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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 청소부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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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놈의 손에 들린 칼이 부들부들 떨린다.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며 그것은 이내 놈의 손에서 떨어져 내린다.
딸그랑!
떨어져내리는 칼과 함께 놈의 온몸도 천천히 고통 속에 앞으로 쓰러져 내리기 시작한다. 자꾸만 흐릿해져가려는 시선을 붙잡으며 나는 놈의 처참한 최후를 끝까지 바라보고 있다. 아직 내 오른손에 들린 칼은 놈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피로 붉게 녹아내린다.
“크크..크윽…”
결국 바람빠지는 듯한 비명소리를 내쉬며 놈이 내 앞에서 무너져 내린다. 끝없이 사람을 죽여 가던 살인마의 비참한 최후이다. 가슴속 어딘가에서 참을 수 없는 희열감이 몰려온다.
하지만 나도 더 이상 내 몸의 고통을 참을 수가 없다. 아니, 영혼의 끝이 가까워 왔음을 느낀다. 대체 어떤 인간이 심장이 도려내어진 뒤에 1분 동안이나 살아서 의식을 유지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 고통스러운 시간은 날이 갈수록 점점 길어진다.)
“끄으윽..끄으…”
핏빛으로 가득한 숨을 내쉬며 나는 드디어 바닥에 무너지고 만다. 짧은 인생을 이런 식으로 어이없게 마감하는 것은 아깝지만 저런 놈을 세상에서 계속 활개칠 수 있도록 놔두는 것은 내 목숨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내가 죽는 것이 낫다. 가슴 속의 허전함에 아픔조차 느낄 수 없지만 죽음이 눈앞에 와 있다는 사실로 인해 그 죽음을 바라보는 내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눈앞이 급작스럽게 밝아지다 어두워지다를 반복한다. 익숙하지 않은 극명한 빛의 대조 현상은 점점 빨라지다 시야의 여기저기에 불쾌한 얼룩들을 만들어내며 조금씩 섞이기 시작한다. 그것이 점차 빨라지고…섞여 가던 빛과 어둠들은 그 중간형태인 알 수 없는 회색으로 변한다. 그리고 멀리 …태어나서 한번도 보지 못한 어떤 구멍이 보인다. 의식의 모든 것이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며 아무 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모든 익숙치 않은 느낌들 사이에 단 하나 정확한 것이 있다면 마치 2일동안 금연을 시도하던 사람이 결국 그만두고 첫 담배를 피워물 때와 같은 온몸에(온 영혼에) 가득한 나른함과 편안함이다. 아니, 그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죽음의 순간은 이렇게 편안한 것이었나?
그렇지만 오래 가지 않는다. 갑자기 모든 인식 사이에 먹물 같은 어둠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불쾌한 인상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크크큭…”
“허헉…”
“이건..아니지…이건 아니야…응?”
방금까지 느끼고 있던 모든 것이 눈앞에서 사라져 가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물에 대한 인식의 급작스런 변화에서 오는 극심한 편두통이 내 왼쪽 머리를 두들긴다. 움직이지 않는 고개를 돌려본다. 어느새 놈은 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질 않고 있다. 불쾌함과 짜증, 그리고 고통과 슬픔이 내 온몸을 가득 채운다. 감정은 내 몸을 지배하고, 내 머리를 지나 내 영혼 모든 곳으로 밀물처럼 차오른다. 안돼…안돼는데…
“으..으윽…제발..제발 놔줘…제발…”
“크크큭…”
“이새끼야! 놓으란 말이야! 놔! 놔!!”
“흐흐…놔주긴…뭘 놓으란 말이야…이대로 편안하게 놔줄 수는 없지..안그래?”
“으으…으아악!”
2.
“아아악!”
언제나처럼 지독한 악몽에서 깨어난다. 몸을 돌아본다. 몸에 땀이 흥건하다.
밝은 불이 켜진 편의점 내부, 시선이 가장 먼저 닿은 곳에는 약간 망가진 음료수용 냉장고가 있다. 차가운 흰색 불빛이 날 바라보며 껌벅인다. 카운터에 엎어져서 잠들어 있던 시간이 얼마나 되었을까? 주변은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다. 물론 매일같이 나와서 일하는 편의점이기 때문이겠지만 악몽 후의 편의점 내부는 뭔가 훨씬 색다른 느낌이랄까?
