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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방서예자료[1932]경주이씨-익재이제현선생익재난고 제4권 시(詩) 64首
익재난고[이재현 1288~1367년] 제4권 시(詩) 64편
1. 중암(中菴)이 시관(試官)을 맡아본 후 축하연 석상(席上)에서
2. 임신년 십일월 그믐날
3. 경진년 사월에 동으로 오면서 제화문(齊化門) 주루(酒樓)에 쓰다
4. 기 참정댁(奇參政宅)에 있는 월산(月山)이 그린 쌍마도(雙馬圖)의 두루마리
5. 이의산(李義山)의 문집(文集)을 읽다가 벌[蜂]에 대한 시(詩)에 화답하다
6. 강릉(江陵) 길에서 박안집(朴安集)과 헤어지면서
7. 병중에 우곡(愚谷)에게 보내다
8. 조삼장(趙三藏)과 이가정(李稼亭)의 신마가(神馬歌)에 차운하다
신마(神馬)는 서극(西極) 불랑국(拂郞國)에서 헌납(獻納)한 것이다.
9. 재상(宰相) 홍 상덕 약(洪尙德瀹)을 곡하다
10. 외랑(外郞) 이원필(李元弼)에게 화답하여 주다
11. 문정공(文正公) 권국재(權菊齊)의 만사(挽詞)
12. 밤에 앉아 죽헌(竹軒) 김 재상(金宰相)에게
13. 죽헌(竹軒) 김 정승(金政丞)에게 봉하(奉賀)하다
14. 송광화상(松廣和尙)이 차[茗]를 보내준 데 대하여 붓가는 대로 써서
장하(丈下)에 기정(寄呈)하다
15. 문생(門生) 정 학사(鄭學士)가 시관(試官)을 맡아본 후 축하연 석상에서
16. 식영암(息影菴)이 입경(入京)하여 시자(侍者)를 보내어
문병(問病)을 왔으므로 한 수를 희정(戲呈)하다
17. 계림군공(鷄林君公)에게 부치다
18. 두루마리에 쓰다 2수
19. 죽헌(竹軒)과 석상(席上)에서
20. 사암(思菴) 유 학사(柳學士)에게
21. 연우(延祐) 기미년에 내가 충선왕(忠宣王)이
강남(江南)의 보타굴(寶陁窟)에 향(香)을 내린 데에 따라갔을 적에,
왕이 고항(古杭) 오수산(吳壽山) 다른 책에는 진감여(陳鑑如)로 되었으나 잘못된 것이다. 을 불러 나의 초상을 그리게 하였고 북촌(北村) 탕 선생(湯先生)이 거기에 찬(贊)을 지었는데, 북으로 돌아와서 어떤 사람에게
빌려 주었다가 어디 있는지를 모르게 되었다. 그리고 삼십이년 뒤에 내가 나라의 표문(表文)을 받들고 경사(京師)에 갔다가 그 초상을 다시 찾게 되었는데, 그동안 늙음과 젊음이 차이가 생긴 데에 놀랐고 따라서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것이 시기가 있음을 감탄하여 사십자를 써서 기록하다.
22. 보개산(寶盖山) 지장사(地藏寺)에서 소릉(小陵)의 용문(龍門) 봉선사(奉先寺)의 운(韻)을 쓰다
23. 계사년 오월에 극위(棘圍)의 시관(試官)을 맡고 함께 지공거(知貢擧)를 지냈던 홍이상(洪二相)에게 주다
24. 정승(政丞) 왕후(王煦)를 슬퍼하다
25. 판사(判事) 치암(恥菴) 박충좌(朴忠佐)를 슬퍼하다
26. 이가정(李柯亭) 숙기(叔琪) 을 슬퍼하다
27. 근재(謹齋) 안축(安軸) 당지(當之) 최해(을 슬퍼하다
28. 귀봉(龜峯) 김 정승(金政丞) 영돈(永旽) 을 슬퍼하다
29. 일재(一齋) 권 정승(權政丞) 한공(漢功) 을 슬퍼하다
30. 죽헌(竹軒) 김 정승(金政丞) 윤(倫) 을 슬퍼하다
31. 진승(陳勝)
32. 항우(項羽)
33. 전횡(田橫)
34. 유향(劉向)과 유흠(劉歆)
35. 한신(韓信)
36. 소하(蕭何)
37. 조참(曹參)
38. 장량(張良)
39. 진평(陳平)
40. 왕능(王陵)
41. 하후영(夏侯嬰)
42. 괴통(蒯通)
43. 유경(劉敬)
44. 육가(陸賈)
45. 낙헌(樂軒) 이시중(李侍中)이 통진(通津) 산재(山齋)에 있을 때 김백일(金百鎰)ㆍ이송진(李松縉) 두 학사(學
士)가 탁연사(卓然師)와 함께 찾아갔는데, 행인(行人)들이 보고서 ‘강도(江都)의 지세(地勢)가 오늘은 동으로
기울었다’ 하였다 연사(然師)는 자호(自號를 ‘운유자(雲遊子)’라 하였는데 필법(筆法)이 당시에 으뜸이었다.
46. 허문경(許文敬) 공(珙) 과 이판추(李判樞) 존비(尊庇) 가 함께 동정(東征)하는 일로 경상도에 갔다가 그들의
동년(同年)인 수재(秀才) 박녹지(朴祿之)를 의춘(宜春) 전사(田舍)로 방문하고 각각 시 한 편을 남기다
47. 홍남양(洪南陽) 규(奎) 이 묘련(妙蓮) 무외국사(無畏國師)가 적(笛)을 잘 분다는 말을 듣고 소매 속에 금(琴)
을 넣고 방장(方丈)에 들어가서 청하니 국사(國師)가 그를 위하여 몇 곡(曲)을 불렀다
48. 추상(樞相) 송화(宋和)가 화엄종(華嚴宗) 육구 승통(六具僧統)을 찾아 흥왕사(興王寺)에 들렀는데 구공(具
公)이 그의 곤봉(棍棒) 솜씨를 보려고 하므로 송화는 폭건(幅巾)쓰고 말에 뛰어 올라 곤봉술(棍棒術)을 부 리며 하루를 보냈다
49. 소악부(小樂府)
50. 어제 곽충룡(郭翀龍)을 만나보았는데 그의 말이, 급암(及菴)이 소악부(小樂府)에 화답을 하려고 하였으나 같 은 일에 말이 겹치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그에 대해서, ‘유 빈객(劉賓客)이 지은 죽지가(竹枝歌 는 기주(夔州)와 삼협(三峽) 지역의 남녀들이 서로 즐기는 사연이고 소동파(蘇東坡)는 이비(二妃)ㆍ굴원(屈 原)ㆍ초 회왕(楚懷王)ㆍ항우(項羽)의 일을 엮어서 장가(長歌)를 지었는데 옛사람의 것을 답습한 것이었던가? 별곡(別曲)으로써 마음에 느낀 바를 취하여 새로운 가사(歌詞)를 짓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고 두 편을 지어 도발(挑發)한다
51. 무술년 정월 초하루에
52. 충선왕(忠宣王)의 영정(影幀)을 해안사(海安寺)에 이안(移安)하다
53. 김해부사(金海府使) 정 상서 국경(鄭尙書國俓)을 전송하면서 시(時) 자 운을 얻다.
54. 최졸옹(崔拙翁)을 위하여 후유선가(後儒仙歌)를 지어서 급암(及菴)에게 보여주다.
55. 초생(初生)이 타는 비파(琵琶) 소리를 듣다
56. 나의 문생(門生)인 율정(栗亭) 윤 정당(尹政堂)은 임금이 그의 초상을 그리고 그 위에 ‘율정(栗亭)’이란 두 글 자를 크게 써주는 은총을 받았으니 이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영광으로 듣고 보기에 드문 일이므로 시를 지
어 하례한다.
57. 정우곡(鄭愚谷)이 장언보(張彦甫)의 운산도(雲山圖)에 붙인 제사(題詞)에 화답하다.
58. 유도권(劉道權)의 산수(山水)
59. 월담장로(月潭長老)의 두 그림
60. 전라도 안렴사(按廉使)로 가는 사간(司諫) 전녹생(田祿生)을 전송하다 자(字)는 맹경(孟耕)이다.
61. 안렴사(按廉使) 박대양(朴大陽)을 전송하다 무술년
62. 손자 보림(寶林)을 위하여 집정관(執政官)에게 주다 기해년
63. 정택당(鄭澤堂) 후종군(後從軍)
64. 호해(湖海) 조마(照磨)가 강남에 돌아가다 태주(台州) 영해(寧海) 사람이다.
[1]중암장시후하연석상(中庵掌試後賀宴席上)
중암(中菴)이 시관(試官)을 맡아본 후 축하연 석상(席上)에서
國老提衡古未多(국로제형고미다) / 국로가 제형한 건 옛날에도 드문 일
群雄入彀世爭誇(군웅입구세쟁과) / 많은 영웅 입구하니 세상에서 자랑삼네.
天開萬古煙霞洞(천개만고연하동) / 만고의 연하동을 하늘이 열었구나.
春滿一庭桃李花(춘만일정도리화) / 정원의 도리꽃엔 봄이 가득 찼어라.
羯鼓打翻銀漢月(갈고타번은한월) / 갈고는 은하수의 달을 춤추게 하고
鳳簫吹散赤城霞(봉소취산적성하) / 봉소 소리 적성 놀을 흩어 버린다.
年年此樂何窮已(년년차락하궁이) / 해마다 이 즐거움 어느 때 다하리
餘慶方鍾積善家(여경방종적선가) / 적선한 집에 많은 경사 모이네.
[주C-001]중암(中菴) : 채홍철(蔡洪哲)의 호.
[주D-001]국로(國老)가 제형(提衡)한 건 : 국로는 국가의 원로(元老)란 말이고, 제형은 공평하게 가늠한다는 뜻으
로, 저울로 경중(輕重)을 가늠하듯 인재(人材)를 선발(選拔)함을 말한 것이다.《任昉 王文憲集序》
[주D-002]영웅(英雄) 입구(入彀) : 입구는 규정된 범위 안으로 들어온다는 말인데, 여기서는 시험에 선비를 많이
뽑았다는 뜻이다. 당 태종(唐太宗)의 “천하의 영웅이 나의 구중(彀中)으로 들어온다.” 한 데서 온 말이
다.《摭言》
[주D-003]연하동(煙霞洞) : 항주부(杭州府) 성남(城南)에 있는 명승지로 석각나한(石刻羅漢)이 있다.《明一
統志》
[주D-004]도리(桃李)꽃 : 준수(俊秀)한 인재(人材)를 말한다. 당(唐) 나라 적인걸(狄仁傑)이 천거한 사람이 모두
명사(名士)가 되었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그에게 “천하의 도리가 모두 공(公)의 문하에 있소.”라고 한
데서 인용된 말이다.《資治通鑑 唐紀》
[주D-005]갈고(羯鼓) : 받침 틀 위에 올려놓고 치는 장구.《通典 典樂》
[주D-006]적성 놀[赤城霞] : 적성은 절강성(浙江省) 천태현(天台縣)에 있는 산 이름인데 흙 색깔이 놀[霞]과 같이
붉으므로 일컬어진 말이다.《讀史方輿紀要 浙江 天台山》
[2]임신년 십일월 그믐날.
落落平生喜遠遊(낙낙평생희원유) / 낙락한 평생에 유람을 즐겨
歸來弊盡黑貂裘(귀래폐진흑초구) / 돌아올 땐 흑초구가 해졌다네.
誰同阮籍能靑眼(수동완적능청안) / 뉘라서 완적같이 푸른 눈으로 볼 것인가.
未分文君共白頭(미분문군홍백두) / 아직 탁문군이 있어 백두를 함께 하네.
案上有書時自讀(안상유서시자독) / 책상에 있는 책은 때에 따라 읽지만.
樽中無酒與誰謀(준중무주흥수모) / 항아리에 술 없으니 누구와 의논할꼬
傷心歲暮空階雨(상심세모공계우) / 쓸쓸한 세밑 뜰앞에 내리는 비가
竟日丁東滴不休(경일정동적불휴) / 온종일 쉬지 않고 뚝뚝 떨어지네.
[주C-001]임신년(壬申年) : 고려 충숙왕 후 원년(1332년).
[주D-001]돌아올 …… 해졌다네 : 외지(外地)에서 오랜만에 돌아왔다는 뜻으로 소진(蘇秦)이 진(秦) 나라에서 흑초구(黑貂裘)가 해지도록 있다가 왔다는 고사에서 인용된 말이다.《戰國策 秦策》
[주D-002]완적(阮籍)같이 푸른 눈 : 푸른 눈이란 곧 반겨주는 표정의 눈을 말한다. 진(晉) 나라 완적이 본디 법도 있는 선비를 미워하여 자
기 어머니 초상을 당했을 때, 혜희(嵇喜)가 예의를 갖추어 조문하자 그것이 못마땅하여 눈을 희게 뜨더니, 혜강(嵇康)이 술과 거문고를 가지고 찾아가자 그제야 좋아하여 눈을 푸르게 떴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晉書 卷49 阮籍傳》
[주D-003]탁문군(卓文君)이 …… 하네 : 부인과 늙도록 해로(偕老)한다는 뜻이다. 한(漢) 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처 탁문군이, 사마
상여가 다른 여자를 맞이하려 하자 백두음(白頭吟)을 지어 한마음 가진 사람을 만나 백두가 되도록 이별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뜻을 나타내므로, 사마상여가 다른 여자를 맞아들이지 않았다는 고사에서 인용된 말이다.《史記 卷117 司馬相如傳》
[3]경진년 사월에 동으로 오면서 제화문(齊化門) 주루(酒樓)에 쓰다.
離歌昔未解傷神(이가석미해상신) / 이별가를 옛날에는 슬픈 줄 몰랐는데,
老淚今何易滿巾(노루금하역만건) / 늙으니 눈물이 수건을 잘 적시누나.
三十年前倦遊客(삼십년전권유객) / 삼십년 전에 권유한 나그네가,
四千里外獨歸身(사천리외독귀신) / 사천 리 밖에서 홀로 오는 신세라네.
山河雖隔扶桑域(산하수격부상역) / 산하는 비록 부상 지역 가렸으나.
星野元同析木津(성야원동석목진) / 별자리는 석목진의 같은 분야(分野)지.
他日重來豈無念(타일중래기무념) / 다음날 다시 올 생각이야 없을까만.
却愁華髮汚緇塵(각수화발오치진) / 화발이 치진에 더럽혀질까 걱정일세
[주C-001]경진년(庚辰年) …… 오면서 : 경진년은 고려 충혜왕(忠惠王) 후 원년(後元年, 1340년)이고, 동으로 온다는 말은 충숙왕(忠肅王)이 죽은 후 충혜왕의 계승 문제로 말썽이 되자 선생이 원(元) 나라에 가서 이를 해결하고 우리나라로 돌아왔다.《益齋先生年譜》
[주D-001]권유(倦遊) : 관리(官吏)가 되기를 싫어한다는 뜻이다.《史記 卷117 司馬相如傳 注》
[주D-002]부상(扶桑) 지역 : 부상은 동쪽 해 돋는 곳에 있다는 나무 이름인데, 여기서는 동국(東國) 즉 우리나라를 가리킨다.
《南史》 夷貊傳에 “부상국(扶桑國)은 중국의 동쪽에 있다.” 하였다.
[주D-003]석목진(析木津)의 같은 분야(分野)지 : 석목은 별자리[星次]의 이름이고, 분야는 중국의 전지역을 하늘의 28수(宿)에 배속하여 구별함을 말한 것인데, 연(燕) 나라가 석목 분야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른 것이다.《周禮 春官 保章氏》
[주D-004]화발(華髮)이 치진(緇塵) : 화발은 백발을 뜻함이고, 치진은 풍진(風塵)에 분주하여 의복이 검어짐을 말한다.《謝朓 酬王晉安
詩》에 “누가 경락(京洛)에 오래 머물면서 흰옷을 치진에 더럽히겠는가.” 한 데서 온 말이다.
[4]기 참정댁(奇參政宅)에 있는 월산(月山)이 그린 쌍마도(雙馬圖)의 두루마리.
月山用筆逼龍眠(월산용필핍룡면) / 월산의 붓 솜씨 용면에 가까워
寫出驊騮絶可憐(사출화류절가련) / 의젓한 화류마를 뛰어나게 그렸네.
不似悲鳴虞坂上(불사비명우판상) / 우판에서 슬피 우는 그런 꼴이 아니라.
頗同游戲渭川邊(파동유희위천변) / 위천에서 즐겁게 노니는 모습일세.
皇恩豈啻千金賜(황은기시천금사) / 황제의 은혜가 어찌 천금뿐이랴.
家寶須將萬葉傳(가보수장만엽전) / 가보로 반드시 만세(萬世)에 전하리라.
安得與君眞致此(안득여군진치차) / 언제나 그대와 이런 말을 타고
玉鞭金勒去朝天(옥편금느륵거조천) / 옥채찍 금굴레로 천자에게 조회할까.
