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여(如如)의 삶
오늘은 대구로 가는 날이다. 내일 한 회합에서 라우어 시니어타운에서의 삶과 체험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오늘 콘서트홀에서 열린 하성용 신부님과 성진 스님의 특별한 만남, ‘마침과 시작’ 토크 콘서트에 참석하여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마치고 서둘러 대구로 왔다.
여장을 풀고 잠시 쉬면서 오늘 들은 말씀을 되새겨 보았다. 그중에서도 “생과 사는 한 호흡지간이다”라는 말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문득 여여(如如)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다. 세상이 끊임없이 변하는데 나만 변하지 않고 한곳에 머물러 있다면, 몸만 늙는 것이 아니라 생각까지 굳어지는 ‘겉늙은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오늘, 바로 지금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며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삶이 필요하다. 라우어에서 아카데미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것도 이러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보다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에 마음이 따라갈 때가 많다. 그러나 여여한 마음은 현실을 외면하거나 무관심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그때 일어나는 감정에 끌려가 또 다른 마음의 업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여여(如如)란 마음이 고요하고 흔들리지 않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흔들림은 욕심과 집착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욕심은 노력보다 결과를 먼저 바라게 하는 마음이고, 집착은 이미 지나간 일이나 아직 오지 않은 결과에 마음을 붙잡아 두는 것이다. 결국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마음에 여유와 평온이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지금의 시작은 훗날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 하나의 씨앗이다. 그리고 마침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과 연결되어 있다. 삶의 흐름도 직선처럼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곡선처럼 이어져 결국 하나의 원을 이룬다.
우주와 자연의 모습도 그러하다. 하늘과 땅, 태양과 지구가 서로 연결되어 순환하고, 계절 또한 시작과 마침을 반복한다. 우리의 인생 역시 마찬가지다. 인생은 시작과 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는 둥근 흐름인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의 시작은 저녁이 되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마침은 내일이라는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자연의 여여함을 닮아가고 싶다. 욕심과 집착은 조금씩 내려놓고, 주어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한 호흡지간과도 같은 삶을 보람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여여(如如)의 삶이 아닐까. 마침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고, 여여한 삶은 그 시작과 마침 사이를 평온하게 걸어가는 삶이다.
2026. 09.18. 하성용 신부님과 성진 스님의 토크콘서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