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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습지생태보고서
준혁의 연인이었고, 소영의 키다리 아저씨였고, 지원의 남편이었다.
남부럽지 않은 재벌가의 차남이자 현재, 9시 뉴스 간판을 책임지고 있는 인기 있는 아나운서.
아무도 기준의 집안을 샅샅이 알지 못한다. 기준은 사창가에서 낳은 아들이었기 때문에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야 했다. (아버지의 성을 얻지 못하고 어머니의 성을 따라야했다.)
비록 아버지는 기준을 내쫓지 않았지만 기준은 항상 불안했고 두려웠다.
가족들은 자신을 자신의 집안으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브라운관에서 총애받는 기준은 없고 공허한 기준만 남아서 언제나 마음이 외롭고 사랑이 고팠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따뜻한 사랑을 처음으로 받았던 건, 정우의 개인 비서인 준혁이었다.
그즘, 지독한 여름감기에 걸려 열병에 앓고 있던 기준을 한없이 챙겨주고 보살펴준 사람은 준혁이었다.
준혁을 사랑했으나, 준혁을 사랑하는 일은 가족에게 모욕감을 안겨다주는 사치스런 감정이었다.
그때 후계자 정우가 아닌 기준에게 먼저 결혼하라는 아버지의 명령이 있었다.
말로만 듣던 정략결혼이었고 상대자는 집안에서 틈틈이 탐을 내던 경쟁자 그룹의 외동딸인 지원이었다.
어쩌면, 정우가 결혼했어야 할 사람과 기준이 결혼을 해야했다. 아버지가 준혁을 만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기준은 준혁을 다치지 않기 위해서 준혁을 놔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아무런 힘도 없는 사랑, 그 부질없는 마음에 기준은 결혼 석달 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는다.
정우와 기준은 유년 시절을 함께 보낸 따뜻하고 사람 좋은 오빠들이었다.
부잣집 딸래미라는 타이틀은 누구와도 금방 친해질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 질투와 미움도 받았다.
어렸을 적부터 지원은 돈이 많은 것은 좋지만 돈이 많다고 행복하지는 않다는 걸 배웠다.
친구들은 지원을 친구로 진심으로 사귀기를 원하는 것보다 지원이 두르고 있는 겉모습에 어떻게든 빼앗고 싶어서
호시탐탐 지원을 노렸다. 진정한 친구를 얻고 싶어서 애를 쓰는 지원 앞에 정우와 기준이 나타났고,
지원은 그 두 오빠들이 베푸는 따뜻한 마음에 감동했다. 그때 지원은 그들이 지원과 배경이 비슷하기 때문에
지원을 그저 돈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은 잘 몰랐지만 이유가 어찌 됐든, 이 사람들은 진심이라는 것을
지원은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행복했다. 그리고 기준보단 정우를 좋아했다. 기준은 어쩐지,
자신과 비슷한 그늘을 풍기고 있어서 기준을 볼 때마다 이상하게 마음이 아렸고 아파서 오래볼 수 없었지만
정우는 달랐다. 기준과 달리 쾌할했고 시원했고 어떻게보면 제멋대로 굴지만 그게 매력인 사람이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그들을 알았고, 함께였다. 고등학교 올라가서 정우와 기준의 어머니가 다름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기준에게 더욱 연민과 동정이 깊어졌다. 자꾸 두 남자 곁에서 혼란스러워지는 자신의 감정 때문에
지원은 불현듯 유학을 떠났고 다시 돌아왔을 때 기준의 약혼녀가 되어 있었다.
차마 그 빌어먹을 자존심 때문에 끝까지 정우를 사랑했다고 기준에게 말했지만 기준이 죽고 나서
지원은 자신을 원망했다. 또한 준혁을 몹시 원망했다. 그만 없었어도 기준이 죽지는 않았을 거라고 믿는다.
정우의 믿음직스러운 개인 비서이자, 기준이 유일하게 마음을 준 사람.