[주C-001]기 참정댁(奇參政宅) : 당시 참지정사(參知政事)로 있던 기철(奇轍)을 말한다.
[주D-001]용면(龍眠) : 이공린(李公麟)의 호. 송대(宋代)의 유명한 화가이다.《宋史 444 李公麟傳》
[주D-002]우판(虞坂) …… 아니라 : 우판은 지명(地名)으로 어떤 준마(駿馬)가 소금 수레를 끌고 우판에 오르다가 자신을 알아줄 백락
(伯樂)을 만나자 슬피 울었다는 고사이다.
[주D-003]위천(渭川)에서 …… 모습일세 : 위천은 위수(渭水)를 말하는데, 주 효왕(周孝王)이 진(秦) 나라 비자(非子)를 시켜 위수와 견
수(汧水) 사이에서 말을 기르게 하여 말이 크게 번식되었으므르 이른 말이다.《史記 卷5 秦本紀》
[5]이의산(李義山)의 문집(文集)을 읽다가 벌[蜂]에 대한 시(詩)에 화답하다.
多生鼻觀得圓通(다생비관득원통) / 콧구멍의 기능이 골고루 발달하여,
徧界香緣欲細窮(편계향연욕세궁) / 곳곳의 향기를 샅샅이 찾으려 하네.
韓壽墻邊歌暖日(한수장변가난일) / 한수의 담장 곁에 따뜻한 날 노래하고
文君壚畔醉熏風(문군로반취훈풍) / 탁문군의 목로에선 훈풍에 취했구나.
有時結伴依高樹(유시결반의고수) / 때로는 떼지어 큰 나무에 의지하다가.
何處尋巢度遠空(하처심소도원공) / 어느 곳 집을 찾아 먼 하늘 날아가는가.
課蜜若非王事急(과밀약비왕사급) / 꿀 치는 것이 임금의 일이 아니었다면.
只消恒舞百花中(지소항무백화중) / 다만 꽃 속에 춤만 추고 있으련만.
[주D-001]한수(韓壽)의 …… 노래하고 : 한수는 진(晉) 나라 도양(堵陽) 사람으로 상당한 미모(美貌)를 갖추었고 사공(司公) 가충(賈充)
의 부하가 되었다. 그러자 가충의 딸이 한수를 좋아하여, 가충이 천자(天子)에게 하사(下賜)받은, 서역(西域)에서 보내온 기향(奇香)을 훔쳐다 한수에게 주었는데, 이 기향이 한번 묻으면 그 향기가 한 달이 지속되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여기서는 즉 향기를 찾아간다는 뜻이다.《晉書 卷40 賈充傳》
[주D-002]탁문군(卓文君)의 …… 취했구나 : 탁문군은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아내로, 사마상여가 임 공(臨邛)에서 목로집을 차려놓고
탁문군에게 술장사를 하게 했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史記 卷117 司馬相如傳》
[6]강릉(江陵) 길에서 박안집(朴安集)과 헤어지면서...
路俯蛟鼉窟(로부교타굴) / 길은 교룡과 자라의 굴을 내려다보고.
山隣豺虎群(산린시호군) / 산은 승냥이와 호랑이 떼로 이웃하였네.
和泥煮白浪(화니자백랑) / 바닷물 퍼다가 소금을 굽고
帶燒墾蒼雲(대소간창운) / 화전(火田)을 일구어 구름 속에 농사짓네.
此地難爲主(차지난위주) / 이곳엔 주인 정하기 매우 어려운데
今年幸得君(금년행득군) / 올해는 다행히 그대를 만났구려
遺民尙流涕(유민상류체) / 유민들은 아직까지 눈물 흘리며,
恨殺愼將軍(한살신장군) / 신 장군 죽인 것을 한하는구나.
[주D-001]신 장군(愼將軍) …… 한하는구나 : 신 장군은 곧 고려 신집평(愼執平)을 가리키는데, 몽고(蒙古)의 군대가 침입하자 백성을
이끌고 죽도(竹島)에 들어갔다가, 반란을 일으킨 조휘(趙暉)ㆍ탁청(卓靑) 등에 의해 살해된 것을 말한다.《高麗史節要 卷77》
[7]병중에 우곡(愚谷)에게 보내다.
讀書嗟聽瑩(독서차청형) / 독서할 땐 청형이 한심스럽고
聞道愧支離(문도괴지리) / 도를 들으려니 지리함이 부끄럽네.
豈繫蒼生望(기계창생망) / 어찌 창생들의 희망이 달렸으랴만
謬蒙明主知(류몽명주지) / 그릇 임금께 알아줌을 받게 됐네.
病諳年去速(병암년거속) / 병들매 세월이 몹시도 빠르더니
閑厭日斜遲(한염일사지) / 한가하매 하루 해가 몹시도 지루하네.
臥念平生事(와념평생사) / 누워서 평생 일을 곰곰이 생각하니
多爲識者嗤(다위식자치) / 식자의 웃음거리 많기도 하구료
[주D-001]청형(聽瑩) : 귀로 듣고서도 그 의미를 모르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莊子 齊物論》
[8]趙三藏李稼亭神馬歌次韻(조삼장리가정신마가차운) - 이제현(李齊賢)
조삼장(趙三藏)과 이가정(李稼亭)의 신마가(神馬歌)에 차운하다.
신마(神馬)는 서극(西極) 불랑국(拂郞國)에서 헌납(獻納)한 것이다.
拂郞神馬來皇都(불랑신마래황도) / 불랑국의 신마가 황도에 왔는데
矯矯軒軒何所似(교교헌헌하소사) / 굳세고 헌칠한 기상 어디에 비할까.
長風破浪雲雷奔(장풍파랑운뢰분) / 거센 바람 물결 깨며 우레가 달리더니
海底烏龍欻飛起(해저오룡훌비기) / 바닷속의 오룡이 홀연히 날아든다.
龍耶馬耶不可知(용야마야불가지) / 용인지 말인지 알 수 없구나.
骨法誰問寒風子(골법수문한풍자) / 그 누가 골법을 한풍자에게 물을까.
世無玉山禾(세무옥산화) / 옥산의 벼가 세상에 없는데
肯爲一飢垂兩耳(긍위일기수량이) / 한번 굶었다고 두 귀가 축 늘어지겠는가.
蹴裂交河氷(축렬교하빙) / 교하의 빙판을 밟아 깨뜨렸는데
肯爲一困甘遭箠(긍위일곤감조추) / 한번 곤하다고 초달을 받겠는가.
九重況得蒙主恩(구중황득몽주은) / 더구나 구중에서 임금 은혜 받았으니
三倍何論曾利市(삼배하론증리시) / 세 배의 값인들 이시로 하겠는가.
照夜白師子花(조야백사자화) / 조야백과 사자화도
故應齷齪難與比(고응악착난여비) / 이보다 왜소하여 비교가 되지 않네.
腐儒並世空聞名(부유병세공문명) / 썩은 선비는 공연히 그 이름만 듣고서
自恨年來返田里(자한연래반전리) / 시골에 와 있음을 한탄하고 있다네.
寫眞儻有曹將軍(사진당유조장군) / 초상을 그리는 조 장군이 있는데
作讚那無杜子美(작찬나무두자미) / 찬사를 지을 두자미가 없을까
願觀弄影玉輅前(원관롱영옥로전) / 옥로 앞에 노니는 그 모습 보고 싶으니
安得親奉明堂祀(안득친봉명당사) / 어떻게 하면 명당제사 참예하게 되려나.
[주D-001]오룡(烏龍) : 개[犬]의 이름인데 개가 변하여 용(龍)이 되었다는 고사(故事)에서 온 말이다.《橋簡贅筆》
[주D-002]한풍자(寒風子) : 옛날 말 관상을 잘 보는 사람.《呂覽 觀表》
[주D-003]옥산(玉山)의 벼 : 옥산은 서왕모(西王母)와 목천자(穆天子)가 연회하던 군옥산(群玉山)을 말한다. 이태백(李太白)의 천마가(天馬歌)에 “비록 옥산의 벼가 있더라도[雖有玉山禾] 오랜 굶주림을 치료하지는 못한다[不能療苦飢]” 하였다.
[주D-004]교하(交河)의 빙판 : 교하는 천명(川名)으로 신마(神馬)가 서역(西域)에서 올 때 교하의 빙판을 넘어온 것을 뜻한다. 《漢書 西域傳》
[주D-005]세배의 …… 하겠는가 : 이익이 많다 해서 팔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이시(利市)는 팔아서 이득을 얻는다는 뜻인데,《周易》 說卦
에 “시가의 세 배에 가까운 이득이 된다[爲近利市三倍]”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6]조야백(照夜白)과 사자화(師子花) : 조야백은 당 현종(唐玄宗) 때 서역(西域) 대완(大宛)에서 들여온 준마(駿馬)의 이름이고, 사자화는 당 나라 곽자의(郭子儀)의 명마(名馬) 이름이다.
[주D-007]초상을 그리는 조 장군(曹將軍) : 조 장군은 당(唐) 나라 사람으로 이름은 패(霸), 말 그림을 잘 그려 조야백(照夜白)과 사자화
(師子花)의 그림을 그렸다.
[주D-008]찬사를 지을 두자미(杜子美) : 자미는 두보(杜甫)의 자. 두보가 조패(曹霸)의 말 그림에 찬(贊)을 지었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杜詩 卷13》
[9]곡상덕홍재상약(哭尙德洪宰相瀹)
재상(宰相) 홍 상약(洪瀹)을 곡하다.
邂逅俄成別(해후아성별) / 기약 없이 만나 이내 이별이라.
驚呼已隔生(경호이격생) / 깜짝 놀라 불러보니 사생이 달라졌네 .
臨書懷善誘(림서회선유) / 책을 펼치면 그대의 권유 생각나고
對酒憶眞情(대주억진정) / 술 대하니 참다운 정 다시금 우러나네.
淚溢大同水(루일대동수) / 눈물은 흘러 대동강을 넘치게 하고
名縣平壤城(명현평양성) / 그 이름은 평양성에 높다랗게 드날린다.
應敎吠天喙(응교폐천훼) / 원(元) 나라에 고자질하는 그 입으로 하여금
永愧首丘誠(영괴수구성) / 수구성을 보고서 부끄럽도록 하였네.
※당시 서경(西京) 사람이 우리나라 일을 중국에 호소하는 자가 있었다.
[주D-001]수구성(首丘誠) : 근본을 잊지 않고 죽은 뒤에도 고향에 돌아가 묻힌다는 말인데, 여우가 죽을 때에는 살던 굴이 있는 언덕 쪽으
로 머리를 두고 죽는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禮記 檀弓上》
[10]和贈李外郞元弼(화증리외랑원필)
외랑(外郞) 이원필(李元弼)에게 화답하여 주다.
男子平生志四方(남자평생지사방) / 남자의 평생 뜻은 사방에 두어야지
不應羞澁爲空囊(불응수삽위공랑) / 돈 없다고 부끄러울 게 전혀 없다네.
靈均去楚唯飱菊(영균거초유손국) / 영균은 초를 떠나 국화만 먹었고
魯叟過陳也絶糧(노수과진야절량) / 노수도 진 지날 때 식량이 떨어졌지
搔首只緣詩作崇(소수지연시작숭) / 머리를 긁적임은 시가 병이 된 때문이요.
揚眉更覺酒能狂(양미갱각주능광) / 눈썹을 펴니 술이 미치게 함을 알겠네.
愧非指廩周公瑾(괴비지름주공근) / 지름한 주공근이 못됨은 부끄러우나
傾蓋相從亦不妨(경개상종역불방) / 경개하고 상종함도 해로울 게 없다네.
[주D-001]영균(靈均)은 …… 먹었고 : 영균은 굴평(屈平)의 자, 《이소경(離騷經)》에 저녁에는 국화의 떨어진 꽃을 먹는다는 말이 있다.
[주D-002]노수(魯叟)도 …… 떨어졌지 : 노수는 공자(孔子)를 가리키는 말인데, 공자가 진(陳)ㆍ채(蔡)의 두 나라 사이를 지나다가 광도
(狂徒)에게 포위를 당하여 7일간이나 식량이 떨어졌던 일을 말한다.《論語 衛靈公》
[주D-003]지름(指廩)한 주공근(周公瑾) : 공근은 오(吳) 나라 주유(周瑜)의 자다. 주유가 대도독(大都督)이 되어 조조(曹操)와 대치할
때, 조조가 세객(說客)으로 보낸 장간(蔣幹)을 데리고 창고를 보여 주면서 군량이 많다는 것을 과시한 데서 온 말이다. 《資治通鑑 卷66》
[주D-004]경개(傾蓋)하고 상종함 : 공자(孔子)가 정자(程子)와 길에서 만나 일산을 기울이고 서로 말을 하였다는 데서 온 말. 《孔叢子 雜訓》
[11]菊齋權文正公挽詞(權溥)
문정공(文正公) 권국재(權菊齊)의 만사(挽詞)
揚歷淸華到上台(양력청화도상태) / 청화한 관직 거쳐 상태에 이르니
君王獨倚棟樑材(군왕독의동량재) / 임금은 오로지 동량같이 여기네.
詩書滿屋無樊素(시서만옥무번소) / 시서는 집에 가득해도 번소 같은 첩이 없고
簪履盈門有老箂(잠리영문유로래) / 잠리가 많은 중에 노래 같은 자손이 있네.
千歲鶴歸三嶠月(천세학귀삼교월) / 천세의 학은 삼교의 달에 돌아갔고
九淵龍化五更雷(구연룡화오경뢰) / 구연의 용이 오경의 우뢰(雨雷)에 변했네.
才疏未足銘淸德(재소미족명청덕) / 재주 없어 높은 덕을 명할 수 없고
淚酒當年玉鏡臺(루쇄당년옥경대) / 옥경대 옛 생각에 눈물만 뿌리네.
兜率天(도솔천)
平生德爵已雙全(평생덕작이쌍전) / 평생에 덕망과 지위를 겸전하였고
壽比汾陽更一年(수비분양경일년) / 수명은 곽분양(郭汾陽)보다 일 년이 더하네.
將謂坐忘非示病(장위좌망비시병) / 좌망이지 질병은 아니라 여겼는데
豈知尸解卽逃禪(기지시해즉도선) / 시해하여 도선할 줄 어이 알았으랴.
姮娥相待廣寒殿(항아상대광한전) / 항아는 광한전에서 기다리는데
居士獨歸兜率天(거사독귀도솔천) / 거사만 도솔천으로 돌아갔구나.
他日東山華屋過(타일동산화옥과) / 다음날 동산의 화옥을 지나노라면
空瞻黃鶴白雲邊(공첨황학백운변) / 구름 가에 나는 황학만 보게 되겠지.
[주C-001]권국재(權菊齋) : 국재는 권보(權溥)의 호.
[주D-001]상태(上台) : 삼정승(三政丞)을 하늘의 삼태성(三台星)에 비유하여 삼태라고 하는데 상태는 영상(領相)을 가리킨 말이다. 《晉書 天文志》
[주D-002]번소(樊素) 같은 첩이 없고 : 번소는 백낙천(白樂天)의 첩(妾)으로 노래를 잘 하였다. 여기서는 그러한 첩을 두지 않았다는 뜻
이다.《剪燈餘話 鸞鸞傳》
[주D-003]노래(老萊) : 춘추 시대(春秋時代) 때 사람인데 효자로 알려졌다.《史記 老子傳 正義》
[주D-004]천세(千歲)의 …… 돌아갔고 : 신선이 되어 갔다는 말이다. 정령위(丁令威)가 신선술(神仙術)을 익혀 학(鶴)이 되어서 천 년
후에 고향에 왔다 간 고사에서 인용된 말.
[주D-005]구연(九淵)의 …… 변했네 : 하늘에 올라갔다는 뜻으로, 깊은 못의 용(龍)이 등천(登天)함을 뜻한다.
[주D-006]덕을 …… 없고 : 선생이 권국재(權菊齋)의 비명(碑銘)을 지었으므로 그의 덕을 다 표현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주D-007]옥경대(玉鏡臺) : 결혼을 뜻하는 말이다. 진(晉) 나라 온교(溫嶠)가 결혼할 때 옥경대로 예물을 삼았었는데, 선생은 권국재(權
菊齋)의 사위이므로 그것에 비유한 것이다.《世說新語 假譎》
[주D-008]곽분양(郭汾陽) : 분양은 당(唐) 나라 곽자의(郭子儀)의 봉호(封號)인데 그의 수명은 85세였다.《舊唐書 郭子儀傳》
[주D-009]좌망(坐忘) : 상대와 나에 대한 존재를 의식(意識)하지 않고 현실을 모두 잊는 경지에 도달함을 말한다.《莊子 大宗師》
[주D-010]시해(尸解)하여 도선(逃禪) : 신선(神仙)이 되어 갔다는 말인데, 도가(道家)에서 신선술(神仙術)을 통하면 몸은 남겨두고 혼백
이 따로 다니게 된다는 데서 온 말.《後漢書 方術 王和平傳》
[주D-011]광한전(廣寒殿) : 달 속에 있다는 궁전(宮殿) 이름.
