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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무역장벽 대응, 기후부·산업부·중기부 정책 연결하라
중소기업 탄소감축, 지원사업 확대에도 현장 실행력 미흡
중기부, 지원기업의 바이어 제출·검증 여부 파악 못 해
설비투자 신청 1,356개사 중 444개사 선정
“측정·검증부터 설비·공정 전환까지 단계별 로드맵 마련해야”
탄소무역장벽이 현실화하면서 국내 중소기업의 탄소중립 대응 역량이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는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 본격 시행 단계에 들어가면서 탄소배출량의 측정·보고·검증(MRV)은 물론 실제 배출량을 줄이는 설비와 공정 전환까지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관련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기업들이 해외 바이어나 원청업체의 탄소데이터 제출 요구에 얼마나 대응하고 있는지, 지원사업이 실제 감축 성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사후관리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가 각각 추진하는 정책을 연결해 탄소 측정과 검증에서 기술개발, 설비투자, 해외 거래처 대응까지 이어지는 통합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탄소무역장벽 대응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제도와 배출량 산정·검증의 제도적 기반을, 산업부는 산업공정의 저탄소 전환과 투자 재원을, 중기부는 중소기업의 탄소정보 관리와 현장 적용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부처별 사업이 개별적으로 운영되면 기업은 지원제도를 따로 찾아야 하고, 정부 역시 지원 이후 실제 거래처 대응과 감축 성과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탄소무역 대응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부처별 지원사업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준비 수준을 진단한 뒤 측정·검증, 감축기술 실증, 설비 전환, 탄소정보 제출까지 단계별로 연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출기업 99.3% 탄소데이터 제출 요구, 비용·인력이 걸림돌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오세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중소기업의 탄소무역 대응 실태를 점검하고, 기업 규모와 업종별 여건에 맞는 단계별 이행경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 의원이 제시한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산업단지 MRV플랫폼 연계기업 수요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 300개사 가운데 99.3%가 고객사로부터 탄소배출 데이터 제출을 이미 요구받았거나 향후 요구받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탄소정보 관리가 일부 대기업이나 특정 업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기업들의 데이터 관리 방식은 ERP 등 자체 시스템 이용이 66.3%로 가장 높았으며, 엑셀·수기 관리가 42.4%, 고객사별 개별 서식 이용이 38.8%로 나타났다. 복수 응답이 가능한 조사인 만큼 관리 수단은 서로 중복될 수 있다. 그러나 기업마다 데이터 관리 방식이 다른 현실은 공급망 전체의 자료를 일관되게 관리하고 검증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현장의 주요 애로사항으로는 시스템 구축·연계 비용 부담이 64.0%, 전담인력과 시간 부족이 62.7%로 꼽혔다. 탄소배출량을 산정하는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인력과 비용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대기업은 자체 시스템과 전문인력을 활용할 수 있지만, 중소 협력업체는 거래처가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별도의 시스템과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작성한 배출량 자료가 거래처의 요구 수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측정과 검증 비용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탄소중립 지원은 단순한 배출량 산정 컨설팅을 넘어 실제 거래처가 요구하는 데이터 형식과 검증 수준까지 고려해야 한다. 탄소정보를 작성하는 능력과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자료를 검증받아 제출하는 능력은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원사업 확대에도 실제 대응 성과는 불분명
중기부는 중소기업의 탄소중립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다. 2022년 탄소중립 설비투자 지원을 시작으로 2024년에는 중소기업 CBAM 대응 인프라 구축사업을 도입했다. 2025년에는 탄소중립 사업화 지원, 중소기업 기후공시·공급망 실사 대응 기반 구축, 수출 핵심품목 탄소감축 기술개발 등으로 지원 범위를 넓혔다.
정책은 배출량 산정과 관리에서 설비투자, 기술개발, 현장 실증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그러나 오 의원이 지적한 핵심은 지원사업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 성과를 확인하는 체계에 있다.
