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정치, 경제 '다시 보기' - 에드워드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파커 J. 파머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홍기빈의 <비그포르스, 복지 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이택광 / 문화평론가·경희대학교 교수
고전적인 대답이겠지만 일단 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김택현 옮김, 까치글방 펴냄)다. 이미 읽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더라도 다시 보길 바란다. 어떤 사람이 역사의 문제나 빚에 대해 어떤 식으로 연루되어 있다면, 그냥 사과하고 지나갈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사에 대한 태도가 곧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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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파커 파머 지음, 김찬호 옮김, 글항아리 펴냄). ⓒ글항아리 |
| 또 하나는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파커 파머 지음, 김찬호 옮김, 글항아리 펴냄)이다. 당선인을 포함해 정치권에서 이른바 '정치 쇄신'을 하겠다는 목소리가 매번 나오지만, 그 내용은 새로운 정치가 전혀 아니다. 쇄신은 선언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다. 정치학자인 동시에 직접 생활 정치 운동을 실천하는 시민 운동가인 저자는 이 책 속에서 새 정치의 기초가 될 수 있는 힌트를 알려준다.
책에는 정치적인 지형이 바뀐 상황에서의 새로운 정치의 어휘들이 나온다. 이른바 '생활 정치'의 어휘들이다.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우리는 단순히 경제적 위기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윤리적 문제와 결부된 정치의 위기에 직면해 있고, 책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 위에 새 정치의 방법들을 쌓아 올리고 있다.
경제 문제와 관련해선 홍기빈이 쓴 <비그포르스, 복지 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책세상 펴냄)를 권한다. 스웨덴이 우리의 모델이 될 순 없겠지만 참조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가 어렵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한다면 그걸 비켜나갈 수 있는 변수가 많은 나라다. 특히 남북관계가 큰 변수인데, 만약 그 변수가 작용한다 해도 반드시 국내의 복지 문제와 결합되어야 한다. 한국이란 특수성 속에 남북 관계와 복지 문제를 동시에 잘 풀기 위해, 이 책 속에 있는 비전들을 참고했으면 좋겠다. |