[주D-012]도솔천(兜率天) : 도가(道家)의 태상노군(太上老君)이 거처한다는 곳.
[주D-013]동산(東山)의 화옥(華屋) : 동산은 진(晉) 나라 사안(謝安)이 은거(隱居)하던 곳인데 여기서는 권국재를 뜻한다. 사안(謝安)이
죽은 뒤에 존경하던 양담(羊曇)이 그 집을 지나다가 조자건(曹子建)의 시에 “살아서는 좋은 집[華屋]에 거처하더니 죽어서는 산으로 돌아간다"라는 글귀를 읊고 통곡한 고사.
[12]밤에 앉아 죽헌(竹軒) 김 재상(金宰相)에게
去年負絏遠朝天(거년부설원조천) / 지난해 부설하고 천자께 조회갈 때,
氷滿遼河馬不前(빙만요하마불전) / 요하가 얼어붙어 말이 가질 못하였네.
誰識乞身閑氣味(수식걸신한기미) / 그 누가 알 것인가 사직(辭職) 뒤에 한가한 맛은
一龕燈火夜參禪(일감화야참선) / 작은 암자 등불 아래 밤 참선함인 줄을...
[주C-001]죽헌(竹軒) : 김륜(金倫)의 호.
[주D-001]부설(負絏) : 말고삐를 잡는다는 뜻으로, 임금을 모시고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左傳 僖公 24》
[13]죽헌(竹軒) 김 정승(金政丞)에게 봉하(奉賀)하다
威烈公家翼戴公(위열공가익대공) / 위열공 집안에 익대공 났으니
大山功後大山功(대산공후대산공) / 대산의 업적 뒤이어 대산의 공 이루었네.
要知積善多餘慶(요지적선다여경) / 적선한 집안에 남은 경사 있음을 알려거든
又見賢孫拜侍中(우견현손배시중) / 그의 손자 다시 시중 된 것을 보소
近日無端世論乖(근일무단세론괴) / 요즈음 무단히 세론이 엇갈려
衣冠人物棄如泥(의관인물기여니) / 의관과 문물을 진흙같이 여기네.
願公力復昇平舊(원공력복승평구) / 바라노니 그대는 옛 승평 복구하여
莫遣功名在狄鞮(막견공명재적제) / 적제에 떨치 공명 버리지 마오.
誰將國病付庸醫(수장국병부용의) / 그 누가 국병을 용의에게 맡겼는가.
豈念蒼生命若絲(기념창생명약사) / 실낱 같은 창생 목숨 생각이나 해봤는지
幸有耆婆一丸藥(행유기파일환약) / 다행히 환약 가진 노파가 있어
從今試手療瘡痍(종금시수료창이) / 지금부터 상처 치료 시도하였네.
[주D-001]위열공(威烈公) …… 났으니 : 위열공은 김취려(金就礪)의 시호(諡號)인데 이는 죽헌(竹軒)의 증조(曾祖)이고, 익대공(翼戴
公)은 김전(金佺)의 시호인데 이는 죽헌의 조부(祖父)다.《高麗史 卷103》
[주D-002]적제(狄鞮)에 …… 마오 : 적제는 통역(通譯)이라는 뜻으로, 충혜왕 때 반역자 조적(曹頔)의 농간에 의하여 원(元) 나라 승상
백안(伯顔)이 충혜왕을 소환하자 김 정승이 왕을 따라 원 나라에 가서 사리를 밝혀 왕에 대한 의혹을 풀게 한 공이 있기 때문에 이른 것이다.《高麗史 卷110》
[14]차시[茗詩]
송광화상(松廣和尙)이 차[茗]를 보내준 데 대하여 붓가는 대로 써서 장하(丈下)에 기정(寄呈)하다
枯腸止酒欲生煙(고장지주욕생연) / 마른 창자 술 끊으니 연기가 나려 하고
老眼看書如隔霧(로안간서여격무) / 늙은 눈 책을 보니 안개가 가린 것 같네.
誰敎二病去無蹤(수교이병거무종) / 뉘라서 이 두 병을 자취없이 보낼 건가.
我得一藥來有素(아득일약래유소) / 나는 좋은 약을 얻어온 데가 있네.
東菴昔爲綠野遊(동암석위록야유) / 동암은 옛날 녹야에 노닐었고
慧鑑去作曹溪主(혜감거작조계주) / 혜감은 조계주가 되어 갔네.
寄來佳茗致芳訊(기래가명치방신) / 좋은 차 보내오고 안부를 물을 때면,
報以長篇表深慕(보이장편표심모) / 장편 글로 보답하여 깊은 흠모 표하였네.
二老風流冠儒釋(이노풍류관유석) / 두 늙은이 풍류는 유불의 으뜸.
百年存沒猶晨暮(백년존몰유신모) / 백 년 동안 생사가 아침저녁 같구나.
師傳衣鉢住此山(사전의발주차산) / 사부의 의발을 받아 이 산에 머물러 있어,
人道規繩超乃祖(인도규승초내조) / 남들이 그의 규승 조사(祖師)보다 낫다 하네.
生平我不悔雕蟲(생평아불회조충) / 내 평생 조충됨을 후회하지 않으나.
事業今宜慚幹蠱(사업금의참간고) / 사업을 간고하기 참으로 부끄럽네.
傳家有約結香火(전가유약결향화) / 향화 인연 맺기로 전해왔으나
牽俗無由陪杖屨(견속무유배장구) / 속세에 끌려 장구를 모실 수 없네.
豈意寒暄問素居(기의한훤문소거) / 외로운 신세까지 물어줄 줄 어찌 뜻했으랴.
不將出處嫌異趣(부장출처혐이취) / 가는 길 다르다고 조금도 혐의 않네.
霜林虯卵寄曾先(상림규란기증선) / 가을 감[柿] 먼저 따서 나에게 부쳐주고
春焙雀舌分亦屢(춘배작설분역루) / 봄볕에 말린 작설 여러 번 보내왔네.
師雖念舊示不忘(사수념구시불망) / 대사는 옛 정분을 못잊어 그렇지만
我自無功愧多取(아자무공괴다취) / 나는 공도 없이 많이 받기 부끄럽네.
數間老屋草生庭(수간노옥초생정) / 낡은 집 몇 간 풀이 뜰에 우거지고
六月愁霖泥滿路(육월수림니만로) / 유월의 궂은 장마 진흙이 길에 가득
忽驚剝啄送筠籠(홀경박탁송균롱) / 박탁소리 놀라 보니 대바구니 보내와
又獲芳鮮渝玉胯(우획방선투옥과) / 옥과보다 더 좋은 신선한 차를 얻게 되었네.
香淸曾摘火前春(향청증적화전춘) / 맑은 향기는 덥기 전 봄에 따왔던가.
色嫩尙含林不露(색눈상함림불로) / 고운 빛깔은 숲 속의 이슬을 머금은 듯.
颼飅石䂪松籟鳴(수류석요송뢰명) / 돌 솥에 끓는 소리 솔바람 부는 듯.
眩轉 瓷甌乳花吐(현전자구유화토) / 자기 잔에 도는 무늬 망울을 토한다.
肯容山谷託雲龍(긍용산곡탁운룡) / 산곡이 운룡을 자랑할 수 있겠는가.
便覺雪堂羞月兎(편각설당수월토) / 설당의 월토보다 월등함을 깨달았네.
相投眞有慧鑑風(상투진유혜감풍) / 서로의 친분은 혜감의 기풍 남았고
欲謝只欠東菴句(욕사지흠동암구) / 사례를 하려 하나 동암의 글귀 없구려.
未堪走筆效盧仝(미감주필효노동) / 붓 솜씨도 노동을 본받을 수 없는데,
況擬著經追陸羽(황의저경추육우) / 더구나 육우 따라 다경(茶經)을 쓰겠는가.
院中公案勿重尋(원중공안물중심) / 원중에 관례[公案]를 다시 찾지 마오.
我亦從今詩入務(아역종금시입무) / 나도 지금부터 시에 전념하겠소.
※처음에 혜감(慧鑑)이 동암(東菴)에게 차를 보내면서 글로 희롱하기를 ‘전에 관례로 산차[山茗] 약간을 부친다.’ 하였고, 동암은 반드시
시(詩)로 답을 하였는데 지금 법주(法主)도 익재(益齋)에게 차를 부쳐 연례(年例)가 되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였다.
[주D-001]동암(東菴)은 …… 노닐었고 : 동암은 익재의 아버지인 이진(李瑱)의 호인데, 즉 이진이 벼슬에서 물러나 은거했다는 뜻이다.
녹야(綠野)는 당(唐) 나라 때 배도(裵度)가 벼슬에서 물러나 은거하던 별장 녹야당(綠野堂)의 준말로, 곧 은거를 지칭하는 말이다.《舊唐書 卷170 裵度傳》
[주D-002]혜감(慧鑑)은 …… 갔네 : 중[僧] 만항(萬恒)의 시호(諡號). 속성은 박(朴)인데 그가 중이 되었다는 뜻이다. 조계(曹溪)는 곧
절을 가리키는 말로, 양(梁) 나라 때 중 지약(智藥)이 조계수(曹溪水)의 상류에다 절을 지은 데서 비롯된 말이다.
[주D-003]사부(師傅)의 의발(衣鉢) : 사제(師弟)를 비유한 말인데, 의는 가사(袈裟), 발은 발우(鉢盂)로 선종(禪宗)에서 법통(法統)을
전수(傳授)할 때 신표(信表)로 사용하는 것이다.《傳燈錄一》
[주D-004]규승(規繩) : 사람의 표준(標準) 법칙이 됨을 말함인데, 규구준승(規矩準繩)에서 온 말이다.《孟子 離婁上》
[주D-005]조충(雕蟲) : 벌레 모양이나 전서(篆書)를 조각하듯이, 미사여구로 시문(詩文)을 엮어 가는 조그마한 기교라는 뜻으로, 곧 자기
의 학문이 낮음을 겸사한 말이다.
[주D-006]간고(幹蠱) : 아들이 아버지의 일을 계승하여 처리함을 말한다.《周易 蠱卦 初六爻》
[주D-007]박탁(剝啄) : 문을 두드린다는 뜻으로 즉 손님이 찾아옴을 뜻한다.
[주D-008]옥과(玉胯) : 차[茶] 이름인 듯하나 자세하지 않다.
[주D-009]산곡(山谷)이 …… 있겠는가 : 차가 매우 훌륭하다는 뜻이다. 운룡(雲龍)은 차 이름이고, 산곡은 송(宋) 나라 황정견(黃庭堅)의
호. 황정견이, 학원(壑源)에서 나는 차를 보내준 데 대해 사례한 시에 “상서 구름 용[雲龍]을 따라 창벽에 내렸는데, 원풍(元豐)부터 지금까지 아는 이가 없구료.”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10]설당(雪當)의 월토(月兎) : 설당은 소식(蘇軾)의 당명(堂名), 월토는 차 이름인데, 蘇軾《月兎茶詩》에 “고리 같으나 고리가 아
니요 패옥 같으나 패옥이 아닌데, 가운데 희미하게 옥토아(玉兎兒)가 걸려 있네.” 하였다.
[주D-011]붓 솜씨도 …… 없는데 : 당(唐) 나라 노동(盧仝)이 맹간의(孟諫議)가 보내준 차에 대하여 시(詩)를 지어 사례하였으므로 이른말이다.《唐書 卷176》
[주D-012]육우(陸羽) …… 쓰겠는가 : 당(唐) 나라 육우가 다경(茶經)을 지었으므로 한 말이다.《唐書 卷196》
[15]문생(門生) 정 학사(鄭學士)가 시관(試官)을 맡아본 후 축하연 석상에서
桃李成行拜鯉庭(도리성행배리정) / 도리가 줄을 지어 이정에 참배하니
嚴顔喜溢鬢還靑(엄안희일빈환청) / 기쁨 넘친 부모 얼굴 다시금 젊어지네.
吾家犬子今何在(오가견자금하재) / 우리집 견자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辛苦當年敎一經(신고당년교일경) / 그 당시 글 가르치노라 고생만 했네.
[주D-001]도리(桃李)가 …… 참배하니 : 도리가 줄을 지었다는 말은 준수(俊秀)한 인사(人士)가 문하(門下)에 가득하다는 말로, 당(唐)나라 적인걸(狄仁傑)이 천거한 사람은 모두 명사(名士)가 되었으므로 그 당시 사람들이 “천하의 도리가 모두 공(公)의 문하에 있소.” 라고 한 데서 인용된 말이며, 이정(鯉庭)은 부모를 가리킨 말인데, 공자(孔子)의 아들 이(鯉)가 공자가 서 있는 뜰 앞을 지나다가 훈계를 받은 데서 온 말이다. 《資治通鑑 唐紀》《論語 季氏》
[주D-002]우리집 …… 있는가 : 이때 선생의 아들[둘째 달존(達尊)]은 일찍 죽고 없었으므로 이러한 말을 한 것이다. 견자(犬子)라 한 것은 위(魏) 나라 조조(曹操)가 “아들을 낳거든 손중모(孫仲謀) 같아야 하지 유경승(劉景升)의 아들 따위는 돼지와 개[豚犬] 같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16]식영암(息影菴)이 입경(入京)하여 시자(侍者)를 보내어 문병(問病)을 왔으므로 한 수를 희정(戲呈)하다.
向來飛錫肯相過(향래비석긍상과) / 지난날 석장(錫杖) 짚고 서로 오감은,
只爲知音世未多(지위지음세말다) / 다만 세상에서 알아줄 이 적기 때문.
見說王公爭結軌(견설왕공쟁결궤) / 왕공들의 수레 모여든다는데,
枉煩侍者問沈痾(왕번시자문침아) / 번거롭게 사자를 보내 문병하다니.
[17]계림군공(鷄林君公)에게 부치다
郞騎白馬遊不歸(낭기백마유불귀) / 낭군은 백마 타고 간 뒤 돌아오지 않고,
黃金臺前草萋萋(황금대전초처처) / 황금대 앞에는 풀만이 무성하다.
杜鵑花開去年枝(두견화개거년지) / 두견화는 옛 가지에 또다시 피었건만.
何時更聞郞馬嘶(하시경문랑마시) / 언제 다시 그 말 울음 듣게 되려나.
[주C-001]계림군공(鷄林郡公) : 왕후(王煦)의 봉호(封號).
[18]두루마리에 쓰다 2수
천태산(天台山)의 삼성(三聖)이 호랑이와 잠자다.
豊干老去不參禪(풍간로거불참선) / 풍간은 늙어가며 참선을 않고,
寒拾從來只掣顚(한습종래지체전) / 한습은 요즈음 이마만 잡고 있네.
白額將軍亦何者(백액장군역하자) / 백액장군은 무엇을 하는 자인지.
忍飢共打一場眠(인기공타일장면) / 굶주림 참고서 함께 잠만 잔다네.
두루마리에 쓰다 2수
노희(老嬉)가 소년에게 서정(敍情)하다.
顔色雖非滿鏡春(안색수비만경춘) / 안색은 비록 봄빛이 시들었으나,
歌聲尙足動梁塵(가성상족동량진) / 노래소린 아직도 대들보를 울리네.
感君一贈同心結(감군일증동심결) / 그대 동심결 기증함을 감격하여,
不爲千金更媚人(불위천금갱미인) / 천금을 준다 해도 딴 사람 생각 않으리라.
[주D-001]풍간(豐干) : 당(唐) 나라 때 중의 이름. 봉간(封干)이라고도 하는데 아미타불(阿彌陀佛)의 화신이라고 전한다.
[주D-002]한습(寒拾) : 당(唐) 나라 고승(高僧)인 한산(寒山)ㆍ습득(拾得)이다.
[주D-003]백액장군(白額將軍) : 호랑이를 가리킨 말이다.
[주D-004]동심결(同心結) : 남녀가 굳게 사랑하기로 서로 맹세하여 정표로 주는 물건을 말한다. 梁武帝 《有所思詩》에 “허리에 띤 두 비단띠가 꿈에 동심결이 되었다.[腰間雙綺帶夢爲同心結]” 한 데서 온 말이다.
[19]죽헌(竹軒) 김륜(金倫)과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席上]에서....
滿園紅雪落紛紛(만원홍설락분분) / 만발했던 정원 꽃 어지럽게 지는데,
一棹觥船盡百分(일도굉선진백분) / 큰 술잔 휘저어 남김없이 마셨네.
莫爲主人泉酒面(막위주인천주면) / 주인을 위하여 얼굴에 물 뿌리지 마오.
何妨座客醉書裙(하방좌객취서군) / 취한 손님 치마에 글씨 쓴들 어떻소!
※죽헌(竹軒)은 술좌석에서 언제나 반드시 먼저 취하여 잤다.
[주D-001]치마에 글씨 : 진(晉) 나라 왕헌지(王獻之)가, 양흔(羊欣)이 낮잠을 잘 적에 입고 있던 새 치마에 글씨를 쓴 고사에서 온 말이다.《宋書 羊欣傳》
[20]사암(思菴) 유 학사(柳學士)에게
幾年傍路費光陰(기년방로비광음) / 몇 해를 길에서 세월만 허비했나.
