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문 : 마르틴 루터와 독일개신교회 음악(통청아카데미 326주, 2016.10.19)

[이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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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루터와 독일 개신교회 음악

박종문(음악학자)

1) 들어가는 말

필자는 이른바 ‘크리스챤 가정’에서 자랐다. 고졸 무렵까지는 자신을 기독교 신자라고 생각했다. 대학생이 되면서는 신앙심이 떠나갔다. 그런데 음악대학엘 들어가니 그곳엔 학생과 교수들 중 다수가 기독교 신자들이었다. 나만 타락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 후 직장도 가톨릭재단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 곳 역시 비신자 교수는 약간 위축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런데도 꿋꿋하게 견디다 퇴직했다. 집 바깥에서는 이랬고 집 안에서는 돌아가신 조부님과 아직 살아계신 부모님들이 손자와 아들의 불신자 생활을 못내 안타까와 하셨다. 결혼하여 같이 사는 아내도 가톨릭 신자이다. 아내도 성당 같이 나가자고 은근히 조른다. 그러므로 필자가 비신자로 살아온 생도 그렇게 쉽고 만만한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데 3~4년 전엔가 필자가 사는 동네 우방 강촌마을에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우리 동네에 교회가 들어서는 걸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나붙고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렸다. 교회가 들어서면 아파트 주차장에 신자들 차량이 난입하고 찬송가 소리로 시끄러워 못 살 거라는 식이었다. 올해 봄에 드디어 번듯하게 완공된 맘모스 교회의 이름은 ‘대명교회’였고 넓은 주차장과 카페와 교회부지를 양보하여 넓힌 진입로와 주민들을 위한 작은 공원까지 만들어 건축 반대자들을 무마하는 데 성공한 듯 보였다. 교회 창립 100주년이란다. 내가 떠나온 교회가 내가 사는 마을까지 따라왔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기독교와 필자와의 인연은 질기고 긴 인연인지 모르겠다. 아직도 비신자이고 기독교 신앙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가족, 친지들 가운데의 많은 신자들에게 이상스런 인간적 미안함 같은 게 쌓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학 재직시에 <그레고리오 성가의 역사적 배경>이란 논문을 쓴 것이나 오늘 개신교회 찬송가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는 것도 어쩌면 저런 미안함의 발로일지 모르겠다.

2) 루터의 사람됨과 종교개혁의 대략의 경위

루터(Martin Luther, 1483~1546)는 깊은 종교적 심성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11월 10일 아버지 한스 루터와 어머니 마르가레테 사이에 장남으로 태어난 루터는 바로 다음날인 11월 11일 성 마르틴 축일에 유아 세례를 받아 이름이 마르틴 루터가 되었다. 아버지 한스는 광부로 출발했으나 근면하게 노력하여 루터를 낳을 무렵에는 구리 광산과 제련소의 부지를 소유하고 있을 만큼 제법 성공한 남자였다. 그런 아버지답게 한스는 장남 루터를 법관으로 만들려고 했다. 루터 나이 14세 때에 만스펠트의 라틴어 학교에 보내졌고 곧 이어

마그데부르크, 아이제나흐의 학교로 옮겨가

문법과 수사학과 논리학을 공부하였는데 루터

는 이 시절의 학교 생활은 연옥이나 지옥에

가까웠다고 회상했다. 1501년에는 에르푸르

트 대학—이 대학을 루터는 맥주집이나 창녀

촌에다름없다고생각하였다—에입학하여

1505년에 학위를 받았다.

에르푸르트 대학에 입학한 그 해에 아버지의 소원대로 같은 대학 법학과에 등록하였으나 법학은 애매함과 불확실성의 소굴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면서 곧바로 중퇴해버렸다. 루터는 삶에서 무엇이 확실한 것인가를 찾기 위하여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오캄의 윌리엄과 비엘의 철학에 심취하였고 두 명의 철학 선생(바르톨로메우스, 트루트페터)에게서 비판적, 경험적 사고를 훈련받았다. 그러나 철학은 이성의 사용에 관해서는 어떤 확실성을 제공해줄지 모르지만, (루터에겐 이성보다 훨씬 중요한)하나님을 사랑하는 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불만족스럽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람이 하나님에 관하여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길은 오직 신비한 계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믿게 된 루터는 그 때부터 성서 연구에 몰두하였다.

