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공산성 잠기고… ‘보물’ 신천리 삼층석탑 석축 붕괴
[댐-하천 범람]
전국서 문화재 피해도 속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백제역사유적지구에 있는 충남 공주시 ‘공산성’이 집중호우로 침수됐다. 문화재청 제공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충남 공주시 공산성 등 옛 백제 문화재들도 이번 호우로 수해를 입었다.
16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집중호우 여파로 전국에서 문화재 피해가 34건 발생했다. 경북이 8건으로 제일 많았고, 충남 7건, 전남 6건, 전북 4건, 강원 3건 등이었다. 보물 1건, 사적 19건, 천연기념물 5건 등 피해 문화재 종류도 다양했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충남 공주시·부여군, 전북 익산시)의 피해가 극심했다.
백제시대 도읍지인 공주를 방어하기 위해 축성된 공주시 공산성의 누각 만하루는 지붕만 남긴 채 물에 잠겼다. 1984년 복원된 지 39년 만이다. 또 다른 누각인 공산정 부근의 성벽 일부도 유실됐다. 공산성 서쪽 문루(문 위에 세운 높은 다락) 금서루 하단 토사도 흘러내렸다. 문화재 당국은 피해 발생 지역 부근에 안전 펜스를 설치하고 추가 토사 유실을 막고 있다.
백제 왕릉과 왕릉급 무덤이 모여 있는 사적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은 흙더미가 무너졌다. 우리나라 구석기 시대에 사람이 살았음을 처음으로 알게 해 준 공주 석장리 유적은 발굴지가 침수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인근 석장리박물관의 출입을 통제하고 소장 유물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백제의 사비기(538∼660년) 도읍이었던 부여의 피해도 심각하다. 왕릉급 무덤이 모여 있는 ‘부여 왕릉원’은 고분군 중 2호 무덤 일부가 유실됐다. 낙화암과 고란사가 있는 부여 부소산성에서는 군창지(군대에서 사용할 식량을 비축했던 창고 터) 경계와 탐방로 일부가 훼손됐다. 백제의 궁터인 사적 ‘익산 왕궁리 유적’(전북 익산시)도 침수됐다.
전남 영광군 ‘신천리 삼층석탑’은 석축이 약 10m 무너졌다. 신천리 삼층석탑은 고려시대 3층 석탑으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다. 석축은 석탑과 2m 거리에서 주위를 둘러싼 옹벽인데 집중호우로 석축 곳곳이 파였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국가민속문화재인 ‘안동 하회마을’에선 가옥 4채의 담장이 파손됐다. 문화재청은 “피해 문화재를 응급 복구하고 있으며 긴급보수 신청을 받아 다음 달 중 보수 예산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주·부여=지명훈 기자, 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