閉戶端居志念深(폐호단거지념심) / 문 닫고 앉았으니 생각만 깊어진다.
黃券展開春寂寂(황권전개춘적적) / 고요한 봄날에 책을 펼쳐 보고,
靑燈挑盡夜沈沈(청등도진야침침) / 어두운 밤에는 등불 심지 다 돋우었네.
風雲變態無窮事(풍운변태무궁사) / 풍운처럼 변하는 태도 끝없는 일이요.
天地同流只此心(천지동류지차심) / 천지와 유행(流行)함은 이 마음뿐이라 .
思到無思眞有得(사도무사진유득) / 생각도 없는 경지에 가야 참 체득이 있으니
古人雖遠是知音(고인수원시지음) / 옛사람이 멀어도 이가 친구 되리라.
[주C-001]유 학사(柳學士) : 유숙(柳淑)을 가리킨다.
[21]익재공 화상 자찬 글(5언 8절=40字)
연우(延祐) 기미년(1319년)에 내가 충선왕(忠宣王)이 강남(江南)의 보타굴(寶陁窟)에 향(香)을 내린 데에 따라갔을 적에, 왕이 고항(古杭) 오수산(吳壽山) 다른 책에는 진감여(陳鑑如)로 되었으나 잘못된 것이다. 을 불러 나의 초상을 그리게 하였고 북촌(北村) 탕선생(湯先生)이 거기에 찬(贊)을 지었는데, 북으로 돌아와서 어떤 사람에게 빌려 주었다가 어디 있는지를 모르게 되었다.
그리고 삼십이년 뒤(1351년)에 내가 나라의 표문(表文)을 받들고 경사(京師)에 갔다가 그 초상을 다시 찾게 되었는데, 그동안 늙음과 젊음이 차이가 생긴 데에 놀랐고 따라서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것이 시기가 있음을 감탄하여 사십자를 써서 기록하다.
我昔留形影(아석류형영) / 옛날에 남겨둔 나의 초상은
靑靑兩鬢春(청청우빈춘) / 양쪽 귀밑머리 푸르렀다오.
流傳幾歲月(류전기세월) / 얼마나 많은 세월 흘러갔던가.
邂逅尙精神(해후상정신) / 우연히 또 만나니 정신이 새로워라.
此物非他物(차물비타물) / 이 물건 다른 물건 아니라.
前身定後身(전신정후신) / 전신이 곧바로 후신이라네.
兒孫渾不識(아손혼불식) / 아이들은 도무지 알아보지 못하고
相問是何人(상문시하인) / 서로가 누구냐고 질문을 하네.
거서(車書)가 같으매 예악(禮樂)이 동으로 왔고 산악(山岳)의 정기 뭉쳤다네. 만인(萬人)의 종주(宗主)요. 당세(當世)의 영웅이며 유학(儒學)에 통달했도다. 그 기품 정직하고도 넓으며 그 풍도 엄연하고도 공순하며 삼가는 그 말씨 순하기도 하여라. 여유 있는 용모에 온화한 화기며 꿋꿋한 중심일세. 충실한 학문에 도덕 또한 높으며 풍부한 문장이로다.
마음가짐 충성하며 정치함은 공평하고 국가를 보필하여 공을 세웠네. 명을 받고 등용되어 첨망(瞻望)의 대상으로 화충(和衷)하였고, 시옹(時雍)을 맞추었도다. 연우 기미년 구월 십오일에 북촌(北村) 늙은이 탕병룡(湯炳龍)은 칠십구세의 나이로 전당(錢塘) 보화독역재(保和讀易齋)에서 쓰다.
[주C-001]연우(延祐) 기미년(己未年) : 연우는 원 인종(元仁宗)의 연호. 기미는 고려 충숙왕(忠肅王) 6년(1319)이다.
[주C-002]표문(表文)을 …… 갔다가 : 고려 충목왕(忠穆王) 4년(1348) 12월 충목왕이 죽자, 왕위(王位) 계승 문제로 원(元) 나라에 표
문을 올렸던 일을 말한다. 《高麗史節要 卷25》
[주D-001]거서(車書) : 문화와 제도가 통일됨을 말한다.《中庸》 28章의 “지금 천하의 수레 제도가 같고, 같은 문자를 사용한다.” 한 데서
인용된 말이다.
[주D-002]시옹(時雍) : 백성이 선정(善政)에 감화하여 풍속이 변화됨을 말한다.《書經 堯典》
[22]보개산(寶盖山) 지장사(地藏寺)에서 소릉(小陵)의 용문(龍門) 봉선사(奉先寺)의 운(韻)을 쓰다
當年無極翁(당년무극옹) / 그 옛날 무극옹이
道眼開勝境(도안개승경) / 도안으로 좋은 경치 개척하였네.
短麓團雲根(단록단운근) / 짧은 산기슭에 구름 뿌리 뭉쳐 있고
方塘倒峯影(방당도봉영) / 작은 연못엔 산 그림자 비쳐 있네.
葉落秋徑微(엽락추경미) / 나뭇잎 떨어지니 오솔길 희미하고
松吟夜堂冷(송음야당랭) / 솔 바람 불어오니 초당이 썰렁하다.
投老窺玄關(투로규현관) / 늙어가며 현관을 엿보게 되어
泯泯慙猛省(민민참맹성) / 맹렬하게 공부 못함이 부끄럽네.
[주D-001]구름 뿌리[雲根] : 높은 산의 바위를 말함인데 구름이 바위 틈에서 피어나므로 그곳의 바위를 구름 뿌리라 한 것이다.
[주D-002]현관(玄關) : 불문(佛門)에 귀의(歸依)하는 입구를 가리킨 말로, 곧 선사(禪寺)의 궁전(宮殿)에 들어가는 문이다.《運步色葉集
玄關》
[23]계사년 오월에 극위(棘圍)의 시관(試官)을 맡고 함께 지공거(知貢擧)를 지냈던 홍이상(洪二相)에게 주다
壯元榜眼兩儒臣(장원방안우유신) / 장원과 방안의 두 유신이
相次提衡在一春(상차제형재일춘) / 차례로 제형됨은 같은 봄의 일이었네.
惆悵白頭參試席(추창백두참시석) / 슬프다 늙은 몸이 시험석에 참예하니
當年誰是第三人(당년수시제삼인) / 그 누가 옛날에 세번째 사람인가.
※금년 국자감시(國子監試)에 시관인 간의(諫議) 송천봉(宋天鳳)은, 안질재(安質齋)ㆍ이누실(李陋室)의 문하(門下)로 장원(壯元)이었
고 홍공(洪公)은 그와 동방(同榜)으로 방안(榜眼)이었으며 세 번째는 나의 죽은 자식 총랑(摠郞)이었다.
天敎老日眼增明(천교로일안증명) / 하늘이 늙도록 눈을 더욱 밝게 하여
付與儒林分外榮(부여유림분외영) / 분에 넘친 유림 영화 받게 되었네.
四見門生爲座主(사견문생위좌주) / 문생이 좌주됨을 네 번이나 보았는데
更爲座主見門生(갱위좌주견문생) / 또 다시 그 좌주가 문생을 보게 됐네.
[주C-001]극위(棘圍) : 시험장을 말한다. 옛날 과장(科場) 주위에 가시나무를 둘렀으므로 이렇게 말한다.《通典 選擧》
[주C-002]홍 이상(洪二相) : 홍언박(洪彦博)을 가리킨다.
[주D-001]방안(榜眼) : 진사과(進士科)에서 두 번째 급제(及第)를 말한다.
[주D-002]좌주(座主) : 과거(科擧)에 합격한 자가 시험관을 부르는 경칭(敬稱).
[24]정승(政丞) 왕후(王煦)를 슬퍼하다.
再登廊廟惠斯民(재등랑묘혜사민) / 낭묘에 두 번 올라 백성에게 혜택주니
益見忠宣鑑裁神(익견충선감재신) / 충선왕의 사람 보는 법 더욱 알겠네.
當貴不淫威不屈(당귀불음위불굴) / 부귀에 현혹되지 않고 위엄에 굴하지 않으니
後來唯恐更無人(후래유공경무인) / 후세엔 이런 사람 없을까 걱정일세.
上馬朝天裏革歸(상마조천리혁귀) / 천자에게 조회갔다 죽어서 오다니.
雲容水色摠依依(운용수색총으의) / 흰구름 같은 용모 물 같은 안색 의의하여라.
近來宰相多淪喪(근래재상다륜상) / 근래에 재상이 많이들 죽었으나.
曾見吾民涕一揮(증견오민체일휘) / 우리 백성 눈물 뿌림 일찍이 보았던가.
※백성들이 공(公)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통곡하는 이가 있었다.
[주D-001]천자에게 …… 오다니 : 충정왕(忠定王) 1년(1349) 성절사(聖節使)로 원(元) 나라에 다녀오던 중 창의현(昌義縣)에 이르러 죽은 것을 말한다. 《高麗史節要 卷26》
[25]판사(判事) 치암(恥菴) 박충좌(朴忠佐)를 슬퍼하다.
眼昏猶玩宓羲書(안혼유완복희서) / 눈이 어두워도 복희의 주역을 계속 읽고
身貴能安葛亮廬(신귀능안갈량려) / 귀하게 되어도 갈량의 집을 편케 여겼네.
惆悵桑君上池水(추창상군상지수) / 슬프다 상군의 상지수를...
一杯曾不乞相如(일배증불걸상여) / 한 잔도 상여에게 빌려주질 않았네.
※치암(恥菴) 박충좌(朴忠佐)는 소갈병(消渴病)으로 죽었다.
同承顧問侍經筵(동승고문시경연) / 함께 고문되어 임금 경연에 모셨는데
雨散雲離白髮年(우산운리백발년) / 온갖 풍상 다 겪고 백발이 되었네.
得見先王眞大幸(득견선왕진대행) / 선왕을 보게 된 것 참으로 큰 다행이리.
送君何事獨留連(송군하사독류련) / 그대 보내고 나만이 머뭇거리누나
[주D-001]갈량(葛亮)의 집 : 갈량은 제갈량(諸葛亮)을 가리킨 것인데. 양양(襄陽)의 융중(隆中)에서 초려(草廬)에 살았으므로 이른 말이
다. 《三國志 卷35》
[주D-002]상군(桑君)의 상지수(上池水) : 상군은 편작(扁鵲)에게 의술(醫術)을 전한 장상군(長桑君)을 가리킨 것이고, 상지수는 대[竹]잎의 이슬을 말하는데, 장상군이 편작에게 약을 주면서 상지수로 먹게 하자 편작이 그 약을 30일 동안 먹고 나서 의술을 통하였다는 고사이다. 《史記 卷105 扁鵲傳》
[주D-003]상여(相如) : 상여는 한(漢) 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를 가리키는데 그가 소갈병(消渴病)으로 죽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죽은 치
암(恥菴)을 상여에게 비유한 말이다. 《史記 卷117 司馬相如傳》
[주D-004]선왕(先王)을 …… 다행이리 : 선왕은 충목왕(忠穆王)을 가리킨 것으로, 치암(恥菴)이 충목왕 때 정관정요(貞觀政要)를 시강
(侍講)하였고 충정왕(忠定王) 원년(元年)에 죽었으므로 다행이라 한 것이다.《高麗史節要 卷25》
[26]悼李柯亭(도 이가정)
이가정(李柯亭) 숙기(叔琪)의 죽음을 슬퍼하다.
古松陰下屋三間(고송음하옥삼간) / 늙은 솔 그늘 아래 삼간 초옥이
秋草靑靑晝掩關(추초청청주엄관) / 가을 풀만 푸르르고 낮에도 문닫았네.
詩酒往還渾似夢(시주왕환혼사몽) / 시 짓고 술 마시며 오가던 일 꿈같구나.
不堪回首望龍山(불감회수망룡산) / 차마 머리돌려 용산을 못 보겠네.
[27]도안근재(悼安謹齋)
근재(謹齋) 안축(安軸)의 죽음을 슬퍼하다.
益齋少日日相從(익재소일일상종) / 익재가 젊을 때 서로 추종한 이는
只有當之與拙翁(지유당지여졸옹) / 오직 안당지와 최졸옹이었다네.
四十年來俱物化(사십년래구물화) / 사십년 지나는 동안에 모두가 죽어가고
獨將衰淚酒西風(독장쇠루쇄서풍) / 나만이 눈물 흘려 서풍에 뿌리노라.
[주D-001]최졸옹(崔拙翁) : 졸옹은 최해(崔瀣)의 호이다.
[28]귀봉(龜峯) 김 정승(金政丞) 영돈(永旽)을 슬퍼하다.
謝傅風流逐逝波(사전풍류축서파) / 사부의 풍류는 물결 따라 흘러가니,
蒼生有望奈今何(창생유망내금하) / 창생이 기대를 걸었으나 이제 어이하리.
龜峯峯下滿船月(구봉봉하만선월) / 달 밝은 귀봉산 아래 거룻배에선,
腸斷一聲漁父歌(장단일성어부가) / 한 곡조 어부가 간장을 녹이네.
※본관(本官)이 술에 취하면 언제고 표피(豹皮)라는 기생을 시켜 어부사(漁父詞)를 노래하게 하였다.
[주D-001]사부(謝傅)의 풍류(風流) : 사부는 진(晉) 나라 태부(太傅) 사안(謝安)을 가리킨 말로 회계(會稽)의 동산(東山)에 은퇴하여 기녀(妓女)의 손을 잡고 산수(山水)를 즐겼던 일을 말한 것이다.
[29]일재(一齋) 권 정승(權政丞) 한공(漢功)을 슬퍼하다.
朱顔綠骨地行仙(주안록골지행선) / 붉은 얼굴 푸른 뼈 지상의 신선이,
何事乘雲去不還(하사승운거불환) / 어인 일로 구름타고 가서 아니 오시나.
應爲姮娥勸霞液(응위항아권하액) / 응당 항아에게 감로주 대접받고,
醉吟佳句桂花間(취음가구계화간) / 계수나무 숲에서 좋은 글귀 읊겠지.
[30]죽헌(竹軒) 김 정승(金政丞) 윤(倫) 을 슬퍼하다.
詩酒相從已隔生(시주상종이격생) / 시 짓고 술 먹던 친구 유명을 달리하니
一瞻華屋一傷情(일첨화옥일상정) / 화옥을 볼 때마다 또 한 번 슬퍼지네.
可憐老馬知人意(가련노마지인의) / 늙은 말은 사람의 뜻 알고서
每過閭門不肯行(매과여문불긍행) / 마을 앞을 지날 때마다 머뭇거리네.
[31]진승(陳勝)
甕牖繩樞去故園(옹유승추거고원) / 옹유 승추로 고향을 떠나
魚書狐火起中原(어서호화기중원) / 어서 호화 계략 꾸며 중원에서 일어났네.
只應燕雀譏鴻鵠(지응연작기홍곡) / 연작이 홍곡을 기롱하였으나
一去都忘壟上言(일거도망롱상언) / 한 번 간 뒤엔 농상의 약속 잊고 말았네.
[주D-001]옹유 승추(甕牖繩樞) : 깨진 항아리로 창문을 만들고 새끼로 지도리를 맨다는 뜻으로 미천함을 비유한 말이다. 《賈誼 過秦論》
[주D-002]어서 호화(魚書狐火) : 진승(陳勝)이 처음 기병(起兵)하였을 때 천하의 환심을 얻기 위하여 그물에 걸린 고기 뱃속에 “진승이
왕이 된다.[陳勝王]”는 글을 써 넣어 소문이 나게 하였으며, 또 오광(吳廣)은 머물러 있는 총사(叢祠)에 불을 지르고 여우 울음 소리를 내면서 “진승이 왕이 된다.”고 외치게 한 것을 말한다. 《史記 卷48 陳涉世家》
[주D-003]연작(燕雀)이 …… 잊고 말았네 : 신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말이다. 진승(陳勝)이 젊을 때 어떤 사람과 품팔이를 하면서 밭두둑
에 앉아 “출세하면 잊지 않겠다.” 하니 그 사람이 “품팔이하는 주제에 무슨 출세를 하느냐.”고 하자, 진승이 탄식하면서 “연작이 어떻게 홍곡(鴻鵠)의 뜻을 알랴.” 하였으나, 뒤에 그 약속을 저버렸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史記 卷48 陳涉世家》
[32]항우(項羽)
書劍應難敵萬人(서검응난적만인) / 서검으론 만인 대적 쉽지 않은 것.
須知大勇在安民(수지대용재안민) / 큰 용맹은 목적이 안민에 있다네.
韓生奪得東歸志(한생탈득동귀지) / 동으로 돌아갈 뜻을 한생이 뺏었더라도,
天意寧終假一秦(천의녕종가일진) / 하늘이 또 진 나라를 남겨두려 하겠는가.
