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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5월 제다 후기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_____녹차 만들기(제다) 시간_____
녹차 제다 진행 과정을 전체적으로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찻잎 고르기 -> 시들인 찻잎 각 조별로 배분 ->
살청 -> (털어 열기 빼기) -> 1차유념 -> ( 털어 펼치기) ->
1차덖기 -> (털어 열기 빼기) -> 2차유념 - (털어 펼치기) -> 2차덖기 -> (털어 열기 빼고 펼치기) ->
3차덖기 - (털어 열기 빼고 펼치기) -> 4차덖기 -> (털어 열기 빼고 펼치기) -> 기계 건조하기 -> 기계 건조 후 ->아침에 솥에서 가향작업 -> 봉지작업 -> 완성 -> 차시음
녹차를 만들 시간이다. 녹차 만들기(제다)는 제다 다회에 참여한 회원들이 모두 참여해야 하므로, 저녁 식사 이후에 만들기 시작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이 녹차를 만들려고 제다 다회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녹차만 저녁 시간 내에 수작업으로 공정을 마무리할 수 있는 차이기 때문이었다. 대략 저녁 7시에 시작해서 밤 11시~12시에 마무리된다. 4~5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1조, 2조, 3조로 나누어서 진행되었다. 살청을 먼저 해야 하므로 팔토시와 목장갑 두 개씩을 겹으로 끼었다. 솥이 뜨겁기 때문이다.
시들인 찻잎을 각각 소쿠리에 나누었다. 적당량으로 나누어진 찻잎 한 소쿠리를 솥에 넣고 '살청'을 시작한다. 이때 솥의 온도는 대략 280도 정도이다. 살청 때 나는 소리는 굵은 빗방울이 나뭇잎에 투둑 투두둑 떨어지며 튀는 소리처럼 들린다. 찻잎을 부드럽게 숨 죽이면서도 이때 찻잎 안으로 열기가 스며들어 어느 정도 익어야 한다. 찻잎이 늘어져 촉촉한 상태가 되면 솥에서 꺼내서 열기를 털어 낸다. 그리고 유념을 시작한다.
유념을 할 때 찻잎을 깨뜨리지 않으면서도 찻잎 안의 효소를 파괴하여야 한다. 살청 한 찻잎을 양손 안에 들어갈 정도로 모아서 한 손은 찻잎을 그러모으듯이 잡고, 또 한 손은 다른 손 위의 엄지손가락과 다른 손가락들 위에 걸치고 감싸듯이 포갠다. 유념대 바닥에서 공을 굴리듯이 손에 강약을 주어가며 굴린다.
손 안에서 굴려지는 찻잎은 점차로 공 모양이 된다. 옆으로 빠지는 찻잎이 있으면 다시 그러모아서 반복적으로 굴려준다. 바깥으로 부드럽게 굴리면서 팔이 뻗어간 끝에서 힘을 주어 순간 멈추고 다시 안으로 굴릴 때 부드럽게 끌어온다. 이렇게 굴리면서 찻잎을 다시 풀어주고 다시 굴리기를 반복한다.
찻잎에서 진액이 빠져나와 찻잎이 축축해지면 찻잎을 잘 털어서(찻잎이 서로 엉겨 붙어 있지 않도록 한 올 한 올 상태로) 널어준다. 그렇게 한 소금 진정된 상태로 잠시 휴식한 찻잎을 다시 솥에 넣고 덖는다. 이때의 덖기(1차 덖기)는 찻잎을 익히는 과정이면서 산화를 억제하는 과정이다. 파괴된 효소는 금세 발효가 진행되기에 덖기로 산화를 차단시키는 작업 공정이 바로 '1차 덖기'이다. 1차 덖기의 소리는 빗방울이 다소 가늘어진 소리가 난다.
1차 덖기에서 찻잎을 익히고 어느 정도 축축한 찻잎에서 수분이 제거된 상태가 되면, 다시 솥에서 꺼낸 후 열기를 바로 털어 준다. 열기를 빼낸 후 2차 유념을 한다. 2차 유념도 1차 유념 방식과 마찬가지이지만, 더 팔과 손에 힘을 빼고 부드럽게 유념하고 유념 시간 역시 더 짧게 한다. 다시 잘 털어서 잠시 휴식상태로 두었다가 솥에 넣는다.
