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둘러싼 위험과 도전이 날로 거세지면서, 100년을 지속하는 우량기업을 영위하기가 매우 힘든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경영환경 변화가 극심해 장수 기업의 출현이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 기업과 미국기업을 대상으로 100년 기업의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한국기업들은 미국기업에 비해 우량기업으로 존속하는 기간이 훨씬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들이 100년 장수의 희망을 현실화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 지 살펴 보았다.
1878년 설립된 이후 130년 가까이 세계 최고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기업이 바로 GE다. 2000년 이후 5년 동안 전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회사로 비즈니스 위크 글로벌 1000 순위에서 1위를 유지해오고 있으며, 매출액 기준의 Fortune 500대 기업 순위에서도 55년 이후 꾸준히 5위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GE말고도 엑슨모빌(Exxon Mobil), 쉐브론텍사코(ChevronTexaco), 씨티그룹(Citigroup), 알트리아그룹(Altria Group), JP모건체이스(J.P. Morgan Chase), 파이자(Pfizer), P&G,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 등 작년 미국의 매출액과 시가총액 모두 30위 안에 드는 기업 17개 중에 9개가 100년을 넘긴 기업이다. 나머지 8개 기업 중에서도 IBM, AIG,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역사가 100년에 가까운 회사들이다. 17개 중에서 12개(71%)가 100년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2004년 매출액, 시가총액 모두 30위 안에 드는 23개 기업 중 50년 이상 된 기업은 기아자동차와 하이닉스반도체 뿐이다. 기아자동차가 겨우 60년을 넘겼을 뿐이다.
물론 우리 나라는 근대적 자본주의를 발전시킨 것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100년 기업이 많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규모와 미래가치 측면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는 초우량기업 중에서 특별히 장수기업이 많다는 미국의 사례는 장기번영기업이 되는 것이 왜 중요한가를 말해주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나라 기업을 미국기업과 비교 분석하여 100년 기업의 가능성을 살펴 보고자 한다. 한국의 경우에는 1981년부터 2004년까지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에 한번이라도 상장되거나 등록된 적이 있는 기업 2,008개를 분석 대상으로 하였다. 즉 지난 24년간 흥망성쇠를 거듭한 2천여 회사를 대상으로 매년 매출액과 시가총액 기준으로 상위 100대 기업을 추출하였다.
미국의 경우에는 매출액 순위인 Fortune 500대 기업을 1955년부터 2005년까지 분석하였다. Fortune 자료를 분석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Fortune 500대 기업은 1994년까지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따로 순위를 냈는데, 1995년부터 두 부분을 합하여 순위를 내고 있다. 1995년을 기점으로 자료의 성격이 달라진 것이다. 순위 내 생존률 등을 분석할 때는 일관성이 보장되는 1994년까지의 자료만을 가지고 시행해야 한다.
요컨대 이 글에서는 한국의 100대 기업의 추이와 주요 특성 변화를 미국 기업 순위 변화와 비교해 보고, 한국기업이 100년 장수의 희망을 가질 수 있는지 알아본다.