[주D-001]서검(書劍)으론 …… 않은 것 : 항우(項羽)가 젊을 때 글공부도 안하고 검술(劍術)도 전념하지 않으므로 그의 삼촌인 항량(項
梁)이 꾸짖으니, 항우가 “글이란 성명(姓名)이나 기록하는 것이고 칼이란 한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니 배울 것이 못됩니다. 나는 만인(萬人)을 상대하는 것을 배우려 합니다.” 한데서 인용한 말이다. 《史記 卷7 項羽本紀》
[주D-002]동으로 …… 뺏었더라도 : 항우(項羽)가 함양(咸陽)을 불태우고 동으로 돌아가려 하니 한생(韓生)이 “관중(關中)은 사방이 막
힌 지역으로 토지가 비옥하여 도읍할 만한 곳입니다.” 하였으나 항우가 듣지 않았다.《史記 卷7 項羽本紀》
[33]전횡(田橫)
隨何有口來黥布(수하유구래경포) / 수하는 구변 있어 경포를 오게 했고,
魏豹無心聽酈生(위표무심청력생) / 위표는 역생의 말 들을 마음 없었네.
壯士難敎甘一辱(장사난교감일욕) / 장사에겐 굴욕을 받게 할 수 없는데,
漢皇爭得見田橫(한황쟁득견전횡) / 한 고조(漢高祖)는 억지로 전횡을 보려 했네.
[주D-001]수하(隨河)는 …… 했고 : 수하가 한(漢)의 알자(謁者)로 있을 때 초(楚)의 회남왕(淮南王) 경포(黥布)를 한 나라로 돌아오도
록 설득하여 초 나라를 격파한 것을 말한다. 《漢書 卷34》
[주D-002]위표(魏豹)는 …… 없었네 : 위표가 한(漢) 나라를 배반하자 한왕(漢王)이 역생(酈生)을 보내어 설득하게 하였으나 위표가 역
생의 말을 듣지 않았다.《史記 卷90 魏豹彭越列傳》
[주D-003]장사(壯士)에겐 …… 보려 했네 : 한 고조(漢高祖)가 황제(皇帝)가 되자 전횡(田橫)이 바다 섬으로 들어갔었는데, 한 고조는
후환(後患)이 될까 염려하여, 오지 않으면 군사를 동원하여 죽이겠다고 위협을 하니 전횡이 마지못해 낙양(洛陽)까지 와서, 내가 북면(北面)을 하고 그를 섬기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하고 자살하였다. 《史記 卷90 田橫列傳》
[34]유향(劉向)과 유흠(劉歆)
丹心耿耿帝曾知(단심경경제증지) / 경건한 단심은 임금이 알아주어
梓柱生根勢莫移(재주생근세막이) / 재주 뿌리 얽혀서 그 세력 막강하다네.
地下可能無駭汗(지하가능무해한) / 지하에서 땀 흘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國師公是酒家兒(국사공시주가아) / 국사공이 바로 그 집의 아들인데
[주D-001]재주(梓柱) …… 막강하다네 : 한 원제(漢元帝) 때 왕씨(王氏)의 세력이 번창하므로 유향(劉向)이 이를 걱정하여 상소하기
를 “재주가 가지가 성하듯 그 세력이 굳어졌다.”고 한 데서 인용된 말이다.《漢書 卷36 楚元王傳》
[주D-002]국사공(國師公) : 유흠(劉歆)의 작호(爵號).《漢書 卷36》
[35]한신(韓信)
出跨淮陰志頗奇(출과회음지파기) / 회음에서 출과한 그 뜻 기특하였고,
赤知王業匪人爲(역지왕업비인위) / 왕업은 사람마다 되는 것이 아님도 알았네.
欲令螻蟻翻溟渤(욕령루의번명발) / 개미에게 바다를 뒤집게 하려 하였으니
晩計何殊乳臭兒(만계하수유취아) / 만년(晩年) 계획 젖먹는 아이와 뭐 다를까.
[주D-001]회음(淮陰)에서 출과(出跨) : 출과는 사타구니 밑으로 기어 나간다는 뜻으로, 한신(韓信)이 미천하였을 때 회음 소년들이 한신을 모욕하여 사타구니 밑으로 기어 나가게 한 데서 온 말이다.《史記 卷92 淮陰侯列傳》
[주D-002]개미에게 …… 하였으니 : 되지 않을 일을 도모했다는 뜻이다. 한 고조(漢高祖) 말년에 회음후 한신(韓信)이 진희(陳豨)를 시
켜서 한실(漢室)에 반역(反逆)을 하게 한 것을 말한다.《史記 卷92 淮陰侯列傳》
[36]소하(蕭何)
秦家圖籍漢山河(진가도적한산하) / 진의 도적 한 산하를 보존한 공이
功比曹參百倍加(공비조참백배가) / 조참에게 비하면 백 배나 낫네.
白首年來還見縶(백수년래환견집) / 백수의 늘그막엔 구속이 되었으니
只應羞殺召平瓜(지응수살소평과) / 다만 소평과에겐 부끄러운 일이지
[주D-001]진(秦)의 …… 공이 : 소하(蕭何)가 한 패공(漢沛公)을 따라 함양(咸陽)에 들어가서 율령도서(律令圖書)를 먼저 보관하였는
데, 이것이 후일에 한 나라가 천하를 통일할 수 있는 자료가 되어 큰 공업을 이룩하게 되었다.《史記 卷53 蕭相國世家》
[주D-002]백수의 …… 되었으니 : 소하(蕭何)가 상림원(上林苑)의 공지(空地)를 백성들이 개간하도록 하고자 한 고조(漢高祖)에게 요청
하다가 구속이 된 것을 말한다. 《史記 卷53 蕭相國世家》
[주D-003]소평과(召平瓜)에겐 …… 일이지 : 소평과는 진(秦)의 유민인 소평(召平)이 장안성(長安城) 동편에 오이[瓜]를 심어서 그것이
유명하였으므로 과(瓜) 자를 붙여 소평과라 한 것인데 소하(蕭何)가 승상(丞相)이 되어 5천 호(戶)의 봉작(封爵)을 받자 소평이 소하에게 “임금에게 의심을 받기가 쉬우니 봉작을 사양하고 받지 말라.”고 하였으나 듣지 않다가 화를 입었으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史記 卷53 蕭相國世家》
[37]조참(曹參)
病瘡餘痛九州同(병창여통구주동) / 병들고 상처 입음 구주가 매한가지
兪扁何施藥砭功(유편하시약폄공) / 유편인들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不作歌呼終日醉(부작가호종일취) / 노래 부르고 종일토록 취하지 않았다면
膠西枉見白頭翁(교서왕견백두옹) / 교서에 백두옹 본 것이 쓸데없었으리.
[주-D001] 유편(兪扁) : 유는 유부(兪跗), 편은 편작(扁鵲)으로 모두가 명의(名醫)였다.《史記 卷105 扁鵲列傳》
[주-D002] 노래 부르고 …… 쓸데없었으리 : 보신책(保身策)을 잘 강구했다는 뜻이다. 조참(曹參)이 소하(蕭何)의 뒤를 이어 승상(丞相)
이 된 후, 교서(膠西)의 백두옹(白頭翁) 즉 개공(蓋公)을 맞이하여 그에게서 황노술(黃老術)에 의한 치도(治道)를 듣고는 그영향을 받아 종일토록 술이나 마시고 모든 것을 간섭하지 않아 화를 입지 않았으므로 이른 말이다. 《史記 卷54 曹相國世家》
[38]장량(張良)
五世君恩未足酬(오세군은미족수) / 오세의 임금 은혜 충분히 못갚아
誓將心力快秦讎(서장심력쾌진수) / 진 나라 원수 갚으려 맹세하였네.
韓王又作彭城土(한왕우작팽성토) / 한왕 또한 팽성의 흙이 되고 말았는데
借箸何辭轉一籌(차저하사전일주) / 젓가락 빌린 계책 굳이 사양하겠는가.
[주D-001]오세(五世)의 임금 은혜 : 장량(張良)이 조부(祖父) 때부터 한(韓) 나라 5대(代) 임금을 섬겼으므로 일컬은 말이다. 《史記 卷55 留侯世家》
[주D-002]진(秦) 나라 원수 : 진 시황(秦始皇)이 한(韓) 나라를 멸망시켰으므로 일컬은 말이다. 《史記 卷55 留侯世家》
[주D-003]한왕(韓王) …… 말았는데 : 항우(項羽)가 한왕을 한(韓) 나라로 보내지 않고 팽성(彭城)에서 죽인 것을 말한다. 《史記 卷55 留侯世家》
[주D-004]젓가락 빌린 계책 : 한왕(漢王)이 역이기(酈食其)의 말을 듣고 육국(六國)의 뒤를 세워주려 하자 장량(張良)이 한왕 앞에 있는
젓가락을 빌려 잘잘못을 계산해 보인 것을 말한다.《史記 卷55 留侯世家》
[39]진평(陳平)
※陳平宰肉(진평재육)
呂氏應非項氏儔(여씨응비항씨주) / 여씨는 애당초 항우(項羽)와 비교가 안 될 터인데
何緣到此獨深憂(하연도차독심) / 어이하여 그렇게 걱정하였을까.
絳侯椎樸王陵戇(강후추박왕릉당) / 강후는 미련하고 왕능은 어리석은데
更欠高皇用我謀(갱흠고황용아모) / 고황같이 나의 꾀를 써줄 이도 없구나.
[주D-001]강후(絳侯) : 주발(周勃)의 봉호(封號).
[40]왕릉(王陵)
當時王呂議難勝(당시왕려의난승) / 당시의 여씨를 세우는 의논 견제키 어려웠으나,
他日安劉力可能(타일안유력가능) / 뒷날 유씨를 편케 함은 힘으로 가능했지.
慈母一言今在耳(자모일언금재이) / 어머니의 말씀이 귀에 아직 있는데.
不因存沒負長陵(불인존몰부장릉) / 죽었다 해서 장릉을 배반할 수야 없지.
[주D-001]여씨(呂氏)를 세우는 의논 : 한 고조(漢高祖)가 죽자 여산(呂産)ㆍ여녹(呂祿) 등이 여씨를 왕(王)으로 세우려고 모의한 것을
말한다. 《史記 卷9 呂太后本紀》
[주D-002]유씨(劉氏)를 편케 함은 : 진평(陳平)ㆍ주발(周勃)ㆍ육가(陸賈) 등이 협력하여 여산(呂産)ㆍ여녹(呂祿) 등의 세력을 제거한
것을 말한다. 《史記 卷56 陳丞相世家》
[주D-003]어머니의 …… 있는데 : 한왕(漢王)이 항우(項羽)를 공격할 때 왕능(王陵)이 한왕의 편이 되자, 항우가 왕능의 어머니를 잡아다
가 왕능을 오게 하라고 협박하니, 왕능의 어머니가 왕 능의 사자(使者)에게 “한왕은 위대한 분이니 두 마음 갖지 말고 섬기라 하더라고 전하라.” 하고 자살한 것을 말한다. 《漢書 卷40 張陳王周傳》
[주D-004]장릉(長陵) : 한 고조(漢高祖)의 무덤을 말한다.
[41]하후영(夏侯嬰)
劍下淮陰爲大將(검하회음위대장) / 검하의 회음은 대장이 되었고,
車中季布作名臣(차중계포작명신) / 차중에 계포는 명신이 되었도다.
滕公鑑識眞難及(등공감식진난급) / 등공의 식견은 따라가기 어렵지만,
最是高皇善用人(최시고황선용인) / 고황이 사람 채용 가장 잘했네.
攀龍附鳳豈無人(반룡부봉기무인) / 반룡부봉할 사람이 없을까마는
驂乘初終只一臣(참승초종지일신) / 시종일관 참승한 건 한 신하뿐이었네.
擁樹兩兒誠不忍(옹수량아성불인) / 양아를 옹수함은 차마 못하는 성의인데,
帝心應念放麑仁(제심응념방예인) / 고제(高帝)는 응당 방예인을 생각했겠지.
[주D-001]검하(劍下)의 …… 되었고 : 한신(韓信)이 중용(重用)되기 전 참형(斬刑)을 당하게 되자 하후 영(夏侯嬰)을 쳐다보고 “상(上)
께서 천하를 얻고자 않으시오? 어찌 장사를 죽이려 합니까.” 하니, 하후 영이 장하게 여겨 죽이지 않고 천거하여 뒤에 대장이 되었다. 《漢書 卷34 韓彭英盧吳傳》
[주D-002]차중에 …… 어렵지만 : 계포(季布)가 항우(項羽)의 장수가 되어 한왕(漢王)을 괴롭혔으므로, 한왕이 천자가 되고선 보복을 하
려 하자 계포가 광류거(廣柳車)를 타고 주가(朱家)의 집에 팔려가서 종이 되었는데, 등공(滕公)이 그의 훌륭함을 알고 한왕에게 그를 채용하도록 설득하여 뒤에 한왕의 명신(名臣)이 되었기 때문에 이른 것이다. 《史記 卷100 季布欒布列傳》
[주D-003]반룡부봉(攀龍附鳳) : 용을 끌어 잡고, 봉의 날개에 붙는다는 뜻으로 훌륭한 임금을 섬겨 공명을 세운다는 말이다. 《後漢書 卷1 光武紀》
[주D-004]시종일관 …… 신하뿐이었네 : 하후 영(夏侯嬰)이 한 패공(漢沛公)의 태복(太僕)으로 늘 봉거(奉車)하였기 때문에 일컬어진
말이다.《漢書 卷41 樊酈滕灌傳》
[주D-005]양아(兩兒)를 옹수(擁樹)함은 : 양아는 효혜(孝惠)와 노원(魯元)을 가리킨 말이고, 옹수는 보호하였다는 말이다. 한왕(漢王)이
항우(項羽)의 공격을 받고 쫓길 때 위급하게 되자 함께 타고 가던 효혜와 노원 두 아이를 버리려 하였는데, 하후 영(夏侯嬰)이 이들을 보호하여 무사하게 되었다. 《史記 卷41 樊酈滕灌列傳》
[주D-006]방예인(放麑仁) : 어진 마음을 비유한 말인데, 맹손(孟孫)이 사슴 새끼를 놓아준 데서 온 고사이다.《淮南子 人間訓》
[42]괴통(蒯通)
嫉功樂禍亡三儁(질공낙화망삼준) / 공로를 질투하고 화 즐김은 삼준을 망쳤고
肆辯邀名起兩臣(사변요명기량신) / 구변으로 이름 날려 두 신하 기용했네.
其主一言能免鑊(기주일언능면확) / 그 주인이란 한 마디로 죽음을 면했으니.
豈如緘口廟中人(기여함구묘중인) / 입을 꿰맨 묘중인과 같을 수 있겠는가.
[주D-001]삼준(三儁)을 망쳤고 : 역이기(酈食其)를 삶아 죽이게 만들고 전횡(田橫)을 패하게 만들고 한신(韓信)을 교만심이 나게 한 것
을 말한다. 《漢書 卷45 蒯伍江息夫列傳》
[주D-002]두 신하 기용했네 : 제(齊) 나라 처사(處士)인 동곽 선생(東郭先生)과 양석군(梁石君)을 조참(曹參)에게 추천하여 기용하게 한
것을 말한다. 《漢書 卷45 蒯伍江息夫列傳》
[주D-003]그 주인이란 …… 면했으니 : 한 고조(漢高祖)가 천하를 통일하기 전에 괴통(蒯通)이 한신(韓信)에게 한 고조를 배반하라고 하
였었는데, 그 후 한신이 죽임을 당할 때 “괴통의 말을 따르지 않은 것이 한이 된다.”고 하였다. 한 고조가 괴통을 기름 가마에 삶아 죽이려 하자 괴통이 “도척(盜蹠)의 개가 요(堯)를 보고 짖는 것은 요가 불인(不仁)해서가 아니라 그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여 죽임을 면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史記 卷92 淮陰侯列傳》
[주D-004]입을 꿰맨 …… 있겠는가 : 주(周) 나라 후직(后稷)의 사당 앞에 금인(金人)이 있는데 그 입을 세 번 봉하고 등에다 “옛날에 말을 조심한 사람이다.”고 명(銘)을 한 고사에서 인용된 말이다. 《孔子家語 觀周 第11》
[43]유경(劉敬)
欲將漢主嫁昆夷(욕장한주가곤이) / 한 공주(漢公主)를 곤이에게 시집보내려 함은
想見當初計畫時(상견당초계획시) / 그 당시의 사정을 상상하겠네.
千載名妃心語口(천재명비심어구) / 명비는 천추에 마음속으로,
奉春君豈是男兒(봉춘군기시남아) / 봉춘군 네가 어찌 남자이드냐 하겠지.
[주D-001]한 공주(漢公主) …… 함은 : 여기서 말한 곤이(昆夷)는 흉노(匈奴) 묵특(冒頓)을 가리키는데 한(漢) 나라가 흉노에게 자주 침
공을 당하자 유경(劉敬)이 적장공주(適長公主)를 그들에게 시집보내어 화친을 하자고 제의한 것을 말한다. 《史記 卷99 劉敬叔孫通列傳》
[주D-002]명비(明妃) : 흉노(匈奴)에게 시집간 공주(公主)를 가리킨다.
[주D-003]봉춘군(奉春君) : 유경(劉敬)의 봉호(封號).
