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지대넓얕
오랜만에 채사장의 반가운 책이 나왔단다.
그것도 공존의 히트를 쳤던 지대넚얕 시리즈의 제목을 달고 나왔어.
아빠가 독서기록을 찾아봤더니,
채사장의 마지막 책은 2021년 12월에 출간된 소설 <소마>를 읽은 것이 마지막이더구나.
한 동안 책도 나오지 않고,
유튜브나 팟캐스트도 안 해서
무엇을 하며 지내나 궁금했었는데,
약간은 갑툭튀 같이 책을 출간되었더구나.
이번 책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라는 제목으로
지대넓얕 시리즈의 완결편이라고 하는구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1, 2권이 약 10년 전쯤에 나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것보다 앞선 이야기가 나중에 출간되어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권이 출간되었어.
아빠는 채사장의 팬으로써 이 세 권을 모두 읽었는데,
현실 세계의 지식을 다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권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단다.
0권은 ‘신비’를 다루고 있어서 그런지 읽기 쉽지 않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구나.
그렇게 지대넓얕 시리즈가 마무리가 된 것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출간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가 완결편이라고 하는구나.
이전에 출간된 0, 1, 2권이 지식에 관한 이론을 이야기한 것이라면
이번에 출간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는 실천 편이라고 하는구나.
그 전의 지식의 이론을 실천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런데, 책 제목에 ∞(무한)을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지식이라는 것은 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
∞의 모양새를 보면 구부러져 다시 연결되어 있는 모양이잖니,
그러니 지식에 대한 실천도 그렇게 구부러져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를
담겨 있다고 책소개에 적혀 있더구나.
이번 책은 실천의 각 단계를 일곱 단계로 나눠 설명해주고 있어.
발심, 정비, 정진, 견성, 출세, 조망, 전진…
얼핏 보기에는 불교 용어가 많이 섞여 있는데,
책을 읽다 보면
아빠가 오래 전에 관심 있게 읽은 불교 경전에서 볼 수 있는 용어들이 자주 보였단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아빠가 이해한 측면을 위주로 짧게 이야기를 해볼게.
1. 일곱 단계
실천 없는 지식은 메마르고 삐쩍 마른 잡초에 비유했어.
지식이라는 것이 지혜가 되려면 실천이 필요하다고 했어.
그러면서 깨달음은 지식과 지혜 중 어느 것에 가까울 것 같으냐고 질문을 던졌는데,
지혜라는 답변을 이끌어낸 질문 같았고,
역시나 실천을 통한 지혜가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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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그렇다면 깨달음은 어떠한가? 지금은 깨달음이 뭔가 싶은 마음이 더 클 테지만 일단 처음 듣는 단어는 아니니 대략적인 느낌을 말해보자. 당신에게 깨달음은 어디에 가까운가? 그것은 지식의 영역인가, 아니면 지혜의 영역인가? 모든 것이 그러하듯 깨달음도 이 두 가지 측면이 혼재해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느낀다. 어쩐지 깨달음은 머리로 아는 지식이 아니라 실천적인 지혜일 것이라고 말이다. 물론 지식을 통해 깨달음이 무엇인지 언어로 정리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그 경계가 명확해지고 그에 따라 깨달음의 윤곽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깨달음의 실제 의미를 깊이 이해할 수는 없다. 실천을 통해 그것의 실제 의미가 체화될 때에야 우리는 깨달음에 대한 지혜를 얻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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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어떻게 깨달음에 다다를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보자는 생각에 책을 넘기기 시작했단다.
실천의 핵심은 결국
자신의 내면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고,
자기 자신을 탐구하는 것이란다.
먼저 1단계 ‘발심’은 세상 모든 것을 의심하는 것이야.
그 세상 모든 것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단다.
그리고 우리가 가려는 모든 길을 의심하여 선택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믿는 신념의 한계는 임의성, 제한성, 맹목성을 띤다고 했어.
임의성은 나의 신념이라는 것은 역사적, 시대적, 지정학적, 문화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고,
제한성은 나의 신념은 제한된 체계 안에서만 모순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맹목성은 나의 신념이 타인의 이익이 개입된 결과라고 것을 의미한대.
이런 의심의 단계가 높아지면 내면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우리가 앞서 이야기했던 자신의 내면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것에
가장 큰 방해물이 될 수 있다고 하는구나.
내면 자체를 없다고 생각하면 내면으로 간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말이니 말이야.
유물론이라는 것이 내면 세계를 부정하는 것 같지만,
내면을 또 하나의 객관적 탐구의 대상으로 생각하기도 한대.