그가 성서 연구로 전향케 된 데는 1505년 7월 2일의 사건이 큰 계기가 되었다. 집에 갔다가 말을 타고 대학으로 돌아오던 길에 폭풍우 속에 벼락이 자기 가까이 떨어졌는데 동행한 두 명의 친구가 즉사한 그 순간에 루터는 죽음의 공포에 질려 “성 안나여, 도와 주소서! (살려만 주시면) 저는 꼭 수사가 되겠습니다.”라고 외쳤다. 그는 이 외침을 깰 수 없는 맹세로 여겼다. 그 길로 대학을 중퇴하고 모든 책을 처분하고 보름 후인 7월 17일에 에르푸르트에 있는 어거스틴 수도원에 들어갔다. 루터를 법관으로 만들려던 아버지는 모든 비용과 노력이 허사가 되고 말았음에 격노하고 실망해 마지 않았다.

루터는 고행과 장시간의 기도와 순례와 빈번한 고해에 전력하면서 어거스틴 수도원의 계율에 헌신하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생애 중의 이 기간을 영혼의 깊은 실망의 기간으로 묘사했다. “나는 구세주이며 위로자인 그리스도와의 교감을 상실하였고 그 분을 감옥에 갇힌 내 불쌍한 영혼의 간수이며 사형집행자로 만들어버렸다”고 말하였다. 그러던 중에 어느 현명한 참회청문승이 이 절망적인 젊은이에게 성서를 연구하여 성경 교사가 될 것을 권고하였다. 성 바울의 서한과 성 어거스틴의 저서를 읽는 동안에 루터는 드디어 그의 고민에 대한 적극적인 해답을 발견하였다. 그 해답이란 사람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 자기 자신의 구제의 가능성에 대한 신앙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1507년에 루터는 신부 서품을 받아 1508년 비텐베르크 대학의 신학 교수로 임명되어 갔고 1512년에는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516년 요한 테첼이라는 도미니칸 수사가 면죄부 판매 대행인으로 로마 교황청의 위촉을 받아 독일에 당도하였다. 면죄부 판매금은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의 바실리카 재건축 비용에 충당하려는 것이었다. 당시 로마 가톨릭 신학은 신자가 온전한 의인(義認, justification)을 받으려면 신앙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지속적인 선업(good works, fides caritate formata)을 쌓아야만 한다는 공식적 입장을 내놓았다. 평소에 선업이 부족한 신자들은 이 기회에 면죄부를 사두면 부족한 선업을 현저히 보충할 수 있다고 하면서 심지어 테첼은 “면죄부 판매금 모금통에 당신의 동전이 떨어지며 짤그랑 소리를 내는 순간에 당신의 영혼은 연옥에서 천당으로 튀어오른다”라고까지 말했다.

1517년 10월 31일에 루터는 마인츠의 알베르트 주교 앞으로 면죄부 판매에 항의하는 서한을 보냈는데 그 봉투 안에는 후일 ‘95개 조 반박문’이라고 알려진 “면죄부의 권능과 효과에 대한 마르틴 루터의 논박”이라는 제목의 루터의 논저의 사본이 동봉되어 갔다. 교회사가 한스 힐데브란트는 루터는 가톨릭 교회에 맞설 생각은 없었고 그의 논박문 자체도 교회 관습에 대한 학자적 이의 제기일 뿐이라고 생각하였고 따라서 그의 논박문의 논조도 “교조적이기보다는 학구적이었다”라고 말했다.

