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반느는 16세기 초엽 이탈리아에서 발생하여 17세기 중엽까지 유행했던 궁정무곡,
느릿한 2박자의 무곡. 어원은 이탈리아의 도시 파도바(옛 이름 Pava)에 있으며, 파반은
<파도바풍 무곡>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음악해설: Ravel의 'Pavane pour une infante defunte'
라벨이 24살 때 작곡했다고 알려진 이 피아노 곡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고 번역되어진다. (영어로는 pavane for a dead princess)
‘파반느’라고 하는 것은 16세기 초의 궁정 춤으로서, 스페인에서 기원된 것으로 본다. 파보(pavo 공작새)를 흉내 낸 위엄에 찬 모습으로, 모든 궁정 춤이 그러하듯이 천천히 추는 춤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라벨은 루브르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스페인의 화가 벨라스케즈의 그림 <왕녀 마가레타의 초상>을 보고 감명을 받아 작곡했다고 한다. 지나치게 깔끔하고 까다로운 성격인 라벨은 62세로 죽을 때까지 결혼하지 않았으며, 독신으로 살았지만 흠모의 대상이 있었던 베토벤이나 브람스와는 달리 특별히 내세울 만한 연인도 없었다. 그래서 그의 관능적인 관현악곡 ‘볼레로’를 가지고 모든 여자들을 정복하였다고 하는 비아냥이 섞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아마도 젊은 시절의 라벨에게 그림 속의 왕녀가 풍기는 고귀한 기품과 아름다움이 평생의 연애의 대상이 된 것은 아닐런지?
매우 느린 이 피아노 곡은 듣는 이로 하여금 아련한 노스탈지어를 느끼게 하는 묘한 힘이 있으며, 동양적인 취향의 작품 경향으로 인하여 우리(동양사람)들에게는 매우 친근감을 주는 곡이라 하겠다. 현대음악 중에서도 귀하게 우리의 사랑을 받는 아름다운 곡이다.
작곡가 모리스 라벨
라벨 (Ravel, Maurice 1875-1937)은 드뷔시 (Debussy, Claude Achille 1862-1918)와 함께 20세기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이다. 두 사람은 작곡에 대하여 서로 상당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었으나 영향을 주고받은 것도 많다. 예를 들면, 드뷔시의 비정통적 화성의 많은 부분은 라벨의 음악에 흡수되었고, 또한 라벨의 <물의 희롱, Jeux d'Eau 1901>은 드뷔시에게 풍부한 음색결합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드뷔시 음악이 형식의 자유로움에서 뛰어나듯이 라벨의 성장과정과 음악교육 및 예리한 지성은 그로 하여금 장인적 솜씨가 빼어난 작품을 창출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라벨은 스위스 인 아버지와 바스크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 장남으로 스페인 국경에 가까운 시부르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의 고향인 바스크 지방은 스페인에 가까운 국경지대로서 라벨이 스페인 예술에 심취하는 경향을 주는 원인이 된다. 라벨이 태어나자 일가는 곧 파리로 옮겨 살게 된다. 1882년에 앙리 기스에게 피아노를 배우고, 1887년부터는 들리브의 제자인 샤를-르네에게서 화성학을 배우면서 작곡을 시작한다.
라벨은 파리 국립음악원의 외젠 안티옴의 예과 피아노 클래스를 거쳐 1891년 샤를 드 베리오의 클래스로 진급하여 에밀 페사르에게 화성학을 배운다. 같은 클래스에서 스페인 출신의 뛰어난 피아니스트 리카르도 비네(Ricardo Vines)를 사귀게 되어 함께 현대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바그너, 러시아 악파, 샤브리에, 에릭 사티 등이었으며, 문학에서는 보들레르, 포우, 말라르메 등 상징파 시인들이었다. 또 파리에 있는 동안 에릭 사티를 만나게 되어 사티의 대담한 작곡 실험에 흥미를 가진다.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드뷔시와 마찬가지로 자바의 가믈란 음악을 처음으로 듣고 매혹되었으며, 림스키=코르사코프 지휘의 러시아 음악 연주회에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1897년에 다시 파리음악원으로 돌아와 포레의 작곡 클래스에 들어가는 한편 앙드레 제달주에게 대위법과 관현악법을 사사하여 여러가지 편성으로 작품을 썼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1916년 운전병으로 입대하게 된다. 세계대전의 와중에 전선에서 쓰러진 전우들을 위하여 피아노 곡 <쿠프랭의 무덤>을 작곡한다. 1928년 대표적 관현악 작품 <볼레로>를 발표, 1929년부터 1931년 사이에 2 곡의 협주곡을 작곡, 그 중 <왼손을 위한 협주곡>은 전쟁 중에 오른손을 잃은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시타인의 주문으로 작곡되었다.
라벨은 발상이나 형식과 화성법에서는 샤브리에, 에릭 사티, 드뷔시 또는 러시아 5인조의 영향을 받고 있으나, 파리 국립음악원의 전통적 교육과 그의 자질을 토대로 고전주의적인 균형을 이상으로 해서 작품을 다듬었다. 라벨의 음악은 드뷔시의 음악보다 한층 더 사실적이고 변화가 많으며 남성적인 스타일을 갖는다. 그의 음악에 대해서는 자유자재한 발상, 관능적이라고 할 만한 풍부한 울림, 자유로운 리듬, 비르투오조적인 표현과 명확한 윤곽, 견고한 구성, 단단한 울림 등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특히 관현악법이 매우 뛰어나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관현악으로 편곡한 작품은 원곡을 능가하는 인기를 모으고 있다
첫댓글 휴일저녁 아름다운 피아노곡으로 마음 가다듬고 있습니다.옥구슬처럼 튕기는 피아노선율에....관현악보다 피아노로 듣는게 더 좋군요.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작곡배경도 공부하구요^^
올 2월초에 스페인을 다녀왔는데 프라도 미술관에서 벨라스케스의 라스메니나스(시녀들) 작품을 보고 왔습니다. 그 그림 앞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겨우 보고 왔는데 벨라스케스가 펠리페4세의 궁정화가로 이 마가레타 왕녀를 친 딸처럼 예뻐했다는데.
그리고 해설중 그리스신화에 관한 설명부분에 제가 알고 있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자기가 상아로 만든 조각의 여인을 사랑한
키프러스왕 이었던 피그말리온. 라벨이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의 영향을 받았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