고 터진 신발을 꿰매준다. 우리는 에밀리란 인물에게서 켈리 라이카트의 작품 속 인물들의 한 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타인을 향한 존경과 신뢰. 이 마음을 켈리 라이카트는 에밀리를 통해서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자주 기도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윌리엄(닐 허프)은 아마도 목자 혹은 사역자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성경말씀의 구절들을 읽으며 그들의 길을 이끌어 주실 하나님에게 나즈막하게 도움을 구한다. 윌리엄은 미국을 개척하기 위해 나선 청교도를 상징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인디언을 만나고 나서 그 '미국(새로운 대륙)'을 개척하기 위해서 나선 이들의 상황은 다소 미묘하게 변한다. 그들은 이동 중 자주 원주민의 기도를 듣는다. 주술적인 행위를 하는 그의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 없지만 그가 무언가를 위해서 기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임신 중인 밀리(조 카잔)는 그 행위가 부족을 불러 자신들을 해치게 하려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며 겁을 먹는다. 하지만 이 때도 유일하게 그 의미를 헤아리는 것은 에밀리다. 에밀리는 그 행위가 자신들을 위한 것임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윌리엄이 쓰러지고 나서 그를 위해 기도하는 행위를 본 무리들은 에밀리처럼 어느 정도는 원주민의 행동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믹에 대한 의심이 깊어지고 원주민에 대한 신뢰가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부터 원주민에게 의심으로 다가가지 않았던 에밀리의 변함없는 신뢰가 무리에게도 전달되었던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19세기 중반 미국의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서 무리한 횡포를 부리면서 원주민을 괴롭혔던 이들과 달리 그들과 협력하고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며 존중했던 인물들을 재고해 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여성이라는 점은 인상 깊다.
켈리 라이카트의 영화를 보는 것은 이제 어떤 즐거움과 발견이다. 올해 바로 개봉한 [쇼잉 업]부터 거꾸로 [퍼스트 카우], [어떤 여자들], [웬디와 루시] 그리고 이 작품 [믹의 지름길]까지. 그녀의 영화 속 인물과 관계를 따라가면 하나의 작품(영화 한 편)이 줄 수 있는 무수히 많은 기쁨을 체험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녀의 작품을 늦게나마 수입하고 있는 엠엔엠인터내셔널에 감사할 따름이다. 아직 보지 못한 [리버 오브 그래스], [올드 조이], [어둠 속에서]도 서울의 한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출처] 영화 [믹의 지름길] 길 잃은 이들을 이끄는 신념 ★★★★|작성자 카네프스키
6. 평가
메타스코어 85 / 100 점수 6.2 / 10
로튼 토마토 신선도 86% 관객 점수 53%
IMDb 평점 6.6 / 10
Letterboxd 별점 3.6 / 5.0
알로시네 전문가 별점 4.2 / 5.0 관람객 별점 2.9 / 5.0
키노포이스크 (2021) 별점 6.060 / 10
야후! 재팬 별점 3.88 / 5.0
Filmarks 별점 4.0 / 5.0
엠타임 평점 7.0 / 10
더우반 별점 7.0 / 10
왓챠피디아 별점 3.8 / 5.0
키노라이츠 지수 없음% 별점 / 5.0
다음 평점 7.2 / 10
TMDB 점수 65%
무비파일럿 평점 6.6 / 10
로저 이버트 닷컴 별점 3.5 / 4
Moving at a contemplative speed unseen in most westerns, Meek's Cutoff is an effective, intense journey of terror and survival in the untamed frontier.
일반적인 서부극에서는 보지 못한 사색적인 속도로 진행되는 영화, <믹의 지름길>은 미개척지 속에서 느끼는 공포와 생존을 다룬 실질적이면서도 치열한 여정이다.