천천히 나는 주변을 돌아보며 욱신거리는 몸을 일으킨다.
시간은 am 5시…천천히 새벽이 밝아 온다. 오늘의 근무 시간도 이제 세시간 후면 끝난다. 곧 있으면 들어올 물건들을 받기 전에 잠깐 걸레질이나 할까 하고 눈앞에 펼쳐져 있는, 잠들기 전까지 읽고 있던 소설책을 덮고 일어선다.
일하고 있는 편의점은 집근처 주택가인 일산 신도시 주엽동 태경 빌딩에 위치해 있다. 편의점 앞으로는 좁은 도로가 멀리 보이는 아파트단지 쪽으로 가로등들의 줄이 길게 뻗어 있다. 빌딩은 근처 상가들 중에서도 가장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 밤새도록 이것저것 사러 오는 사람이라야 맥주나 소주 몇병, 혹은 밤참거리, 담배를 사러 오는 사람들 몇뿐이다. 밤새도록 혼자서 카운터에 앉아있다 보면 가끔 으스스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 같은 새벽이면 그런 생각도 사라지고 일의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상쾌함만 남는다.
이맘때면 편의점의 시원하게 뚫린 유리창 너머 들어오는 어슴푸레한 새벽빛에 비추어 흐릿하게 보이는 검은 그림자가 있다. 오늘도 변함없는 시간에 그분은 길다란 빗자루와 커다란 쓰레받이를 들고 거리에 나섰다. 오늘도 역시 걸레질을 하며 창문 저멀리 흐릿하게 비추는 청소부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는 언제나 내가 바라보고 있는 편의점쪽으로 등을 돌리고 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뚫어져라 관찰하고 있는 나의 시선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일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리라.
복잡하지 않은 구석진 길이라 거의 깨끗하지만 언제나 그는 항상 뭔가를 열심히 쓸고, 닦고, 한시간동안 자신이 맡은 거리를 정말 땀흘리면서 청소한다. 길가에 어쩌다 한두개씩 떨어져 있는 담배 꽁초가 세상에서 가장 지저분한 것이라도 되는 양 눈에 불을 켜고 찾고 다니는 그의 모습이 가끔은 이상해 보이면서도 놀라울 정도의 존경심이 내 안에서부터 피어오른다.
아무래도 뭔가 성실함과 항상성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내 인생과 무관하지 않은 감정일 것이다.
검은 쓰레기봉투를 질질 끌고(쓰레기도 많지 않은 한적한 거리에서 담을 쓰레기가 뭘 그렇게 많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봉투는 상당히 무거워 보였다. ) 열심히 뭔가를 그 속에 쓸어담던 그는 한시간 정도 후 모든 일을 끝내고 다시 새벽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나는 호의에 가득한 눈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3.
조간 신문은 최근 전국을 뒤덮고 있는 연쇄 살인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7월을 지나 어느덧 8월에 가까워 오는 지금까지 매일아침 전국의 모든 사람들은 새벽마다 발견되는 끔찍한 시체들의 소식으로 인해 몸을 떨어야 한다.
7월 중순부터 시작된 연쇄살인의 희생자는 8월을 지나면서 어느덧 43명으로 증가했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의 수많은 시도군면에서 살해 사건은 반복되었지만 아무래도 살인마는 시간은 가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어김없이 새벽 다섯시, 지금 내가 눈을 뜬 시간대에 언제나 사람들의 시체는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흰 눈을 뒤로 까뒤집은 채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는, 그리고 자신의 피로 흥건히 젖은 사람의 시체라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의식을 잃게 할 만큼 충격적인 모습이다. 대부분의 발견자들은 시체를 발견하자마자 세상이 떠나갈 듯 비명을 질렀고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는 새벽 다섯시에서 여섯시 사이의 한적한 거리는 그들의 비명 소리로 가득히 채워져 가곤 했다. 아직 굳지 않은 시체들의 몸에서 그때까지도 퍼져나오는 붉은 핏자국처럼…
그리고 시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는 내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자니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속이 메슥거린다. 물론 최근 매일 나를 괴롭히고 있는 끔찍한 꿈에 비교하자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새벽 여섯시 무렵이었다. 지금보다 해가 많이 길었을 때라 이른 시각이었지만 시야는 밝았다. 편의점 일이라는 것이 지겹긴 하지만 그다지 힘든 일은 아니라 피로에 쩔어 집으로 힘든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는 말은 그때의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매일 열시간 이상의 잠을 잤기에 내 걸음걸이는 그때까지도 활기찼다.