[44]육가(陸賈)
將相同心業再昌(장상동심업재창) / 장상이 동심하여 왕업(王業)을 재창하고,
漢家聲敎到南荒(한가성교도남황) / 한 나라 교화가 남만(南蠻)까지 뻗쳤네.
擊鮮樂飮眞良計(격선락음진량계) / 격선 낙음은 참으로 양책이나.
枉費機關爲辟陽(왕비기관위벽양) / 벽양후를 위해 준 건 그릇된 낭비였네.
[주D-001]장상(將相)이 …… 재창(再昌)하고 : 한 고조(漢高祖)가 죽자 여씨(呂氏)가 왕이 되려 하므로 육가(陸賈)가 승상(丞相) 진평
(陳平)에게 “장상이 조화가 되어야 하오.” 하니, 진평이 그의 말대로 태위(太尉) 주발(周勃) 등과 여씨의 세력을 제거한 것을 말한다. 《史記 卷97 酈生陸賈列傳》
[주D-002]격선낙음(擊鮮樂飮) : 육가(陸賈)가 남월왕(南越王) 위타(尉佗)를 설복시키고 얻어온 수천금의 뇌물을 아들 5형제에게 나누
어 주고 돌아다니면서 소를 잡아 친구와 술을 마시며 즐긴 것을 말한다. 《史記 卷97 酈生陸賈列傳》
[주D-003]벽양후(辟陽侯)를 위해 준 건 : 벽양후는 심이기(審食其)의 봉호로 여씨(呂氏)와 친분이 깊은 그를 육가(陸賈)가 주선하여 평
원군(平原君)과 교제를 갖게 하고 도와준 것을 말한다.《史記 卷97 酈生陸賈列傳》
[45]낙헌(樂軒) 이시중(李侍中)이 통진(通津) 산재(山齋)에 있을 때 김백일(金百鎰)ㆍ이송진(李松縉) 두 학사(學士)가 탁연사(卓然師)
와 함께 찾아갔는데, 행인(行人)들이 보고서 ‘강도(江都)의 지세(地勢)가 오늘은 동으로 기울었다’ 하였다. 연사(然師)는 자호(自號)를 ‘운유자(雲遊子)’라 하였는데 필법(筆法)이 당시에 으뜸이었다.
兩點文星會德星(량점문성회덕성) / 두 문성이 덕성에 모이니.
三韓望重泰山輕(삼한망중태산경) / 삼한의 명망이 태산보다 중하네.
座中更着雲遊子(좌중경착운유자) / 운유자도 그 가운데 끼어 있으니,
莫怪江都地勢傾(막고강도지세경) / 강도 지세 기운 것이 괴이할 게 없다네.
[주C-001]강도(江都)의 …… 기울었다 : 통진(通津)은 강도(江都) 즉 강화도(江華島)의 동쪽 대안(對岸) 김포(金浦)에 있는데 당시의 명
사들이 여기에 모였으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46]허문경(許文敬) 공(珙)과 이판추(李判樞) 존비(尊庇) 가 함께 동정(東征)하는 일로 경상도에 갔다가 그들의 동년(同年)인 수재(秀
才) 박녹지(朴祿之)를 의춘(宜春) 전사(田舍)로 방문하고 각각 시 한 편을 남기다
黃茅苦竹海村邊(황모고죽해촌변) / 띠와 대나무 우거진 해변 마을.
數畝田園屋兩椽(수무전원옥우연) / 몇 이랑 전원에 오막살이 집 한 채.
何事古今聲價重(하사고금성가중) / 어언 일로 고금에 명망 높은 처지로
二公同訪一同年( 이공동방일동년) / 두 분이 함께 동년 한 분을 찾게 됐나.
[47]홍남양(洪南陽) 규(奎) 이 묘련(妙蓮) 무외국사(無畏國師)가 적(笛)을 잘 분다는 말을 듣고 소매 속에 금(琴)을 넣고 방장(方丈)에 들어가서 청하니 국사(國師)가 그를 위하여 몇 곡(曲)을 불렀다
天台再世顗禪師(천태재세의선사) / 천태종(天台宗)의 이세(二世)인 의선사는
也爲洪崖捻竹吹(야위홍애념죽취) / 홍애를 위하여 대를 잡고 불었네.
更說淸溪舟上客(경설청계주상객) / 청계에서 배타고 노니는 나그네도
踞床三弄得桓伊(거상삼롱득환이) / 평상에서 세 곡 타는 환이를 만났구려.
[주C-001]무외국사(無畏國師) : 고려의 중. 속명(俗名)은 정오(丁午)이다.
[주D-001]천태종(天台宗)의 …… 의선사(顗禪師)는 : 천태종은 중국 불교의 13종파(宗派)의 하나로 혜문선사(慧文禪師)가 혜사(慧思)
에게 전하고 두 번째는 지자대사(智者大師)에게 전하였는데, 그의 이름이 지의(智顗)이므로 의선사라 하였다. 여기서는 무외국사(無畏國師)를 가리킨 것이다. 《唐高僧傳 卷17》
[주D-002]홍애(洪崖) : 상고(上古)의 신선인 홍애 선생(洪崖先生)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홍규(洪奎)를 가리킨 것이다.
[주D-003]청계(淸溪)에서 …… 만났구려 : 진(晉) 나라 환이(桓伊)가 음률(音律)에 능하였는데, 왕휘지(王徽之)가 청계에서 뱃놀이를
하다가 마침 지나가는 환이에게 한 곡을 부탁하자 환이가 평상에 걸터앉아 세 곡을 불었다는 고사에서 인용하여 비유한 것이다. 《晉書 卷81 桓伊傳》
[48]추상(樞相) 송화(宋和)가 화엄종(華嚴宗) 육구 승통(六具僧統)을 찾아 흥왕사(興王寺)에 들렀는데 구공(具公)이 그의 곤봉(棍棒)
솜씨를 보려고 하므로 송화는 폭건(幅巾)쓰고 말에 뛰어 올라 곤봉술(棍棒術)을 부리며 하루를 보냈다
羽林飛將少稱奇(우림비장소칭기) / 우림의 비장은 젊을 때부터 뛰어났는데
百戰年來兩鬢絲(백전년래량빈사) / 백전을 겪으면서 귀밑머리 희어졌네.
不是支郞有眞賞(불시지랑유진상) / 지랑에게 그 무슨 구경거리 되겠는가.
一場毬馬只兒嬉(일장구마지아희) / 다만 아희들의 구마놀이에 불과하네.
[주C-001]육구 승통(六具僧統) : 육구(六具)는 육바라밀(六波羅蜜)을 갖추었다는 뜻에서 취한 법호(法號)인 듯하나 미상이고, 승통(僧
統)은 고려 시대 승위(僧位)의 제1품계이다.
[주D-001]지랑(支郞) : 중[僧]의 별칭.
[49]소악부(小樂府)
長巖(장암)
拘拘有雀爾奚爲(구구유작이해위) / 움츠린 참새야 너는 어이하여,
觸着網羅黃口兒(촉착망라황구아) / 그물에나 걸리는 황구아가 되었느냐.
眼孔元來在何許(안공원래재하허) / 보라는 눈은 어디에 두고서,
可憐觸網雀兒癡(가련촉망작아치) / 그물에 걸리는 가엾은 새가 되었나.
居士戀(거사련)
집 떠난 居士 男便을 思慕함.
鵲兒籬際噪花枝(작아리제조화지) / 울타리 옆 꽃가지에 까치 지저귀고,
喜子床頭引網絲(희자상두인망사) / 침상(寢床)머리 거미는 줄을 친다.
余美歸來應未遠(여미귀래응미원) / 내님이 돌아 올 날도 멀지않음을,
精神早已報人知(정신조기보인지) / 精神은 일찍이 사람에게 일러 알게하네.
濟危寶(제위보)
※고려 시대 가난한 사람을 구호하기 위한 기관임.
浣沙溪上傍垂楊(완사계상 방수양) / 빨래터 시냇가에 늘어진 수양버들,
執手論心白馬郞(집수논심 백마랑) / 손 잡고 마음 주던 백마 탄 님이여.
縱有連簷三月雨(종유연첨 삼월우) / 처마에 쏟아지는 삼월 비라도,
指頭何忍洗余香(지두하인 세여향) / 차마 어이 내손의 향기야 씻어낼까.
沙里花(사리화)
黃雀何方來去飛(황작하방래거비) / 참새야 어디서 오가며 나느냐?
一年農事不曾知(일년농사불증지) / 일 년의 농사는 아랑곳 않고,
鰥翁獨自耕耘了(환옹독자경운료) / 늙은 홀아비 애써 지은 농사인데,
耗盡田中禾黍爲(모진전중화서위) / 그 벼와 기장을 다 먹어치우다니....
少年行(소년행)
脫却春衣掛一肩(탈각춘의괘일견) / 봄 옷을 벗어서 어깨에 걸치고,
呼朋去入菜花田(호붕거입채화전) / 친구 불러 채마밭에 들어갔다네.
東馳西走追蝴蝶(동치서주추호접) / 동서로 쫓아가며 나비잡던 일들이
昨日嬉遊尙宛然(작일희유상완연) / 어릴적 놀던 모습 지금도 선하네.
處容(처용)
新羅昔日處容翁(신라석일처용옹) / 그 옛날 신라의 처용옹은,
見說來從碧海中(견설래종벽해중) / 넓고 푸른 바다 건너 왔다네.
貝齒赬唇歌夜月(패치정순가월야) / 조개 같은 치아 , 붉은 입술로 달밤에 노래하니,
鳶肩紫袖舞春風(연견자수무춘풍) / 자주빛 소매, 솔개처럼 치솟은 어께로 봄바람에 춤추네.
木鷄歌(목계가)
木頭雕作小唐鷄(목두조작소당계) / 나무 끝에 조그마한 닭을 조각하여,
筯子拈來壁上棲(저자염래벽상서) / 젓가락으로 집어다 벽위에 놓았네.
此鳥膠膠報時節(차조교교보시절) / 이 닭이 울면서 시간을 알려오니,
慈顔始似日平西(자안시사일평서) / 어머님 얼굴이 비로소 지는 해 같네.
西京別曲(서경별곡)
縱然巖石落珠璣(종연암석락주기) / 바윗돌에 구슬이 떨어져 깨지긴 해도.
纓縷固應無斷時(영루고응무단시) / 꿰미실만은 끊어지지 않으리라.
與郞千載相離別(여랑천재상이별) / 님과 천추의 이별을 하였으나.
一點丹心何改移 / 한 점 단심이야 변함이 있으랴.
鄭瓜亭(정과정)
憶君無日不霑衣(억군무일불점의) / 매일같이 님 생각에 옷깃이 젖어
政似春山蜀子規(정사춘산촉자규) / 바로 春山의 접동새 같다오.
爲是爲非人莫問(위시위비인막문) / 옳고 그름을 사람들아 묻지를 마오.
只應殘月曉星知(지응잔월효성지) / 다만 새벽 달과 새벽 별만은 應當 알리라.
※정과정(鄭瓜亭)은 內侍郞中 정서(鄭敍)의 1作, 自號가 과정(瓜亭), 그가 거문고를 타며 부르는 노래를 作者가 詩를 지어 풀이
함.
[주D-001]황구아(黃口兒) : 참새의 새끼를 말한다.
[주D-002]희자(喜子) : 거미[蜘蛛]의 별칭인데, 거미가 내려오면 기다리는 사람이 온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50]어제 곽충룡(郭翀龍)을 만나보았는데 그의 말이, 급암(及菴)이 소악부(小樂府)에 화답을 하려고 하였으나 같은 일에 말이 겹치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그에 대해서, ‘유 빈객(劉賓客)이 지은 죽지가(竹枝歌)는 기주(夔州)와 삼협(三峽) 지역의 남녀들이 서로 즐기는 사연이고 소동파(蘇東坡)는 이비(二妃)ㆍ굴원(屈原)ㆍ초 회왕(楚懷王)ㆍ항우(項羽)의 일을 엮어서 장가(長歌)를 지었는데 옛사람의 것을 답습한 것이었던가? 급암만은 별곡(別曲)으로써 마음에 느낀 바를 취하여 새로운 가사(歌詞)를 짓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고 두 편을 지어 도발(挑發)한다.
水精寺(수정사)
都近川頹制水坊(도근천퇴제수방) / 도시 부근 하천에 제방이 터져
水精寺裏亦滄浪(수정사리역창랑) / 수정사 마당까지 물이 넘치네
上房此夜藏仙子(상방차야장선자) / 사방엔 오늘밤 선녀를 숨겨두고
社主還爲黃帽郞(사주환위황모랑) / 절 주인이 도리어 황모랑이 되었네
※제주도 수정사(水精寺)에 관한 고려시대의 노래가 전하는데, 가사는 전하지 않고 이제현(李齊賢)의 《익재난고》에 한역시가 전한다.
홍수로 물바다가된 수정사의 스님이 상방에 미인을 숨겨두고 음욕의 강을 배저어 가는 뱃사공이 되었다는 내용으로 세태를 풍자하였다.
작가와 연대는 알 수 없다.
※황모랑(黃帽郞) : 뱃사람을 뜻하는 표현이다. 토(土)가 수(水)를 이긴다는 뜻에서 뱃사공이 토(土>흙)의 색갈인 황색(黃色) 모자를 썼으
므로, 황모(黃帽) 또는 황두랑(화黃頭郞)이라고 불렀다 한다.
※근래에 어떤 고관(高官)이, 봉지련(鳳池蓮)이란 늙은 기생을 희롱하면서 ‘너희들이 돈 많은 중[僧]은 따르면서 사대부(士大夫)가 부르
면 왜 그렇게 늦게 오느냐?’ 하니 그 기생은 ‘요즈음 사대부들은, 돈 많은 장사치의 딸을 데려다가 두 살림을 꾸리거나 아니면 그 종[婢
子]으로 첩(妾)을 삼는데, 우리가 진실로 치소(緇素)를 가린다면 어떻게 아침 저녁을 지내란 말이오?’ 하므로 온 좌중(座中)이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선우추(鮮于樞)의 서호곡(西湖曲)에,
西湖畫舫誰家女(서호화방수가녀) / 서호의 화방에 뉘집 여자던고,
貪得纏頭强歌舞(탐득전두강가무) / 전두를 탐내어 억지로 가무하고 있네.
하였고 또,
安得壯士擲千金(안득장사척천금) / 어떻게 해야 천금을 버리는 장사를 만나.
坐令桑濮歌行露(좌령상복가행로) / 상복에서 행로를 노래할 수 있을는지,
하였는데, 송(宋) 나라가 망(亡)하자 사족(士族)들이 이러한 식으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슬퍼한 것이다.
탐라(耽羅)의 이러한 곡은 아주 비루하지만 그러나 백성의 풍속을 보아 세태의 변화를 알 수 있다.
탐라요(耽羅謠)/북풍선(北風船)
從敎壟麥倒離披(종교농맥도리피) / 거꾸러진 보리 이삭 그대로 두고,
亦任丘麻生兩歧(역임구마생양기) / 가지 생긴 삼도 내버려 두었네.
滿載靑瓷兼白米(만재청자겸백미) / 청자와 백미를 가득 싣고서
北風船子望來時(북풍선자망래시) / 북풍에 오는 배만 기다리고 있구나.
※탐라(耽羅)는 지역이 좁고 백성들은 가난하였다. 과거에는 전라도에서 자기(瓷器)와 도미(稻米)를 팔러 오는 장사꾼이 때때로 왔으나
숫자가 적었는데, 지금은 관가(官家)와 사가(私家)의 소와 말만 들에 가득하고 개간(開墾)은 없는 데다가 오가는 관개(冠蓋)가 북[梭]
같이 드나들어서 전송과 영접에 시달리게 되었으니 그 백성의 불행이었다. 그래서 여러번 변(變)이 생긴 것이다.
[주C-001]급암(及菴) : 민사평(閔思平)의 호.
[주C-002]유 빈객(劉賓客) : 유우석(劉禹錫)이 빈객 벼슬을 지냈으므로 이른 것이다.
[주C-003]이비(二妃) : 요(堯) 임금의 두 딸로 뒷날 순(舜) 임금의 비(妃)가 된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을 가리킨다.
[주D-001]치소(緇素) : 치(緇)는 흑의(黑衣), 소(素)는 백의(白衣)로 중[僧]과 속인(俗人)을 가리킨 말이다.
[주D-002]전두(纏頭) : 기생들에게 상품(賞品)으로 주는 비단을 말한다.
[주D-003]어떻게 해야 …… 있을는지 : 금전 때문에 지조를 무너뜨린 기녀를 탄식한 말이다. 상복은 지명(地名)으로 상간(桑間)ㆍ복상(濮上)을 가리키는데,《禮記》 樂記에 “상간ㆍ복상의 음악은 망국(亡國)의 음악이다.” 하였고, 행로는 《시경(詩經)》소남(召南)의 편명(篇名)인데, 여인들이 정조를 굳게 지킬 것을 노래한 시이다.
[51]무술년(1358년) 정월 초하루에
路逢扶杖白頭人(로봉부장백두인) / 길에서 지팡이 짚은 백발노인 만나보고,
自約衰年不出門(자약쇠년불출문) / 늙으면 출입 않길 나 혼자 다짐했더니,
堪笑七旬今過二(감소칠순금과이) / 어허 어느덧 칠십 둘이라.