- 로튼 토마토 평론가 총평
전통적으로 서부극은 남성들의 세계였고, 서부라는 풍경은 남성들에게 속한 세계였다. 라이카트는 정착지를 찾아 오리건을 횡단하는 세 가족들을 통해 여성과 서부의 풍광을 연결시킨다. 달리는 말, 땅을 뒤흔드는 소리와 자욱한 먼지들, 사막과 황야, 인디언의 습격, 기병대의 활약, 마을의 술집을 습격하는 악당, 악당을 처단하는 영웅, 다시금 쓸쓸히 퇴장하는 남성은 〈믹의 지름길〉에서 볼 수 없는 서부극의 관습이다. 대신 황량하고 적막한 사막을 자박자박 걸어가는 발소리, 마차 바퀴가 삐걱거리는 소리, 황야에 불어오는 바람소리, 간간이 들리던 새소리, 성경을 읽는 소리와 기도소리, 인디언의 뜻 모를 말로 채워진다. 〈믹의 지름길〉 속 서부는 개척지 정복과 영웅의 탄생 서사와 무관한 곳이다. 서부는 완전히 길을 잃었지만 인디언과 함께 한다는 불안이 서서히 싹트는 곳이고, 각자의 믿음과 신념, 신의가 충돌하는 장소가 된다. 영화의 타이틀부터 4:3 화면 비율의 사용에 이르기까지 라이카트가 새롭게 접근한 서부의 이미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마치 그 시대 서부를 횡단했던 어느 여성이 수놓은 헝겊 조각처럼 ‘오리건 1845 믹의 지름길’이 우리 앞에 제시된다. 그리고 물소리가 들려온다. 라이카트는 〈웬디와 루시〉에서 고단함과 피폐함을 체화해냈던 미셸 윌리엄스에게 서부의 여성 혹은 여성의 서부를 대변하는 에밀리 역할을 맡겼다. 그녀의 행동이 곧 서부를 헤쳐 나가는 방식이 되고 그녀의 일상이 남성들에게 전용되었던 서부를 새롭게 지각하게 만든다. 라이카트가 고된 여정 중에 잠깐 맞이한 소박한 쉼의 순간만큼이나 공들여 바라본 것은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새에게 물을 주는 행위와 인디언에게 먹을 것을 주고 헤진 신발을 고쳐주는 선의의 실행이다. 라이카트는 동부와 서부의 차이, 백인과 인디언의 차이, 악당과 영웅의 차이를 통해 서부를 바라보지 않는다. 라이카트의 이정표를 따라가는 서부는 스펙터클이 아예 사라진 세계, 잘못된 길잡이 믹을 선택해도, 인디언과 맞닥뜨려도 변하지 않을 일상의 세계이다. 쩍쩍 갈라진 땅, 비어버린 새장, 임신한 배를 부여잡고 뛰어가는 발걸음, 강한 바람에 자꾸만 멀어져 가는 손수건, 반죽해 놓은 밀가루 한 덩이가 고작이다. 라이카트는 그들이 어떤 연유로 이 사막을 걷고 있는지 무관심하지만, 그들의 행로를 채우는 일상적인 행동은 세심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곳은 마른 땅을 비집고 나온 풀 한 포기와 한 그루의 나무만으로 물이 있다는 소망을 품게 하는 곳이고, 이 땅의 원래 주인인 인디언의 위엄이 회복되는 곳이다.
2020년 제8회 무주산골영화제 / 박인호 프로그래머
여성 주인공이 총을 빼 들어 난관을 헤쳐 나가려 한다는 점 등 기본의 서부극의 전통을 비트는 시도가 돋보이는, 흔치 않은 '여성 주인공 서부극'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때문에 수정주의 서부극의 일종으로 분류되는 작품이기도 한데, 정작 화면비는 세르조 레오네 감독의 작품들로 대변되는 수정주의 서부극에서 주로 애용된 2.35 : 1 화면비의 광활한 이미지가 아니라 고전 서부극 특유의 1.33 :1 화면비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풍경을 보여주기 보다는 그 공간에 갇힌 이들의 갑갑한 상황을 강조하기 위한 감독의 의도였다는 듯.
7. 수상 및 후보 이력
제67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 SIGNIS상 수상
카이에 뒤 시네마 연도별 베스트 2011년 공동 8위
필름 코멘트 연도별 베스트 2011년 8위
사이트 앤 사운드 연도별 베스트 2010년 공동 13위
8. 기타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블로벨트는 이 작품으로 라이카트 감독과 만나 이후 라이카트의 모든 작품에서 촬영감독으로 함께 하게 된다.
봉준호도 극찬한 당대를 대표하는 여성감독 켈리 라이카트가 감독한 영화들
씨네플레이 ・ 2021. 11. 10. 16:18
당대 가장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구축하고 있는 여성감독 켈리 라이카트(Kelly Reichardt)의 최신작 <퍼스트 카우>가 개봉해 눈 밝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첫 영화 <초원의 강>부터 차기작까지, 켈리 라이카트의 영화 세계를 살펴보자.