중기부가 지원기업 가운데 실제로 바이어나 원청업체에 탄소배출량 자료를 제출했는지, 제출한 자료가 검증까지 완료됐는지 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원금을 투입해 컨설팅을 실시하고 시스템을 구축했더라도 기업이 실제 공급망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감축 성과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정책 효과를 충분히 평가하기 어렵다. 지원기업 수나 예산 집행률만으로 사업 성과를 판단하기보다 실제 거래처 대응과 배출량 감축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소기업 탄소중립 지원사업 확대 현황>
| 연도 | 지원사업 | 내용 |
| 2022년 | 탄소중립 설비투자 지원 | 에너지․온실가스 감축설비 선정을 위한 컨설팅 지원과 탄소배출 감축 설비 등 패키지 지원 |
| 2024년 | 중소기업 CBAM 대응 인프라구축 | 탄소 배출량 산정‧감축 컨설팅 제공, 탄소 배출량 산정 인프라 구축(MRV) 지원 |
| 2025년 | 탄소중립 사업화 지원 | 사업화 등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탄소중립 분야 기술의 사업화 촉진 및 현장실증 지원 |
| 중소기업 기후공시‧공급망 실사대응 기반구축 | 경영 체계 등에 대한 심층 진단, 취약 지표 개선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 국제 인증 취득 지원 등 고도화 지원 | |
| 중소기업 수출 핵심품목 탄소감축 기술개발(R&D) | 중소기업 수출 핵심품목 탄소감축 기술 확보부터 현장 실증을 통한 감축 효과 확인까지 완결성 있는 기술개발 지원 | |
| 2026년 |
* MRV : 탄소배출량을 측정(Measurement)·보고(Reporting)·검증(Verification) 체계
* 출처 : 중소벤처기업부, 오세희의원실 재가공
설비투자 신청 1,356개사 중 444개사 선정,재원 확대와 사후관리 필요
중소기업의 탄소감축 설비 전환 수요도 이어지고 있다. 중기부 자료에 따르면 2022~2026년 탄소중립 설비투자 지원사업 신청기업은 총 1,356개사였으며, 이 가운데 444개사가 선정되고 912개사는 미선정됐다.
전체 신청기업의 약 32.7%가 선정됐고, 약 67.3%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기업당 지원액은 2022년 1억690만원, 2023년 1억860만원, 2024년 1억2,740만원, 2025년 1억1,840만원으로 집계됐다. 2026년은 사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제시됐다.
다만 미선정기업 모두가 자금 부족으로 설비 전환을 포기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사업 요건이나 평가 기준에 따라 선정되지 않은 기업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청 수요와 실제 지원 규모 사이에 차이가 크다는 점은 지원사업의 선정 기준과 재원 규모, 미선정기업에 대한 후속 지원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탄소무역 대응은 배출량 자료를 만드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에너지 효율 개선, 고효율 설비 교체, 공정 최적화, 연료·원료 전환 등 실제 감축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은 설비 교체에 필요한 초기 투자비를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측정·검증 지원과 설비투자 금융을 연계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산업부 2,500억원 지원, 중기부 사업과 연결성 높여야
산업통상자원부도 기업의 그린 전환(GX)을 뒷받침하기 위해 총 2,500억원 규모의 기업참여형 탄소중립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사업은 탄소중립 전환 선도 프로젝트 융자사업 1,700억원, 탄소중립 설비투자 프로젝트 경매사업 250억원, 산업 공급망 탄소 파트너십 105억원 등이다. 장기·저리 융자와 감축 효과가 큰 설비투자 프로젝트 발굴, 공급망 내 기업 간 공동 감축을 통해 기업의 탄소중립 투자를 촉진한다는 취지다.
산업부의 투자 지원과 중기부의 중소기업 지원은 상호 보완할 수 있다. 다만 사업별 대상과 지원 조건이 다르므로 전체 예산 규모만으로 중소기업이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지원 수준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부처별 사업이 분절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기업이 배출량 측정에서 감축기술 적용과 설비 전환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연결하는 일이다.
