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열동기회 여의도 포럼 회원들과 함께 현충원을 참배하고 충효길과 고구동산길을 산책하였다. 현충원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을 모신 민족의 성역이다. 현충원 정문을 들어서면 충성 분수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고 방문객들을 반겨준다. 고교 학창시절, 53년전에 전교생이 소나무 송충이를 잡기 위해 종이컵과 나무젓가락을 지참하고 현충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송충이를 보면 징그러워 눈살을 찡그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 당시 현충원은 지금처럼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지 않았으며 시설도 보잘것 없었다. 그러나 상전 벽해라 울창한 숲과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또 다시 찾아오고 싶어하는 거룩한 성역으로 변모하였다. 만남의 집을 지나 현충지(연못)에 이르게 되면 가을 경치의 매력에 푹 빠진다.
눈이 황홀할 지경으로 울긋불긋한 단풍들이 연못과 어우러져 멋진 가을풍경을 선사한다. 일행들은 사진을 담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찰칵찰칵하였다. 현충지(연못) 주변의 벤치에 앉아 따끈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낭만과 멋진 풍경을 즐기는 50-60대 아줌마들의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현충천을 지나 현충문 입구에 일열횡대로 서서 현충탑을 바라보면서 거수경례하고 묵념을 올렸다.
그리고 고 채명신 장군이 잠들고 있는 제2 묘역으로 가서 묵념을 하였다. '그대들 여기에 조국이 있다(Because you soldiers rest here, our country stands tall with pride)'는 유명한 말을 남긴 채명신 장군은 유언대로 병사들의 묘역에 나란히 묻혀있었다. 묘역들은 바둑판처럼 조화롭게 잘 꾸며져 있었으며, 묘역마다 무궁화꽃 조화로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위쪽으로 올라가면 애국지사와 임정 묘역들이 있으며, 장병들의 묘역과는 달리 큰 비석과 봉분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애국지사 이상룡 선생(1932년,5월12일사망)이 압록강을 건널 때 쓴 시가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다. '삭풍은 칼보다 날카로워 나의 살을 에이는데, 살은 깎이어도 오히려 참을 수 있지만 창자를 끊는다면 슬프지 않겠는가? ...
이미 내 전택을 빼았고 또 다시 나의 처자를 넘겨다보니 차라리 이 머리는 잘릴지언정 이 무릎 끓어 종이 될 수 없다'. 현충원 묘역을 벗어나 수북히 쌓인 낙엽들을 밟으며 고구동산길로 접어들었다. 대열동기인 문충실이 동작구청장으로 재직시 조성한 산책로로, 곳곳에 쉼터와 헬스기구들이 설치되어 있으며 목재계단과 나무데크길로 조성한 아름다운 숲길이다.
정자에 앉아 숨을 고르며 이얘기 저얘기 하는 노당익장(老當益莊)들, 나이를 잊고 마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듯 마냥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산책길을 걷다 보면 달마사가 눈에 들어온다. 서달산(西達山) 중턱에 자리잡은 달마사는 작고 아담한 절로, 근대기의 고승이신 수덕사 만공선사의 법통을 이은 유심 스님이 중생제도의 발심으로 1931년 창건하여 스승이신 만공선사를 모시고 수행한 도량이다.
이 절이 있는 서달산은 달마(達磨) 스님이 서쪽 나라인 인도에서 온것과 관련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창건 당시 사찰 현황은 전해지지 않지만 1959년에 요사를 신축하고 사찰의 격식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달마사 거북바위에서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가히 절경이었다. 서달산의 단풍과 사찰, 도심의 고층빌딩, 유유히 흐르는 한강, 남산과 북한산이 어우러져 그림같은 풍경들이 펼쳐진다.
서달산은 산수의 기본이 유정(有情)하고 산세가 전후좌우에 펼쳐져 흐르는 듯하여 마치 목마른 코끼리가 물을 마시는 듯한 형상으로 명당중의 명당으로 꼽히고 있다. 달마사 삼성각 위쪽은 서달산을 지켜온 옹기종기 모여있는 바위 가운데 거북의 형상을 이루고 있는 바위를 일러 사람들은 거북바위라 불렀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거북바위는 일 년에 한 두번씩 한강에 나가서 목욕을 하고 돌아온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 거북바위를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모셨다. 거북바위 아래에는 성스러운 샘이 솟고 있었다. 1970년 5월 이곳에 동굴을 파서 용왕상을 봉안하고 영천(靈泉)이라 하였다. 예부터 이 고을 사람들은 이 터를 용왕궁터라고 일컫고 용왕 또한 마을 지켜준다고 믿어왔다.
땅과 물과 불을 다스리는 거북과 용이 지켜주는 서달산 아랫마을이기에 예부터 주민들은 장수하고 다복하여 대를 이어사는 집안이 많았다. 2012년 5월 달마사 중창불사를 원만 회향하면서 천연동굴인 영천(靈泉)을 새롭게 단장하고 11월 사찰 경내에서 길지(吉地)인 거북바위에 산책로를 설치하여 불자들과 트레킹하는 분들이 쉬이 찾을 수 있게 하였다.
달마공원 소나무 숲길의 피톤치드를 흠뻑 들이 마시면서 걷는 기분이 매우 상쾌하였다. 서달산 근린공원 방향 충효길과 고구동산길로 내려가 노들역에 당도하였다. 노들역에서 지하철 9호선을 탑승하고 노량진역에 도착하여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향하였다. 노량진 수산시장에 이르자 전인구 동생인 전인성이 마중을 나와서 깜짝 놀래키도 하였다.
동생이 이곳에서 책임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는 소식을 처음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전인구 동생이 안내하는대로 5층 진주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식당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꽉차있었다. 일품 요리인 참도미와 광어회로 맛있게 입맛을 충족시키면서 막걸리와 소주를 곁들여서 마셨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정다운 이야기가 오고가면서 서로 웃고 지내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만찬시간을 가졌다.
지리탕과 매운탕으로 식사를 마치고 노량진역에서 헤어졌다.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동기생 14명과 함께 모처럼 현충원과 현충원 둘레길을 걸으면서 늦가을의 경치를 감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충효길과 고구동산길은 아름다운 숲길로 누구나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산책로를 조성하였다. 동기생들과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마냥 즐거워하며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 기쁜 마음 이를데 없다.
현충원 충성분수대
현충지를 바라본 풍경
장병 6번묘역
고 채명신 육군중장 묘역
장병 7번 묘역과 서울 도심 풍경
장병 15번 묘역과 서울도심 풍경
애국지사묘
애국지사 이상룡이 쓴 항일시
현충원을 벗어나 낙엽을 밟으며 산책
현충원 철문을 지나 고구동산길로 진입
고구동산길 이정표
고구동산길 쉼터 정자
달마사로 가는길
달마사 정문
달마사 뒷길에서 전인구 회장과 구재림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달마사에서 바라본 여의도 63빌딩
거북바위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풍경과 한강,남산타워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산이 북한산
거북바위
달마공원 산책길(충효길)
서달산 근린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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