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시간이 늦었다
늦은게 당연하지
빈 필하모닉 신년연주회 관람차 오스트리아에 갔다가
새벽비행기로 돌아와서 늦잠을....
(이렇게 말할수 있는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
FM 방송에서
1월 초 녹화방송 해준다는 안내를 분명 들었건만 까무룩 잊고 있다가
"엄마가 좋아할만한 프로가 있던데" 하며
짠딸이 틀어줘서 보게 되었다
어머나, 고맙기도해라
이 자리에 초대되어간 듯 앉아
음악이 연주되는 홀의 분위기를
느껴 보려 애썼다
매해 1월1일
빈의 '무지크 페라인 황금홀'에서 열리는
이 음악회는
세계 100 여개국에 실황중계가 되는
신년의 상징적인 음악회가 되어있다
목이 깊게 파인(아니, 등을 팔까) 블랙 드레스에
웨이브 넣어 늘어뜨린 헤어
조금 블링블링한 메이컵으로 멋을 내고
비즈장식의 조막만한 파우치 무릎에 올려놓고
허리 곳곳하게 세운 자세로 감상하는 나를 상상하지만
현실은
운동 끝낸 피곤한 몸으로
샤워를 마치고
잠옷 겸 평상복에 대충 말린 머리 질끈 묶고
소파에 널브러져 감상하고 있는 나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올해 80세를 맞는다고 한다
인터미션시간이 있더라도 2시간 30분가량을 서서
지휘하려면 체력적으로도 힘들 것 같다
그 수많은 음표와
작곡가의 까다로운 악상 기호들을 다 머리속에 담아
악기 하나하나에 눈길과 손길을 주며 음을 자아내려니
얼마나 고난도의 노동인가
실제 너무 과한 템포와 강한 포인트에서
지휘자의 안색이 상기되면
혈압이 상승하거나 심장에 무리가 오면 어쩌지
하며 조마조마한 마음도 있었다
연주회가 열리는 '무지크 페라인 황금홀' 은
특별히 꽃장식이 필요없게 느껴졌다
저렇게 아름다운데 무슨 꽃장식일까 할만큼
황금색의 화려하고 디테일한 장식이 가득한 홀이다
화려한 빛깔의 꽃이 오히려 초라해 보일지경이다
이번 중계방송엔 아름다운 무희들의 춤을 곁들여
볼거리까지 제공했다
화려한 궁 안에서의 춤을 연출하면서
오스트리아 건축미를 한껏 뽐내는 느낌이다
빈엔 요한시트라우스가 너무 많아 헷갈린다
요한 시트라우스도 여려명이지만
요제프 시트라우스, 에드왈드 시트라우스 등
왈츠곡엔 거의 시트라우스가 붙는다
그만큼
'시트라우스'라는 훼밀리 네임의 작곡가가 넘치도록 많은 것이다
가장 대중적인 곡으로 분류하자면
빈 필 신년음악회 대미를 장식하는
라데츠키 행진곡을 작곡한 사람이 바로 요한시트라우스 1세다
그다음 우리에게 친숙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봄의 소리 왈츠' 를 작곡한 사람은
요한시트라우스 2세 즉 요한1세의 아들이다
시트라우스 가계를 다 이해하려면 어려우니
난 그냥 여기까지만 이해하고
더이상 알려고 하지 않는다
메가박스에서 생중계를 했다고 한다
오래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공연실황을 영화관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 사실적인 현장감에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다
관객들이 입장을 하는 모습부터 보여주는데
실제 내 앞에서 자리를 찾으러 두리번거리는 사람들의 모습부터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내 앞으로 덩치 큰 서양여인이 와서 앉는데
실제 내 시야를 가리면 어쩌지 하는 느낌까지 전달되었으니
상상 이상으로 실감할 수 있다
내년엔 영화관 실황중계 한번 도전해 볼까?
특히 마지막 라데츠키 행진곡 연주될 때
지휘자가 뒤 돌아 박수를 유도하는 장면
정말 보고 싶다
강약을 조절하라는 제스처에 맞춰
작게, 크게, 세게, 하면서 맘껏 박수를 치고 싶다
영화관에선 아마 다 따라서 그렇게 할 수 있겠지
아마도 저절로 몸이 움직일거야.
2023년 빈 필 신념음악회에 가고 싶다면
서둘러야 할 듯 하다
2월쯤 티켓오픈이 있을 예정이니
로얄석은 약 160만 원 밖에 안하네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