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아침 편지-2425
범망계본190
동봉
마흔여덟 가지 경구계
20. 살아 있는 것을 놓아주라3
부모님과 형제자매 추모일을 맞게되면
불자로서 모름지기 청정비구 초빙하여
범망경을 강설하고 보살계를 일러주어
영가들의 저승복을 간절하게 염원하며
부처님의 가호로서 영가들을 위무하여
인간계와 천상계에 태어나게 할것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하지 않는이는
보살계를 받았으나 경구죄를 범함이라
위와같이 열가지계 모름지기 배운뒤에
공경하는 마음으로 받아지닐 것이니라
대본범망 멸죄품에 하나하나 계율상을
빠짐없이 두루두루 밝힌바와 같으니라
第20. 不行放救戒3
若父母兄弟 死亡之日 應請法師 講菩薩戒經律 福資亡者 得見諸佛 生人天上 若不爾者 犯輕垢罪
如是十戒 應當學 敬心奉持 如滅罪品中 廣明一一戒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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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를 그리며 생각함을
일반적으로 추모追慕라 합니다
그날을 추모일이라 하며
제사를 올리는 것을 추모제라 합니다
죽음을 다른 말로는 기忌라 하며
그날을 가리켜 '기일'이라 하고
지내는 제를 '기제'라 합니다
출가자에게는 '기제'라는 말 대신에
차를 올린다 하여 다례茶禮라 하고
매년 입적한 날에 올리는 제를
다례제茶禮祭라 합니다
여기 불설범망경 보살계품에서는
추모일을 편하게 얘기합니다
사망死亡한 날이라고요
죽을 사死 자는 변화의 뜻으로
'밤새 안녕'의 표현입니다
어느一날 저녁夕 변匕한 것이며
주검歹으로 바뀐匕 것입니다
망亡은 '없을 무亡'로도 새기듯
재산이나 사업이 망한 것도 있으나
한마디로 눈앞에서 없어진 것입니다
불교계에서는 죽음을 중시합니다
특히 한국 불교는 그렇습니다
어찌하여 죽은 자에게 예를 다할까요
이는 불교가 담고 있는 철학입니다
철학이라지만 내용은 간단한데
곧 삶과 죽음을 따로 떼어놓지 않고
하나의 연장선으로 본 것입니다
눈앞에서 사라진亡 것일 뿐
아주 단절된 게 아니란 뜻입니다
즉 삶과 죽음은 하나의 선線입니다
우리기 죽음을 표현할 때
크게 2가지로 얘기하고 있지요
하나는 선先이고 하나는 망亡입니다
돌아가신 이를 선先이라 하는데
부모님과 조상을 비롯하여
윗분이 돌아가셨을 때 붙입니다
아랫사람이 죽었을 경우에는
선先보다는 망亡을 쓰지요
돌아가신 부모님을 칭할 때는
망친亡親이 아닌 선친先親입니다
절에서도 스님네 위패를 모실 때
스승을 선사先師라 칭합니다
망사亡師라 일컫지는 않습니다
요즘 한국 불교 사원에서
영가 위패를 모실 때 위패 위에
망亡 자를 붙여 '망부亡父'라 합니다
망모亡母, 망조부, 망조모 등
복위자에게는 분명 윗분이 맞는데
모두 망亡 자를 놓는 까닭에
영 좀 그게 그렇습니다
복위자보다 영가가 윗분일 경우
반드시 먼저 선先 자를 놓고
아랫분에게는 망亡 자를 얹습니다
향가 '제망매가'를 보더라도
'제선매가'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
내가 1993년 7월 불광출판부에서
<평상심이 도라 이르지 말라>라는
'용성어록'을 번역하여 냈는데
성철 스님께서 서문을 쓰시면서
용선선사를 선사先師라 하셨지요
오늘날 쓰고 있는 불교용품이라든가
또는 영가 위패 어플에 들어가면
한결같이 '亡'자를 올려놓아
이를 '先'자로 고쳐 올리려 해도
어찌 된 게 도통 바뀌지가 않습니다
차라리 '先'이든 '亡'이든 아예 없으면
법도에 맞게 뽑을 수 있는데요
살아있는 자와는 다르게
가신 분에게는 예가 필요합니다
돌아가신 윗분에게 '망亡'이라니요
이를테면 임금님의 똥을 매화라 하고
이동식 변기를 매화틀이라 했지요
일반 백성이나 지체 낮은 이는
함부로 쓸 수 없는 말입니다
집안에서 어르신이 며느리를
'어멈' '어미'로 부를 수는 있으나
남의 며느리에게까지는 불가하지요
이를테면 아내와 남편 사이에서는
서로가 '여보'로 칭할 수 있으나
남에게는 붙일 수 없습니다
어린아이가 어려서 말을 배울 때
엄마 아빠가 주고받는 호칭에서
'여보야' 또는 '자기야'를 듣고
으레 그렇게 부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깨닫게 되지요
해마다 절에서는 백중기도 때가 되면
법당 안에 많은 위패를 모십니다
그런데 모두가 '망亡' 자로
천편일률적千篇一律的입니다
어떻게 위아래 없이 다 '망亡'일까요
물론 어디나 예외라는 게 있습니다
부부는 나이를 떠나 동격입니다
하여 연하의 아내가 세상을 떴을 때
굳이 '망처亡妻'라 쓰지 않습니다
'집室사람人' 앞에 선先을 놓아
'선실인先室人'이라 하지요
'망亡'자가 나와서 말인데
나는 싫어하는 용어가 있습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 붙이는
'미망인未亡人'이란 용어입니다
한자 미망인을 우리말로 풀면
'아직 못 죽은 사람'입니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남편에게
'미망인'이란 호칭을 쓰던가요
아직 그런 예는 없었습니다
남녀평등, 성평등을 얘기하면서
버려야 할 이런 비속어 문화가
장례식장에 버젓이 걸려 있습니다
아들, 딸, 며느리, 사위라 쓰듯
그냥 '아내'라고 쓰면 안 됩니까
각설却說하고.....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망亡'은 내 조상에게 붙일 뿐
남의 조상에는 '선先'을 붙인다고요
호칭은 과연 누가 붙이나요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붙입니다
이처럼 '선先과 망亡'에 담긴 의미도
바르게 찾아 쓰는 게 문화입니다
눈에 보이는 골동품에서만
우리의 문화를 찾을 게 아니라
용어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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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문화재 우리절 석조부도 2기/사진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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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2021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