하지만 집으로 들어서기 직전, 현관 앞에서 굴러다니는 무언가를 보았을 때 활기에 차 있던 내 두 다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 흐느적거리며 풀려내렸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으며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나는 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차갑고 끈적끈적한, 지독히도 기분나쁜 액체가 반바지 때문에 드러나 있던 내 무릎에 와 닿았다.
우우욱!
난 자신도 모르게 엎드려 한참동안 구토를 해댔다. 재영이의 부모님과 동생들의 찐득찐득한 피와 누런 내 구토물이 섞인 괴상한 액체가 내 벌려진 무릎 사이로 흘렀다.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4.
아파트 맞은편 202호에서 살고 있던 재영은 착한 녀석이었다. 나와는 초등학교를 같이 나온 이후 꾸준히 연락해온 불알친구다. 지금 그 녀석을 다시 회상하는 것은 여러 모로 내 정신상태에 좋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머릿속에서 뭉게뭉게 피어나는 재영에 대한 기억이 날 괴롭게 한다. 녀석은 좀 기분나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의 어떤 불길한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고 재영이 어떤 일의 무서운 결과를 예지하면 그것은 반드시 현실로 나타나곤 했다.
초등학교때 우리반엔 윤성수라는, 또래들에 비해, 그리고 최소한 우리 반 내에서는 가장 키가 크고 힘이 센, 주먹이 내 머리통만했던 녀석이 하나 있었다. 보통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는 덩치가 권력이자 능력인 셈이라 녀석도 예외없이 우리반 짱을 차지했고 반 아이들 위에 군립했다. 아쉽게도 인간적인 미는 결여되어 있어서 자신과 비슷한 덩치의 녀석들과 싸워 높은 위치를 획득하기보다는 자신보다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며 괴상한 만족을 느끼는 것을 즐기는 녀석이었다. 어려서부터 쭉 태권도를 해온 탓에 싸움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반에서 10위권 안에는 드는 싸움 순위를 유지해 오던 나는 녀석에게 별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지만 반에서 가장 덩치가 작고 순진했던 재영은 항상 녀석의 가장 좋은 표적이 되곤 했다. 재영이의 유년 시절을 회상해 보자면 참 더러운 일이 많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항상 풀이 죽어 다니던 재영이가 환한 모습으로 등교한 날이 있었다. 뭐가 좋은지 녀석은 수업이 시작하기 전까지 계속 혼자 피식피식 웃어댔다.
“뭐야 임마?”
“후후…푸우..후후후…흐하하…”
“야! 왜그래?”
“킥킥…”
수업이 시작되던 9시까지 옆자리에서 그렇게 웃어대던 재영이 신경이 쓰여 다른 아이들과 거의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을 무렵 담임 선생님이 침울한 표정으로 교실로 들어오셨다.
“얘들아…오늘부터…성수를 볼 수 없게 되었단다…”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교통 사고를 당해 성수의 온몸이 사정없이 짓이겨져 있었다고 한다.
성수를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슬픔이나 감정보다도 선생님이 그 말을 꺼내는 순간 갑자기 온 교실로 크게 퍼져나가던 재영이의 기분나쁜 웃음소리가 훨씬 기억에 생생한 것은 왜일까…
“흐흐…흐흐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핫!”
5.
오늘따라 오른쪽 옆머리가 지독하게 아프다.
최근 계속 뭔가에 신경을 쓰고 있어서일까? 두통은 쉴새없이 내 머리를 공격한다. 누군가 옆에서 두 세개 정도의 날카로운 바늘을 꺼내서 내 머리를 콕콕 쑤시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자주 겪는 일이지만 오늘의 편두통은 특히 심한 것 같다. 단속적으로 느껴지는 옆머리의 고통은 점차 뇌의 감각 중추로 전이라도 되고 있는 것인지 손발이 저리고 눈앞이 캄캄해질 정도다. 골이 쑤신다는 느낌 정도로는 표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두통은 강렬했다.