똑똑하고 반듯하면서 모든 일을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냉청하게 판단할 수 있지만,
기준 앞에서는 이성적으로 제외되지 않는 감정이 생겼다. 그의 아버지도 정우의 개인 비서였을 만큼
집안 대대로 정우의 가족에게 신세를 많이 지고 있다. 늘 신세를 졌기 때문에 고마워하고 있다.
그들은 가난하다고 준혁을 멸시하거나 무시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더욱 충실히 성심껏 정우 밑을 따랐지만
항상 그 집안에서 겉도는 기준이 항상 신경쓰였다. 기준은 가족 행사에 절대 참여할 수 없었고,
가족들과 다같이 밥을 먹지도 못했다. 거의 혼자 먹거나 겨우 같이 먹어도 항상 눈칫밥만 먹는 게 보였다.
그게 좀 안쓰러워서 정우 모르게 기준을 챙겨줬는데 자꾸 그가 보이지 않을 때에도 보고 싶어졌고
어느 덧,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기준이 좋아졌다는 사실을 이미 많이 좋아하고 있었다.
기준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더 열심히 더 마음껏 사랑해주고 싶었지만 사랑할 수 없는 벽이 한없이 높았다.
아무도 모르게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을 무렵, 기준이 결혼한다는 말을 들었다.
붙잡을 수가 없었다. 자신에게 그저 그런 자격이 있을까. 정우의 집안에 그림자처럼 뒷바라지만 하는 자신의 집안이
처음으로 미웠다. 왜 정우네보다 더 잘나고 위엄 있는 가정이 아니라 이토록 기준을 사랑해도 잡을 수 없는
집안에 태어났는지. 끝내 기준은 준혁의 슬픔과 상관없이 결혼을 했지만 죽고 말았다.
왜 차마, 기준을 잡지 못했을까. 준혁은 결심했다. 기준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그 넌더리라는 집안을
어떻게든 부셔주겠다고, 어떻게든 없애주겠다고 반드시 복수하고 말 거라고.
아스팔트 사이에 난 위태로운 들꽃처럼 가녀린 소영의 인생은 지옥이었지만 기준 때문에 행복했다.
기준의 엄마가 사창가를 어렵게 벗어나고 재혼해서 낳은 딸. 소영은 어렸을 때부터 드물게 찾아오는 기준을 좋아했다.
그땐 몰랐다. 자신과 기준이 같은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모르고 좋아했다.
엄마가 사창가를 벗어났어도 사창가의 딸이란 소리를 지겹도록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준은 가끔씩 찾아와
자신을 사창가의 딸이라고 손가락질 않고 언제나 따뜻하게 안아주며 너는 아무 죄가 없다고 위로해줬다.
소영은 아저씨의 눈빛만봐도 행복해져서 실어증을 앓고 있던 병명도 털어낼 만큼, 소영에게 있어서 기준은 전부였다.
그런데 언제쯤부터였을까, 기준은 혼자가 아닌 어떤 남자와 소영을 같이 찾아왔다. 그들은 몹시 다정해 보였고,
그 남자가 기준을 보는 눈빛은 마치 자신이 기준과 보는 눈빛과 흡사했다. 그 둘의 관계를 알고 싶지 않았다. 여자의 직감이란
너무 무서웠기 때문에 기준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그 따뜻한 눈빛을 전해주는 게 너무 싫었다. 그때부터였다.
기준이 찾아와도 보러하지 않고 거식증에 시달리게 된 것은, 더군다나 기준이 결혼을 했다. 자신보다 훨씬 더 예쁜 여자와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여자와 너무 속상해서 잠도 잘 수 없었다. 사랑 받고 싶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자
소영은 순수하게 좋아하는 감정이 아닌, 집착하고 말았다. 그러길 한 석달 쯤 됐을까.
기준이 아닌 처음으로 소영이 기준을 찾아갔다.
그날, 기준은 혼자만 죽은 것이 아니라 소영도 목숨을 잃었다.