미국보다 변화가 많은 한국의 기업환경
우선 한국의 기업환경이 미국에 비해 어떠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일정 기간 순위 내에 존재하는 비율을 비교해 보았다. 한국의 매출액 100대 기업에 10년간 살아 남는 기업은 1991년부터 2004년까지 평균 66개 정도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미국의 경우에는 10년 동안 존속했던 기업은 1965년부터 1994년까지 평균343개로 100대 기업으로 환산했을 때, 69% 정도가 존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비해 한국기업의 생존률이 더 낮은 것은 한국의 기업환경이 변화가 그 만큼 더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 미국과 한국의 경우 모두 최근 시기로 올수록 10년 존속기업의 숫자가 작아진다. 현대의 경영환경이 과거에 비해 더욱 힘들어졌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영환경이 미국에 비해 경쟁이 더욱 치열한 것은 우리 나라가 상대적으로 신흥시장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오래 전에 기업과 시장이 발전하여 안정화가 이루어진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보다 변화가 덜한 것이다. 한편 한국의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10년 생존률은 47%로 매출액 순위보다 변화가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40년간 존속 가능성은 미국 32%, 한국 12%
한국의 기업환경이 더 경쟁적이라는 사실은 다른 분석으로도 입증된다. 최근 월간 현대경영에서 한국기업의 장기간 생존과 관련된 연구를 발표했다. 65년 매출액 100위권에 존재했던 기업 중 2004년에 생존한 기업이 12개뿐이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 1955년 Fortune 500대 기업에 들었던 기업 중 1994년에 생존한 기업은 160개이다. 32%가 살아 남았다는 얘기다. 역시 미국의 경영환경이 더욱 안정적임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미국과 한국기업의 소멸 속도에 대해 알아 보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존속하는 기업의 수는 일정하게 선형을 그리며 감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선형 회귀선을 그어 그 기울기를 구하면 매년 감소하는 속도를 알 수 있다. 매출 순위를 기준으로 할 경우 1년에 평균적으로 2.33개 정도가 사라지고 있으며,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100대 기업에서는 매년 2.81개 정도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기업의 경우에는 100대 기업으로 변환시켰을 때, 1년 소멸률은 1.56개 정도로 한국의 경우보다 작다.
이것을 존속 기간으로 바꾸어 주기 위해서는 100개 기업이 몇 년에 걸쳐 없어지는가를 구하면 된다. 이렇게 순위권 내에 존속하는 기간을 구해보면 한국기업은 매출 순위에 평균적으로 존속하는 기간은 43년(100/2.33), 시가총액 순위는 36년(100/2.81)이다. 미국의 경우는 64년(100/1.56)이 된다. 역시 한국의 기업환경이 더욱 역동적임을 알 수 있다.
● 한국에서 패자부활전이 더욱 활발해
경영환경의 역동성을 살펴보기 위해서 순위권 내에서 이탈했다가 다시 순위 안으로 들어오는 기업을 조사했다. 이른바 패자부활전에서 되살아난 기업 역시 한국시장이 더 많았다. 미국은 14% 내외에서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한국의 경우에는 25% 이상까지 패자부활 기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즉 2004년 한국의 매출 100대 기업순위 안에 들어온 기업 중 25개는 과거에 이탈했다가 다시 진입한 기업이다. 시가총액의 경우에는 42개 기업이 과거 순위에서 밀렸다가 되살아난 기업이다. 역시 한국 기업환경의 역동성을 말해주고 있다.
● 기업의 평균연령은 증가하나, 상위기업은 젊어져
하지만 한국의 자본주의가 점점 더 발전하면서 기업의 평균연령은 높아지고 있다. 매출액 순위의 경우 최근에는 기업의 평균연령이 35년에 다가서고 있다. 물론 시가총액의 경우에는 변화가 더 크기 때문에 기업의 연령도 적다. 하지만 최근에는 평균연령이 30년을 넘어서고 있다. 기업의 나이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사실은 시가총액 순위의 경우 상위기업일수록 더 젊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90년대 후반 이후 정보통신 산업과 같이 첨단 업종이 시가총액의 상위를 차지하기 때문에 상위기업의 연령이 적어진 것이다.
