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봉사 앞장섰던 분인데…” 논산 산사태 70대 부부 숨져
[산사태 피해 속출]
가족묘 방문… 조카-손자는 참변 면해
“매주 토요일 무료급식소 자원봉사를 하면서 음식 준비부터 배식까지 도맡아 하시던 분이었어요.”
14일 충남 논산시 양촌면 양지추모공원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숨진 70대 노부부의 20년 지인인 공미정 강경행복나눔봉사단 단장은 15일 이렇게 말하며 울먹였다. 숨진 부부 중 아내 김모 씨(70)는 사고 직전 주말에도 무료급식소에 나와 홀몸노인 90명을 위한 음식을 만들었다고 한다. 공 씨는 “평소 어려운 분들을 보면 그냥 넘기지 못하던 어르신”이라며 “사고 전날도 급식소에 나오셔서 어떤 음식을 만들까 함께 고민했는데, 너무 황망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14일 오후 4시 2분경 논산시 양촌면 양지추모공원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방문객 4명이 매몰됐다. 산사태로 토사가 흘러내려 봉안당 건물이 무너지자 이를 피해 주차장으로 향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1시간가량 구조작업을 진행해 4명을 구조했지만 남편 윤모 씨와 아내 김 씨는 숨졌다. 함께 공원을 방문했던 조카 윤모 씨(59·여)는 한때 위독한 상태였으나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자 윤모 씨(21)는 팔에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이들은 친척의 1주기 제사를 사흘 앞두고 가족묘를 방문했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모공원 관계자는 “차량 두 대가 추모공원 입구까지 토사에 떠밀려 내려올 정도로 산사태가 심했다. 추모공원으로 가는 도로들도 모두 막혔다”고 말했다.
15일 오전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논산의 한 장례식장은 공식 조문이 시작되기 전부터 추모객들로 붐볐다. 추모객들에 따르면 김 씨는 생전 마을 이장을 맡는 등 지역 활동에 앞장서던 ‘마당발’이었고 지역 봉사단 단원이었다. 남편 윤 씨도 묵묵히 아내의 활동을 도왔다고 한다. 이웃 주민 유모 씨(72)는 “누가 어려움에 빠지면 항상 팔을 걷으며 제 일처럼 나섰다”면서 “하루만 늦게 갔어도 이렇게 황망하게 떠나지는 않았을 텐데”라며 연신 눈가를 훔쳤다. 고인의 지인인 60대 김모 씨는 “마지막으로 봤던 며칠 전까지 두 분 모두 정정했고, 매일 오전 5시에 나와 운동을 할 정도로 부지런했다”며 “봉사도 많이 하고 사랑을 실천하시는 훌륭한 분들이 갑작스럽게 가셔서 슬픔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13일부터 나흘간 이어진 강한 비로 논산은 누적 강수량 406mm를 기록했다.
논산=김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