2차 덖기는 더 수분이 제거된다. 이제 찻잎 상태가 고슬고슬한 감촉이 나타나고 솥에서 덖을 때 투두둑 탁탁 튀는 소리가 거의 나지 않고 잦아든 빗방울소리가 된다. 덖을 때 솥과 찻잎의 부딪침 소리인 쇳소리가 점차로 올라온다.
2차 덖기 후 솥에서 꺼낸 후 다시 털어서 열기를 빼낸다. 이제 유념은 더는 하지 않는다. 바로 찻잎을 털어서 펼쳐 놓는다. 다시 솥으로 들어간다. 보통 3차 덖기에서 녹차는 마무리되고 건조기에서 완전 건조시킨다. 그러나 3차에서 덖기 및 건조 과정이 마무리된 적은 없었다. 항상 4차, 5차 정도는 진행했었던 것 같다.
1조는 살청 - 유념 - 펼치기 - 1차덖기 - 유념 - 펼치기 - 2차덖기 - 펼치기 - 3차덖기 - 펼치기 - 건조하기 - 4차덖기 - 건조하기 - 기계 건조 후 - 솥에서 가향작업 => 솥에서 총 6번의 덖음 과정 거쳤음(살청 포함)
2조는 살청 - 유념 - 펼치기 - 1차덖기 - 유념 - 펼치기 - 2차덖기 - 펼치기 - 3차덖기 - 펼치기 - 4차덖기 - 펼치기 - 5차덖기 - 펼치기 - 6차덖기 - 건조하기 - 기계 건조 후 - 솥에서 가향작업 => 솥에서 총 8번의 덖음 과정 거쳤음(살청 포함)
* 5~6차 7차 덖기(건조)부터는, 이때의 소리는 카르랑 카르랑 소리가 난다(물론 이 소리는 임의로 내가 붙인 것이다).
3조는 살청 - 유념 - 펼치기 - 1차덖기 - 유념 - 펼치기 - 2차덖기 - 펼치기 - 3차덖기 - 펼치기 - 건조하기 - 기계 건조 후 - 솥에서 가향작업 => 솥에서 총 4번의 덖음 과정 거쳤음(살청 포함)
_____덖음 녹차에서 '덖음'과 '살청'이란?______
*덖기는 덖음 녹차 공정에서 솥에 들어간 찻잎을 사람이 팔을 움직여 손으로 찻잎을 계속 뒤집어 주는 '동작'을 포함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덖음'은 동사형 명사이므로 동사형 언어이며, '덖다'라는 동사에서 파생되었으니 '덖기'는 사람의 행위인 동작의 상태를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차 만들기에서 '덖는다'는 표현은 손의 움직임의 동작 상태를 표현하는 것인데, 점차로 하나의 공정 과정에 정착한 용어라고 생각된다.
____살청____
'살청殺靑'은 뜨거운 솥에 들어간 찻잎이 고온의 열에 의해 찻잎 안에 들어 있는 수분이 데워지면서 그 열기에 의해 숨이 죽는 현상이다. 이때 효소들의 활동은 저지된다. 이러한 과정은 손의 움직임에 따라 진행하는 데 그 방식이 '덖기'이다. 손동작에 의해서 살청殺靑이 진행된다.
'살殺'은 '죽인다'의 의미이고 여기서의 '靑청'은 푸른 잎을 의미한다. 푸른 잎을 그대로 비비면 풋내(차비린내)가 난다. 이 풋내를 제거하기 위한 작업이 살청이다. 그러자면 생찻잎 상태가 아니어야 한다. 그러므로 살청은 '숨을 죽이다'이다. 찻잎의 생기를 고요하게 만든 후 찻잎을 유념하면 풋내가 제거되는 것이다.
살청의 적정 유무에 따라 차풋내(차비린내)를 제대로 제거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살청 시에 고온의 솥의 열기는 그 순간에 효소활동을 억제시킨다. 찻잎이 뜨거운 열기에 숨이 죽으면서 동시에 효소활동도 멈추는 것이다.
찻잎 안의 수분이 뜨거운 열기에 데워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푸른 잎채소를 뜨거운 물에 데쳐서 푸른 빛깔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단지 살청은 찻잎 안의 수분을 데워서 찻잎의 빛깔을 유지하는 것뿐이다. 뜨거운 물에 데치는 것과 뜨거운 증기로 열을 가하는 것과 솥의 온도를 찻잎에 직접가하는 것의 방법적 차이가 있을 뿐이다.