한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은 근무시간이라 어떻게든 참고 교대 시간까지 버텨 보려고 했으나 도저히 이 상태로는 카운터에 앉아 있기가 힘들 것 같다. 집으로 가서 약을 먹지 않으면…아무래도 이대로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가는 것보다는..조퇴가 낫겠지.
나는 핸드폰의 폴더를 열고 교대하기로 되어 있는 아르바이트생과 편의점 점장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네…저 야간 아르바이튼데요…정말 죄송한데..한시간만 일찍 퇴근할 수 있을까요? 아…전에 말씀드렸지만..제가 편두통 증세가 심해서요…갑작스럽게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문잠궈놓고 한시간만 일찍 퇴근할 테니까 한시간만 일찍 나와주실 수 있어요? 네…사장님껜 말씀드렸습니다만…네…초과 근무시간은 나중에 저한테 말씀해주시면 제가 나중에 좀더 앉아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날이 점점 짧아짐에 따라 해가 뜨는 시간도 늦어져 새벽 4시 20분인데도 하늘은 아직 어두컴컴했다.
편의점에서 집까지는 도보로 20분 정도가 걸린다. 보통 일을 끝내고 활기찬 걸음걸이로 집으로 향하면서 새벽공기를 들이마시곤 했지만 재영의 가족의 시체를 본 이후로는 아침에 집으로 가는 길은 알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 되곤 했다.
죽은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체들은 하나같이 안개가 차오르는 새벽 하늘을 향해 눈을 부릅뜬 채 셋중 하나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발버둥치던 자세 그대로 굳어 있었다. 기분나빴던 것은 그 시체의 푸르딩딩해져가는 손이 내 쪽을 향해 있었다는 것이다.
“으윽..우우욱..으윽..헉…으아악!”
고개를 숙이고 구토하던 내 눈앞에(바로 1cm앞에…) 펼쳐져 있던 새파란 손바닥을 본 이후 벌써 1주일이 지났다. 끔찍한 기억이 서서히 잊혀져갈 만도 하련만 그날 이후 언제나 새벽의 퇴근길은 내게 있어 무엇보다도 커다란 공포의 대상으로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눈앞에서 끔찍한 시체를 보았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슴푸레한 새벽 안개 속에서 뭔가 날 향해 창백한 손을 뻗을 것만 같은 두려움…
예감이란 것은 나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살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뭔가를 예측해 본 적도 거의 없었고 가끔 뭔가를 예측한다고 해도 그것이 들어맞는 일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지금은 뭔가 달랐다.
데스 워치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을 지옥으로 끌어들일 악마가 기다리고 있는 참호를 찾게 된다. 전장을 헤매 온 그들에게 그곳은 잠시 쉴 수 있는 안식처이자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구원의 장소였지만 실제로 그곳은 아주 다른 장소였다. 별로 재미없게 본 영화였지만 진정한 죽음을 눈앞에 둔 노스트라다무스적 예감의 끔찍함을 느낄 때마다 요즘은 자꾸 그 영화가 생각난다.
새벽 안개…그리고 날 기다리고 있는 20분 거리의 집, 눈앞의 끔찍한 시체들을 발견한 이후 무언가 내게 일어날 것만 같은 실체적인 예감이 온몸을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며칠째 날 사로잡고 있는 알 수 없는 공포감에 특히나 오늘은 지독한 편두통이 머리를 쪼아대면서 히스테릭한 두려움은 점점 극에 달해갔다.
원인도, 결과도 과정도 알 수 없는, 아무 실체도 없으면서 몸 아래에서부터 실체로 서서히 다가오는 두려움에 나는 조금씩 잠식되어 가고 있었다. 편두통은 더욱 심해져 이제 머리가 쪼개질 것만 같았다.
새벽 안개는 나의 편두통과 정비례하여 더욱 짙어졌다. 한치 앞도 잘 보이지 않아 어둠 속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익숙한 감각에 의지하여 천천히 걸었다. 안개 속에 희미하게 식별되는 주위 풍경의 모습이 청소부 아저씨가 매일 청소를 하는 그곳까지 이르렀다고 생각되는 때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키가 작고 말라빠진 그는 나를 향해 뭔가를 가볍게 내뻗었다. 소리도 없었고 그리 큰 동작도 아니라 눈치채기가 쉽지 않았지만 편두통으로 인해 극도로 민감해져 있던 나는 나도 모르게 옆으로 몸을 돌려 그것을 피했다. 자욱한 안개 위에서 조금씩 내리쬐기 시작하는 새벽빛에 반사되어 뭔가 날카롭게 빛났다. 작은 수술용 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인지 아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작은 비명을 질렀다. 당황스러움은 크게 비명을 지를 여유도 없게 만들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 2차, 3차공격이 계속해서 가해졌다.