발터 크래머 등 여러 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루터가 95개 조문을 비텐베르크 성당 대문에 내걸었다는 역사적으로 정착된 이야기도 그다 지 사실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성 당 대문 이야기는 필립 멜랑크톤이란 사람의 말에 근거한 것인데 멜랑크톤은 그 당시 비텐 베르크에 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힐데브 란트는 루터의 논박문의 몇 개 조항에는 교회 권위에 대한 도전의 기세가 현저했고 특히 제 86조의 “오늘날 과거의 크랏수스 가문보다 더 큰 부를 가진 로마 교황이 성 베드로 성당의 건축에 왜 자기 돈을 안 쓰고 가난한 신도들의 돈을 쓰려고 하느냐?”라는 문장에서는 그 도전의 기운이 극에 달했다고 말했다.

신학 교수로서의 루터에게 가장 중요한 이론은 의인(義認)의 이론으로서 하나님에게서 죄인이 의롭다고 인정하심을 입는 일은 오직 하나님의 은총을 통해 얻어진 믿음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루터는 죄의 용서는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것이므로 면죄부가 벌을 경감해준다든가 구원을 보장해준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마인츠와 마그데부르크 교구를 동시 관할하는 알브레히트 대주교는 95개 조문이 포함된 루터의 서신에 즉답하지 않고 이 편지의 내용에 이단의 요소가 없는지를 조사해달라고 그해 12월에 이 편지를 로마로 보냈다. 그 즈음 하나 이상의 교구를 관할할 수 있는 대주교직의 정년보장을 로마교황청으로부터 받아야 할 입장에 있던 알브레히트는 일정액의 교구배당금을 로마로 보내야만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면죄부 판매를 통한 세수 확보가 필요한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루터의 행동이 괘씸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후일 루터는 “사실 교황도 면죄부 판매 수익금이란 파이에 한 손가락을 담그고 있었다. 왜냐하면 성당 건축에는 수익금의 절반만 사용되고 나머지 절반은 교황청 금고로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었다”라고 회고했다.

1518년 1월에 루터의 95개 조문은 몇몇 친구들에 의해 라틴어에서 독일어로 번역되고 인쇄되어 두 주 만에 전독일로, 두 달 만에 전유럽으로 퍼져나가 갓 발명된 인쇄술의 혜택을 입은 역사상 최초의 논쟁이 되었다. 루터의 편지에 대한 교황 레오 10세의 응답은 느리고 신중했다. 몇 명의 신학자를 보내 루터의 주장을 철회하도록 종용했으나 루터의 입장은 점점 견고해지기만 했다. 드디어 작센 선제후 프레데릭이 루터를 제국회의에 불러 심문하자고 교황을 설득하여 열린 1518년 10월의 아우구스부르크 제국회의에서 교황대사 카제탄 추기경이 루터에게 교황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느냐고 묻자 루터는 용감무쌍하게도 교황권은 성서에 입각한 그리스토 교회의 일부라고 인정할 수 없으며 묵시록에 관한 역사적 해석도 교황을 적그리스도로 결론지었다고 답했다. 그러자 회의장의 주제는 금방 적그리스도에 관한 묵시록의 예언으로 옮겨 갔고 청문회는 고함의 경연장으로 바뀌었다. 루터는 교황의 적으로 낙인찍혔다. 루터를 설득하지 못할 경우 그를 즉시 체포한다는 것이 카제탄의 계획이었지만 심상찮은 회의장 분위기 때문에 그는 그 계획을 취소했고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루터도 그날 밤 아우구스부르크를 몰래 빠져나갔다.

교황청 파견 신학자인 요한 폰 엑크(1486~1543)가 1519년 6-7월에 루터의 주장을 공개토론회에 부쳤을 때도 루터는 과감하게 주장하기를 “마태복음 16장 18-19절의 성경 말씀도 성서 해석의 배타적 권한을 교황에게 부여하는 근거가 될 수 없으며, 따라서 교황도 종교회의도 무류(無謬, infallible)일 수 없다”라고 말하였다. 이에 엑크는 루터를 1415년에 화형당한 체코의 이단자 얀 후스에 빗대어 새로운 얀 후스라고 불렀다. 1520년 6월 15일에 교황은 루터에게 칙서를 보내 95개 조문 중의 41개 문장을 60일 이내에 취소하지 않으면 파문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엑크 교수는 교황 칙서를 메시엔과 몇 개 도시에 공고하였고, 브로커를 보내 자신을 회유하려는 교황청의 모든 시도를 뿌리친 루터는 그 해 10월에 교황에게 <기독교도의 자유에 관하여>라는 논저의 사본을 보냈고 12월 10일 비텐베르크에서 교황 칙서를 불태웠다. 이듬해 1521년 1월 3일에 교황 레오 10세는 루터를 파문했다.