준혁의 사촌 동생으로써, 대학교 때문에 시골에서 올라와 준혁과 함께 살고 있다.
과묵하고 다소 무뚝뚝한 기질도 있는 그저 인생을 무난하게 살다가 무난하게 죽고 싶은 게 꿈이다.
가난에 허덕이며 살고 싶지 않다. 준혁은 정말 좋은 형이었지만 준혁과 같은 인생은 싫었다.
그래서 죽어라 공부하고 공부했다. 인생을 성공하려면, 반드시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죽기 살기로 살았다.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 몰랐지만, 어떻게든 공부가 답을 줄 거라 믿었다.
막무가내로 공부만 파고 있던 따분한 그즘에 준혁의 애인인 기준을 만났다.
어딘가 슬픈 눈빛을 지닌 그 남자, 가끔씩 준혁이 비운 방에서 잠들어 있는 기준을 볼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자꾸 심장이 두근거렸다. 안다. 준혁이 기준을 데리고 왔을 때,
준혁을 증오할 만큼 욕하고 화냈다. 자신은 그저 사촌일 뿐인데 준혁에게 심하게 윽박을 질렀다.
그런데... 자신이 그럴 자격이 없었던 거였다. 그 남자, 엄기준. 형의 애인인 걸 알면서
미친 짓인 걸 알면서 한 번만 그를 탐하고 싶다. 미친 듯이 그를 안고 싶고 만지고 싶고 사랑하고 싶다.
그런데 그는 수현에게 아무도 기회를 주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이기적이고 냉랭하며 매섭고 독한 남자. 재벌가의 후계자답게 싸가지도 더럽게 없다.
안하무인적이지만 일처리는 무섭게 하기 때문에 인간미는 없어도 재벌가의 아들로 불리만 하다.
어렸을 적, 정우도 한때는 기준처럼 세상을 욕심내지 않았지만 살다보니 느꼈다.
세상에 힘과 권력이 얼마나 위대한 지를. 그의 곁에 있었던 사람들이 떠난다는 걸 알면서도
정우는 멈출 수 없었다. 아버지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것이 설령 내정된 자리였다 해도 자신의 힘으로 오르고 싶었다)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독해지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싸움. 그것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지원이 있기 때문에.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되면, 그땐 지원에게 청혼하고 싶었다. 결혼하자고, 지원을 믿었고 지원은 분명 기준이 아니라
자신을 좋아한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정우는 오로지 지원을 얻기 위해서 더욱 치열하게 높아졌는데
아버지가 택한 건 자신이 아닌 기준이었다. 회장의 자리는 얻었지만, 지원을 얻을 수는 없었다. 비참했고 쓰렸다.
왜 기준은 자신이 집에 오게 된 걸까. 왜 아버지는 그 자식을 집에 들여다 놓고 심지어 지원과 결혼까지
허락하셨을까. 누굴 원망해야할까. 기준인가, 아님 자신의 아버지인가.
그 혼란스러운 사이, 기준이 죽었다. 다시 지원을 자신의 곁으로 데려오고 싶었는데
인생은 참 지랄맞게도 지원은 기준을 좋아하고 말았다.
조현민 신효정 커플에 꽂혀서 썼는데 어째서 게희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뭔가 더 조합하고 싶었는데 어째 오늘은 글쓰고 이렇게 이미지 정리하는 것도 힘들어서 여기까지
흐뀨흐규... 죄송합니다. 오랜만이에요. 이제 씻고 자야겠습니다. 주말이 이렇게 또 가네요.
첫댓글 어...언니...........
아 엄기준 ㅠㅠㅠㅠㅠㅠㅠㅠ 내꺼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와 이건 대박이야ㅠㅠㅠㅠㅠ
엄기준ㅠㅠㅠㅠㅠ 으아ㅠㅠㅠㅠㅠㅠㅠ
언니 시나리오들은 진짜 짱인듯...bbbbbbbbbbbbbbbbb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