집요하게 그것은 내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
“헉…”
휙! 휙! 휙!
“으윽…누..누구얏!”
있는 힘을 다해 피했지만 안개 속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공격해 오는 그것의 수술용 칼을 완벽하게 피할 재주는 없었다. 하지만 정신없이 몸을 움직이면서 나도 모르게 날 향해 칼을 휘두르는 누군가를 향해 소리질렀다. 순간 빠르게 날아들던 그 칼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하지만 누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거친 입자로 이루어진 목소리는 상당히 일그러져 있었다.
“흐흐…죽어...”
“으윽…뭐..뭐얏!”
“제발 죽어….”
몸을 뒤틀어 나에게 날아오는 날카로운 칼날을 피하면서도 놈의 말소리 하나하나는 내 귓가에 뚜렷이 박혀 들어왔다. 끔찍한 살인마의 언어인 동시에 자신의 도살 대상에 대해 뭔가를 애원하는 듯한 묘한 목소리…제대로 인식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그로테스크한 궁금증이 날 사로잡는다. 어쨌든 지금은 살아남는 것이 문제이지만…
“이제 좀….죽으라구…죽으라니깐!”
놈의 목소리와 함께 아까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다시 칼날은 날 향해 날아들었다. 역시 내 왼쪽 가슴, 심장이 위치한 쪽으로 칼날이 향해 있다. 형광등이 갑작스레 켜지듯 머릿속에 집앞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몸에서 심장이 빠져나간 채 굴러다니던 재영의 가족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다면..내 앞에서 지금 미친듯이 칼을 휘둘러 대고 있는 이놈은..!!
“흐흐흐…죽으라니깐…넌…넌 말이야….죽어야 돼…죽어야 된다구…”
피하기 힘들 것 같았다. 그 와중에서도 두통은 더욱 강력하게 두개골을 파고들었다. 모든 것이 뱅뱅 돌면서 극한의 짜증스러움이 온몸을 감쌌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면서 마음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칼에 찔리기 바로 직전이었다.
스윽…스윽…스윽…쓱쓱.. 덜커덩!
멀리서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순간 눈앞에 있던 인기척은 잠깐 행동을 멈추었다. 아마 목격자가 될 수 있을 누군가에 대한 경계를 하고 있는 듯했다. 아니면 또다른 희생자를 물색하고 있는지도…다행스럽게도 아직 내 몸엔 별 상처가 없었다. 안도하면서도 눈앞의 살인마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어설프게 도망치려 했다가는 놈은 바로 날 향해 달려들 것이다. 기회를 엿보아야 했다. 제기랄…그렇지만 정신을 집중하여 놈의 동태를 살필 만큼 내 정신은 올바르지 않았다. 망할 편두통이 계속 날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기서 다가오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도 모르게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다섯시…청소부 아저씨가 올 시간이었다. 편두통은 점점 심해져 이제 머리를 지나 목까지 내려오기 일보직전이었다. 쓰러질 것 같은 고통 속에 의식이 희미해져갈 무렵 내 앞에 있던 정체모를 살인마가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탁탁탁탁!
스윽..스윽…쓱쓱…
놈의 빠른 발소리와 청소부 아저씨가 거리를 청소하는 소리가 오버랩되어 묘한 느낌을 주었다. 적어도 10미터는 떨어졌다고 생각되어지는 청소부 아저씨가 위치한 곳으로 놈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반사적으로 도망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대로 달아나 버리면 매일 새벽 내게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시켜 주던 청소부 아저씨가 희생되어 버리고 말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어리석게도 마음 속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아주 잠깐의 시간 동안이었지만 나는 갈등했다.
“가볼까?”
“도망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까?”
“이자리에서 경찰에 신고할까?”