1521년 4월에 보름스에서 열린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

가 주재하는 제국회의에 작센의 선제후 프레데릭 3세의 안전한

보호를 받아 나타난 루터에게 엑크는 루터가 쓴 몇 권의 논저

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이 책들이 당신이 쓴 것이 맞으며,

아직도 이 책들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믿고 주장하고 있느냐?”

라고 물었다. 이에 루터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로 대답하였다.

“내가 의거하고 있는 성서에 의하여 나의 유죄가 입증되지 않는 이

상, 나의 양심이 하나님의 말씀에 사로잡혀 있는 이상 나는 아무것도 취소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양심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것은 안전하지도 않고 우리에게 허용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나의 입장입니다. 나는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하나님, 저를 도우소서!(Hier stehe ich. Ich kann nicht anders. Gott helff mir. Amen)

제국과 교황청이 취한 격렬한 행동도 소용이 없었다. 루터 는 이미 유력한 추종자들을 가진 국민적 영웅이 되어 있었 기 때문이다. 황제 카를 5세는 루터를 법외자(outlaw)로 낙 인찍었다(1521. 5. 25.). 누구든 루터를 죽여도 법적 책임 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루터는 추방되고 그의 추종자 들은 체포되고 재산을 몰수당했다. 그럼에도 루터의 추종자 들은 그들의 신념을 꺾지 않고 보름스 칙령에 “이의를 제 기하고 저항하였다” 하여 “프로테스탄트”라 불리게 되었다. 메디치 가문 출신인 교황 레오 10세가 교회의 부와 예술적 사치에 골몰하여 그 비용의 큰 부분을 신성로마제국관할의 독일 지역에 가혹하게 부과한 것에 독일의 제후들이 반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들은 종교개혁이 성사될 경우 독일 지역의 수많은 수도원들의 재산을 접수할 수 있다는 즐거운 전망도 바라보았다.

귀족 제후들의 지지를 받은 루터의 종교개혁을 역사가들은 프로테스탄트 우익으로 분류한다. 이후 스위스의 제네바를 중심으로 일어난 프로테스탄트 좌익이랄 수 있는 쯔빙글리와 칼빈의 개혁 교회와 극좌라 할 재세례파와 유니테리언파에 영향받아 독일 남서부 지역의 비교적 깨인 농민 계층이 농민반란(1524-25)을 일으켰을 때 루터는 “농민은 악마이고 군주는 천사이다”라면서 귀족들의 가혹한 진압에 편들었다. 성공하여 상당한 재산을 가졌던 아버지의 덕으로 비싼 고급 교육을 받았고 점진적이고 안정된 개혁을 추구하는 루터의 자세는 철저히 보수적이었다.

더구나 농민들이 자신이 번역한 독일어 성서(루터는 보름스 제국회의 직후 프레데릭 3세의 보호하에 아이제나흐의 바르트부르크 성에 은둔하면서 신약성서를 그리스어에서 독일어로 번역하였음)를 읽고 혁명 사상이 고취된 데 대해서 루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실 농민들은 루터의 이름으로 귀족들에 대해 잔혹 행위를 저지르기도 하였다. 농민 전쟁을 겪으면서 귀족 제후들은 루터를 더욱 공고히 지지하게 되었고 농민 지도자들은 자신들을 지지해줄 줄 알았던 루터에게서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다. 토마스 뮌처는 그 대표적 인물이었다. 농민전쟁이 끝난 뒤 귀족들은 뮌처와 10만명의 농민을 보복살해했다. 그 후 300년간을 독일 농민들은 노예에 가까운 비참한 삶을 영위해야만 했다.