덖음 방식으로 진행하는 살청이 찻잎을 가지고 수작업 또는 차의 공정에 사람이 더 끼어들 수 있는 여지가 높다는 것이 덖음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일 것이다. 손이 많이 가면 더 고급차가 되는 것(?)이고, 조상들의 전통적 사고로 진행되었던 장인적인 방식이기도 하며, 손이 많이 가는 공정에 대한 애착(?)이기도 하며, 손이 많이 가면 그만큼 귀하게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___유념 과정____
살청 후 솥에서 찻잎을 꺼내어 골고루 털어서 열기를 빼낸 후 유념을 시작한다. 열기가 완전히 빠져도 안 된다. 뜨거운 열기가 빠져나가고 따뜻함이 있을 때 유념을 해야 찻잎이 부드럽게 이완된다.
이 유념에서 살청으로 부드러워진(숨이 죽어 늘어진_고요해진) 찻잎을 유념대 바닥에 놓고 양손 안에 넣어서 잡고 공을 굴리듯이 궁굴린다. 이때 손바닥에 강약의 힘을 주어가며 굴린다.
이 과정에서, 찻잎 안의 활동이 순간 정지된 효소가 파괴되고 찻잎의 겉 표면에 생채기가 생기면서 차즙이 새어 나온다. 이 진액이 찻잎 표면으로 새어 나와 진득하게 되면 발에 잘 털어서 잠시 휴지 시킨 후 다시 고온의 솥에 넣는다. 이때가 1차 덖기이다.
살청이 찻잎의 숨을 죽이고 효소 활동을 '억제' 하는 과정이라면, 1차 덖기는 파괴된 효소들을 그 상태로 고착화시키는 공정이다. 더 이상 산화가 진행되지 않도록 효소를 그 상태로 봉인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보면 순간 냉동이나 효소를 파괴하여 덖음으로 효소 활성화를 밀폐시키는 것이나 방법상으로는 같은 효과가 있다. 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차 덖기와 마찬가지로 2차 덖기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반복한다. 사실상 녹차 만들기 공정에서 효소 활성화를 차단하여 산화를 방지하는 과정은 '1차 덖기'와 '2차 덖기'이다. 녹차가 불발효차로 분류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___'덖음/덖기'란?_____
1차 덖기, 2차 덖기, 3차 덖기... 갈무리(가향작업) 역시 손동작에 의해서 진행된다. 이 전반적인 솥 안에서의 찻잎을 쥐고 만지며 흩트리며 감싸고 눌러 주고 다시 흩트리고를 반복하는 손동작이 '덖기'이다. 그러니 이 '덖기'는 살청이나 1차 덖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솥 안에서의 공정 전체에 해당하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보통은 살청과 1차 덖기만 '덖기'로 분류하고 그 나머지 공정은 '건조'과정으로 본다. 이것은 '덖기'를 솥 안의 전체 공정 과정에서 특정한 절차만을 따로 떼낸 것이라고 본다. 덖기는 솥 안에서 사람 손동작의 움직이는 방식을 나타내는 말의 표현이 '덖기'이며, 살청과 1차 덖기도 '덖기'이며, 솥 안에서의 사람 손동작으로 하는 공정 전체가 또한 '덖기'이다. 덖음 방식의 녹차를 '덖음' 녹차라고 할 때는 이 다층적인 의미를 모두 함축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____만든 차 건조하기_____
비교적 녹차 만들기를 이르게 마무리했다.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시간 틈새 없이 작업했기 때문이다. 1층으로 내려가서 발효차와 녹차를 건조대에 넣는 작업을 진행한다.
잘 띄워진 발효차를 발에 골고루 잘 흩트려서 펼쳐 놓는다. 그 후 건조기에 넣는다. 녹차도 마찬가지 방식이다. 한밭제다 쥔장님이 녹차에 1조, 2조, 3조라고 적힌 메모지를 부착하여 놓으셨다. 우리가 만든 녹차가 건조기에 들어가니 뿌듯하였다. 맛나고 향 좋은 차로 나오라고 속으로 말했다.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____차 갈무리 공정과 봉지 작업____
건조된 녹차를 다시 낮은 온도(대략 80도)의 솥에 넣고 슬렁슬렁 살살 뒤집어 주기를 반복한다. 이 과정은 조금 지루한 공정이기는 하지만 차향이 올라오는 기쁨도 만끽할 수 있다. 점차로 차에 하얀 분진이 올라온다. 차를 만드는 이의 취향에 따라서 이 갈무리 가향작업 시간은 결정된다. 대략 1시간 내지 2시간 정도이다.