도대체 왜 나는 청소부 아저씨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스스로에게도 말도 안된다고 면박을 주면서 나는 천천히 살인마가 달려간 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놈이 내가 다가가고 있는 것을 눈치챈다면 큰일이다. 뒤에서 놈의 모습을 식별하고 기습할 수 있도록 나는 최대한 발걸음을 죽여 그쪽으로 다가섰다. 어느새 그쪽에서는 재빠른 칼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다. 청소부 아저씨의 빗자루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휙! 휙! 휙휙! 휘휙! 퍼억!
“으아아악!”
한번도 듣지 못한 처절한 비명 소리가 새벽 하늘에 울려퍼진다. 늦은 걸까?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얼마 안되는 거리였지만 상당히 오랜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독한 안개는 바로 눈앞이 아니면 사물을 식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살인마에 대한 공포도 잊어버린 채 그곳으로 달려간 나는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
6.
가족을 잃은 뒤 어디론가 행방불명되어 있던 재영이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지르며 청소부 아저씨를 향해 달려들어 그의 왼쪽 가슴에 칼을 꽂아넣고…빙글빙글 돌리며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그의 가슴 속으로 손을 집어넣던 모습은 아직까지도 가슴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끄아아악!”
“죽어…죽어…흐흐…이제 죽으라고…제발 좀 죽어…응?”
무엇을 보기나 하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에게 자기 암시라도 주는 것인지, 아니면 상상 속의 어떤 적에게 말하는 것인지 초점없는 눈을 청소부 아저씨의 경악에 가득찬 눈과 맞대며 재영은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바로 뒤에서 나는 충격에 휩싸여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찔꺽..우드득…푸슈슈슉!
길게 베어내린 청소부 아저씨의 가슴에서 재영은 천천히 시뻘건 무언가를 꺼내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도 그것이 전국의 연쇄 살인사건의 피해자들의 몸속에 공통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무언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심장…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연쇄살인마의 정체는…그렇다면 저 녀석은 자기의 가족까지도 처참하게 살해한 것인가? 도대체 왜?
순간 머리를 쥐어짜는 듯한 편두통이 절정에 이르며 결국 나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눈을 뜬 것은 아침 아홉 시가 지나서였다. 하나둘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골목길에서 들것에 실려 내 몸이 구급차로 향하고 있었다. 의식을 차리는 내 모습에 구급요원들이 환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곧 병원으로 향할 것임을 말해준다.
“재영이는…청..청소부아저씨는…그…살인마는 어떻게 됐죠?”
라는 말이 목구멍 아래에서 빙글빙글 돌지만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우워우워 하며 의미불명의 말을 중얼댈 뿐이다. 그런 내 모습을 구급요원이 이상한 눈으로 내려다본다. 관두고 잘 움직이지 않는 목을 힘겹게 돌려 내가 옮겨지기 전 쓰러져 있던 곳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새벽에 폭포처럼 주위를 붉게 물들이던 청소부 아저씨의 피도, 그리고 살인마의 흔적도…골목길은 깨끗했다.
병원에서 펼쳐본 조간 신문엔 연쇄 살인 사건이 재발되었다는 뉴스는 없었다. 난 편두통 때문에 조기퇴근하던 중 길가에 쓰러졌고…급격한 체온 저하로 얼어죽기 직전 교대를 위해 편의점으로 오던 다른 아르바이트생에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들은 경황은 그랬다.
7.
병원에 입원한지 어느새 3일이 지나 퇴원할 수 있었다. 나는 다시 편의점으로 출근했다. 며칠간의 입원생활에도 불구하고 내 성실한 근무 태도를 높게 평가해 주던(아마도 게으르고 나태하던 내가 성실하게 근무할 수 있었던 것은 매일 새벽 바라보았던 청소부 아저씨의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점장은 다시 나를 고용했다. 잊혀지지 않는,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알수조차 없는 괴로운 기억들이 계속 머릿속을 괴롭혔다. 그렇지만 그것을 잊기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어떤 일이든 하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퇴원한 다음날 바로 편의점으로 출근했던 것이다.
맥가이버 칼을 꺼내어 바닥에 붙은 껌을 떼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새벽 다섯시로 향해 가고 있었다. 정확히 시간을 본다면 새벽 4시 59분 48초, 49초, 50초….매일밤 바라보던 청소부 아저씨가 슬슬 거리로 나와 청소를 시작할 때이다.