3) 루터교회 찬송가(Lutheran Chorale)

쯔빙글리와 칼빈의 개혁주의 교회가 예배당의 장식을 극도로 간소화하고 음악도 거의 다 없애고 설교 중심으로 예배 분위기를 건조하게 바꾼 데 반하여 루터는 루터 교회의 예배 의식을 가톨릭의 미사와 대동소이하게 유지하였다. 그러면서도 이전의 복잡한 가톨릭 다성음악이 다수 민중들이 능동적으로 예배에 참여하는 데 장애가 된다고 느끼고 그들이 쉽게 따라부르고 함께 할 수 있는 간결한 교회노래(Kirchenlied, Kirchengesang, Chorale)를 개발하였다. 루터는 많은 코랄을 직접 작사, 작곡하였을 뿐 아니라 가톨릭 교회의 전통적 다성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교회음악가 죠스캥 데프레(1450-1521)의 음악에도 깊은 이해와 존경심을 가진 나머지 “다른 모든 음악가들은 음표의 지배를 받지만 죠스캥은 음표를 지배한다”라는 유명한 말도 남겼다.

원래 루터교회 찬미가(Lutheran Hymnal)는 그 역사가 오랜 음악이다. 11세기경부터 독일 지역의 가톨릭 교회에서는 예컨대 사제와 성가대가 부르는 자비송(Kyrie Eleison)의 한 단락이 끝나면 회중이 낮고 작은 소리로 따라부르는 여러 절의 짧고 간단한 가사와 선율로 된 ‘라이제(leise ; kyrieleise가 줄어든 말임)’라는 유절가(strophic song) 양식이 성립되어 있었다. 이 노래들은 키리에, 속가(續歌, sequence) 등의 그레고리오 성가와 민요로부터 발전해나와서 루터 교회 찬송가의 양식적 자원이 되었다. 라이제 말고 비예배 성가인 ‘칸치오(cantio)’라는 라틴어 노래도 있었는데 이것도 종교개혁 오래전부터 독일어로 번역되어 독일 지역 가톨릭 교회에서는 미사를 라틴어 노래와 독일어 노래를 병용하는 것이 관례였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미사의 중심이 성찬식에 있었다면 루터 교회에서는 목사의 (복음서)설교와 그에 대한 신도들의 노래를 통한 화답으로써 신앙의 기쁨을 표현하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 예배의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회중이 쉽게 부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찬송가 양식의 요체가 되었다. 루터 코랄의 가사는 시편이나 옛 가톨릭 미사곡 가사를 독어로 번역하거나 루터 같은 찬송가 작사가들이 새로 작사하였고, 선율은 라이제나 칸치오에서 가져오거나 루터 같은 찬송가 작곡가들이 새로 작곡하였다. 새로 작사, 작곡하였다 하더라도 완전히 독창적인 것은 거의 없고 대부분 이전의 가사나 선율에 많이 의존하였다.

예컨대 루터가 작사․작곡한 저 유명한 코랄 <내 주는 강한 성이요 Ein feste Burg ist unser Gott>의 가사는 시편 46편을 개사하였고 선율은 단호한 장조 조성과 옥타브 위 으뜸음에서 옥타브 아래 음뜸음으로 하강하는 등 세부 선율구조에 있어 루터와 동시대의 뉘른베르크 출신의 전설적 마이스터징거인 한스 작스(1494~1574)의 <백발의 현자여, 그대에게 인사드리나이다 Silberweise, Salve, ich grus dich>라는 노래와 많이 닮아 있다. 참고로 말하자면 루터 성가집(The Lutheran Hymnal, Evangelisches Kirchengesangbuch) 262장의<내 주는 강한 성이요>의 악보는 우리가 한국 개신교회 찬송가로 들어 알고 있는 찬송가와는 그 선율이 조금 다르다.(유투브에서 그 선율을 들어봄)

가사를 살짝 바꾸든(contrafactum) 선율을 차용하든(parody) 회중들을 위해 쉽고 인상적인 노래를 만든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개신교회 신도대중들에게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힘차고 아름다운 찬송가를 선사했다는 점에서 루터의 코랄 작곡은 그의 성서 번역 만큼이나 위대한 업적이라 하겠다.

