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당(會堂)은 유대인들의 삶과 신앙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입니다. 회당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또한 구약성경 어디에서도 회당의 건설과 운영에 대한 규정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기원전 587년에 예루살렘 성전이 바빌론에 의해 완전히 파괴된 후, 유대인들 특히 바빌론으로 끌려간 유배자들은 자신들의 종교생활의 중심이었던 성전을 대신할 장소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래서 곳곳에 성전을 대신하는 회당을 건설했던 것입니다.
회당, 기도와 예배 뿐 아니라 공공집회 장소로도 쓰여
회당(會堂)이라는 말의 어원은 그리스어 ‘시나고게’(συναγωγή)로 ‘모임’이라는 뜻입니다.
한자말 회당도 ‘모일 회’(會)에 ‘집 당’(堂)이니 시니고게를 아주 적절하게 표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나고게’라는 말에는 재미있는 뜻이 하나 숨어있습니다. ‘시나고게’를 분석해 보면, ‘함께’를 뜻하는 ‘신’(συν)과 ‘배움’을 의미하는 ‘아고게’(αγωγή)를 결합한 단어로, ‘함께 모여 무엇인가를 배우는 장소’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회당은 함께 모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배우는 장소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회당의 구조를 보면, 중앙에 율법서를 보관한 ‘계약의 궤’가 자리합니다. 마치 가톨릭교회에서 감실을 연상케 합니다.
그리고 그 주위로 모임 등을 위한 다목적인 작은 방들이 배치됩니다. 때로는 율법서를 공부하기 위한 부속건물을 별도로 설치하는 회당도 있습니다. 이 부속건물을 ‘베이스 미드라쉬’(בית מדרש), 즉 ‘공부의 집’으로 부릅니다.
회당은 기도 목적을 위해 특별히 축성한 공간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회당이 반드시 예배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공공집회 장소로, 때로는 재판의 장소로(마태 10, 17 참조)도 사용되었습니다. 아마 형을 집행할 때 신명기의 해당 구절을 읽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도 회당에 종종 들리셨습니다. 예수께서 고향에 들르셨다가 안식일이 되자,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가셨다고 성경은 전합니다.
그리고 이 나자렛 회당에서 예수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서의 한 구절을 봉독하시고, 거기에다 그 구절을 설명하는 말씀까지 하십니다(루카 4,16-30 참조). 그
런데 아무 직책도 없었던 예수님께서, 어떻게 성서를 봉독할 뿐만 아니라, 이를테면 강론까지 하실 수 있었을까요? 해답을 얻기 위해 우리는 회당 전례에 대해 살펴보아야 합니다.
안식일 전례에 따라 모세 오경 봉독 이후 예언서 이사야를 읽으신 예수
예수께서 살았던 당시 성경은 히브리어로 쓰였고, 팔레스티나와 바빌론의 회당들 역시 쓰인 대로 성경을 히브리어로 봉독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히브리어가 아닌 아람어를 사용했기에, 성경말씀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히브리어 성경 봉독이 끝나면 곧 이어 아람어로 통역을 했습니다.
예수께서 참석하셨던 회당의 안식일 전례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습니다.
먼저 신명기와 민수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신앙 고백(신명 6, 4-9; 11, 13-21; 민수 15, 37-41)과 열여덟 개의 찬미가를 시작으로, 전례의 중심 부분인 모세오경이 봉독됩니다.
이 오경은 약 155개의 단락으로 나누어서, 안식일마다 하나씩 읽었습니다. 그래서 3년 주기로 오경의 봉독이 이루어졌습니다. 오늘날 미사의 주일 복음이 3년 주기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어 예언서의 한 단락이 봉독됩니다. 예언서 봉독에 관한 규정은 따로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무 구절이나 마음대로 읽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언서 봉독이 끝나면, 회당장은 안식일 전례에 참석한 이에게 봉독된 예언서 구절을 설명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특히 손님이 참석했을 경우에는, 그에게 청하는 것이 관습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바로 이런 관습에 따라 고향의 회당에서, 당신의 활동을 예고하는 이사야서 61장 1-2절을 설명하실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관습에 대해서는 사도행전에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사도 13,14-15 참조). 예언서를 해설한 다음 축복으로 전례는 끝을 맺습니다.
기원후 70년, 로마에 의해 예루살렘 성전이 완전히 파괴된 후부터 회당은 유대인들의 민족적, 정신적 기둥이 되었습니다.
회당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성전과 달리 모든 예식을 평신도들이 중심이 되어 거행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유대인이 회당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신앙을 굳건히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김홍락 신부 (가난한 그리스도의 종 공동체)
교부학과 전례학을 전공했고, 현재 필리핀 나보타스(Navotas)시 빈민촌에서 도시빈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