‘그때의 일들은 모두 환상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그 모든 일들이 환상이었다면 나는 오늘 새벽에도 안개 속에 희미한 모습을 드러내며 뭔가를 열심히 치우고 있는 청소부 아저씨를 보게 되겠지…
스윽…슥슥..쓱쓱….
빗자루소리가 들려온다.
그의 모습이 다시 짙은 새벽 안개를 뚫고 나타난다. 언제나처럼 기다란 빗자루와 커다란 쓰레받이, 그리고 무거워 보이는 검은색 비닐봉투를 끌고 있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멀리 보이는 청소부 아저씨의 실루엣이 안도감을 가져온다. 이것저것 준비물을 가지고 등장한 청소부 아저씨는 다시 청소를 시작할 것이다. 여전히 청소부 아저씨는 편의점 쪽으로 등을 돌리고 있었다.
역시 그때의 모든 일들은 환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착각이었을까….
그는 오늘 청소를 하지 않았다. 항상 청소하는 자리에서 그는 잠시 서있더니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부스럭…부스럭…
검은색 비닐봉지를 힘겹게 들어올린 그는 그것을 자신의 어깨에 멘다. 한쪽 손으로만 메고 있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안개 너머에 실루엣만 보이고 있는 탓에 다른 손은 무엇을 하는지 아직은 잘 식별되지 않는다.
어느 순간 그가 천천히 등을 돌려 편의점 쪽으로 몸의 정면을 돌린다. 그리고 편의점 쪽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나는 한번도 청소부 아저씨의 앞모습을 본 적이 없다. 언제나 그는 내 쪽에서 등을 돌린 채로 정신없이 청소만 하다가 새벽 안개 속으로 사라져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의 앞모습을 보지 않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실루엣에 불과했던 청소부의 모습은 조금씩 정확한 실체를 가지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조금 창백하기는 했지만 보통 40대 중년의 약간 주름이 많은 마른 얼굴이었다. 오히려 얼굴만 봐서는 인상이 좋아 내가 평소에 상상하던 이미지와 부합하는 면도 충분했다. 하지만 뭔가 문제가 있다.
그의 왼쪽 가슴에서 아직까지도 울컥울컥 붉은 액체가 솟구치고 있었다. 그의 왼손은 언뜻 봐도 푹 들어가 상당한 공간감이 느껴지는 왼쪽 가슴을 지그시 움켜쥐고 있었다. 하지만 지혈의 효과는 전혀 없어 청소부의 왼쪽 상반신은 완전히 혈인의 그것으로 화해 있었다. 그리고…그는 내가 그를 지켜보고 있던 편의점을 향해…비틀거리며…비틀거리며….걸어오고 있었다.
홀린 듯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을 잠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그가 편의점의 무거운 유리문을 열었다. 그 유리문만큼이나 무거워 보이는 그의 검은색 쓰레기봉투가 편의점 바닥에 털썩 떨어졌다. 그제서야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썩어가는 수십개의 심장들이 그 안에서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고 있다.
온몸이 얼어붙을 듯한 공포를 느끼면서도…살아야 한다는 본능적인 집착에….나는 껌을 떼며 들고 있던 맥가이버칼을 쥔 오른손에 미미한 힘을 준다.
8.
놈의 손에 들린 칼이 부들부들 떨린다.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며 그것은 이내 놈의 손에서 떨어진다.
딸그랑!
떨어져내리는 칼과 함께 놈의 온몸도 천천히 고통 속에 앞으로 무너지기 시작한다. 자꾸만 흐릿해져가려는 시선을 붙잡으며 나는 놈의 처참한 최후를 끝까지 바라보고 있다. 아직 내 오른손에 들린 칼은 놈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피로 붉게 녹아내린다.
“크크..크윽…”
결국 바람빠지는 듯한 비명소리를 내쉬며 놈이 내 앞에서 무너져 내린다. 끝없이 사람을 죽여 가던 살인마의 비참한 최후이다. 가슴속 어딘가에서 참을 수 없는 희열감이 몰려온다.
하지만 나도 더 이상 내 몸의 고통을 참을 수가 없다. 아니, 영혼의 끝이 가까워 왔음을 느낀다. 대체 어떤 인간이 심장이 도려내어진 뒤에 1분 동안이나 살아서 의식을 유지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 고통스러운 시간은 날이 갈수록 점점 길어진다.
