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매란 무엇인가?
최근에는 그런 일이 줄었지만 예전에는 적령기의 남녀를 서로 소개하여 만나게 하는 소위 중매하는 일들이 흔하였다. 당사자들의 장점은 부풀리고 단점은 얼버무리는 등의 방법으로 가까워지게 하려고 하였다. 요즈음은 중매도 큰 사업이 되어 남녀를 이어주는 결혼정보회사가 번창하고 있다.
분자들의 세계에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상온에서 수소와 산소를 혼합하여도 반응하여 물이 만들어지지 않지만 백금흑(platinum black)이나 팔라듐 금속을 가루로 만들어 소량 첨가하면 즉시 폭발하여 물이 생성된다. 표면적이 큰 금속 가루에 수소 또는 산소가 흡착되어 원자상태로 해리되므로 반응이 빨리 일어나게 된다. 이런 방법으로 반응이 빨리 진행되게 하는 물질을 촉매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촉매는 반응 생성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단지 반응물질들을 활성화 시켜 반응속도를 크게 한다. 이것을 주 촉매라고 하며 주 촉매 이외에도 반응의 진행을 방해하는 부촉매와 주 촉매를 도우는 조촉매 등이 있다. 조촉매의 예를 들면 암모니아를 합성할 때 촉매로 사용되는 철의 역할을 도우는 알루미나가 있다.
우리 주위에서도 화학반응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자동차, 보일러 및 가스레인지 등에서 탄소화합물인 석탄, 석유, 천연가스가 공기와 함께 가열되어 빛과 열을 내면서 사라지는 것을 수시로 보고 또 이용하고 있다. 이런 반응들은 산화반응이 빨리 진행되는 연소반응이며 그 결과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 연소이외에도 곡물이나 과일 등이 발효되어 알코올을 함유한 음료 곧 술로 바뀌는 것, 비누나 합성세제를 이용한 세탁 및 표백분 (차아염소산칼슘)에 의한 섬유의 표백 등도 흔히 볼 수 있는 화학반응들이다.
연소반응을 자세히 관찰하면 연료가 잘게 부서질수록 그리고 고체보다는 액체가 액체보다는 기체가 쉽게 타는 것을 알 수 있다. 연료가 연소되기 위해서는 우선 기체 상태가 되어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통나무를 태울 때 미리 석유를 뿌리거나 불쏘시개로 잘게 찢은 종이를 사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을 달리 표현하면 연료가 산소와 반응하려면 넘어야 할 장벽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소에서의 과정은 일반적인 화학반응에 적용되며 반응물이 반응하여 생성물로 변환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활성화 에너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힘에 개인차가 있듯이 반응에 참가하는 분자들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에도 차이가 있으며 활성화 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를 가진 분자들이 많아지려면 온도가 높아져야 한다. 따라서 온도가 높아지면 반응이 빨리 진행되며 즉 반응속도가 빨라진다. 온도를 올린다는 것은 반응에 필요한 활성화 에너지를 가진 분자의 수를 크게 한다는 것인데 관점을 바꾸어 활성화 에너지를 감소시켜 온도를 올리지 않아도 분자들이 쉽게 장벽을 넘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촉매이다. 촉매는 반응경로를 바꾸어 활성화 에너지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휘발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감소시키는 백금, 로듐, 팔라듐으로 만들어진 삼원촉매도 많이 사용되는 촉매이다.
지구에서 생명이 발생한 것도 여러 종류의 다공질 암석의 촉매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촉매의 역할을 암모니아 합성의 예를 들어 설명하기로 하자. 1871년 프로이센의 총리 비스마르크에 의해 통일된 독일(제 2제국)은 영국, 프랑스 등의 견제를 받게 되었다. 대포나 철포에 필요한 화약을 만들려면 숯, 황 및 초석 (질산나트륨 또는 질산칼륨)이 필요했는데 초석은 남아메리카의 칠레에서 채굴되었던 칠레초석을 사용하였다.
세계 제1차 대전이 임박하여 영국, 프랑스 등이 칠레초석을 독점하자 독일은 다른 방법으로 화약을 만들 방법을 강구하게 되었다. 또한 질소는 비료의 주성분이기도 했기 때문에 독일에서 공기 중의 질소를 이용하여 암모니아 및 질산을 만드는 방법이 연구되었다. 그 중 암모니아합성은 F. 하버(1868~1934)가 시도하였는데 반응을 빠르게 진행시키려고 온도를 500℃까지 올려도 암모니아의 수율은 아주 작았다. 여러 번의 시도 후에 450℃, 200에서 600기압의 조건에서 철 (Fe), 산화포타슘 (K2O)및 산화알루미늄 (Al2O3)을 첨가하여 암모니아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1909년에 확립했다. 이 과정에서 황화합물은 촉매독으로 작용하여 암모니아 합성을 방해하므로 황화합물이 존재하지 않게 질소와 수소가스가 매우 주의 깊게 정제되어야 한다.
암모니아에서 질산을 만드는 방법은 독일의 W. 오스트발트 (1853~1932)에 의해 고안되었다. 역시 이 과정에도 백금과 로듐 촉매가 사용되었다. 결국 촉매가 전쟁을 일으킨 셈이 되었다. 암모니아를 만든 것은 곡물증산에 크게 기여하여 기아를 감소시켰다는 것은 인정해야하지만.