초원의 강
River of Grass, 1994
30세가 되던 1994년 발표된 켈리 라이카트의 데뷔작. 뮤지션 출신의 감독 제시 하트만(Jesse Hartman)이 프로듀서와 원안을 맡았다.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나고 자란 라이카트는 마이애미와 에버글라데스 사이 '초원의 강'이라 불리는 지역을 배경으로, 어릴 적 어머니가 떠나고 알콜중독자이자 경찰인 아버지와 성장한 30대 여성 코지(리사 도널드슨)가 아버지가 잃어버린 총을 주운 떠돌이 리(래리 페슨덴)를 만나고 우연히 격발 사고를 일으키고 도망 다니는 과정을 그린다. 주인공 코지의 과거를 몇 장의 사진과 내레이션으로 간략히 설명한 오프닝 이후에도 사진 이미지를 군데군데 삽입하고 드럼 솔로 연주를 곁들여 독특한 리듬을 만들었다. '일탈'을 테마로 하고 있지만 자유의 쾌감보다는 정처 없음의 황량한 정서가 두드러진다.
올드 조이
Old Joy, 2006
드문드문 단편 3개를 만들었던 라이카트는 <초원의 강> 이후 12년 만에 두 번째 장편 <올드 조이>를 내놓았다. 히피로 살고 있는 커트(윌 올드햄)과 그와 달리 평범한 가정을 꾸린 마크(대니얼 런던)는 오랜만에 만나 오리건 포틀랜드 산악지대 속 온천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후 꾸준히 라이카트와 시나리오를 작업하는 조나단 레이몬드(Jonathan Raymond)와의 첫 협업인 <올드 조이>는 라이카트 영화의 꾸준한 공간인 오리건 주가 처음 배경이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크레딧에서 두 음악가의 이름이 눈에 띈다. '보니 "프린스" 빌리(Bonnie "Prince" Billy)'를 비롯한 수많은 명의로 활동하는 포크 뮤지션 윌 올드햄(Will Oldham)이 커트를 연기했고, 미국 인디 신의 전설적인 밴드 욜 라 텡고(Yo La Tengo)가 음악을 담당했다.
웬디와 루시
Wendy and Lucy, 2008
<올드 조이>로 다시금 연출을 시작한 레이카트는 2년 만에 세 번째 장편 <웬디와 루시>를 발표했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반려견 루시와 단둘이 차를 타고 오리건에서 알래스카로 향하던 웬디는 차가 고장 나고 마트에서 사료를 훔치다가 걸려 연행되는 바람에 루시를 잃어버린다.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변화는 주인공 웬디 역에 캐스팅된 할리우드 스타 미셸 윌리엄스(Michelle Williams)의 존재. <시네도키, 뉴욕>(2008) 작업을 마치고 이틀 만에 <웬디와 루시> 현장에 온 윌리엄스는 (그녀가 너무 예뻐 보일 수 있겠다고 염려한) 라이카트의 요청에 2주 동안 메이크업은커녕 머리도 감지 않은 채 촬영에 임해, 자꾸만 꼬여만 가는 계획해 지쳐가는 여자의 불안과 좌절을 이끌어냈다. 강아지 루시는 <올드 조이>에도 출연했던 실제 라이카트의 반려견이다.
믹의 지름길
Meek's Cutoff, 2010
1845년 오리건, 서부로 이동하려는 세 가족이 가이드 스티븐 믹(브루스 그린우드)을 고용하고, 믹이 안내한 지름길로 가다가 사막 한가운데에 고립되고 만다.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이 닥치자 세 가족 사이엔 불신이 싹튼다. 전작에 이어 미셸 윌리엄스를 히로인에 내세운 서부극. 라이카트는 세르지오 레오네로 대표되는 수정주의 서부극의 2.35:1 화면비의 광활한 이미지가 아닌 고전 서부극 특유의 1.37:1 화면비를 택해 풍경보다는 그 공간에 갇힌 이들의 갑갑한 상황을 강조했다. 윌리엄스가 연기한 여성 주인공 에밀리가 총을 빼 들어 난관을 헤쳐나가려 한다는 점에서 마초 중심의 세계에 집중한 서부극의 전통을 비트는 시도가 돋보인다. 2012년 세상을 떠난 위대한 촬영감독 해리스 사비데스(Harris Savides)의 카메라 오퍼레이터 출신의 크리스토퍼 블로벨트(Christopher Blauvelt)가 <믹의 지름길>부터 꾸준히 라이카트의 촬영감독을 맡고 있다.