“끄으윽..끄으…”
핏빛으로 가득한 숨을 내쉬며 나는 드디어 바닥에 무너지고 만다. 짧은 인생을 이런 식으로 어이없게 마감하는 것은 아깝지만 저런 놈을 세상에서 계속 활개칠 수 있도록 놔두는 것은 내 목숨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내가 죽는 것이 낫다. 가슴 속의 허전함에 아픔조차 느낄 수 없지만 죽음이 눈앞에 와 있다는 사실로 인해 그 죽음을 바라보는 내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눈앞이 급작스럽게 밝아지다, 어두워지다를 반복한다. 익숙하지 않은 극명한 빛의 대조 현상은 점점 빨라지다 시야의 여기저기에 불쾌한 얼룩들을 만들어내며 조금씩 섞이기 시작한다. 그것이 점차 빨라지고…섞여 가던 빛과 어둠들은 그 중간형태인 알 수 없는 회색으로 변한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 한번도 보지 못한 어떤 구멍이 보인다. 의식의 모든 것이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며 아무 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모든 익숙치 않은 느낌들 사이에 단 하나 정확한 것이 있다면 마치 2일동안 금연을 시도하던 사람이 결국 그만두고 첫 담배를 피워물 때와 같은 온몸에(온 영혼에) 가득한 나른함과 편안함이다. 아니, 그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죽음의 순간은 이렇게 편안한 것이었나?
그렇지만 오래 가지 않는다. 갑자기 모든 인식 사이에 먹물 같은 어둠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불쾌한 인상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크크큭…”
“허헉…”
“이건..아니지…이건 아니야…응?”
방금까지 느끼고 있던 모든 것이 눈앞에서 사라져 가고 인식의 갑작스런 변화에서 오는 극심한 편두통이 내 왼쪽 머리를 두들긴다. 움직이지 않는 고개를 돌려본다. 어느새 놈은 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질 않고 있다. 불쾌함과 짜증, 그리고 고통과 슬픔이 내 온몸을 가득 채운다. 감정은 내 몸을 지배하고, 내 머리를 지나 내 영혼 모든 곳으로 밀물처럼 차오른다. 안돼…안돼는데…
“으..으윽…제발..제발 놔줘…제발…”
“크크큭…”
“이새끼야! 놓으란 말이야! 놔! 놔!!”
“흐흐…놔주긴…뭘 놓으란 말이야…이대로 편안하게 놔줄 수는 없지..안그래?”
“으으…으아악!”
9.
“아아악!”
언제나처럼 지독한 악몽에서 깨어난다. 몸을 돌아본다. 몸에 땀이 흥건하다.
밝은 불이 켜진 편의점 내부, 시선이 가장 먼저 닿은 곳에는 약간 망가진 음료수용 냉장고가 있다. 차가운 흰색 불빛이 날 바라보며 껌벅인다. 카운터에 엎어져서 잠들어 있던 시간이 얼마나 되었을까? 주변은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다. 물론 매일같이 나와서 일하는 편의점이기 때문이겠지만 악몽 후의 편의점 내부는…………………..
10.
조간 신문에서는…..
11.
아파트 맞은편….
12.
…13…14…..102……103…2228…..15768……….
…의식, 혹은 인식 위의 나는 이렇게 말한다.
대체……언제쯤이면….놈에게서…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첫댓글 항상 재미나게 보고 있습니다...굿 ..건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언제나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님의 장편을 다시한번 빨리 만나보고 싶습니다^^
재밌어요. >_<;; 보는동안 내내 두근거렸다죠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__)
뭐죠?-_-a전 이해가 잘..안되네요..-_-a다른분들 코멘트 보니깐 제가 머리가 딸린거 같은데,,결국 살인사건은 끝이안나고..돌고돈단 건가요..-_-a;
음...죽음의 순간에 청소부의 악령에게 붙잡힌...주인공의 영혼이...영원히 같은 기억을 반복한다는 내용입니다. 전체적으로 난해했었나 보군요..^^;
우와!!! 재미있어요!!! mypre 님 글 항상 잼나게 잘 보고 있답니다.. 근데 약간 이해가 잘 안가는.;; =_=
헉...이번 글은 넘 어려워염~~ 오늘따라 왜이리 글에 집중이 안돼는지...ㅡㅜ;;
넘 잼써여>_<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