聽鷄騎馬賀三元(청계기마하삼원) / 첫닭 울자 말타고 삼원 하례 간다네.
[52]충선왕(忠宣王)의 영정(影幀)을 해안사(海安寺)에 이안(移安)하다
白頭重望屬車塵(백두중망속거진) / 백두로 다시 임금 수레 모셨는데,
眉宇依然照上春(미우의연조상춘) / 미우엔 여전히 봄 기운이 감도네.
此日感懷誰似我(차일감회수사아) / 오늘날 감회가 나 같은 이 누구일까.
當時法從更無人(당시법종경무인) / 그 당시 모시던 사람 한 사람도 없구나.
[53]김해부사(金海府使) 정 상서 국경(鄭尙書國俓)을 전송하면서 시(時) 자운을 얻다.
讀書思古人(독서사고인) / 글 읽을 땐 언제나 옛사람 생각하며,
常恨不同時(상한부동시) / 동시에 못 태어남 한탄했는데,
同時見古人(동시견고인) / 지금은 동시에 옛사람 보게 되니,
至樂良在玆(지락양재자) / 지극한 즐거움이 여기에 있다네.
幸哉吾今得吾子(행재오금득오자) / 다행히 내가 지금 그대를 만났으니,
胡不感此前賢詩(호불감차전현시) / 어떻게 전현시에 감탄하지 않겠나.
平生拙翁吾所畏(평생졸옹오소외) / 나는 평생 졸옹을 두려워하는데,
與世齟齬人共嗤(여세저어인공치) / 세상과는 안 어울려 모두들 비웃는다.
東人遺文手自錄(동인유문수자록) / 동인이 남긴 문장 자수로 기록하고,
又有拙藁皆倔奇(우유졸고개굴기) / 졸렬한 나의 초고도 기굴하게 써냈는데
一觀直欲覆醬瓿(일관직욕복장부) / 한 번 보고 장독덮개 하려고 하였더니.
攘攘可笑群兒癡(양양가소군아치) / 뭇 아이의 어리석음 가소롭도다.
殷勤鏤板垂不朽(은근누판수불후) / 그대는 정성들여 출판을 하였으니,
今世古人非子誰(금세고인비자수) / 현세의 고인은 그대 아니고 누구일까.
魚書虎竹吾州去(어서호죽오주거) / 어서 호죽으로 우리 고을로 가게 되니,
吾爲吾民多賀之(오위오민다하지) / 우리 백성 위하여 나는 하례하노라.
汝蠱豈不剔(여고기불척) / 너희들 해독이 어찌 제거 안되며,
汝疾豈不醫(여질기불의) / 너희들 질병이 어찌 치료 안되랴.
噓以燠汝骨(허이욱여골) / 훈훈한 입김으로 너희 뼈 따습게 하고,
哺以肥汝肌(포이비여기) / 배불리 먹여서 너희를 살찌우리라.
五袴何止歌來暮(오고하지가래모) / 어떻게 오고가 늦게 옴만 노래하며
一錢何止表去思(일전하지표거사) / 일전이 어떻게 간뒤에 생각 표함뿐이리요.
九原誰喚拙翁起(구원수환졸옹기) / 구원에서 졸옹을 누가 불러내어
滌筆爲作德政碑(척필위작덕정비) / 그대 위해 붓을 들고 덕정비를 쓸 것인가.
※정국경(鄭國俓)이 일찍이 전라도의 안렴사(按廉使)가 되었을 때 급암(及菴) 민상(閔相)이, 최 졸옹(崔拙翁)의 《동인지문(東人之文)》
과 졸고(拙槀)를 지었는데 정 상서(鄭尙書)가 모두 판각(板刻)을 하여 전하였다.
[주D-001]장독덮개[覆醬瓿] : 쓸모없는 저서(著書)는 장독이나 덮는다는 말로, 곧 서투르게 지은 시문(詩文)을 버린다는 뜻이다. 《漢書 揚雄傳》
[주D-002]어서 호죽(魚書虎竹) : 사신(使臣)이나 자사(刺使)가 가지고 다니는 부절(符節)로, 어부(魚符)ㆍ호부(虎符)ㆍ죽부(竹符)를
가리킨 것이다. 《唐書 兵志》
[주D-003]오고(五袴)가 …… 노래하며 : 오고는 다섯 벌의 바지란 말로 부유(富裕)함을 뜻한 것이다. 한(漢) 나라 염숙도(廉叔度 숙도는 염범(廉范)의 자)가 촉군 태수(蜀郡太守)로 있을 때 정치를 잘하여 고을이 잘 살게 되자 백성들이 “염숙도 어이하여 늦게 왔는가 …… 백성들이 지금은 오고를 두게 되었다네.”라고 노래를 부른 고사에서 온 말이다. 《後漢書 卷31 廉范傳》
[주D-004]일전(一錢)이 …… 표함뿐이리요 : 후한(後漢) 때 유총(劉寵)이 회계(會稽)의 태수(太守)로 있다가 떠날 때 그곳 백성들이 그
의 덕을 보답하는 뜻에서 전별금 백전(百錢)을 모아 주었는데, 청렴한 유총은 그 중에서 일전만을 받았다는 고사에서 인용된 말이다. 《後漢書 卷76 劉寵傳》 이래서 유총을 일전 태수(一錢太守)라고도 한다.
[54]최졸옹(崔拙翁)을 위하여 후유선가(後儒仙歌)를 지어서 급암(及菴)에게 보여주다.
孤雲雲孫雲錦腸(고운운손운금장) / 고운의 운손이 운금 같은 장부에,
曼倩嘲謔寬饒狂(만청조학관요광) / 만천의 해학으로 관요의 미치광이라,
賈勇中朝戰藝場(고용중조전예장) / 중국의 과장(科場)에서 능력을 과시했고
磊落夏宋伯仲行(뇌락하송백중행) / 우뚝한 하송과 백중하는 반열이네.
君胡爲乎思故鄕(군호위호사고향) / 그대는 어이하여 고향을 생각했나.
燕南鬼怪方譸張(연남귀괴방주장) / 연남의 괴물들이 요술을 부릴세라.
萬口相和喧蜩螗(만구상화훤조당) / 만 사람 입을 모아 매미같이 지껄이네.
風生四壁月照床(풍생사벽월조상) / 벽엔 바람 일고 평상엔 달이 밝아.
中夜起坐歌虞唐(중야기좌가우당) / 밤중에 일어나 우당을 노래한다.
病瘡老馬飢欲僵(병창노마기욕강) / 병들은 늙은 말 굶주려 지쳐 있어.
呼僮拂鞍靴滿霜(호동불안화만상) / 아이 불러 안장 터니 서리가 신에 가득.
平明敲推之何方(평명고퇴지) / 날 밝으면 고퇴하러 어디로 갈까.
竹軒爲啓琴書堂(죽헌위계금서당) / 죽헌이 그를 위해 서실(書室)로 맞이하네.
可人更有白玉郞(가인경유백옥랑) / 좋은 사람 또다시 백옥랑이 있구나.
愛直自合依南陽(애직자합의남양) / 정직을 좋아함은 홍남양(洪南陽)과 부합하네.
珥筆視草平斗量(이필시초평두량) / 붓 잡고 시초함은 두량에 가득터니.
홀연히 바람타고 상제(上帝)에게 돌아갔네 / 翩然乘風歸帝傍(편연승풍귀제방) /
천장을 떠내는 두병을 잡았는데 / 手挽斗柄挹天漿(수만두병읍천장) / 천장을 떠내는 두병을 잡았는데,
豈憶丹椹垂扶桑(기억단침수부상) / 부상에 드리운 단심 생각하겠는가.
同庚故人鬢蒼浪(동경고인빈창랑) / 동갑인 옛 친구 귀밑털이 반백인데 ,
含糊模稜坐巖廊(함호모릉좌암랑) / 사리(事理) 분별 못하면서 암랑에 앉아 있네.
下視啞啞一笑長(하시아아일소장) / 내려보고 깔깔 한 번 웃으면서,
騎龍被髮游鴻荒(기룡피발유홍황) / 머리 풀고 용 타고 홍황세계(鴻荒世界)에 놀겠지
[주D-001]만천(曼倩)의 …… 미치광이라 : 만천은 동방삭(東方朔)의 자(字). 관요(寬饒)는 한(漢) 나라 합관요(蓋寬饒)를 말하는데, 성
품이 강직하여 거리낌이 없었다. 《漢書 卷77》
[주D-002]중국의 …… 과시했고 : 최해(崔瀣)가 고려 충숙왕(忠肅王) 8년(1321)에 원(元) 나라 제과(制科)에 급제한 것을 말한다. 《高麗史 卷109》
[주D-003]우당(虞唐) : 요순(堯舜)을 뜻한 것이다.
[주D-004]고퇴(敲推) : 시문(詩文)의 자구(字句)를 여러 번 생각하여 고치는 일을 말한다.
[주D-005]홍남양(洪南陽) : 남양은 홍규(洪奎)의 호.
[주D-006]시초(視草) : 초고(草藁)를 본다는 말로 임금이 초안한 원고를 검토하는 것을 말한다. 《漢書 淮南王安傳》
[주D-007]천장(天漿)을 …… 잡았는데 : 천장은 천연적인 감즙(甘汁)으로 천상(天上)에서 마시는 음식물을 뜻한 것이고, 두병(斗柄)은북두칠성의 손잡이를 뜻한 것인데 북두성이 바가지[杓] 형태로 생겼다 하여 다섯째에서 일곱째 별까지의 셋을 가리켜 손잡이라한다.
[주D-008]부상(扶桑)에 …… 단심(丹椹) : 부상은 동해(東海) 가운데 있다는 지명(地名)으로 거기에 단심이란 나무가 있는데 그 열매가
매우 달고 향기롭다고 한다.
[주D-009]암랑(巖廊) : 조정(朝廷)의 이칭(異稱).
[55]초생(初生)이 타는 비파(琵琶) 소리를 듣다
傅粉鸃冠人姓李(부분의관인성이) / 분 바르고 아관 쓴 그 사람의 성은 이씨.
六尺輿中侍天子(육척여중시천자) / 육척여 가운데서 천자를 모시었네.
東歸一夢陽臺雨(동귀일몽양대우) / 양대의 비는 오로지 동으로 갈 꿈인데,
典刑留與鴉頭女(전형류여아두녀) / 그 전형 아두녀에게 남겨 주었네.
十三麗質傾敎坊(십삼려질경교방) / 열 세살 고운 자질 교방을 압도했고
十五妙藝專歡場(십오묘예전환장) / 열 다섯 묘한 재능 환심을 독차지했네.
只今四十減紅顔(지금사십감홍안) / 지금은 사십이라 홍안이 시들어,
杏花脉脉不禁寒(행화맥맥불금한) / 살구꽃 힘 없어 추위를 견디지 못하네.
良人少年號眉嫵(량인소년호미무) / 양인과 소년들이 미인이라 부르며,
一擲千金掌中舞(일척천금장중무) / 천금을 던져주고 장중에 희롱하네.
錦帶繡囊香未歇(금대수낭향미헐) / 비단 띠 수놓은 주머니에 향기가 남았는데,
綠陰靑子春何處(녹음청자춘하처) / 녹음지고 열매 맺어 봄은 어디로 갔나.
龍香捍撥鳳尾槽(용향한발봉미조) / 용뇌향 술대이며 봉미의 마침으로,
嘈囋爲誰相爾汝(조찬위유상이여) / 누구 때문에 너니 나니 중얼거리나.
烏孫馬上漢宮情(오손마상한궁정) / 오손의 말 위에 한궁의 심정이요.
靑塚月明仙佩聲(청총월명선패성) / 청총에 달 밝은데 선패의 소리로다.
輕攏慢撚意難盡(경롱만년의난진) / 가볍게 튕겨보고 느리게 문질러도 감회를 다 못 풀어,
倚絃低唱一再行(의현저창일재행) / 고개숙여 줄 고르며 한두 곡 노래하네.
聽之怳如煙霧墮(청지황여연무타) / 듣노라니 황홀함은 안개가 걷히는 듯.
遮莫四座譏老我(차막사좌기노아) / 둘러 앉은 여러 분은 나 늙었다 기롱 마오.
作詩欲代錦纏頭(작시욕대금전두) / 시(詩)를 지어 비단 전두 대신하려 하노니,
但愧江州白司馬(단괴강주백사마) / 다만 강주의 백 사마가 부끄럽네.
[주D-001]육척여(六尺輿) : 천자(天子)의 수레를 말하는데 천자의 수레가 방경(方徑)이 육척(六尺)이므로 육척여라 한 것이다.
[주D-002]양대(陽臺)의 …… 꿈인데 : 무산(巫山)의 신녀(神女)가 초 회왕(楚懷王)을 그리는 것을 말한 것이다. 초 회왕이 고당(高唐)에
서 놀다가 낮잠을 자는데 꿈에 어떤 여자가 와서 “저는 무산의 여자인데 침석(枕席)을 원합니다.” 하므로 동침을 하였는데 떠나면서 “저는 양대의 아래에서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됩니다.”고 하였다는 고사에서 인용된 것이다.
《宋玉 高唐賦》
[주D-003]아두녀(鴉頭女) : 비녀(婢女)의 별칭(別稱).
[주D-004]녹음(綠陰)지고 …… 갔나 : 여자가 시집가서 자식을 낳은 것을 꽃에다 비유한 말로, 곧 여자가 늙었다는 뜻이다. 《張君房 麗情
集》
[주D-005]오손(烏孫)의 …… 심정이요 : 오손공주(烏孫公主)가 한궁(漢宮)을 그리는 것을 말한다. 한 무제(漢武帝) 때 오손왕(烏孫王)
에게 시집을 가는 공주가 말 위에서 비파를 타게 하여 심정을 달랬다는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石崇 明君詞 序》
[주D-006]청총(靑塚)에 …… 소리로다 : 왕소군(王昭君)의 패옥(佩玉) 소리를 말한다. 왕소군이 한 원제(漢元帝)의 후궁(後宮)에 들어
왔다가 선우(單于)에게 시집가서 그곳에서 죽었는데 백초(白草)만 생장하는 그곳에 유독 왕소군의 무덤에는 청초(靑草)가 자랐으므로 청총이라 한 것인데, 그 무덤에서 달밤에 패옥 소리가 난다고 전한다. 《西京雜記 卷2》
[주D-007]비단 전두 : 기생들에게 상품(賞品)으로 주는 비단을 말한다.
[주D-008]강주(江州)의 백 사마(白司馬) : 백 사마는 곧 백거이(白居易)를 가리킨 말인데, 백낙천이 비파행(琵琶行)을 짓고 자신을 가리
켜 ‘강주 사마(江州司馬)’라 하였으므로 일컬어진 것이다.
[56]나의 문생(門生)인 율정(栗亭) 윤 정당(尹政堂)은 임금이 그의 초상을 그리고 그 위에 ‘율정(栗亭)’이란 두 글자를 크게 써주는 은총을 받았으니 이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영광으로 듣고 보기에 드문 일이므로 시를 지어 하례한다.
君不見韓張良(군불견한장량) / 그대는 못 보았나 한(韓) 나라 장량은,
漢皇字之稱子房(한황자지칭자방) / 한황이 그의 자를 자방이라 한 것을,
君不見白樂天(군불견백락천) / 그대는 못 보았나 당(唐) 나라 백낙천을,
唐帝畫之留集賢(당제화지류집현) / 당제가 초상 그려 집현전(集賢殿)에 둔 것을
不名而字固偶耳(불명이자고우이) / 이름 안 부르고 자 부름은 우연하다 하겠으나,
命工而畫奚足美(명공이화해족미) / 화공 불러 초상 그리는 것쯤 대단할 게 뭐 있을까.
賢哉我友尹政堂(현재아우윤정당) / 현명한 나의 벗 윤 정당은.
稀代恩榮蒙我王(희대은영몽아왕) / 세상에 드문 영광 임금에게 받았네.
金窓赭案絶點塵(금창자안절점진) / 금창에 주홍 책상 한 점 티도 없는데,
玉手染翰爲寫眞(옥수염한위사진) / 옥수로 붓을 적셔 초상을 그리누나.
水深山高淸且靈(수심산고청차령) / 물 깊고 산 높아 맑고도 신령스러워라.
妙用直恐非丹靑(묘용직공비단청) / 기묘한 그 솜씨 단청이 아닌 듯.
更題栗亭二大字(경제율정이대자) / 거기에다 율정이란 두 글자 크게 덧붙이니,
鐵點銀鉤照天地(철점은구조천지) / 철점은구의 획(畫)이 천지에 비치네.
粉身何報萬分一(분신하보만분일) / 몸이 가루된들 그 은혜 만분의 일이나 갚으랴.
傳家誰貴金千鎰(전가수귀김천일) / 집에서 전해 가지면 황금 천일도 귀하다 않으리 .
凌煙休誇歐與虞(능연휴과구여우) / 능연각(凌煙閣)의 구우(歐虞)를 자랑 말라.