심화되는 한국의 상위기업 집중현상
한국의 기업환경이 급격한 변화 과정에 있다는 것은 상위기업 집중도를 분석하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경제나 산업이 발달하면 초기에는 많은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경쟁을 하다가 구조조정이 된다. 따라서 산업이 안정화되어 감에 따라 상위기업의 집중도는 점점 커지게 된다. 상위 5% 기업의 집중도는 한국보다 미국이 더 큰 것을 알 수 있다. 상위 5%의 매출액 점유율을 보면 한국은 30%를 넘어서지 못하는 실정인데, 미국은 꾸준히 40% 수준에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반면에 한국의 시가총액 순위 상위 5대 기업의 집중도는 점점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상위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지기 시작해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현상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상위 5% 기업의 수익성을 미국과 비교해 보았다. 수익성을 알아보기 위해 매출액 순이익률을 사용하였다. 업종간 차이를 없애기 위해 제조업에서 매출액 100대 기업을 다시 뽑았다. 이것을 Fortune 500대 기업의 상위기업 순이익률과 비교해 보았다. 미국은 상위 5% 기업의 수익성이 전체 500개 기업의 수익성에 비해 조금 높게 유지되어 온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과거에는 상위기업과 전체 기업간 수익성의 차이가 나지 않다가, 최근 들어 상위기업의 수익성이 전체 기업의 수익성에 비해 크게 좋아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상위기업의 수익성이 더 좋지만 그것이 최근의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현상이 최근 들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90년대 중반 이후,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상위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글로벌기업이 출현하였기 때문이다. 즉 우리 나라의 기업환경이 미국을 닮아가는 것이다. 상위기업을 중심으로 경영환경이 재편되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 성장성도 상위기업이 양호해져
수익성 이외에 안정성과 성장성을 보아도 상위기업의 성과가 더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상위기업의 매출액 성장률이 전체 성장률보다 좋아짐을 볼 수 있다.
흔히 규모가 작을수록 성장률이 더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한국의 100대 기업의 결과를 보면 최근에는 오히려 상위기업의 성장성이 더 크다. 1981년부터 1998년까지 상위 5% 기업의 평균 성장률은 15.9%이고, 전체 100개 기업의 평균 성장률은 15.3%이다. 커다란 차이가 없다. 하지만 1999년부터 작년까지의 평균 성장률은 상위 5%가 17.7%인데, 전체 100대기업은 12.2%이다. 5.5%포인트나 상위기업의 성장률이 더 높다.
1등만이 살아 남는 세계
지금까지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한국의 기업 경영환경은 미국에 비해 매우 변화가 심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위기업에 의한 독점현상은 아직까지는 한국이 미국에 비해서 크지 않으나, 상위기업의 집중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도 미국처럼 승자독식의 경제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의 경영환경의 변화는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1등을 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언제 우리의 기업환경이 안정화되어 패자부활전이 어려운 상태로 갈지 모른다. 이러한 결론은 단기간 내에 1등을 하지 못하는 기업에게는 너무나도 암담한 메시지다.
● 100년 기업은 어디서나 가능하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한국 100대 기업의 산업분포 현황을 살펴보면 최근 들어 다양한 분야에서 우량기업이 나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특정 산업이 경제를 이끌어갔다. 못먹고 못살 때는 음식료업이 인기였다. 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단계에서는 건설업이 경제를 리드했다. 가정의 소비 규모가 커졌을 때는 전자산업이 발달했다. 즉 시장의 규모가 작을 때는 다양한 분야에서 거대기업이 출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규모가 충분히 커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더욱이 우리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활동한다. 이러한 기업환경의 변화가 한국의 100대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이 다양해진 이유이다.
이처럼 한 산업이 경제를 이끌어가지 않고 골고루 발전하는 현상은 미국에서도 나타난다. 비즈니스 위크가 매년 봄 발표하는 비즈니스 위크 선정 50대 기업을 보면 산업의 영역이 다양해 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미국의 경우에는 정보통신 산업의 열풍과 같은 거품경제가 걷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산업분포는 다양한 기업의 고른 발달을 위해 긍정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사양산업은 없다. 수익성, 성장성,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비즈니스 위크 50 순위에서 올해 1위는 철강업체인 뉴코어(Nucor)였다. 90년대 미국 철강업계가 위기에 빠져 모든 기업들이 투자를 꺼릴 때, 뉴코어는 새로운 생산기법인 미니밀(Minimill) 기법을 발전시켰다. 사양산업으로 불리는 전통산업에서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일으킨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오늘의 성공이 가능했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가전사업이 사양산업으로 분류되어 철수를 고민하던 시절, LG전자는 오히려 가전을 중심으로 성장동력을 만들어 냈다. 가전 분야에서 축적한 역량을 이제는 정보통신 분야로 확장시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등은 어디서나 가능하다. 한국의 기업환경이 경쟁의 강도가 커지고 있는 지금도, 자신의 분야에서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면 100년 장수의 희망은 결코 꿈이 아니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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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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