다음은 루터 시대부터 200년 뒤의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에 이르기까지 독일 지역에서 출판된 주요 코랄집, 즉 루터교회 찬송가 책들의 연대순 나열이다.

1) Etlich Christlich lider Lobgesang, und Psalm(Wittenberg, 1524); 최초의 독일 찬 송가집(4개의 선율에 8곡의 찬미가가 수록되었음)

2) Eyn Enchridion oder Handbuchlein....Geystlicher Gesenge und Psalmen(Erfurt, 1524) ; 16개 선율에 25곡 수록

3) Johann Walter, Geystliche Gesangk Buchleyn(Wittenberg, 1524, 루터 감수) ;32곡의 찬송가와 43곡의 5성부 편성곡 수록

4) Valentin Babst, Geystliche Lieder(Leipzig, 1545, 루터가 감수한 마지막 성가집);

97곡의 선율과 129곡의 찬송가 수록

5) Johann Crṻger, Newes vollkṏmmliches Gesangbuch Augspurgischer Confession

(Berlin, 1640); 135개의 선율과 248곡의 찬송가 수록

6) Johann Crṻger, Andȁchtiger Seelen geistliches Brand- und Gantz-Opfer(Berlin,

1697) ; 5000곡 이상의 찬미가 수록. 이 성가집이 출판되었을 때 바흐는 12살이었으 며 89년 후인 1786판의 이 성가집에는 무려 72,733곡의 독일 찬송가가 수록되었다.

추측컨댄 바흐는 5)번의 <Newes Vollkṏmmliches Gesangbuch> 의 한 버전을 주로 보았던 것 같고 자신의 코랄 작곡을 위해 옛 코랄 선율 재료들 중 208곡을 가져와 사용했으며 그것을 토대로 389회의 화성화(Harmonization) 작업을 했다. 389회의 화성 작업 중 204회는 바흐의 수난곡, 오라토리오, 칸타타, 모텟에 나오고 나머지 185회는 바흐의 사후 아들 칼 필립 엠마누엘 바흐에 의해 수집되어 4성부 합창곡으로 1784-87년 사이에 라이프치히에서 출판되었다.

바흐가 가져온 전래 독일 찬송가들은 선율이 있을 경우에도 소프라노에 해당하는 단선율만 있었고 바흐는 이 선율에 알토, 테너, 베이스 성부를 붙이는 화성화 작업을 하였다. 화성화 작업의 순서는 대체로 베이스 성부를 먼저 만들고 그 다음에 알토와 테너 성부를 첨가하는 화성풀이의 일반적 순서를 따랐다. 바하의 루터풍 코랄의 4성부 화성은 서양음악의 모든 화성적 작품들의 모델이 되는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것이다.

또한 바흐 코랄의 아름다움은 단순한 화음 진행(chord progression)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고 서양음악사적으로 바흐 자신이 그 종착역이자 완성점이라고 말할 대위법적 장식이 적절한 양념으로 첨가된 데서 비롯된 아름다움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바흐는 공통관습시대(1600~1900)의 양대 음악언어인 대위법과 화성법의 변증법적 종합과 완성을 이루어낸 음악가로, 나아가 근대 서양음악의 아버지로 일컬어지고 있는 것이다. 바흐 코랄의 이런 특성을 살펴보기 위해 우리는 잠시 <마태수난곡> 가운데 나오는 “피와 상처로 가득한 주님의 머리 O, Haupt voll Blut und Wunden”라는 코랄의 악보를 잠시 들여다볼까 한다.

