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인연 이런 만남
카페의 원로 겨울애(토끼띠) 님이 어느 글판에 짧은 시를 올리셨다.
겨울애 님은 나와 인연이 오랜, 나의 4년 선배시기도 하다.
'어제까지
나는 가족을 위해 살아왔지만
내일은
오늘처럼만 같아라.'
대충 이런 내용의 시에 포스팅을 했는데
찻잔을 기울이고 있는 백의관음을 닮은 어느 스님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절창이란 댓글로 화답했지만
내일이 오늘처럼만 같으려면
오늘이 기억에 남을만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오랜 인연의 시월애(양 띠) 님을 통해 콜 해서
경복궁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오찬장에서 벽 쪽을 둘러보니
백자 달 항아리가 전시되어 있었다.
일월, 이월, 삼월, 사월, 오월, 유월, 칠월, 팔월, 구월, 시월.
바로 열 개의 달항아리
시월이었던 것이다.
백자 달 항아리는 눈처럼 흰 바탕색과 둥근 형태가
보름달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미술사학자 고(故) 최순우는
'흰빛의 세계와 형언하기 힘든 부정형의 원이 그려 주는
무심한 아름다움을 모르고서야
한국 미의 본바탕을 체득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 했고
'아주 일그러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둥그런 원을 그린 것도 아닌
이 어리숙하면서 순진한 아름다움에 정이 간다.' 고도했다.
이 달 항아리는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전반에
경기도 광주의 분원관요(分院官窯)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는데
국보 262호로 지정된 게 용인대학 박물관에 있고
보물 1437호로 지정된 게 국립중앙박물관에 보존되어 있지만
그 아름다움을 찬미해
여기저기서 유사한 복제품을 만들어 전시하기도 한다.
우리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 서로가 서로를 쳐다보매
아직은 그렇게 일그러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둥그렇게 원만하지도 않았지만
그저 어리숙하게 살아가리란 생각을 하면서 헤어졌으니
다시 만날 날은
석촌 호반에 가을이 벌겋게 물 들 시월로 잡았던 것이다.
그러구러 또 몇 해가 지나갔는데
겨울애 님도 시월애 님도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다.
남성 휴게실 신사님들 이시여!
사라지는 건 바라볼 수밖에 없지만
고운 인연의 그림자를 품고 사시라.
첫댓글 사라지는 고운 인연이 아쉽지만
그 아름다웠던 추억만은 소중히!
언젠간 모두 헤어지게 마련이지요.
그렇더라도 잔잔한 여운이 남는 인연이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각각 아름다운 5060이라는
카페에 가입을 해서 활동 하게 된것은 우연이라 할수 있겠지만
이렇게 글을 올리고 댓글을 쓰게 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인연이라 생각 합니다.
참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름답게 살아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
맞아요.
참 소중한 순간들이죠.
이것 말고 인생이 따로 남겨진 게 없지요.
카페에서 만나 마음에 맞고 정이들고 즐거움을 나누지만
끝까지 같이 갈거라는 보장이 없는 아쉬움이
너무나 허무한 현실입니다.
만나면 혜여지고 혜여지면 또 다른 만남이 있는 것이 카페의 특성인 것을 너무 서러워하지 마시길.... 요.
네에 그렇습니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