誠齋空羨范石湖(성재공선범석호) / 성재는 공연히 범석호를 부리워했네.
拱手嘆賞傾朝官(공수탄상경조관) / 조관들 팔짱 끼고 감탄을 하고,
六官指目亦改觀(육관지목역개관) / 육궁도 지목하며 표정을 고치네.
櫟翁驚喜出眞意(역옹경희출진의) / 내가 기뻐함은 진정에서 나온 것.
眼見門生奇特事(안견문생기특사) / 눈으로 문생의 기특한 일 보아서지.
※당 태종(唐太宗)이 능연각(凌煉閣)에 공신(功臣) 화상을 그렸는데 구솔경(歐率更)과 우 비서(虞秘書)도 유학자(儒學者)로서 참여하였
다.
※참정(參政) 범성대(范成大)의 호(號)가 석호(石湖)다. 송제(宋帝)가 ‘석호(石湖)’란 두 글자를 크게 써서 주었는데 성재(誠齋) 양만리
(楊萬里)가 고시(古詩)를 지어 감탄하였다.
※능연휴과구여우(凌煙休誇歐與虞)가 다른 책에는 고여우(高與虞)로 되었는데 거기에 고(高)는 고사렴(高士廉)을 가리킨 것이다.
구솔경(歐率更)이 공신도(功臣圖)에 있다는 것은 장손 무기(長孫無忌)의 시에 보인다.
[주C-001]윤 정당(尹政堂) : 정당문학(政堂文學) 윤택(尹澤)을 가리킨다.
[주D-001]철점은구(鐵點銀鉤) : 아주 잘 쓴 글씨를 표현한 말이다.
[주D-002]육궁(六宮) : 궁녀(宮女)와 같다.
[57]정 우곡(鄭愚谷)이 장 언보(張彦甫)의 운산도(雲山圖)에 붙인 제사(題詞)에 화답하다
昔與姑蘇朱德潤(석여고소주덕윤) / 옛날 고소 주덕윤과,
每觀屛障燕市東(매관병장연시동) / 연경시(燕京市) 동편에 병장구경 하였지.
鐵關山水有僧氣(철관산수유승기) / 철관의 산수는 중의 기상 있건만,
公儼草花無士風(공엄초화무사풍) / 공엄의 화초는 선비 풍도 없구나.
月山畫馬不畫骨(월산화마불화골) / 월산은 말 그렸지 뼈 못 그리고,
喜作霧鬣黃金瞳(희작무렵황금동) / 굳센 갈기 누른 동자만 잘 그렸다네.
獨愛息齋與松雪(독애식재여송설) / 다만 식재와 송설을 사랑하노니,
丹靑習俗一洗空(단청습속일세공) / 그들의 단청 솜씨 세상을 휩쓸었네.
白雲靑山張道士(백운청산장도사) / 백운 청산 장 도사는,
晩出便欲誇精工(만출편욕과정공) / 늦게 나와도 정교한 솜씨 자랑하려 하였네.
萬壑千峯在咫尺(만학천봉재지척) / 만학과 천봉이 지척에 있어도,
難將眼力子細窮(난장안력자세궁) / 안력으론 세밀하게 다 그리기 어려운데 ,
忽驚森羅移我側(홀경삼라이아측) / 아 삼라만상이 내 곁에 와 있다니,
安得變化游其中(안득변화유기중) / 어떻게 변화하여 그 가운데 놀면서,
濯足淸溪弄明月(탁족청계롱명월) / 맑은 내에 발 씻으며 달 희롱하고,
振衣絶頂凌蒼穹(진의절정릉창궁) / 정상에서 옷 흔들며 하늘을 둘러볼까.
[주C-001]정우곡(鄭愚谷) : 우곡은 정자후(鄭子厚)의 호.
[주D-001]주덕윤(朱德潤) : 원(元) 나라 사람으로 시(詩)에 능하였으며, 산수화ㆍ인물화를 잘 그렸다. 《四庫提要 卷174》
[주D-002]병장(屛障) : 병풍을 말한 것인데, 여기서는 호화 건물을 가리켰다. 《晉書 卷49 阮籍傳》
[주D-003]식재(息齋)와 송설(松雪) : 식재는 원(元) 나라 이간(李衎)의 호이고, 송설은 원나라 조맹부(趙孟頫)의 호인데 모두 명필이었
다.
[58]유도권(劉道權)의 산수(山水)
瑜珥瑤環玉雪兒(유이요환옥설아) / 옥귀거리 옥팔찌 백옥 같은 아이가.
寄懷霞月亦云奇(기희하월역운기) / 하월을 그리는 모습 기이하여라.
蓬壺骨相靑雲器(봉호골상청운기) / 봉호의 골상과 청운의 기국을,
閱得人多子自知(열득인다자자지) / 사람 관찰 많이 한 그대만이 알겠지.
[주D-001]봉호(蓬壺) : 봉래산(蓬萊山)의 별칭(別稱).
[59]월담장로(月潭長老)의 두 그림
섭공(涉公)의 강룡(降龍)
神物來馴似犬羊(신물래순사견양) / 신물을 가져다 견양처럼 길들인다 하니
山僧伎倆亦荒唐(산승기량역황당) / 산 중의 기술이 황당하구나.
翻身遠逝非無意(번신원서비무의) / 몸 뒤집고 멀리 갈 생각이야 없을까만,
頷下明珠鉢底藏(함하명주발저장) / 턱 밑의 구슬을 발우에 숨겨뒀네.
풍간(豊干)의 복호(伏虎)
珍重於菟也解禪(진중어도야해선) / 진중한 오도가 참선할 줄 알아서,
困來相就共安眠(곤래상취공안면) / 피곤하면 함께 모여 졸고 있다네.
廻頭說向寒山子(회두설향한산자) / 머리 돌려 한산자에게 말해 주노니,
穩勝靑奴暖勝氈(온승청노난승전) / 청노보다 안온하고 모포보다 따습지.
[주D-001]섭공(涉公) : 전진 시대(前秦時代)의 서역인(西域人) 승 섭(僧涉)을 말한다.《晉書 卷95》
[주D-002]오도(於菟) : 호랑이의 이명(異名)인데 춘추 시대(春秋時代) 초(楚) 나라의 방언이었다.《左傳 宣公 4年》
[주D-003]한산자(寒山子) : 당(唐) 나라 때 천태산(天台山)에 있던 고승(高僧).
[주D-004]청노(靑奴) : 죽부인(竹夫人)의 이명(異名)으로 대오리로 길고 둥글게 만든 침구. 《事物異名錄 竹奴》
[60]送田祿生司諫按全羅道(송전록생사간안전라도)
전라도 안렴사(按廉使)로 가는 사간(司諫) 전녹생(田祿生)을 전송하다. 자(字)는 맹경(孟耕)이다.
田郞作倅吾鷄林(전랑작졸오계림) / 전랑이 우리 계림에 안렴사 되니,
父老至今懷德音(부노지금회덕음) / 부로들 지금까지 그 덕을 기리네.
拜囊懇惻呌閽辭(배낭간측규혼사) / 배낭한 그 정성 규혼사에 실려 있고,
枕戈慷慨從軍詩(침과강개종군시) / 침과하여 강개함은 종군시에 나타났네.
晏嬰高節凌首陽(안영고절능수양) / 안영의 높은 절개 수양산이 무색한데,
誰責食粟曹交長(수귀식속조교장) / 곡식 먹는 조교의 키를 그 누가 탓했던가.
登車攬轡志澄淸(등거람비지징청) / 수레 타고 고삐 잡아 징청함을 생각하고,
南方草木亦知名(남방초목역지명) / 남쪽의 초목도 그의 이름 알고 있네.
南方近者頻年荒(남방근자빈년황) / 요즈음 남쪽엔 흉년이 자주 들어,
損瘠往往僵路傍((손척왕왕강로왕) / 이따금 주린 백성 길가에 쓰러지네.
守令識字百二三(수령식자백이삼) / 유식한 수령은 백에서 두셋뿐이라.
坐視弄法猶盲喑(좌시농법유지암) / 법률 농간함을 소경같이 보고 있네.
旋驅農夫防海倭(선구농부방해왜) / 농부를 몰아다 왜적을 막게 하니,
賊刃未接先奔波(적인미접선분파) / 적의 칼 닿기 전에 먼저 흩어지누나,
大將坐幕擁笙歌(대장좌막옹생가) / 대장은 막사에 앉아 음악이나 듣고,
小將汗馬輸弓戈(소장한마구궁과) / 소장은 땀 흘리며 무기를 수송한다.
豪奴聯騎攘公田(호노연기양공전) / 세력가의 종들은 공전 것도 앗아가는데,
官徵逋租不計年(관징포조불계년) / 밀린 세금 징수에는 흉년도 계산하지 않네.
嗚呼民生至此極(오호민생지차극) / 슬프다. 국민생활 이 지경이 되었으니,
誰與吾君寬旰食(수여오군관간식) / 뉘라서 우리 임금 간식을 않게 할까.
益齋也曾玷廊廟((익제야증점랑묘) / 익재도 일찍이 낭묘에 있었지만,
受侮老姦幷惡少(수모노간병악소) / 늙은 간신 악소년에 모욕을 당했었네.
乞身自退僅免禍(걸신자퇴근면화) / 사직하고 은퇴하여 화는 겨우 면했으나,
此日尋思顔可赭(차일심사안가자) / 오늘날 생각하니 얼굴이 붉어진다.
田郞夙慕君子儒(전랑숙모군자유) / 전랑은 예부터 군자되길 원했으니,
豈比老我空囁嚅(개비노아공섭유) / 늙은 나의 섭유와는 비교가 안 되겠지,
往哉問瘼公無私(왕재문막공무사) / 부디 가서 공평하게 백성 고통 들어주고,
馳奏得令命主知(치진득명주지) / 그 사실 보고하여 임금께 알게 하라.
※위의 시는 공민왕 10년(1361) 봄 안염사(按廉使)에 임명되어 야은 전녹생이 전라도로 떠날 때 익제(益齊) 이재현(李齊賢) 선생이 송별
하면서 지어준 시로 내용을 살펴보면 야은(壄 隱) 전녹생(田祿生)의 면모를 단편적으로 알 수 있다.
[주D-001]배낭(拜囊) : 임금에게 밀주(密奏)하는 것을 뜻함인데, 밀주를 검은 주머니에 넣어 봉하여 올렸으므로 배낭이라 한 것이다.
[주D-002]침과(枕戈) : 창을 베고 잔다는 뜻인데, 군국(軍國)의 일로 인하여 편하게 잠자지 않음을 비유한 말이다.《晉書 劉琨傳》
[주D-003]안영(晏嬰) …… 무색한데 : 여기서 수양산(首陽山)은 백이(伯夷)ㆍ숙제(叔齊)를 가리킨 것인데, 춘추 시대 때 안영이 제(齊)나라의 재상(宰相)으로서 호구(狐裘) 한 벌을 30년이나 입었다는 고사에서 인용한 말로, 안영의 청렴함이 백이ㆍ숙제보다 낫다는 말이다.
《史記 卷62 管晏列傳》
[주D-004]곡식 먹는 …… 탓했던가 : 여기서 곡식 먹는다는 말은 곧 서민이란 뜻인데, 조교(曹交)가 맹자(孟子)에게 “나도 문왕(文王)만
큼 키가 큰데 어째서 문왕이 못 되고 곡식만 먹습니까.” 한 데서 인용한 말이다. 《孟子 告子下》
[주D-005]징청(澄淸)함을 생각하고 : 세상의 혼란을 말끔히 다스려 안정을 기하려는 뜻을 말한다.《後漢書 卷67 范滂傳》
[주D-006]초목(草木)도 …… 있네 : 당(唐) 나라 장만복(張萬福)이 강회(江淮) 지역을 잘 다스려 초목까지 위명(威名)을 알고 있다는 고
사에서 온 말이다.《唐書 卷170 張萬福傳》
[주D-007]간식(旰食) : 식사를 늦게 한다는 뜻으로 정무(政務)에 바빠서 식사를 제때에 할 수 없다는 말이다. 《左傳 昭公 20年》
[주D-008]섭유(囁嚅) : 말을 하려다가 못하고 머뭇머뭇하는 것을 말한다.
[61]안렴사(按廉使) 박대양(朴大陽)을 전송하다. 무술년(1358년)
七旬殘叟有孤孫(칠순잔수유고손) / 칠순 된 늙은이 손자 하나 두고서,
謫宦區區傍海村(적환구구방해촌) / 해변의 마을로 좌천되어 있다네. 이때 보림 좨주(寶林祭酒)가 남원(南原)을 맡았었다.
若念書筵舊知己(약념서연구지기) / 경연에 같이 있던 옛 친구 생각하면,
丑川亭上賜溫言(축전정상사온언) / 축천정 위에서 온화한 말을 해주겠지.
[62]손자 보림(寶林)을 위하여 집정관(執政官)에게 주다 기해년(1359년)
拙直書生宦嶺南(졸직서생환령남) / 우직한 서생이 영남에 벼슬함에 ,
理民防寇兩難堪(리민방구양난감) / 도둑 막고 백성 다스림 모두가 어렵네.
賜環何日來相見(사환하일래상견) / 언제나 환을 받아 만나게 될 것인가.
乃祖年今七十三(내조년금칠십삼) / 그의 조부 금년 나이 칠십삼세라네.
[주D-001]환(環)을 받아 : 환은 임금의 뜻을 전달하는 옥으로 된 고리이다. 죄를 지은 신하가 변방으로 좌천되어 가게 되면 3년이 지나도
감히 올 수가 없는데, 임금이 환을 보내주면 풀려나게 된다. 《荀子 大略》
[63]정택당(鄭澤堂) 후종군(後從軍)
書生祗白紛(서생지백분) / 서생은 대부분 백발(白髮)이 분분한데,
壯志孰如君(장지숙여군) / 그대 같은 장한 뜻 누가 있겠는가.
舊慕韓司馬(구모한사마) / 예부터 한 사마를 추모하더니,
今隨霍冠軍(금수곽관군) / 지금은 곽 관군을 따라가누나.
깃발은 새벽 달빛에 번뜩거리고 / 彩旗翻曙月(채기번서월) / 깃발은 새벽 달빛에 번뜩거리고,
畫角撼秋雲(화각감추운) / 나팔 소리에 가을 구름 흔들거린다.
珍重離亭酒(진중이정주) / 진중하게 이별하는 이 술잔을.
休辭倒十分(휴사도십분) / 열에 열잔 마심을 사양하지 마오.
[주D-001]한 사마(韓司馬) : 북제(北齊)의 한궤(韓軌)를 말한다. 대사마(大司馬)로서 유유(蠕蠕)를 정벌(征伐)하다가 군중(軍中)에서
죽었다.《北齊書 卷15 韓軌傳》
[주D-002]곽 관군(霍冠軍) : 관군은 한(漢) 나라 곽거병(霍去病)의 봉호. 흉노(匈奴)를 공격하여 공을 여러 번 세웠다. 《史記 卷111 衛將軍驃騎列傳》
[64]호해(湖海) 조마(照磨)가 강남에 돌아가다 태주(台州) 영해(寧海) 사람이다.
佳客來千里(가객래천리) / 아름다운 손님은 천리 길을 왔는데,
幽人老一丘(유인로일구) / 은퇴한 사람은 구학(丘壑)에서 늙누나.
仙標驚酒落(선표경주락) / 신선다운 품위에 깜짝 놀랐고,
友意感綢繆(우의감주무) / 친절한 우의에 감격했노라.
渺渺煙波路(묘묘연파로) / 아득한 연기 물결이요.
蕭蕭草木秋(소소초목추) / 쓸쓸하게 낙엽지는 가을이라네.
却懸徐孺榻(각현서유탑) / 서유의 걸상은 매달아 놓고서,
空望李膺舟(공망이응주) / 공연히 이응의 배를 바라보네.
※이때 선생의 나이 79세였는데 늙음으로 인하여 시부(詩賦)와 음영(吟詠)을 꺼렸으나 호해(湖海)가 간곡하게 요청하므로 이 시를 지었
다. 그 뒤로는 다시 저술(著述)을 하지 않았다.
[주D-001]서유(徐孺)의 …… 놓고서 : 서유는 후한 때 서치(徐穉)를 가리키는데 그의 자가 유자(孺子)이므로 서유라 한 것이다. 그 당시 태수(太守)인 진번(陳蕃)이 일반 빈객(賓客)은 접견하지 않고 오직 서치가 올 때에만 걸상[榻]을 내놓았다가 그가 가면 걸상을 매달아 놓았다는 고사이다. 《後漢書 卷53 周黃徐姜列傳》
[주D-002]이응(李膺)의 …… 바라보네 : 친구간에 친분과 선망의 대상이 됨을 말한다. 한(漢) 나라 때 이응과 곽태(郭太)가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갈 적에 많은 선비들이 하상(河上)에서 전송을 하면서 함께 배를 타고 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신선(神仙)이라고들 하였던 고사이다.《後漢書 卷68 郭太傳》
ⓒ 한국고전번역원 ┃ 장재한(역) ┃ 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