어둠 속에서
Night Moves, 2013
전작들이 개인 간의 갈등에 집중하는 이야기였다면 <어둠 속에서>는 환경 문제를 경유한 스릴러적 설정이 돋보인다. 급진적인 환경운동가 조쉬(제시 아이젠버그), 디나(다코타 패닝), 하몬(피터 사스가드)은 댐을 폭파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할리우드의 젊은 배우들을 기용했고 장르적인 접근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라이카트 필모그래피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댐을 폭파하기 위한 작전이 실행되기까지의 긴장이 상당한데, 영화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인물들이 마주한 윤리적인 딜레마를 보여주는 데까지 나아간다. 제목이 주지하듯 밤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영화가 담아낸 야간 촬영의 결과물이 라이카트의 대가적인 면모를 확실히 증명한다.
어떤 여자들
Certain Women, 2016
켈리 라이카트는 조나단 레이몬드가 쓴 오리건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여성 작가 마일 멜로이(Maile Meloy)가 쓴 세 개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어떤 여자들>을 연출했다. 로라 던(Laura Dern), 크리스틴 스튜어트(Kristen Stewart), 미셸 윌리엄스, 그리고 신예 릴리 글래드스톤이 몬태나 리빙스턴에서 각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네 명의 여자를 연기했다. 변호사 로라(로라 던)은 자꾸 고집만 부리는 의뢰인 때문에 골치를 썩인다.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그동안 꿈꿔온 집을 짓고 살려는 지나(미셸 윌리엄스)는 그 열망으로 인해 가족과 이웃과 갈등하게 된다. 외딴 마을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한 여자(릴리 글래드스톤; 이 캐릭터만 이름이 없다)는 야간학교 선생님인 법학도 베스(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 설렘을 느낀다. 라이카트의 세계답게 열심히 사는 그들의 노력이 결국 화해와 사랑의 결실로 이어지진 않지만 그들의 일상과 마음을 차분히 펼쳐 보이는 진행이 안기는 감흥이 상당하다.
퍼스트 카우
First Cow, 2019
<퍼스트 카우>는 라이카트와 조나단 레이먼드가 다시 협업한 작품이다. <믹의 지름길>의 배경보다 20년 더 앞선 1820년의 오리건, 사냥꾼의 식량을 담당했던 쿠키(존 마가로)는 사람을 죽이고 피해 다니던 중국인 킹 루(오리온 리)를 구해주고, 얼마 뒤 다시 만나 함께 생활한다. 고급 종의 암소가 마을에 들어왔다는 걸 안 그들은 몰래 우유를 짜내 케이크를 만들어 팔고 맛있다는 소문이 일대에 퍼진다. 고요한 풍경들을 지나 나란히 앉은 유골이 발견되는 프롤로그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머잖아 개척시대에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던 두 남자 쿠키와 킹 루의 사랑을 방불케 하는 우정을 따라가면서 이들이 왜 바로 곁에서 죽어갔는지 펼쳐 보인다. 초기 자본주의에 관한 탐구로 보아도 충분히 흥미롭다.
쇼잉 업
Showing Up, 2022년
<쇼잉 업>은 2025년1월에 개봉한 라이카트의 신작이다. 커리어의 전환점이 될 만한 전시를 목전에 둔 아티스트를 날카롭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고 한다. 라이카트의 뮤즈 미셸 윌리엄스를 비롯해 <퍼스트 카우>의 주연 존 마가로, 데뷔작 <초원의 강>의 주연 래리 페슨덴, 힙합 뮤지션 안드레 3000(André 3000)으로 알려진 안드레 벤자민(André Benjamin) 등이 캐스팅되었다. <퍼스트 카우>에 이어 A24가 배급을 맡는다. 작업 상황으로 봐선 내년 베를린 영화제나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될 전망이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
[2025 막간=경계에 머무는 시선] 영화 상영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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