차들을 키질하여 차 찌꺼기 가루들을 털어낸다. 이 '키'질은 녹차를 만드는 공정에서도 진행된다.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다들 차를 만들어 본 지라, 키질을 까먹고는 하였는데, 이태연 님이 하동세계 차 엑스포에 차 출품 및 판매 부스로 참여하셨는데, 피아노님과 함께 오셨다(여학생들 두 분도 함께 제다 체험하러).
살청 후에 솥 바닥을 닦아 내고 해야 하듯이, 덖기 후에도 솥바닥의 차 찌꺼기를 닦아 내고 해야 하듯이, 찻잎도 덖고 나면 혹시나 탄 찻잎이나 가루차가 생기면 키질이나 체로 걸러서 다 골라내고 다시 과정을 반복해야 차에 잡맛과 탄맛이 나지 않는다고 하셨다.
덕분에 우리는 그 과정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었다. 가향 작업 후 봉지 작업 전에도 키질을 하였다. 마지막 봉지 작업에서는 남은 차들이 점차 봉지에 담기자 파쇄된 형태의 차만 남았다. 우리는 이 차가 각자에게 돌아갈 때 복불복이므로, 지나치게 파쇄된 차가 담기면, 그 차를 가져갈 이가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을 감안하여, 아예 파쇄된 차는 따로 봉지 작업하였다. 공평하게 모든 차를 담느라 모두 저울에 달고 내리고 더 넣고 꺼내고를 반복하며 차봉지 작업을 마무리하였다.
______우리가 만든 차 시음 녹차/황차/발효차_____
봉지 작업한 차들을 주욱 늘어놓고 뷔페 음식 담아가듯이 각자 봉투 하나씩 들고 차들을 담았다. 내 앞에 놓인 차를 보니 참으로 뿌듯하였다.
____녹차____
모두 모여 차 시음을 하였다. 시음 차는 백대인 님이 우렸다. 1조, 2조, 3조 녹차의 맛을 보며 순위를 결정하였는데, 1조 차가 1위였다. 1조의 차맛은 우리가 익히 아는 녹차의 맛이었다. 보편적 차맛이었다고 볼 수 있다. 2조와 3조의 차맛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그러니까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____황차____
이번엔 '황차'를 녹차 만들기 전에 만들었다. 황차 만들기 방식은 '6대 차류'로 분류된 그 황차 만들기 방식이다. '민황'을 한 번 시도해보고 싶었다. 발효차를 다채로운 방식으로 만들어는 보았지만, 민황 방식의 황차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녹차를 만들 분량의 찻잎에서 따로 떼서 만든 것이므로, 황차 만들기 과정의 '시들리기' 까지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엄두에 두고 만든 것이다. 황차는 차 만들기 예정에 없던 시도였으니까.
살청 후 유념을 하였다. 그리고 다시 솥에서 찻잎을 털어가며 열을 주었다. 찻잎에 충분히 열이 가해지자 바로 광목 자루에 담았다. 1조, 2조, 3조의 솥의 차들을 모두 한 데 담아서 그대로 광목 자루를 둘둘 말아서 열기를 유지한 후 온돌방에서 띄웠다.
중간에 잘 띄워지는지 향도 검사하고 해야 했지만, 이번이 처음이고 숙소도 떨어져 있어서 완전히 운에 맡기기로 하였다. 알아서 잘 띄워지고 좋은 차가 되어라!라고 주문을 걸어놓았다! ㅎ
시음 때는 맛이 다소 연했고 좀 덜 발효된 느낌도 있었다. 그동안 중국 황차만 마셔보았지 한국에서 만들어진 황차를 그다지 또는 마셔본 기억이 잘 나지 않거나 가물거린다. 그러니 맛과 향을 비교 대상이 없다. 그런데 어떤 기대감을 품게 만든 맛이었다.
____발효차____
선발대가 만든 발효차의 맛은 단맛이 풍부하였다. 달달한 꿀물을 마시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이번 2023년 발효차는 마시기에 참말 좋았다. 성공적인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