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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이시아, 통화 가치 하락으로 소비자들의 지갑 얇아져
◦ 링깃화 가치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 말레이시아에서 미국 달러 대비 링깃(ringgit)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입품 가격이 치솟아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2023년 들어 미국 달러 대비 링깃화 가치가 5.5% 하락했고 외환시장에서는 7월 1일 기준 종가가 1달러당 4.6674링깃이다. 링깃화 가치는 2022년 11월에 1달러당 4.7479링깃까지 떨어졌다가 2023년 1월에 4.2435링깃으로 회복했으나 이후 다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 링깃화 하락은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말레이시아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말레이시아 소비자들은 싱가포르 매체 더 스트레이츠타임스(The Straits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한 이전보다 더 저렴한 제품을 구매한다”고 답했다.
- 현지 시중은행 말레이시아 무아말랏 은행(Bank Muamalat Malaysi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모흐드 아프자니잠 압둘 라시드(Mohd Afzanizam Abdul Rashid)는 링깃화 약세로 인해 2023년 소비자 지출 증가율이 연평균 7%를 밑돌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현지 시중은행 메이뱅크(Maybank)의 수석 외환 전략가 사크티안디 수파트(Saktiandi Supaat)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US Federal Reserve)가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중국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여 원유 가격이 상승할 때까지 링깃화는 약세를 유지할 것”으로 점쳤다.
◦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얼어붙은 소비 심리
- 말레이시아의 소비재 수입 증가율은 2023년 1~5월 간 이미 둔화되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1%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22년 같은 기간의 전년 대비 20.1% 증가율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 메이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수하이미 일리아스(Suhaimi Ilias)는 “2023년 첫 5개월 동안 불안정한 추세를 보였던 말레이시아의 소비재 수입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그리고 신중해진 소비 심리에 링깃화 약세가 더해지면서 2023년 남은 기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수하이미 일리아스는 말레이시아 수입 소비재의 약 45%가 식음료 제품이고, 그 외는 의류, 자동차, 신발, 가구 및 비품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기업들도 상품이 판매되지 않고 재고로 쌓이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수입을 줄이고 있다.
- 그러나 재고를 보충하여 새로운 상품을 끊임없이 진열해 쇼핑객의 시선을 끌어야 하는 의류 업종 등은 수입품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입을 줄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에서 인도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아난드(Anand M)는 “패션 업계에서는 철 지난 상품을 계속 진열할 수 없어 재고를 계속 보충해야 하며, 말레이시아 의류 시장이 가격에 매우 민감한 탓에 사업자들이 비용 부담을 고객에 전가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 말레이시아, 긴축 통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과 화폐 평가절하에 대응
◦ 일부 현지 기업들, 수입 대체에서 매출 신장 기회 잡아
- 한편, 일부 기업은 값비싼 수입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저렴한 현지 제품을 제공할 기회를 잡았다. 동물 사료를 판매하는 말레이시아 농업 기업 퀀텀 스프링스(Quantum Springs)는 조호르(Johor)주에서 필지 20.2헥타르(ha)에 네이피어 풀(napier grass)을 심었고, 이를 40.5ha로 늘릴 계획이다. 네이피어 풀의 가격이 수입 동물 사료 가격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아 퀀텀 스프링스의 매출은 매달 15%씩 성장한다.
- 말레이시아 도로교통부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1~5월 간 말레이시아 국민은 전년 동기 대비 국산 자동차 구매를 늘렸고, 가장 인기 있던 수입 자동차의 판매 대수가 감소했다. 말레이시아 최대 자동차 제조사 페로두아(Perodua)의 자동차 판매량는 2023년 1~5월 사이 5개월간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또 다른 국내 업체 프로톤(Proton)의 경우 판매 대수가 무려 43.7%나 늘었다. 한편, 같은 기간 BMW의 판매 대수는 56.6%나 줄어들었고, 혼다(Honda), 미쓰비시(Mitsubishi), 닛산(Nissan), 폭스바겐(Volkswagen)의 판매량도 각각 10.2%, 5%, 37.4%, 27.6% 감소했다.
◦ 말레이시아 재무부, 달러 페그제 재도입 가능성 일축
- 말레이시아 재무부는 미국 달러와 링깃의 가치를 연동하는 달러 페그제를 적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링깃화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자금 유입과 외국인 투자 촉진이라는 구조적 접근법을 사용하겠다는 것이 말레이시아 재무부의 입장이다. 2022년에 링깃화 가치가 떨어졌을 때도 말레이시아 재무부는 통화 정책 독립성을 상실할 위험을 지적하면서 다시는 달러 페그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1998년 아시아 금융 위기 당시 말레이시아는 자본 통제를 시행하고 2005년까지 링깃화를 달러당 3.8로 고정한 바 있다.
- 2023년 5월 말레이시아 중앙은행(BNM, Bank Negara Malaysia)은 내수 호조 속에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관리를 이유로 들어 기준금리를 예기치 않게 2.75%에서 3%로 상향 조정했다. 2023년 5월 말레이시아의 인플레이션은 2.8%로 상승했다. 아흐마드 마슬란(Ahmad Maslan) 말레이시아 재무부 차관은 “말레이시아의 국내 투자 환경과 생산성을 개선하고, 양질의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하여 재정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2023년 6월 15일 기준 BNM의 국제준비금은 4.8개월 치 상품 및 서비스 수입 대금 결제에 충분한 1,130억 달러(한화 약 147조 4,252억 원)에 달한다.
< 감수 : 윤진표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The Straits Times, Malaysians cut back on imported goods as ringgit weakens, 2023.06.23.
New Straits Times, Malaysia's inflation rose to 2.8 per cent in May 2023, 2023.06.23.
New Straits Times, BNM international reserves at US$113bil as at June 15, 2023.06.22.
The Straits Times, Malaysia says it won’t peg currency and will focus on policies to strengthen ringgit, 2023.06.20.
Channel News Asia, Economists: Ringgit may weaken further in Q3, 2023.05.30.
Reuters, Boon for Singapore as Indonesia scraps ban on sea sand exports, 2023.05.29.
Reuters, Malaysia rules out capital controls, currency peg as ringgit trades near 24-year low, 2022.09.23.
[관련 정보]
1. 말레이시아, 링깃화 평가절하로 수입품 가격 상승 (2023. 6. 26)
2.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국제준비금, 6월 중순 기준 한화 약 147조 원에 달해 (2023. 6. 26)
3. 말레이시아 재무부, 달러 페그제 적용 계획 없다고 발표 (2023.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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