그렇게 모든 것을 의심하는 단계를 지나면
2단계는 ‘정비’란다.
정비는 주변을 정리한다는 의미라고 했어.
여기서 주변은 공간적인 것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공간, 생활 환경을 모두 의미하는데,
특히 시간의 정비는 오늘날 분절된 시간을 연속된 시간으로 환원하는 것을 의미했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냐면,
오늘날 스마트폰과 SNS 때문에 짤막한 시간대로 나눠 쓰고 있다는 것이야.
내면 세계로 가는데 가장 큰 방해물이기 때문에
이것을 연속적인 시간으로 정비를 하라는 거야.
스마트폰, SNS 시간을 한번에 끊기 어려우니 점점 줄여나가라고 했어.
이건 정말 힘든 실천 사항인 것 같구나.
스마트폰, SNS을 줄이라는 것은 자극을 멀리하라는 의미도 되는데,
이렇게 해야만 고요, 평온을 되찾을 수 있다고 했단다.
3단계 ‘정진’에 이르면 내면의 길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야.
이때 사용되는 방법이 명상이란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명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어.
아빠도 명상에 관심이 많지만,
번잡한 일상에서 명상을 하는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구나.
이런 책을 읽을 때면,
다시 한번 명상을 규칙적으로 해봐야지 생각하지만,
금방 그 다짐을 사라지고 만단다.
명상은 집중대상이 있는 명상과
집중대상이 없는 명상이 있다고 하는구나.
어떤 명상이든 계속 떠오르는 잡생각 때문에 쉽지 않은 것 같아.
그래도 의도적으로 생각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어.
그렇게 노력을 하다 보면 나 자신과도 대화하지 않는 상태가 되는데
이것을 침묵이라고 하고,
이 침묵이 바로 명상의 본질인 것이야.
침묵의 단계가 되면 고요와 평온을 얻게 되고
내면의 길로 향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행복, 분노, 불행 등 모든 것이 마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쉽지 않지)
그 이야기는 진정한 행복도 내 마음 속에 있고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결국 내 마음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거지.
고통이라는 것은 내가 어쩔 수 없는 마음의 상태라고 하는데
이 또한 마음에 들어가야 고칠 수 있는 것.
명상이라는 것이 이 모든 것의 첫 관문이라고 이해했단다.
지은이가 명상이라는 단어를 설명해주는 부분이 좋아서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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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명상이라는 단어도 그러하다. 사전적으로는 어두울 명(冥)에 생각 상(想)으로 어두운 가운데 생각함을 의미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어떤 이들은 명상이 종교적 색채가 강하다고 생각해 명상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맥락에서 사용한다. 다른 이들은 똑같이 명상이 종교적 색채가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기에 명상이라는 단어를 긍정적인 맥락에서 사용한다. 어떤 이는 명상을 실용적인 측면에서 이해해서 명상이라는 단어를 긍정적으로 사용한다. 반면 다른 이는 같은 이유에서 부정적으로 사용한다. 어떤 이는 명상이라는 단어를 진리와 엮어 사용하기도 하고, 다른 이는 현실 도피적인 무엇이라는 전제에서 사용하며, 또 다른 이는 오늘날의 힐링 문화가 만들어낸 상업화된 서비스의 일환이라는 측면에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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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는 ‘견성’의 단계이고
이 단계는 지식의 실천을 통해서 얻은 지혜의 단계라고 할 수 있대.
견성(見性)이라는 말은 마음을 보다는 뜻으로
자아의 본질이라고 하며, 여러 가지 단어로 부르고 있다고 했어.
불교에서는 아트만 또는 무아(無我)라고 부른다고 하는구나.
즉, 견성이라는 것은 깨달음을 의미하기도 한대
의식이란 깨어 있음을 의미하고 하는 것으로
깨어 있는 자의 내면 세계를 뜻하기도 한대.
보는 것은 의식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라고 했어.
침묵이라는 것도 보는 자가 보는 것,
관조자를 관조하는 것,
알아차림을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하는데,
이 때부터 점점 이해하기 쉽지 않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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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우리는 침묵을 통해 알게 된다. 이 텅 비어 있음은 크기가 없고 경계가 없다. 물질적인 것이 아니고 정신적인 것이 아니다. 존재자가 아니라 존재자의 배경이다. 그렇기에 모든 생명 안에 깃든 의식은 몸의 크기와는 무관하게 의식의 크기를 말할 수 없다. 작은 미물의 내면세계는 좁고, 큰 생물의 내면세계는 넓은가? 그렇지 않다. 그 반대는 어떤가? 개미는 상대적으로 작으니 외부세계가 크다 느끼고, 혹등고래는 상대적으로 크니 외부세계가 작다고 느끼는가? 그렇지는 않다. 의식은 몸의 크기나 신체 능력, 뇌의 크기, 지능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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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단계 ‘출세’, 6단계 ‘조망’, 7단계 ‘전진’은 지혜의 단계를 넘어선 삶의 단계란다.