공기 중의 질소를 생명체에 필요한 화합물로 만드는 일 (질소고정이라고 함)은 콩과식물에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그 과정은 몰리브덴을 함유하고 있는 효소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콩과식물이 뿌리혹박테리아에게 신호를 주고 뿌리의 문을 열고 실을 내어서 박테리아가 뿌리로 들어오게 한다. 뿌리혹박테리아는 콩과식물에게서 양분을 얻고 대신에 질소를 고정하여 식물에 제공한다.
촉매는 계에 용해되는가. 아닌가에 의하여 균일촉매와 불균일촉매로 나누어진다. 불균일촉매는 반응물질들이 흡착되어 분자간의 결합이 약해져서 반응하기 용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수소기체가 팔라듐에 흡착되면 수소분자에서 수소-수소의 결합이 끊어져 수소원자가 되어 팔라듐과 결합한다. 팔라듐과 결합한 수소의 반응성은 수소분자로 존재할 때보다 아주 크므로 다른 분자들과 잘 결합한다.
새로운 물질들의 합성이 필요하게 된 최근에는 반응조건이 완화된 상태에서 생성물들의 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하므로 적합한 촉매선택이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저압에서 에틸렌이나 프로필렌을 중합하여 고분자를 만들 때 사용되는 트리에틸알루미늄이나 사염화티탄 등의 새로운 촉매들이 만들어졌다. 간단한 분자들을 중합하여 고분자를 만들 때 사용되는 촉매의 예로 지글러-나타 촉매가 유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유기금속화합물들이 새로운 촉매로서 부각되고 있는 추세이다.
반응을 지연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을 부촉매라고 하는데 부촉매의 예로는 지금은 독성 때문에 사용이 금지된 4에틸 납이 있다. 4에틸 납은 휘발유의 노킹을 방지하는 안티노킹제로 사용되었다. 휘발유 증기와 공기의 혼합기체가 폭발하는 속도가 4에틸 납에 의해 느리게 되어 노킹을 방지한다. 촉매는 단독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알루미나 등의 지지체에 담지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이 때 촉매를 담지하고 있는 지지체를 담지촉매라고 한다. 촉매독은 반응이 진행될 때 첨가된 촉매의 효율을 감소시키는 물질이며 처음부터 불순물로 존재할 수도 있고 반응 중에 반응물이나 생성물에서 생성될 수도 있다. 촉매의 효율이 감소했을 때에는 촉매독을 제거하거나 촉매독과 반응하는 물질을 첨가해야 한다. 보통 석유를 분해 증류할 때 쓰이는 실리카알루미나 촉매를 방해하는 탄소와 수소화 반응 또는 탈 수소화 반응에 쓰이는 금속 촉매의 경우에는 황, 비소 또는 납이 그리고 암모니아를 합성할 때 쓰이는 철 촉매에는 산소와 물이 촉매독으로 작용한다.
곡물을 발효시켜 술을 만드는 촉매는 생체에서 만들어지고 특이한 반응만 아주 효율적으로 빨리 일어나게 하므로 특히 효소라고 한다. 효소는 따로 설명하려고 한다.
나노촉매
나노촉매는 원자, 분자 또는 초분자로 이루어져 화학반응에 활성을 가지는 나노 또는 그 이하의 크기나 구조를 가지는 물질로 정의되며 나노분산형 촉매와 나노구조 촉매로 나누어진다. 나노촉매의 기대 효과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표면적이 아주 크므로 활성부위가 증가한다. 촉매를 제조하는 금속의 양이 동일한 경우에 크기가 각각 30nm, 50nm인 촉매에 의한 반응 속도를 비교하면 보다 미세한 나노촉매의 활성이 지수 크기만큼 증가한다. 두 번째 효과는 촉매의 형태에 의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촉매의 활성은 형태와 구조결함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촉매가 미세하게 되면 형태나 구조결함 등이 크게 변하므로 선택성 및 활성이 증가한다. 마지막으로 촉매가 나노 또는 그 보다 작아지게 되면 활성부위에서의 금속-표면 사이와 표면-흡착질 사이 등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전기장이 크게 변화하므로 촉매의 성질을 아주 크게 변화시킨다.
앞으로는 에너지 소비를 감소시키며 또한 환경 친화적인 공정을 개발하는 것이 절실하게 요구되므로 이를 위한 선택성과 활성이 좋은 나노 촉매의 개발이 시급하다. 기존 촉매 기술에 나노기술을 융합한 나노 촉매 기술의 발전이 응용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에는 광화학 반응을 이용한 환경 정화 및 수소 생산 공정, 저온 산화공정, 연료 전지의 개발, 선택적 산화공정, 입체 선택적 합성 및 비대칭 합성, 염기성 촉매공정, 지방족 탄화수소 활성화, 대체 및 재생원료 활용, 기능성 올레핀 중합, 생화학/생모방 촉매, 바이오매스 활용, 생화학적 탈황, 생분해성 고분자 및 복합체, 고분자 및 화합제품 폐기물 재활용 공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