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뇽하세요. 어렸을때부터 헛것을 자주보던 햄치즈입니다. 5살때 헛것을 처음 본 이후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잠을 잘 못자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헛것이 보여요...ㅎㅎ
저는 할아버지 두분이 모두 안계시는데, 두분이 돌아가시기 전 모두 뭔가를 봤던 기억이 나요.
친할아버지는 10년전, 제가 15살 때 돌아가셨어요. 가족들과 친분이 별로 없어 홀로 지내시다가 돌아가셨는데
왜인지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자꾸 저희집 문 앞에 누가 서있더라고요.
복도식도 아니고 한층에 집이 딱 두개만 있는 아파트였는데도 꼭 저희집 앞에만 그렇게 서있었어요. (거의 이렇게 생긴 아파트였어요.)
처음엔 그 사람이 정장을 입고 머리를 올백으로 싹 넘겨서 공무원인 줄 알았어요.
근데 보통은 용무가 있어서 온거면 문을 두드리거나 사람을 부르잖아요?
그 사람은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서 있더라고요.
첫날은 그게 이상해서 엘리베이터를 다시 타고 1층으로 내려갔어요. 그리고 엄마한테 문 밖에 좀 확인해달라고 했어요.
엄마는 아무것도 없다고 하셨어요. 예상대로 헛것이었던 거죠.
가끔 그렇게 문 앞에 서서 춤을 추거나, 아무것도 안하는 애들이 있는데 그런 과인가보다 싶어 다시 올라갔어요. 여전히 저희 집 앞에 있었어요.
여태 문 앞에 서있던 애들은 한번도 집에 들어온 적이 없어서 저는 그 분을 무시한 채로 문을 열었어요. 역시나 안들어오더라고요.
그 다음날에도 서있길래 지박령인가 싶어 다시 문을 열었어요. 그날도 안들어왔어요.
셋째날에도 여전히 집 앞에 서있더라고요. 아침에 나갈땐 없더니 제가 집 들어갈 때만 생기는게 이상했어요.
행색이 똑같은 걸 보고 쟤는 진짜 귀신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그날도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간 순간
그 분이 절 따라서 들어오더라고요.
여태 안들어왔는데, 그날은 현관까지 들어온 거예요. 아는 척 하면 진짜 뭐될거 같았는데 제 몸이 너무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게 느껴졌어요.
들킬까봐 최대한 자연스럽게 신발을 주섬주섬 벗었어요. 그런데 그 분이 저희집 현관에 놓여있는 신발들을 툭툭 치더니
"3명이네."
하고 문이 닫히기 전에 빠르게 나가더라고요. 그 몸짓에 저건 진짜 사람 아니다 싶었어요.
저희집은 항상 신발이 많았는데 그날은 하필 아빠 슬리퍼, 엄마 운동화, 그리고 제가 벗고 있던 운동화 한짝 그렇게만 있었어요.
생각해보니 집에 사람이 몇명인지, 서로 크기가 다른 신발이 최소 몇개인지 체크하려고 계속 서있었나, 싶더라고요.
그렇게 그 사람이 나가고 전 신발을 다 벗지 못하고 현관에서 넘어졌어요.
엄마가 뭐야! 하고 달려왔던거 같은데 그 이후로 잘 기억이 안나요. 그냥 최대한 자연스럽게 아무것도 아닌척 집에 들어갔던 거 같아요.
그날 이후로 그 사람은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저는 계속 악몽에 시달렸고요...
가족 전체가 다 죽는 꿈이라든지, 윗니가 우르르 빠지는 꿈이라든지 별의 별 흉몽은 다꿨어요.
그리고 몇 주 뒤에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어요.
고독사를 하셔서 부검을 했는데 최소 일주일 전에 돌아가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그 사람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걸 알고 할아버지를 찾으러 온 걸까요...? 아니면 자식이 몇명인지 알아보러 온 걸까요...
일단은 정신없이 할아버지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발인을 앞둔 둘째날, 어떤 사람이 혼자 장례식장에 들어오더라고요.
마침 상주가 저밖에 없어서 15살 응애지만 일어서서 손님맞이하려고 딱 일어서서 눈을 마주쳤는데
그 때 그 분인거예요.
장례식장에서 얼굴을 처음 봤는데 사람이 아님을 확신했어요. 사람 눈이라기엔 너무 컸어요...
저랑 시선이 마주친걸 그 분도 느꼈는지 갑자기 제쪽을 쳐다보면서
씩 웃더라고요.
그러면서
"이상하다. 내가 보이면 안되는데?"
그 말에 소름이 쫙 끼쳤어요. 그 사람 눈이 너무 커서 검은 눈동자에 제가 보이는거예요.
사람이 아닌 것의 눈에 제가 비치는 기분이 너무 생소하고 무서웠어요.
그 분은 계속 실실 웃으면서 장례식장 구석구석 돌아다녔어요. 근데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세는 거 같더라고요. 갯수를 세듯 손가락질을 하는 게 보였어요.
큰 아빠네 가족을 보면서 손가락질 네 번, 저희 가족을 보면서 손가락질 두 번, 고모네를 보면서 손가락질 세 번,
그렇게 가족 명수대로 손가락질을 하고 나서 저한테 다시 오더라고요. 그러더니
"나중에 또 봐도 아는척 하지 마세요."
이 말을 남기고 훅 사라졌어요. 그냥 원래 없던 것처럼요.
그리고 기억이 안나요. 눈 뜨니까 그 장례식장에 딸린 쉬는 방이더라고요.
엄마 말로는 제가 상주자리에 잠들어 있어서 여기서 자면 안된다고 막 깨웠는데, 너무 안일어나길래 절 그 쉬는방에 두고 나왔다고 하셨어요. 아마 기절했었나봐요...
그 뒤에 저는 그 분을 1년 뒤, 중학교 3학년 때 외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또 뵈었어요.
똑같은 정장에다가, 똑같은 걸음걸이로 누군가 장례식장에 들어오길래 그사람이구나 싶어 그냥 안보이는 척 했어요.
상주자리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는데, 제 얼굴 앞까지 자기 얼굴을 들이밀더니
"진짜 안보이는 척 하네?"
그렇게 얘기하곤 사라졌어요.
그날은 또 볼거라는 말이 없어서 안심이었어요. 그리고 25살이 된 지금까지도 그 누구도 돌아가시지 않았어요.
첫댓글 **참고로 외할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는 문 앞에 안 서있었어요! 그래서 장례식장에 올거라곤 예측도 못했다는... 후일담...
하..하ㅏㅏ….하나도 안.. 무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