깨달음에 이르렀다고 해서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했어.
삶은 계속 되고 문제도 계속 된다고 했어.
내면의 세계를 통해 깨달음에 이르렀지만,
우린 내면의 세계가 아닌 외면의 세계도 있잖니.
그렇게 외면의 현실에 나아가는 것을 출세라고 했어.
현실의 세계에서는 다잡은 고요와 평온에 다시 파동이 일어날 수 잇지만,
자신의 본질을 늘 생각하고 세속과 거리를 두라고 하더구나.
6단계 조망은 삶의 조망과 삶 너머의 조망으로 나뉘어 설명해주고 있어.
조망이라는 것이 널리 바라본다는 의미인데,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의식으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어.
의식으로 바라보다 보면
욕심과 성냄을 줄이고 말과 판단을 멈춰야 한다고 하는데
점점 어려운 주문을 하는 것 같구나.
사실 점점 이해하기도 쉽지 않았어.
이 단계의 글에서는 지혜로운 부모에 대한 글만 눈에 들어와서 발췌해 보았단다.
이 글을 읽다 보면 아빠는 지혜롭지 못한 부모인 것 같구나.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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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지혜로운 부모를 상상해보자. 모든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듯 지혜로운 부모도 자녀의 안녕을 바란다. 하지만 지혜로운 부모는 그들의 자녀가 안락과 편안함보다는 적절한 위기와 실패에 대면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자녀가 스스로 어린아이의 모습을 깨뜨리고 어른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자아의 본질도 그러하다. 나의 깊은 의식, 수많은 삶을 살아내고 또다시 수많은 삶을 이어나갈 자, 세상을 스스로 일으키고 그것을 관조하는 자도 그러하다. 그 본질은 어른 되고자 할 것이다. 신의 어른이, 모든 의식적 존재의 어른이 되고자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그 모든 신체가 아이의 옷처럼 보이게 할 만큼의 깊은 성정을 원할 것이다. 그때서야 자아의 본질은 어른답게 세상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생과 사를 관통하는 깊은 의식의 관점에서 배움과 사랑은 삶의 이유로서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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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7단계 ‘전진’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삶 속에서 성취를 하는 것으로,
짧게 이야기하면 삶 속에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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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
천천히 눈을 뜬다. 충분히 쉬었다. 침묵은 오래 지속되었다. 세상은 아직 적막하고 창문에 맺힌 물방울은 아침 햇살에 반짝인다. 시계를 본다. 이제 사랑하는 이들을 깨우고 그들을 챙긴 후 출근할 시간이다. 어제는 나도 모르게 욕심을 부리고 화를 내었으며 어리석게 행동하지 않았던가. 오늘은 조금은 줄이리라. 심판이나 죄책감 때문이 아니다. 보상이나 인정 때문이 아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내가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이 세계를 일으킨 것도 나고 굳이 이 신체로 이 세계를 미워하지 않으리라. 이제 시간이 되었다. 몸을 일으켜 세상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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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읽는데 쉽지 않았지만
지은이 채사장 팬심으로 끝까지 읽었단다.
이 책은 지식의 실천의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지만,
실천은 무엇보다 어렵다는 것을 아빠는 잘 안단다.
각 단계의 실천이 모두 어렵지만,
중간에 잠깐 이야기했지만 명상이라는 것은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실천항목이구나.
그것에 내면 세계의 밑바닥까지 가는 것과 이어지지 못하더라고
번잡한 아빠의 마음과 영혼을 단순화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구나.
호흡에 집중하고 눈을 감고….
얼른 독서편지를 마치고 시작해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안녕.
PS,
책의 첫 문장: 혹등고래가 자신의 하얀 배를 뒤집고 지느러미를 흔드는 것은 다이버에게 보내는 신호다.
책의 끝 문장: 당신이 내면의 바다를 자유롭게 여행하는 아름다운 혹등고래가 되기를 바란다.
책제목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무한)
지은이 : 채사장
펴낸곳 : 웨일북
페이지 : 352 page
책무게 : 458 g
펴낸날 : 2024년 12월 24일
책정가 : 19,000원
읽은날 : 2025.02.02~2025.02.05
글쓴날 : 2025.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