중소기업은 탄소배출량 산정과 검증을 통해 취약 공정을 확인하고, 감축기술과 설비를 선택한 뒤, 실제 감축 효과를 측정해 거래처에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기부의 기업 진단·컨설팅과 산업부의 설비투자·기술개발 지원을 연계하면 기업의 행정 부담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공급망 단위의 공동 감축도 중요하다.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탄소정보를 관리하면 자료의 일관성과 활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원청기업과 협력업체가 공통의 데이터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감축기술과 실증 성과를 공유하도록 지원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중소기업 탄소중립 설비투자 지원 현황 >(단위 : 개사, 백만원)
| 구분 | ’22 | ’23 | ’24 | ’25 | ’26 | 합계 |
| 신청 | 175 | 242 | 233 | 333 | 373 | 1,356 |
| 선정 | 49 | 48 | 98 | 109 | 140 | 444 |
| 미선정 | 126 | 194 | 135 | 224 | 233 | 912 |
| 기업당 지원액 | 106.9 | 108.6 | 127.4 | 118.4 | 사업진행중 | - |
*출처:중소벤처기업부
철강에서 화학·자동차부품까지,업종별 전환 로드맵 마련해야
중기부는 2026년 철강·알루미늄 등 수출 핵심품목의 탄소감축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2027년에는 정밀화학원료·석유화학합섬원료·합성수지·플라스틱제품, 2028년에는 자동차부품·공기조절기 및 냉난방기·선박해양구조물 및 부품·원동기 및 펌프 등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원 범위가 넓어질수록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대응 전략도 중요해진다. 철강은 제철 공정과 에너지원 전환, 알루미늄은 전력의 탄소집약도와 재활용 원료 확대, 석유화학은 원료와 공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 관리가 주요 과제다. 자동차부품과 기계류 등은 생산공정의 배출량뿐 아니라 원청업체가 요구하는 공급망 데이터와 제품별 탄소정보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기업에 동일한 컨설팅이나 설비 지원을 제공하기보다 업종과 기업 규모, 수출시장, 감축 가능성에 따라 단계별 이행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초기 단계 기업에는 배출량 측정과 데이터 관리체계를 지원하고, 준비가 된 기업에는 검증과 감축기술 실증을, 실제 전환이 필요한 기업에는 설비투자와 금융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지원기업이 일정 기간 이후 탄소데이터 제출과 검증을 완료했는지, 제품 단위 배출량이 얼마나 줄었는지, 에너지 원단위가 개선됐는지 등을 추적하는 성과관리 체계도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사후 행정절차가 아니라 제한된 재원을 감축 효과가 높은 분야에 배분하기 위한 기초자료가 된다.
기후부 역할은 기준·검증에서 현장 감축 성과 연결까지
탄소무역장벽 대응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역할도 재점검해야 한다. 기후부가 탄소 감축제도와 배출량 산정·검증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산업부가 설비투자와 공정 전환을 지원하며, 중기부가 중소기업의 데이터 관리와 현장 적용을 돕는 구조가 실제 기업 현장에서 작동해야 한다.
기후부의 역할은 상담과 제도 안내에 그쳐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이 제출하는 탄소배출량 자료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지, 검증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얼마나 드는지, 실제 감축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탄소 측정·검증 체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기업별로 산정 방식과 자료 품질이 다르면 해외 거래처가 요구하는 탄소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관련 기준과 방법론, 검증 기반이 기업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중소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전문 서비스와 지원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부처 간 정책 연결성을 높여야 한다. 기후부의 감축 기준과 제도적 기반, 산업부의 설비투자와 공정 전환, 중기부의 중소기업 데이터 관리와 현장 지원이 하나의 이행경로로 연결돼야 한다. 기업이 부처마다 다른 사업을 찾아다니며 중복 서류를 제출하는 구조라면 지원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감축 성과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지원기업의 탄소데이터 제출·검증 완료율, 제품별 배출량 변화, 감축 설비의 실제 가동 성과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별 업무분장과 평가체계를 토대로 부처 간 성과정보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탄소무역장벽은 기후정책인 동시에 산업정책이며, 중소기업의 수출과 공급망 경쟁력에 직결되는 통상 과제다. 어느 한 부처의 사업 확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차원의 정책 조정과 공동 성과관리가 필요하다.
오세희 의원 “단계별 진단부터 설비 전환까지 지원해야”
오세희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탄소데이터 제출 요구는 이미 수출기업이 당면한 현실인데, 정부가 여러 지원사업을 확대하면서도 실제 지원기업이 바이어와 원청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기부가 단계별 진단부터 설비 전환까지 이행경로를 마련해 비용과 인력 부담을 낮추고, 늘어나는 설비 전환 수요에 맞춰 지원 규모와 재원도 함께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CBAM과 탄소감축 대응에 대한 중소기업의 준비 수준이 사실상 매우 미흡하다는 취지로 답변하고,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전담 부서 마련과 예산 확보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탄소무역장벽은 이제 수출기업에 환경정보를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생산공정과 투자구조, 공급망 관리 능력까지 바꾸고 있다. 정부가 지원사업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원받은 기업이 실제로 거래처의 요구에 대응하고 탄소배출량을 줄였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탄소중립 지원정책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사업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중소기업이 탄소를 측정하고 검증하며 실제로 줄일 수 있도록 얼마나 완결된 전환 경로를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탄소데이터를 제출할 수 있는 기업에서 저탄소 제품을 경쟁력 있게 생산하는 기업으로 전환시키는 것, 그것이 탄소무역장벽 시대에 정부가 입증해야 할 정책 성과다.
(환경경영신문 https://ionestop.kr// 장계순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