만일 이 코랄에서 알토, 테너, 베이스 성부에서 간간히 나타나는 4분음표 한 박을8분음표 둘로 나눈 것에서 둘째 8분음표를 없애고 화음 기둥으로만 이어지는 단순한 화음 연결체로 환원시켜서 소리나게 한다면 그 소리는 어느 정도 밋밋하고 정적 인 소리로 들린다. 그러나 둘째 8분음 표를 모두 살려서 제대로소리내면, 생략했을 때는 꽃 을 찍은 사진의 정 지 화면 같던 소리 가 꽃잎이 바람에 한들한들 움직이는 동영상처럼 들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8분음표의 인 접한 윗 혹은 아랫 음을 소리내는 둘 째 8분음표는 그 성부의 선율적 독 립성을 순간적으로 증대시켜서 단순한 화음연결에서나 타나는지루함을 절 묘하게상쇄시키는 역할을 한다.

4. 한국 개신교회 찬송가

한국의 개신교회는 장로교가 주를 이룬다, 장로교회(Presbyterian Church)는 칼빈에게서 개혁교회의 교리와 실제를 배워간 스코틀랜드의 목사 존 녹스(1514?~1572)에게서 비롯된다. 스코틀랜드의 기독교도들은 로마 가톨릭에 격렬하게 반대하여 성 앤드류 교회의 창에서 교황청 인사를 밀어뜨려 죽게까지 하였다. 존 녹스는 이 곳 스코틀랜드의 개혁교회를 지도한 중심인물이었다. 가톨릭의 교회 제도가 교황, 주교, 신부 등 1인에게 교회 권력이 집중되는 폐단이 있으므로 한 교회에서 여러 명의 장로들(Elders)을 뽑아 목사를 보필하는 집단 지도체제를 지향하는 것이 장로교회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도 스코틀랜드의 국교는 장로교이다.

영국 교회는 전체적으로는 로마 가톨릭에 대립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왕권을 추종하는 개신교 우파라 할 수 있는 영국국교회(Anglican Church)와 의회 정치를 지향하는 개신교 좌파인 장로교회로 나누어져 있는 셈이다. 크롬웰이 이끄는 의회파가 우세했을 때 장로교회도 크게 발전했다고 한다. 장로교회는 18세기에 미국 이민개척자들을 따라 뉴잉글랜드로 전파되었고 미국 장로교는 19세기 남북전쟁에 즈음하여 노예제를 둘러싼 남북의 입장 차이로 갈등하다가 북장로교와 남장로교로 나뉘어졌다. 1885년 한국에 파견된 언더우드 선교사는 북장로교 소속이었다.

장로교회의 찬송가는 많은 부분 독일 루터 교회 찬송가도 수용했지만 루터 찬송가에는 단조나 옛 선법의 선율도 있는 반면에 장로교회 찬송가는 그 발생과 성장의 과정에 있어서 가톨릭과 잉글랜드와의 치열한 투쟁의 필요성 때문인지 좀 더 군가적이고 열광적인 기운을 돋구기 위한 장조 선율 일변도로 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필자의 한국 찬송가의 역사나 그 음악적 본질에 대한 인식은 그냥 여기까지이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와 발표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자 한다.

< 다음 주 강의 예고 >

통청 아카데미 通 靑 Academy	327회		주제:	도덕경 76장		발표자:		이태호 (통청아카데미 원장/철학박사)
	일시:	2016. 10. 26(수) pm 7:00~9:00			장소: 대구시립수성도서관 제1 강좌실		문의		010-3928-2866
							h.p.		cafe.daum.net/tongchungd

◎ 2016.10.26. (327회) : 도덕경 76장, 이태호(통청아카데미 원장, 철학박사)

◎ 2016.11.2. (328회) : 도덕경 77장, 이태호(통청아카데미 원장, 철학박사)

◎ 2016.11.9. (329회) : 도덕경 78장, 이태호(통청아카데미 원장, 철학박사)

◎ 2016.11.16. (330회) : 도덕경 79장, 이태호(통청아카데미 원장, 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